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雪)뽕 한 번 맞아 볼래?
눈(雪)뽕 한 번 맞아 볼래?
  • 이상동 기자
  • 승인 2015.0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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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내내 기다린 겨울…스트레스 해소에 그만
더 멋진 라인을 슬로프 위에 그리길 고대하며
[일.탈_ 나만의 힐링을 공개한다⑪] 스노보드

ⓒ오태훈
매서운 칼바람에 곤두박질치는 수은주, 한겨울로 접어들었다. 따뜻한 아랫목에서 이불 덮고 귤이나 까먹고 싶은 마음 간절해지는 것이 당연한데, 이 추위를 일 년 동안 꼬박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 겨울이라고 집에만 있을 순 없다. 눈밭에 굴러도 마냥 즐겁다. 하얀 슬로프 위에 올라서는 것은 생각만큼 어렵지 않다.

겨울이 왔다 ‘장비’를 꺼내자

이불을 덮고 늦잠을 자도 충분한 주말 새벽, 부지런하게 일어나 새벽 셔틀버스를 탄다. 꾸벅꾸벅 졸다 깨다를 반복할 즈음 스키장에 도착한다. 서둘러 내려 준비를 마치고 리프트를 탄다. 슬로프 위엔 아무도 없다. 일탈 시작이다.

“아침 일찍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 아무도 없는 슬로프를 가장 먼저 내려올 때가 제일 즐거워요.”

네트워크 장비의 유지, 관리 업무를 맡고 있는 8년차 직장인 오태훈(36) 씨는 겨울만 기다리며 1년을 산다. 일에서 쌓이는 스트레스는 스노보드를 타는 주말에 몰아서 푼다.

“빠른 속도감은 기본이고 원하는 방향으로 스노보드를 조정해 목표했던 라인을 슬로프 위에 그렸을 때, 그 쾌감은 최고죠. 그럴 때 스트레스가 날아가요.”

슬로프를 내려와 자신의 스노보드가 남긴 흔적을 돌아본다. ‘오늘은 이렇게 타고 있구나’ 슬로프에 더 멋진 라인을 그리기 위해 몇 번이고 노력한다.

그가 스노보드를 처음 접하게 된 것은 2009년 겨울이다. 친구와 술을 마시다 ‘갈까?’ ‘가자!’로 급작스레 결정을 내리고 다녀온 것이 첫 시작이었다. 어느새 6년차 스노보더가 됐다. 처음 보드를 시작했을 땐 스키장을 가던 도중, 장애가 발생해 차를 돌려야 했던 적도 있지만 이제 그 정도 준비는 문제없다.

요즘엔 평일에 스키장에 다녀올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춰져 있다. 승용차는 물론 셔틀버스를 타도 1시간 30분, 지하철을 타고 가도 금방이다. 하지만 주말 이틀을 꼬박 스키장에서 보낼 정도로 스노보드에 푹 빠져있는 오태훈 씨, 평일 보딩까지는 무리다. 주말을 불태우기(?) 위해 더욱 열심히 일한다. 혹여 주말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평일에는 일을 더욱 꼼꼼히 살피게 된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사람이 없는 슬로프를 가장 먼저 내려오는 것. 그것을 위해 항상 가장 먼저 출발하는 셔틀을 탄다. 주말이 더 바쁘다. 새벽 셔틀버스를 타고 스키장에 가기 위해 일찍 일어나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스키장에서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전날의 술자리도 피한다.

태훈 씨는 파견직이기 때문에 갑을관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어떤 업무가 됐건 고객업체에서 시키면 해야 한다. PC의 기본적인 부분도 몰라 직접 해결해 줘야 하는 경우도 많다. 노트북의 무선인터넷을 켜는 것도 그중 하나이다. 이렇게 사소한 부분이 계속 쌓이다보면 스트레스가 된다. 주말에 이틀 동안 열심히 보드를 타고나면 스트레스가 풀린다.

태훈 씨가 주로 즐기는 것은 하프파이프다. U자의 양쪽 벽을 왕복하며 점프와 기술을 반복한다. 높게 점프할수록 스릴은 커진다. 공포영화를 보거나 롤러코스터를 타도 느끼지 못했던 스릴을 스노보드를 타며 느낀다. 하프파이프를 설치하려면 한겨울의 낮은 기온이 지속돼야 한다. 수직벽에 눈이 단단하게 얼어붙어야 하기 때문이다. 보통 개장 후 한두 달은 지나야 하프파이프가 설치된다고 한다.

보드복 패션도 스노보드에 빠지게 만드는 매력 중 하나다. 형형색색의 보드복을 입고 화려한 보드를 탄 채 슬로프를 질주하는 ‘꽃보더’들이 많다. 실력 따윈 중요하지 않다. 오직 스키장 패션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여성 보더들도 있을 정도다. 당연하게도 화려한 보드복에 홀려 스노보드를 시작하게 된 경우도 있다. 예쁘게 차려입었지만 실력이 부족해 엉덩방아는 기본이고 앞구르기까지 한다. 그런 우스꽝스런 모습과 함께 여성 꽃보더들을 감상하는 재미역시 빼놓을 수 없다.

ⓒ오태훈
스노보드 첫 걸음

“아무래도 돈이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죠. 그래도 많이 저렴해졌어요.”

