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투쟁은 지금부터가 시작
공공 투쟁은 지금부터가 시작
  • 하승립 기자
  • 승인 2015.01.14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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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대 노총 공조 분위기 만든 것은 공대위의 성과
공공노조 통합 위해 1월 중 공공노련에 TFT 제안
[사람] 이인상 공공연맹 위원장

ⓒ이현석 객원기자 studio175@gmail.com
공공연맹 이인상 위원장이 재선에 성공했다. 이인상 위원장은 12월 5일 치러진 선거에서 이재혁 수석부위원장 후보(인천도시공사노조 위원장)와 짝을 이뤄 2차 결선투표 끝에 94표를 얻어, 88표를 얻은 김용래(주택관리공단노조)-박좌진(노동부유관기관노조 폴리텍지부) 후보조를 제쳤다.

한국산업인력공단노조 출신으로 소산별인 노동부유관기관노동조합 설립을 주도했던 이인상 위원장은 지난 2012년부터 공공연맹 위원장을 맡아 왔고, 이번이 재선이다. 이 위원장은 첫 임기 중인 2013년 탄핵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지지 선언을 하면서 내부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탄핵안은 67 대 67 동수로 부결된 바 있다.

첫 선거에서 2표, 이번 선거에서 6표 차이로 당선됐고, 탄핵안이 동수였던 것을 보더라도 공공연맹 내부는 이인상 위원장에 대한 찬반, 호불호가 분명하게 존재한다. 따라서 2기 임기 동안 이런 내부 갈등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울러 공공부문은 2014년 한해 동안 정부의 ‘공공기관 정상화’를 둘러싸고 양대 노총이 공대위를 구성해 치열한 공방을 펼쳐왔지만, 일방적으로 밀린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따라서 향후 대정부 교섭과 투쟁을 어떻게 전개해 나갈지도 관심사다.

이인상 위원장의 솔직한 속내를 들어봤다.

공공연맹의 제일과제는 단결, 화합, 통합

재선에 성공하셨습니다. 먼저 당선 소감을 들어보겠습니다.

“처음에 시작할 땐 나름대로 뭔가 하겠다는 의지가 꽉 차 있었는데, 3년 지나니 인생에서 제일 힘들었던 시기가 (첫 임기) 3년이었던 것 같아요. 탄핵국면까지 갔었고, 타임오프 이후 파견자 줄고, 재정적인 문제로 채용도 어렵고. 현장에서 일은 벌어지는데 그걸 대처를 못했을 때 많이 힘들었습니다. 일단 재선되고 나니까 3년 동안 힘들었던 과정을 알기 때문에 개선을 어떻게 할 것인지 생각을 가지고 지금 각 회원 단체를 만나고 있습니다. 우선 맹비를 인상해야 합니다. 공공노련은 3,000원이고 우리는 2,000원입니다. 인력부족도 문제인데, 그게 녹록치 않아서 답답하긴 합니다. 어쨌든 재선이니 외부적으로 연맹 활동도 해야겠지만 내부 활동을 더 비중 있게 해 나갈 생각을 갖고 있어요. 기쁘기보다는 걱정이 된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입니다.”

첫 선거에서도 박빙이었고, 임기 중에 초유의 탄핵사태까지 갔습니다. 이번 선거도 어려운 승부를 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내부 조직 정비, 조직의 통합이 중요한 과제일 것 같은데 앞으로 어떻게 해나갈 계획이신지요?

“제가 공공연맹에서 새로운 타이틀 3개를 갖고 있습니다.(웃음) 그동안 3천 이상 조직에서 연맹 위원장을 했었어요. 그런데 700명 밖에 안 되는 조직에서 위원장이 나왔습니다. 그것도 3년 전에는 2표 차이로 겨우 이겼고, 이번에도 결선까지 갔습니다. 3천 이하 조직에서 위원장이 되다 보니 조직적으로 뒷받침 되지 않아서 많이 힘들었습니다. 그 다음엔 투표에 의해서 재선이 된 게 처음이에요. 예전에도 재선이 있었지만 단독 후보로 추대됐었죠. 그리고 마지막으로 탄핵까지 갔습니다. 사실 그런 부분이 3년 동안 제가 연맹을 하나로 묶어가는 데 어려웠던 점이죠. 그런 부분 때문에 기본적으로 제약 요건은 있다고 봅니다.

