범죄와의 전쟁, 최전선에 서다
범죄와의 전쟁, 최전선에 서다
  • 참여와혁신
  • 승인 2014.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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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전문 기법으로 무장된 파수꾼
지능화, 흉폭화 범죄 막기 위해 고도 역량 요구돼

소설, 영화, 드라마의 영원한 소재 중 하나는 범죄다. 완전범죄를 꿈꾸는 범인을 집요한 추적과 예리한 분석, 추리를 통해 검거하는 수사관의 모습은 언제보아도 흥미진진하다. 그야말로 창과 방패의 대결이다. 미세한 증거, 범인의 사소한 실수에 착안해서 족집게처럼 범인을 검거하고 자백을 받아내는 모습은 언제보아도 흥미롭다. 범죄 영화에는 ‘양들의 침묵’, ‘키스 더 걸’, ‘88분’, 드라마로는 ‘크리미널 마인드’, ‘CSI 과학수사대’, 도서로는 ‘셜록’ 등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에서 MBC의 범죄수사드라마 ‘수사반장’은 1971년 3월부터 1989년 10월까지 약 18년간 인기리에 방영되었다.

범죄가 지능화, 흉폭화 됨에 따라 범죄를 예방하고 범인을 체포하기 위한 기법도 날로 발전하고 있다. 지문은 제2의 주민등록번호라고 할 정도로 사람마다 고유한 특성을 갖는데, 지문감식은 사건해결의 일등공신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48년 내무부 치안국에 지문계를 설치하여 범죄현장에서 채취된 지문이 피의자의 것인지 1대1로 지문을 대조해 범죄 관련 여부를 확인한 것이 그 시작이다. 지문의 고유한 특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만든 사건이 최근 발생했는데, 우리나라에서 3D 프린터로 위조된 실리콘 지문을 만들고 이를 이용해 50억원의 사기행각을 벌인 일당이 체포되었다. 중국에서는 출퇴근 체크를 위해 도입된 지문인식기를 직원들이 3D 프린터로 위조된 실리콘 지문을 사용하여 대리출석에 사용하는 일도 벌어진다고 한다. 범죄와의 전쟁 최일선에 있는 직업을 알아보자.

프로파일러(범죄심리분석관)

범인을 검거하기 위해서는 범죄현장의 증거를 면밀히 분석하여 범인의 머릿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범행현장은 범죄자의 성격, 성장환경, 생활환경, 심리상태 등에 대한 단서를 담고 있으며, 흩어진 조각을 잘 꿰어맞추면 범인에 대해 많은 것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프로파일러는 주로 증거가 불충분하여 일반수사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이상범죄나 연쇄살인 같은 강력범죄 해결에 활약하는데, 범인에 대한 분석을 통해 도주경로, 은신처 등을 추정한다.

우리나라에서 프로파일러가 유명해진 계기는 강력범죄 해결에 큰 공을 세웠기 때문이다. 2010년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부산 여중생 살해범 김길태를 잡을 때는 “범인이 극단적 심리불안과 공황증세를 보이고, 휴대전화와 운전면허가 없는 점으로 미뤄볼 때 자기 집이나 범행현장 근처에 숨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을 내놨고 이 예상은 적중했다. 2000년에 서울 경찰청에 ‘범죄행동분석팀’이 설치되어 프로파일러 활동이 시작되었으며, 지금은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프로파일러들이 강력범죄가 일어날 때마다 ‘범죄분석시스템(SCAS, Scientific Crime Analysis System)’에 관련 자료를 축적하여 DB화하고 이를 수사에 활용한다. 범죄, 범죄자 특성 등을 유형화하고 이를 DB에 축적함으로써 비슷한 유형에 속하는 범죄자가 지닌 성격, 행동특성, 심리상태 등에 관한 신빙성있는 예측이 가능하게 된다.

프로파일러는 경찰공무원으로서 경찰서 과학수사센터, 경찰서의 과학수사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에서 근무한다. 과학수사의 경력을 쌓은 경찰관 중에서 범죄분석 전문교육을 이수한 사람에게 프로파일러 자격이 주어지고, 이후 경찰학교에서 6개월간의 교육을 받고 나면 프로파일링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프로파일러로 특채되는 경우에는 심리학, 사회학 전공의 석사학위소지자가 우선대상이며, 이 경우에도 경찰학교에서 6개월간의 교육을 이수한 후 프로파일러로 활동하게 된다.

ⓒ 드라마 ‘CSI’ 캡처화면

범죄환경예방전문가

1990년대 미국 뉴욕은 영화 배트맨에 등장하는 악당의 소굴 ‘고담시’의 배경이 되었을 정도로 최악의 범죄소굴이었다. 당시 줄리아니 시장은 범죄해결을 위해 경범죄, 그 중에서도 특히 낙서를 없애는데 행정력을 집중했다. 지하철, 건물, 벽 등에 그래비티 예술이라는 이름의 낙서를 지우기 위해 전담반을 구성하는 등 강력히 대응했는데 신기하게도 강력범죄까지 낮추는 성과를 얻게 되었다. 줄리아니 시장은 ‘깨진 유리창 이론’의 효과를 입증하였다. 깨진 유리창 이론은 낙서, 유리창 파손 등 경미한 범죄를 방치하면 큰 범죄로 이어진다는 범죄 심리학 이론이다. 깨진 유리창은 법질서의 부재를 드러내고 이는 잠재적 범죄자를 부추겨 범죄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것을 역으로 적용하면 환경을 적합하게 설계함으로써 범죄예방 효과를 거둘 수 있음을 의미하며 ‘환경설계를 통한 범죄예방(CPTED : 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 기법은 건축물, 공원, 시설물 등을 범죄예방에 적합하게 설계하여 범죄 발생 빈도를 낮추려는 시도이다. 범죄 발생 가능성이 있는 환경적 요인을 사전에 차단하자는 취지로서, 아파트 비상계단을 밖에서도 관찰할 수 있도록 유리로 설계하거나, 전 가구가 모두 내려다볼 수 있는 곳에 어린이 놀이터를 설치하는 것, 공원에 사각지대를 없애고 눈높이이하로 수목을 관리하는 것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범죄 발각의 위험이 높게끔 설계된 환경에서는 범행을 재고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범죄환경예방전문가는 아직 걸음마 단계로서 막 태동기에 있으며, 외국의 경우 주로 건축회사나 공공기관 등에 소속되어 일하게 된다. 컨설팅을 통해 범죄가 발생할 공간에 대한 인지능력을 바탕으로 위험도를 알리거나 범죄예방을 위한 대응책을 마련해주며,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공간 디자인은 어떤 형태가 적합하며, 범죄가 일어날 만한 장소는 어디인지를 파악해 수요자에게 데이터로 제공한다.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더 좋은 방안이 없는지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것도 범죄환경예방전문가의 중요한 업무 중 하나다. 범죄환경예방전문가로 활동하려면, 전국의 도시계획학과에서 CPTED(범죄예방 환경설계)관련 교육과정을 이수하거나, 범죄심리학, 경찰행정학과 등에서 범죄학을 공부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범죄 예방에 중점을 두고 건축, 설계 등의 방법론과 사고력을 키우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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