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 가능한 곳으로 학교를 바꾸자
교육이 가능한 곳으로 학교를 바꾸자
  • 박석모 기자
  • 승인 2015.01.14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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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학상장…교사와 학생 함께 배우고 성장해야
경쟁·차별 아닌 협력·소통으로 행복한 학교 꿈꾼다
[사람] 변성호 전교조 위원장

ⓒ박석모 기자 smpark@laborplus.co.kr
지난해 12월, 민주노총 임원선거와 동시에 진행된 전교조 선거에서 변성호-박옥주 후보가 당선됐다. 올해 임기를 시작한 변성호 위원장 앞에는 쉽지 않는 과제들이 놓여 있다. 우선 해직 조합원이 가입돼 있다는 이유로 법외노조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는 법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기는 하지만, 사법부의 판결에 따라 언제든 법외노조로 내몰릴 수도 있다. 또 공무원연금 문제도 풀어야 할 숙제다. 막 임기를 시작한 변성호 위원장은 이런 난관을 어떻게 헤쳐 나가려 할까?

전교조 정당성 이미 확인됐다

법외노조 투쟁을 승리로 마무리한다고 했지만 현 정부의 성격상 쉽지 않은 과제인 것 같다.

“현 정권은 전교조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노골적인 탄압을 진행하고 있다. 2013년 ‘노조 아님 통보’에서 알 수 있으며,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을 부정하려는 현 정권을 볼 때, 2015년도 정권의 탄압은 지속될 것 같다.
전교조는 현재 합법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2심 재판부는 ‘노조 아님 통보’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을 인용했고, 전교조는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사를 제청한 상태이다.

승리로 마무리하겠다는 것은 확정적으로 법적 지위를 쟁취하겠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와 사법부의 판결이 중요한 분수령이 될 수 있으나, 2013년 정권의 탄압에 대한 투쟁 과정에서 이미 정치적으로 법적으로 우리의 정당성이 확인됐다. 정권의 노조 아님 통보는 해고 조합원을 배제하라는 것인데, 이는 헌법에 보장된 노동기본권에 부합하지 않는다.

또한 노조 아님 통보는 노조법 시행령 9조 2항을 근거로 추진했을 뿐, 모법에는 근거 조항이 없다. 따라서 위헌의 소지가 있다. 국제적으로도 해고자를 조합원으로 한다고 해서 노동조합 전체를 부정하는 사례도 찾을 수 없고,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시행령 9조 2항이 문제가 있으므로 이를 시정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이처럼 위헌적인 정권의 탄압이 이미 확인된 상황이다. 이를 바탕으로 법외노조 투쟁을 승리로 마무리하겠다는 공약을 반드시 실현하겠다.”

교육부와의 교섭도 쉽지 않아 보인다. 교육부를 교섭 테이블로 끌어낼 수 있는가?

“교육부는 전교조의 법적 지위가 보장된 당시에서부터 계속적으로 교섭을 회피해 왔다. 노사관계의 모범을 보여야 할 정부의 태도라고 하기에는 노동기본권을 무시하려는 무책임과 부도덕함을 넘어 법적으로도 문제가 있는 태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들어서는 전교조의 법적 지위 문제를 핑계로 교섭요구를 회피하고 있다. 정부의 비상식적인 교섭 해태에 대해서는 법적 대응을 포함하여 단호하게 대처하겠다.

그러기에 앞서 전교조의 실체를 인정하고 성실하게 대화하려는 노력이 우선되어야 함을 교육부에 촉구한다. 청와대의 눈치만 보고 복지부동하는 교육부의 태도로 교원의 사회적·경제적 지위향상이라는 법 취지를 달성하기에는 거리가 너무 멀다. 단체협약을 맺기 위한 교섭뿐만 아니라 정책협의 등 공식적인 교섭구조를 활성화해야만 사회적 갈등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진보교육감이 대거 당선되면서 지부 차원에서는 본부보다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도 있지만, 교육부에서 예산을 틀어쥐고 있는 상황이어서 녹록치는 않은 것 같다.

“진보교육감의 대거 당선으로 지금까지의 우리 교육에 문제가 많았다는 것이 확인됐다. 경쟁과 통제의 교육이 아니라 협력과 민주적인 질서와 문화를 통해서 학교의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국민들의 염원, 그리고 전교조를 비롯한 많은 시민 사회 단체가 그동안 실천해 온 결과의 산물이다.

