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고통 위에 대한민국 발전 없다
노동자 고통 위에 대한민국 발전 없다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5.02.16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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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파업 왜 하는지 현장까지 전달될 수 있어야
투쟁 없는 정치방침 논의는 탁상공론
[사람]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 이현석 객원기자 175studio@gmail.com
민주노총 8기 임원선거는 직선으로 치러졌다. 총연맹 임원을 직선으로 뽑은 건 처음이다. 결선까지 가는 선거과정 끝에 한상균-최종진-이영주(위원장-수석부위원장-사무총장) 조가 앞으로 3년간 민주노총을 이끌어갈 지도부로 선출됐다.

한상균 위원장은 선거과정에서 ‘노동자 살리는 총파업’을 핵심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말로만 그치는 게 아니라 임기를 시작하자마자 총파업 투쟁본부를 구성하고 총파업 조직화에 들어갔다. 한상균 위원장이 구상하고 있는 올해 민주노총의 모습을 들어봤다.

민주노총에 많은 걸 바라는 게 아니다

현장정서를 반영한 직선제를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선거과정에 대한 소회를 밝힌다면?

“최대한 많은 사람을 만나기 위해 노력했지만 생각보다 어려워 아쉬웠다. 하지만 현장에서 조합원의 손을 잡고, 그들의 간절한 바람들을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던 선거였다. 간선제였으면 확인할 수 없던 점인데, 선거과정에서 확인한 현장 정서를 당선자가 오랫동안 간직할 계기가 된 것이다. 의외로 민주노총에게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는 것도 확인했다. ‘제발 많은 것 하려하지 마라. 민주노총이 투쟁하는 조직 아니냐. 이에 대한 전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조합원들이 많았다.

새벽에 주간연속2교대제를 시행하는 공장을 나가서 다음 날 새벽까지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발가락에 물집이 생길 정도로 대공장을 누비며 현장을 직접 만나는 방식으로 운동을 했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리긴 했다. 하지만 각자 다른 조건에 있는 조합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보람 있었다.”

운동 과정에서 만난 조합원 중에 기억에 남는 일이 있었다면?

“선거운동 초반이었는데 국민TV 토론회를 봤다는 조합원들이 꽤 있어서 놀랐다. 활동가들도 본 사람이 별로 없다. 오히려 조합원들이 토론회를 보면서 구체적으로 아쉬운 점을 지적하고, 다음 TV토론회에서 이러저러한 부분을 확인하고 후보를 결정하겠다는 말을 할 만큼 상당히 의미 있는 발언을 많이 해주는 게 좋았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겉으로는 달라졌지만, 여전히 70년대 전태일 정신이 요구되는 점도 안타까웠다. 또다시 민주노조를 요구하고 지키기 위해 열악한 조건에서 투쟁하는 동지들이 있다는 걸 보면서 한국사회의 노동3권이 정말 심각하게 무너지고 있다고 느꼈다. 이런 상황들을 과연 우리 전체 활동가나 노조 사무실 친구들이 알고 있었을까 생각하면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총파업은 시대의 목소리

총파업을 둘러싸고 과연 가능한 것인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고, 민주노총이 총파업에 집중하면서 힘의 균형이 쏠리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총파업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

“총파업이라는 세 글자는 함부로 꺼내는 것이 아니다. 총파업은 목적이 아닌 마지막 수단이다. 총파업은 공약을 이행하기 위한 것이 아니며, 전체 조합원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분명하게 인식을 하고 있다.

총파업이 가능한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고 있는데, 총파업을 하지 않고 무엇을 지키고, 바꿔 나갈 것인지에 대한 답은 누구도 하지 못한다. 각각 조건이 다른 산별들이 있음에도 동일한 의제로 목소리를 낼 수 있음을 확인했다. 노동계뿐만 아니라 고통 받는 모든 서민들이 총파업을 기대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현재 우리 민주노총은 과거 노동계의 대표성을 확실하게 자리 잡았을 때보단 많이 약화된 것이 사실이고, 이 힘을 강화해야 하는 중요한 과제를 떠안고 있다. 만약 혼자 싸워서 안 되면 힘을 빌려야 하는데, 투쟁하는 민주노총과 저항할 수밖에 없는 현재 절대 다수의 민중과 힘을 합쳐 나가야 하는 것이 2015년의 정세이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통을 핵심적으로 전면에 걸고, 비정규직에 대한 투쟁들을 전면배치할 것이다. 그리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공공과 민간, 대기업과 중소기업 어느 부분 하나 따로 갈 수가 없는 국면이기 때문에 상호 보완하면서 자본을 일방적으로 대변하는 정권에 맞서 싸워야 한다는 공감대로 힘을 모아야 한다.

총파업은 선거 과정에서부터 조합원의 뜻이다. 더 이상 당할 수만은 없다는 것을 표출하고 있다. 그동안 수많은 목소리와 태산처럼 쌓여있던 분노들을 확인했기 때문에 기술적인 것이 아니라 시대적 목소리를 걸고 갈 수밖에 없다. 민주노총 조합원뿐만 아니라 이런 목소리를 국민들에게 진솔하게 말하고, 동의를 구하고, 함께 응원할 것을 요청할 것이다. 그래서 종국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반노동정책을 바꿔내고, 노동자가 한국 사회를 지탱하는 한 축임을 확인할 것이다. 노동자가 고통 받는다면 한국사회가 발전할 수 없음을 확인하는 것이 최종목표이다.”

