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생(完生)으로 가는 길
완생(完生)으로 가는 길
  • 홍민아 기자
  • 승인 2015.01.14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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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대 박광일 집행부 주요 공약으로
7급 인사제도 개선· 근무시간 정상화 내세워
[사람] 박광일 부산은행지부 위원장

ⓒ부산은행지부
‘미’치도록 일했지만 행복하지 않은 ‘생’을 바꾸기 위한 첫 걸음이 시작됐다. 12월 12일 치러진 금융노조 부산은행지부 제13대 정·부위원장 선거에서 박광일 위원장 후보자가 당선됐다. 제11대 노동조합 부장을 역임한 김은주 부위원장 후보, 현 12대 노동조합에서 부장으로 활동한 육정민 부위원장 후보, 같은 12대 노동조합에서 운영위원을 역임한 박충현 부위원장 후보와 한 조를 이룬 이번 선거에서 박 당선자는 참여 조합원 2,121명 중 유효투표자 1,996명의 54.4%인 1,086표를 얻어 제13대 부산은행지부 위원장으로 당선됐다.

2001년에 입행해 본부와 영업점에서 각각 7년, 8년을 근무했고 제 10, 11대 운영위원으로 활동한 경험이 있는 박광일 당선자는 2015년 2월 6일 정기대의원대회에서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

새로운 얼굴의 등장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위원장 후보 등록의 계기는?

“본부에서 7년, 영업점에서 8년을 근무했다. 운영위원 할 때는 본부에 있었는데, 당시 노조에서 직원들이 바라는, 원하는 부분을 시원하게 풀어주지 못하는 부분이 많았다. 본부에서 일하면서 조직문화가 경직되고 야근도 늘어나는 걸 느끼기도 했다. 그리고 은행이 최근 몇 년 동안 많이 성장하면서 지점이 늘어났는데, 상위 직급 인원수가 증가한 것에 비해 차장 이하급의 변화가 따라주지 못해서 업무과부하가 걸렸다. 인원보충도 퇴직인원에 비해서 공격적으로 할 필요가 있는데 그런 부분도 안 된 거다. 강한 조합이 탄생해서 이제는 경영진들과 강한 어조로 이야기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건 조합원들의 바람이었다.”

노조선거가 처음이었는데 어땠나?

“선거기간이 노조활동 3년의 축소판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선출직 4명이 그전에 친분은 있었지만 생각이 다른 부분이 있었다. 그런데 분열 안 되고, 큰 이슈가 있을 때마다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뜻을 맞춰왔다. 그런 과정이 앞으로 3년간 있을 미래의 축소판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이슈가 생길 때 잘 이겨 나갈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선거 기간 동안 가장 기억 남는 점이 유세 갔을 때다. 춥고 목도 아프지만 서로 격려하면서 팀워크를 만들었다.”

부산은행은 2007년에 600여 명 규모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서 7급을 신설하고 복지까지만 정규직 수준으로 맞춘 것을 알고 있는데.

“맞다. 2007년에 전환하면서 7급 3호봉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임금체계가 복잡한 게 7급 3, 4, 5호봉 등에 있다가 6급으로 승진을 하면 문제가 없다. 그런데 7급 11호봉 이상이 되면 6급 6호봉보다 월급이 많게 설계되어 있다. 그래서 7급 15, 16호봉 쯤 되는 분들은 승진을 안 하시려고 한다. 구조적으로 말이 안 되는 상황인데 사측이 이것을 놔두는 이유가 임금이 적은 편에 비해 직원들 수는 많고 생산성은 높은 편이니 조용히 넘어가자는 분위기다. 그런데 우리는 공약으로 내세워서 7급 직원들을 2호봉 가급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5급 7호봉으로 자동승진하는 제도를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기존에 5, 6급으로 입사한 직원들에게는 역차별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7급 직원들이 입행해서 자동승진을 한다면 5~6년은 잡아야 하는데 입행하고 나면 나이는 5,6급으로 바로 들어오는 여직원보다는 7급이 3~4년이 많다. 같은 대졸자이고 같은 자격인데 누군 5급, 누군 7급으로 들어오게 해서 이것인 입행제도의 모순인거다. 지금 당장에 폐지할 수는 없으니, 어느 정도는 맞춰야 한다는 거다.”

7급 관련 공약이 이행된 후의 남은 과제는?

“7급 남자 직원들의 군경력 인정 여부 문제가 남아 있다. 예를 들어서 남직원이 7급 3호봉으로 입행해 7급 때는 군경력을 인정해서 7급 5호봉이 되는데, 6급 5호봉으로 승진을 하면 군경력이 인정 안 된다. 2호봉을 인정해주지 않으니 직원들이 그런 부분에 대해서 불만이 있다. 현재 7급에서 6급으로 승진한 직원들도 많아서 7급 직원들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이 분들이 과장 승진을 하려면 40~41살 정도가 된다. 그런데 5급으로 입행한 남직원은 35살 정도면 과장으로 승진한다. 7급과 5급 입행 직원들 간에 5년 정도 차이가 나는 거다. 이 문제도 차차 해결해 나갈 생각이다.”

당선 즉시 시행 추진한다는 공약들이 있었는데 어떻게 진행 중인가?

“주 3일 PC 셧다운은 노조 간부 당직제를 통해서 감독할 예정이다. 피지 못할 사정으로 초과근무를 하게 되면 그 부분에 대해서 지불해야 할 시간외 근무수당도 정상화 할 예정이다. 현재는 초과근무를 하게 되면 보상휴가를 주고 있는데, 일이 많고 눈치 보이기도 해서 안 쓰는 실정이다. 시간외 근무수당으로 바꾸던지 보상휴가를 정착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앞서 이야기 한 7급 관련 사항과 함께 사측과 이야기 중이다.”

올해 경남은행 인수로 자산규모도 90조 원까지 늘면서 외형이 커졌는데, 근로조건 관련 아쉬운 점들은?

“생산성 1위라는 타이틀에 걸 맞는 근로조건의 변화가 필요한 때다. 조직문화의 변화도 필요하다. 근무시간 내에 충분히 일을 끝낼 수 있는데, 야근을 하면 일도 많이 하고 열심히 일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는 특정 부서장들이 있다. 그런 조직문화를 바꾸기 위해서 PC 셧다운 제도를 확대하려고 한다. 신규 채용이 아무리 많이 된들 이런 직문화가 개선이 안 되면 전혀 근무시간 정상화는 이뤄질 수 없다고 본다.

조합원들이 노조의 강한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 그간의 열망을 터뜨려 줬으면 하는 바람들이 많다. 그리고 강함을 보여주는 방법은 투쟁도 있지만 노동조합은 명분을 많이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명분은 치밀함, 분석, 조사에서 나온다. 직접 조사한 자료들을 바탕으로 사측에 맞서는 것이 힘이라고 생각한다. 선거 과정에서도 직접 조사를 해서 수치화 시켰었다. 그만큼 우리는 능력이 있다. 강하고 힘 있는 노동조합, 강하고 담대한 조합의 모습을 보여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