한 시즌 동안 무제한으로 리프트를 이용할 수 있는 시즌권의 가격도 스키장의 경쟁이 심해지면서 많이 낮아졌다. 늦여름 즈음이면 스키장마다 시즌권 판매를 시작하는데, 이때 구입하게 되면 무려 50%나 저렴하게 구할 수 있다. 겨울이 시작되기 전 2차, 3차에 걸쳐 할인 판매가 이어진다. 스키장에 자주가지 않는다면 온라인 소셜마켓에서 할인하는 단일 리프트이용티켓을 찾아봐도 좋다.

오태훈 씨는 스노보드와 부츠, 보드복을 전부 마련하는데 100만 원 가까운 지출을 했다. 하지만 아깝지 않다. 그만큼 자주 타러가기 때문이다. 장비 중에서 특히 부츠를 고르는데 가장 노력을 했다. 부츠가 발에 맞는지 꼭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많은 초보자들이 부츠가 발에 맞지 않아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고통부터 호소하게 된다. 보드와 바인딩(부츠와 보드를 결합하는 장치)은 스노보드를 계속 즐기게 되면 바꾸게 되는 경우가 많으니 대여할 것이 아니라면 저렴한 중고를 사는 것이 좋다. 특히 시즌 말인 2, 3월의 중고장터를 눈여겨보는 것을 추천했다. 장비를 마련하고, 겨울이 다가오면 장비들을 점검한다. 일탈을 준비한다.

리프트 티켓을 사고 스노보드와 부츠, 보드복을 대여하는 것도 크게 비싸거나 어렵지 않다. 겁내지 말고 시작해 보는 것도 좋다. 지하철을 타고 갈 수 있는 스키장이 있는가 하면, 시즌 내내 무료 셔틀버스를 운영하는 곳도 있다. 대부분의 시즌권에는 셔틀버스 이용료가 포함돼 있기 때문에, 시즌권을 가지고 있으면 셔틀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처음 시작할 경우엔 강습을 받거나 지도를 받는 것이 좋다고 태훈 씨는 조언한다.

“스키는 넘어지면 발에서 분리가 돼 상관없지만, 스노보드는 발이 고정돼 크게 다칠 수 있어요.”

스노보드는 넘어지는 방법부터 제대로 배워야 한다. 넘어졌을 때 충격을 줄이기 위해 헬멧과 손목, 무릎, 엉덩이 보호대는 물론 상체 보호대까지 쓴다. 스노보드 사고의 대부분은 멈추지 못해 발생하는 것이고, 잘 멈추는 법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스키는 스킬이 늘면 늘수록 어려워지고, 스노보드는 스킬이 늘면 늘수록 위험해진다는 말이 있다. 스키의 경우 자신이 보는 방향과 진행 방향이 같지만, 스노보드의 경우엔 시선과 진행방향이 달라 조금만 주의를 잃으면 바로 펜스로 향한다.

일단 사고가 발생하게 되면 모든 책임은 개인에게 있으므로 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좋다. 상해보험이 제공되는 시즌권도 있지만 별도로 보험을 가입해도 5만 원 이하로 저렴한 편이다.

그가 처음 스노보드를 시작 했을 땐 강습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아 제대로 배우기가 어려웠다. 지금은 강습도 많고 큰 온라인 동호회도 많아 초보자가 시작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각 스키장 별로 베이스캠프를 두고 활동하는 온라인 카페도 많다. 인터넷 동영상을 통한 강의도 볼 수 있고, 동호회에서 친목을 쌓았다면 뛰어난 실력자에게 원포인트 레슨을 받을 수 있기도 하다. 그가 추천하는 것은 각 스키장의 단체 강습 패키지이다. 단체로 진행하는 만큼 저렴한 비용으로 강습을 받을 수 있다.

ⓒ오태훈
1년 내내 겨울만 기다리면서 살아요

겨울은 길지 않다. 스노보드를 제대로 탈 수 있는 기간은 약 3개월이다. 짧은 기간 동안 이기 때문에 더욱 몰입할 수 있다. 겨울이 끝나고 나면 다음 겨울을 기다린다.

시즌이 끝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른 취미 활동을 찾는다. 많은 사람들이 스노보드와 비슷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웨이크보드를 선택한다. 몇몇은 자전거로, 혹은 다른 스포츠로 취미생활을 바꾼다.

정말 스노보드가 그리울 땐 해외로 원정 보딩을 가기도 한다. 2011년 8월엔 한국과 계절이 반대인 뉴질랜드로 원정을 다녀오기도 했다. 쉽게 가기 어려운 만큼 큰 기대를 품고 스키장에 도착했지만 헬기 탑승료를 아끼려 정상까지 걸어 올라갔다. 결국 다리에 쥐가 나 뉴질랜드의 천연설을 제대로 느껴보지도 못했단다. 최근에는 엔화 환율이 많이 떨어져 일본 홋카이도 원정 보딩이 유행이라고 한다. 홋카이도는 5월까지 스노보드를 즐길 수 있다.

새 시즌이 시작되기 전 열심히 돈을 벌어 새로운 장비를 마련하며 다가올 겨울을 기다린다.

2013년 한 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스키와 스노보드가 ‘사치스러운 운동이 아니다’고 대답한 비율이 78%를 기록했다. 겨울 스포츠에 대한 국민 인식은 계속 좋아지고 있다. 스노보드 인구도 계속해서 늘고 있다. 아직 늦지 않았다. 스키장에서 당신의 겨울 일탈을 계획해 보는 것은 어떨까? 올겨울 시즌도 아직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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