제 성격에도 문제가 있어요. 좋게 얘기하면 합리적 강성이라고 하는데, 제가 사실 한 번 정하면 꺾질 않는 성격도 있고, 주위를 아울러 가야 하는데, 방향 정하면 치고 나가는 부분 때문에 주변에 상처를 줬을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지금은 재선 위원장답게 통합을 끌어가야 하고 공공연맹의 가장 큰 과제는 단결, 화합, 통합입니다. 이게 없이는 외부적 역할을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성격도 많이 바꿀 것이고, 또 스킨십이 부족했다고 느낍니다. 연맹의 4만 조합원이 원하는, 대표자들이 원하는 쪽으로 제가 바꿔나가는 방향으로 연맹을 묶어 나갈 계획입니다. 최근에 계속 단사 방문을 하고 있어요. 특히 저를 지지했던 조직보다는 반대편의 조직들을 계속 만나고 있습니다. 늦어도 3월 안으로 아우르는 형태를 가져가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하나의 연맹은 안 된다

현재 한국노총 내 공공부문 노조가 공공연맹과 공공노련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국민노총과 통합 이후 지방공기업이 또하나의 연맹 형태로 들어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향후 공공 조직의 통합도 중요한 과제가 될 것 같습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지방공기업노조들이 연맹으로 들어오는 건 반대입니다. 한국노총에 조직발전특위가 있고, 이를 통해 산별 통합을 하겠다고 의지를 밝히고 있습니다. 그런데 조직발전특위의 방향에 대해 중앙집행위원회에서 반대 의견이 많아요. 특위가 구성이 되면 권한을 줘야 해요. 특위에서 결정된 사항을 중집이나 중앙위에서 다시 논의하는 구조가 되어서는 안 되는데, 지금 그렇게 흘러가는 시스템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국민노총과 통합 과정에서 김동만 위원장이 큰 결단을 내렸다고 봅니다. 현재 한국노총의 27개 산별이 존재하는데 너무 많습니다. 우리가 지향하는 것은 5, 6개 대산별로 묶는 것이 취지입니다. 더군다나 또 연맹을 만들어서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라고 봐요. 한국노총 내에 지방공기업노조들이 현재 공공연맹도 있고, 연합노련에도 있는데, 이걸 28개로 늘린다? 이건 안 맞다고 봅니다. 별도 연맹을 만드는 것은 결국 또 다른 분열을 만드는 것입니다.

제가 이번 선거에서 수석부위원장을 지방공기업노조 출신과 함께 한 이유도 거기에 있습니다. 국민노총이 설립되면서 지방공기업노조가 떨어져 나갔고 아직 안 들어왔죠. 그 분들을 안겠다는 생각을 한 겁니다. 또 지방공기업노조 중 아직 상급단체가 없는 곳이 많아요. 앞으로는 그 분들을 하나로 묶지 않으면 공공 역할에 상당히 제약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공공연맹이나 다른 연맹과 통합을 해야지 별도로 연맹을 만드는 식이 된다면 앞으로 또 얼마나 만들어질지 모르는 거예요. 만약 연맹이 또 생긴다면 내셔널센터로서 노총이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공 투쟁, 결코 진 싸움 아니다

정부가 내세운 이른바 ‘공기업 정상화’를 둘러싸고 공대위 활동을 해 왔습니다. 이 활동을 평가한다면?

“저는 결코 진 싸움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연맹이 어쨌든 공대위를 구성하고, 특히 양대 노총이 함께 했다는 틀에서 봤을 때는, 운동의 흐름에 있어서는 상당히 역할을 했다고 봐요. 그런데 문제는 전반적으로 한국 사회 노동운동의 침체라서 이걸 뚫을 수가 없었다, 예를 들어 민주노총은 투쟁력, 한국노총은 협상력이었거든요. 예전에 박인상, 권영길 위원장 때는 민주노총의 투쟁력과 한국노총의 협상력이 함께 손을 잡았기 때문에 나름대로 싸움의 승리를 이끌어갈 수 있었고, 가깝게는 이용득, 이수호 체제 때도 양대 노총이 손잡고 투쟁하던 때가 있지 않았습니까?

그런 시너지 효과들, 서로 갖고 있는 장점과 단점을 보완하며 역할을 했는데 지금 한국노총은 솔직히 교섭력도 열악하고, 민주노총의 투쟁력도 일각에선 한국노총의 투쟁력이 더 앞서는 것 아니냐고 할 정도로 열악합니다. 이게 내셔널센터의 역할 문제도 있지만 한국사회의 노동운동 침체기라는 점 때문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MB 정부와 박근혜 정부를 거쳐 오면서 계속 조금씩 노동이 후퇴하니까 만성화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가 공대위 싸움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것은 단결을 끌어내지 못했단 것이죠. 그리고 전반적으로 기업별 노조의 한계도 있고, 공공기관 노동자의 한계도 있고, 여기에다 앞서 말한 한국 사회 노동운동의 침체도 있고, 양대 노총의 역할도 있고, 이런 것이 전체가 맞물려서 돌아갔습니다. 물론 복지가 후퇴한 것은 인정하지만, 계속 양대 노총이 함께 손 붙잡고 공대위를 통해서 정부와 무언가를 시도했다는 것은 의미 있다고 봅니다.

