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는 어디 가고 재정만 남았나?
복지는 어디 가고 재정만 남았나?
  • 박석모 기자
  • 승인 2015.01.14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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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석모 기자 smpark@laborplus.co.kr
지난 한 해 동안 <참여와혁신>에서 가장 많이 다룬 주제 중 하나는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에 대한 기사들입니다. 그리고 그 기사들은 대부분 제 손을 거쳐서 나갔습니다.

공적연금 문제를 다루면서 이런 의문이 들었습니다. 연금 문제는 복지의 시각으로 풀어야 할까 아니면 재정의 시각으로 풀어야 할까 하는 의문이 그것이었습니다.

현재 공무원연금을 개혁하자는 주장은 대부분 재정의 시각에서 연금 문제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이런 시각은 여와 야가 다르지 않습니다.

물론 재정적 시각도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기는 합니다. 연금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 수준을 결정하려면 정교한 재정 계산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지속가능성만 고려하다 보니 왜 연금제도를 운영하는지 그 목적을 망각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는 겁니다.

공적연금을 운영하는 것은 노후에 최소한 인간적인 품위를 잃지 않을 정도의 생활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상식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젊었을 때 열심히 노력해서 경제에 이바지한 만큼, 은퇴 후에도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국가가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 공적연금을 운영하는 기본적인 목적입니다.

그렇다면 공적연금은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이 가능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수준을 유지하면서도 지속가능하기 위해 기여금과 급여액, 그리고 국가의 보전은 어느 정도가 적정한지를 계산하는 것이 바로 재정 계산의 역할입니다.

그런데 지금 진행되는 연금 논란에서는 이런 전제가 역전돼 있습니다. 적정한 노후소득 수준은 온데간데없고 오로지 재정 계산만을 가지고 갑론을박하고 있는 것이지요.

사실 이러한 논란은 연금을 바라보는 기본적인 두 개의 시각과 관련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하나는 세계은행의 주장으로 연금을 다주(pillar)체계로 구성하려는 시각이고, 다른 하나는 이에 대항해 ILO가 주장하는 것으로 연금을 다층(tier)체계로 구성해야 한다는 시각입니다.

우리나라를 예로 들면 다주체계는 공적연금이라는 1기둥, 퇴직연금이라는 2기둥, 개인연금이라는 3기둥을 세워 연금체계라는 집을 완성한다는 입장입니다. 그런데 1기둥은 최소한으로 축소해야 한다는 게 다주체계 주장의 핵심입니다. 사적연금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거죠.

반대로 다층체계는 공적연금이 1층으로서 ‘모든’ 국민의 기본적인 생활을 보장하고,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이라는 2층, 3층은 보다 더 윤택한 노후를 원하는 개인이 자발적으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공적연금이 강화되는 게 핵심이죠.

재정 계산으로 공적연금을 푼돈 수준으로 떨어뜨리고 사적연금을 활성화해서 이를 보완하려는 정부의 주장을 보면서 다주체계를 쉽게 떠올리게 됩니다. 다주체계에서 연금 운영은 국가가 아니라 이윤을 추구하는 금융자본이 담당합니다. 금융자본의 이윤이 우선시되는 거죠. 국민의 안정적인 노후는 관심 밖이거나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는 겁니다.

지금 공무원연금을 비롯한 공적연금을 개혁하는 데 있어서 가장 필요한 것은 공적연금을 운영하는 기본적인 목적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