따라서 교육부와 정권은 국민들의 요구를 정확히 이해하고 교육의 변화를 함께 고민하고 지원해야 한다. 교육부가 진보교육감 등의 정책을 교육적 잣대가 아닌 정치적 잣대로 통제하려는 것은 부당하다. 이번 누리과정 예산 편성과정은 그 한 예가 될 수 있다.

정부가 교육자치를 부정하고 국민의 염원이 담긴 진보교육정책을 통제하려 한다면, 진보교육감들과 연대해 올바른 교육자치가 될 수 있도록 투쟁해 나가겠다.”

대학입학자격고사로 바꾸자

혁신학교 운동의 현재 모습을 진단해 달라. 보완해야 할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학교장 중심의 독선적 학교운영에서 벗어난 교직원 중심의 수업 및 학사운영에서 소통을 통한 민주적인 학교운영, 학생의 자발적인 자치활동, 학생의 참여를 중심으로 하는 수업혁신 등이 혁신학교의 대표적인 모습이다. 학교가 교육 가능한 공간이 되어야 하며 공교육이 정상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실천해 온 전교조의 참교육 실천운동이 학교 내에서 구체적으로 실현되는 모습이 곧 혁신학교 운동이라고 볼 수 있다. 혁신학교 운동은 공교육 정상화의 실현에 근접하는 실천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학교가 혁신학교처럼 학생들이 학교에 가고 싶어 하고 교사와 학부모와 지역사회가 교육을 위해 협력하는 학교가 되기 위해서는, 혁신학교 운동이 일반학교로 확산돼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있다. 그런데 현재 혁신학교 운동이 성공한 배경에는 혁신학교 교사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희생, 그리고 다른 학교와 다른 재정지원 등이 있다. 모든 일반학교가 혁신학교와 같은 형태의 교육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제도 개선과 재정지원 및 행정인력 지원 등이 반드시 필요하다.

먼저, 교사들이 수업과 생활지도에 전념할 수 있기 위해서는 행정업무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학교에서 교사들이 담당해야 할 행정업무는 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업무를 대폭 줄이고 교사들이 담당하지 않도록 하는 시스템의 전환이 필요하고, 행정업무인력 충 원 등이 모든 학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둘째, 모든 학생들이 차별받지 않는 교육, 발달과 성장을 위한 교육이 학교에서 이루어지 위해서는, 교육이 학생 한 명 한 명의 삶을 위해 기획되고 행해져야 한다. 그러나 한국의 교육은 대학입시를 위해 유치원교육부터 고등학교교육까지 종속되어 있다. 대학입학 성적으로 학교가 평가되고 학생들이 평가되는 현 교육의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대학입학자격고사화, 국립대통합네트워크 방안 등이 실현되어야 한다.

셋째, 학교의 교사들도 성장하면서 민주적인 학교에서 교육받지 못했다. 그러므로 교장, 교사, 학부모 등 학교의 구성원들이 서로 소통하고 민주적인 논의를 통해 결정하고 실천하려는 꾸준한 노력과 실천이 필요하다. 시대에 맞는 교육적 가치를 배우고 성장하기 위한 자발적이고 꾸준한 학습과 성찰이 필요하다.”

교육 문제의 해법은 공교육을 정상화하는 것이다. 여러 가지 고리 중 핵심적인 고리는 어떤 것이라고 보는가? 전교조는 공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해 어떤 활동을 할 계획인가?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서는 대학입시제도 개혁이 가장 시급하다. 아이들의 발달과 성장을 위해서는 발달단계에 맞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유치원은 유치원 단계에 맞는 교육이, 초중등교육은 초중등교육다운 교육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교육은 글자를 깨치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대학입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대학입시를 위해 모든 교육과정이 파행적으로 운영되며 입시를 위한 점수 올리기 교육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사회적으로는 임금차별의 해소 및 기본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보편적 복지제도가 시급히 필요하고, 학벌의 철폐 및 대학입시제도 개혁이 필요하다. 그래서 전교조는 2017년 대선에서 대학입시개혁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도록 구체적인 대안을 만들어 제시할 예정이다.

또한 공교육이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학교가 교육이 가능한 공간으로 변화되어야 한다. 지금 교사들은 과중한 업무에 치여 학생 교육에 집중할 수 없는 여건 속에 살고 있다. 교사들은 학급당 학생 수 과중, 수업시수 과중, 행정업무 과중 등 3중고에 시달린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지 못한다는 말이 있듯이, 교사들이 함께 연구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 주는 것이 매우 시급하다.