일부에서는 졌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난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싸움은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복지 부분은 솔직히 초기 대응에서 문제가 있었어요. 예를 들어 복지 부분이 높은 것이 10개가 있으면 2개를 끌어내리고, 밑에 있는 부분들은 정부에게 더 얻어내면서 끌어내고, 이런 식으로 밸런스를 맞춰갔으면 이렇게까지 무참하게 무너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사실 5개 연맹이나 양대 노총에서 끌어내리자는 것에 대해 동의하기 어렵잖아요. 이런 부분들은 전략과 전술에 대해 깊이 있게 논의됐어야 했는데, 미흡했다는 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복지가 후퇴하기는 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정부가 워낙 조직적으로 홍보를 하고, 국민들에게 홍보하면서 갔기 때문에 우리가 그걸 방어할 수 있는 것이 부족했습니다. 향후에 있을 기능개편이나 이런 부분들, 구조조정과 민영화가 큰 부분이에요. 그 부분에 있어서만큼은 밀려서는 안 된다, 만약 여기서 밀린다고 한다면 노동운동은 희망이 없다고 봅니다. 그건 위원장으로서 연맹을 단도리 해서 준비해 나갈 겁니다. 지금까지는 복지를 중심으로 한 중점관리기관과의 싸움으로 비춰지긴 했지만, 향후에는 전체 공공 노동자들의 싸움이 될 것입니다. 우리가 10% 정도 복지 후퇴가 있었지만, 앞으로의 정부와의 투쟁에서 90%를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저는 이번 싸움이 결코 졌다고 보지는 않고요, 오히려 양대 노총이 같이 공조하고, 같이 협력하면서 정부와 맞설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에 대해 평가를 하고 싶습니다.”

공공 대산별 건설이 지상과제

2기 이인상 공공연맹의 핵심적인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앞서도 말했지만 조직의 통합이죠. 그동안 어쨌든 갈등이 많이 있었고, 극명하게 저를 지지하는 층과 지지하지 않는 층이 갈렸는데, 그 부분은 전체 조직을 관장하는 입장에선 내 문제라고 보기 때문에 내부적으로는 통합이 최우선가치입니다. 그리고 공공노련은 4만 조직에 23개 단위노조인데, 우리는 비슷한 인원에 단위조직이 97개에 이릅니다. 100명 이하 조직이 많습니다. 작은 조직들은 늘 분쟁과 어려움이 있었는데, 그걸 케어할 수 있도록 조직을 강화하는 것이 첫 번째고요.

두 번째, 정말 하고 싶은 건 공공 대산별입니다. 제가 노동을 모를 때와 비교해 노동운동을 시작한 이후에 공부를 꾸준하게 하면서 기업별 노조 활동에 대한 의문점이 들었어요. 특히 공공기관의 주인은 정부인데, 기관장은 대리인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습니다. 정부부처를 하나로 묶어 대산별을 만든다면 기재부와 교섭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봐요. 그러면 그 초기 단계에서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 정부의 열 몇 개 되는 부처가 있는데, 그걸 소산별로 만들고, 다시 묶어 대산별로 만든다면 정부와의 투쟁, 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가 노동부 유관기관노조를 만들었고. 그게 롤모델이 돼서 행정부 유관기관노조도 만들어졌습니다.

또 내부적으로는 공공노련과의 통합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1월부터 공공노련과 본격적으로 통합 TFT 구성에 대한 요청을 할 것입니다. 제 꿈이 있다면, 운동하는 사람들의 꿈이기도 하겠지만, 한국사회의 노동운동이 기업별이 아닌 산별로 이어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갈 수 있다면 좋겠다는 겁니다. 제 임기 3년 동안 한국노총 내 공공부문을 하나로 묶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로는 공공연맹 내 분과를 세분화할 생각입니다. 이전에는 산하기관과 투자기관으로 구성이 돼 있었죠. 그 밑에 지방공기업 무기계약직, 비정규직 등이 있는데 이게 사실은 묻혀서 목소리를 못 냈죠. 제가 연맹에 들어오면서 그렇게 있던 분과조직을 지방공기업 분과를 하나 만들었고요, 그 다음 무기계약직 분과를 하나 만들었거든요. 실질적인 현안은 그런 작은 조직에서 일어납니다. 그 분들의 목소리를 끌어내서, 그 분들의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연맹 내의 조직 시스템을 더 세분화해서 지방공기업, 무기계약직, 비정규직, 기타 열악한 조직들을 묶어 시스템화하고 그 분들의 목소리를 끌어낼 수 있는 연맹의 운영체계를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 그래야 실질적으로 그 분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