그래서 교육부와의 교섭 및 사회적 여론 형성을 통해, 박근혜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했던 학급당 학생 수 감축 실현이 이루어지도록 적극 노력할 것이다. 또한 교사가 학생의 교육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학교업무정상화 운동을 벌여나갈 것이며, 25년간 지속해 온 대로 참교육 실천을 위한 다양한 연수와 모임을 통한 연구활동을 벌여나갈 것이다.

현재 정부의 졸속적 교육과정 개정과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기도 등도 공교육정상화에 치명적이다. 졸속적 교육과정 개정을 막아내고 한국사교과서 국정화를 막아내기 위한 토론회, 투쟁 등을 계획하고 있다.”

4.16 이전과 이후는 달라야 한다

공약 중 “오늘의 전교조 정책을 내일의 대한민국 정책으로 만들겠다”는 내용이 있다.

“지난 2012년 대선 때 보수 후보인 박근혜 후보조차 전교조가 주장해 왔던 정책을 공약으로 받아들였다. 일제고사 폐지, 학급당 학생 수 감축, 고교무상교육 등이 그것이다. 또한 전교조가 교육의 근본적인 문제인 대학입시와 경쟁교육에 대해 꾸준히 그 대안으로 제시해 왔던 대입자격고사화 및 국립대통합네트워크 방안이 민주당 대선공약으로 채택됐다.

2017년 대선을 앞두고 2년의 임기 동안 우리 교육의 근본적인 과제인 입시제도 폐지와 경쟁교육 철폐를 위한 대안과 공교육 개편안을 실현 가능한 모델로 정리해 적극 제안할 예정이다. 대학입학자격고사화, 국립대통합네트워크 방안, 교육과정 개편과 학급당 학생 수 감축 및 학교의 민주적인 운영을 위한 다양한 조례 제정 등이 대안의 대표적인 내용이다.”

교권과 학습권을 대립하는 구도로 만드는 것이 정부의 기본방침인 것 같다.

“학교에서 교사와 학생은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존재이다. ‘교학상장’이란 말이 있는데 교사와 학생의 관계와 교육의 질을 높이는 과정을 그대로 표현하는 말이다.

그런데 현재의 학교를 보면 학생은 과중한 학습노동에, 교사들은 과중한 수업과 업무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에 과도한 스트레스에 노출돼 있고, 이로 인해 제대로 된 소통과 관계형성이 어려운 상태이다. 이런 상황에서 학습권 침해와 교권침해가 발생하는 것이다. 학생과 교사가 서로 대화하고 소통하며 함께 배우고 성장할 수 없는 상황 자체가 문제다.

최근 혁신학교의 사례에서 보듯이 학생들의 자발적인 배움의 의지를 끌어내고 자치활동을 적극적으로 보장하며 교사와 학생이 자주 대화하고 소통하는 과정에서 깊은 신뢰가 쌓이면 교사와 학생이 서로를 존중하게 된다.

정부가 교권과 학습권을 대립구도로 보는 것은 원인 진단을 잘못하고 있는 것이다. 학생과 교사가 서로 대화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학교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당사자들의 의견을 듣는 한편, 혁신학교 사례에서 그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전교조는 민주적인 학교운영 속에서 교권과 학습권이 보장되는 다양한 학교 내 실천운동을 벌여나가며 이런 사례를 통해 교육부의 왜곡된 해법에 대한 대안을 마련해 나갈 것이다.”

쉽지 않은 시기에 중책을 맡았다. 앞으로의 각오 한 말씀 부탁드린다.

“새 임기를 시작하면서 집행부와 함께 팽목항에서 새로운 출발의 결의를 다졌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의 총체적인 부끄러운 민낯이 드러난 사건이다. 여전히 진상규명과는 거리가 멀다. 4.16 이전과 이후의 교육과 사회는 달라져야 한다.

경쟁과 차별의 교육이 아닌 협력과 소통으로 모두가 평등하고 행복한 교육이 되어야 한다. 이윤과 탐욕이 아닌 생명과 인간의 존엄을 소중히 여기는 교육과 사회가 되어야 한다. 이러한 변화를 위해 노동과 생명, 인권, 평화의 가치가 살아 숨 쉬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

공약에서 얘기했듯이 노조다운 투쟁으로 노동자의 연대를 통해 박근혜 정권의 반노동, 반교육 정책에 맞서는 길에 당당히 나서겠다. 지혜와 힘, 열정을 모아 반드시 승리하는 투쟁을 하겠다. 역사에 한 몸 바치겠다는 팽목항에서의 결의와 각오를 임기를 마칠 때까지 한 순간도 내려놓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