일반 대중에게 비춰지는 민주노총의 이미지도 중요하다. 홍보 전략과 같은 부분은 큰 그림을 어떻게 그리고 있는가?

“늘 우리는 우리의 언어에 익숙해져 있다. 논의 과정에서 각종 자료들을 보면 숨이 막힌다. 민주노총의 회의자료는 왜 이렇게 어려운지 모르겠다. 국민들이 보기엔 어려울 것이고, 이를 대중적 언어로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민주노총이 무엇을 하는지 쉽게 제시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공무원연금 개악과 관련해 공무원노조는 대중 홍보를 하고 있다. 민주노총도 1차적으로 설 연휴에 기차 같은 곳에서 대국민 선전전을 할 계획이다.

그리고 민주노총이 이 땅에서 노동자, 서민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이며, 이를 위해 어떤 투쟁을 할 것인지를 호소하는 책자를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 민주노총은 개별 이슈에 대한 선전 홍보를 각 산별 조직에게 맡겼는데, 이번에 조직을 개편하면서 선전홍보 부문을 강화했다.

주요한 속보나, 국가 정책들이 나올 때마다 이에 대응하는 자료도 내고, 현재 박근혜 대통령의 정책에서 반노동정책이 어떻게 진행되는 것인지, 어떻게 파급되는지 분명하게 정리해서 전체 조합원, 아주 낮은 곳에 있는 현장까지 전달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노동-자본 질서, 공평하게 맞춰야

한상균 집행부가 박근혜 정권과 양립하기란 어려울 것 같다. 노동자 친화적인, 민주노총 친화적인 정권을 만들어내기 위해 조직차원에서는 정치방침의 재설정이 필요할 것 같다.

“그건 논의를 깊게, 시간을 들여 해야 할 것이다. 기본적으로 현재 방침은 진보정치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이다. 민주노총이 대중조직으로서 어느 한 쪽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진보정치의 현실을 새롭게 써야만 하는 시점에 와 있다. 어느 조직의 지침에 따라 해야 할 사항은 아니고, 대중의 힘에 의해 만들어져야 한다. 우리도 정치위원회를 가동해 현장 의견을 모아 차분히 해 나갈 것이다.

ⓒ 이현석 객원기자 175studio@gmail.com
사실상 선전포고는 박근혜 정부가 먼저 했고, 연일 계속해서 선전포고가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 확인하고 있다. 그리고 노사정위는 사실상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것을 정부가 증명하고 있다. 이건 민주노총, 한국노총 어느 한 쪽 할 것 없이 전체 노동자를 조롱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대통령이 단임제라는 맹점이 있다. 결국 지지율과 무관하게 자기 과제를 끌고 갈 수 있다는 낮은 정치적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다.

사실 박근혜 대통령이 우리의 타도 목적은 아니다. 실질적으로 한국 사회에서는 재벌의 힘이 정권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대통령이 바뀐다고 바로 사회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건 현재 노동과 자본의 질서를 공평하게 하는 과정들이다. 정치하는 사람이 국민과 한국사회의 미래를 위한다면 이 질서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데, 선거 때만 말을 하고 끝나면 하지 않는다. 이걸 국민이 알아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선거 때 정리해고 남용 문제, 상시적 업무를 하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는데, 공공부문부터 구조 개혁 한다면서 기존 일자리를 억압하는 천박한 노동정책을 내고 있다.

정치적 의제로 ‘노동을 중심으로 한 세력들이 결집할 힘이 무엇일까’를 고민할 때 투쟁에 대한 자신감 없이는 탁상공론이라는 분명한 입장을 갖고 있다. 정치적 역동성들이 함께 투쟁을 만들어 갈 것이다.”

마음은 날마다 쌍용차로 달려간다

가슴 아픈 말이지만, 친정인 쌍용자동차 문제가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선거운동도 같이 했던 분들이 굴뚝에 올라가 있는데, 어떤 생각이 드는가?

“매일 달려가고 싶은 동지적 마음은 부인할 수 없다. 이미 쌍용차처럼 정리해고, 노조 파괴, 비정규직 파괴, 손배 가압류 등으로 고통 받는 노동자가 너무 많기 때문에 굴뚝이란 상징성으로 단결을 호소하고 있다. 한국사회의 모순에 대해 말하는 두 동지의 처절한 투쟁이 가슴에 대못처럼 박혀있지만, 구조적 문제를 민주노총이 분명하게 해결하지 못한다면 굴뚝에 오르고, 단식하는 동지가 계속 생길 수밖에 없다. 2015년은 그런 것들이 끝나는 해로 규정하고 있다.

힘을 모아야 한다. 자본은 지금 노동자들이 밥을 굶어도 꿈쩍 안 한다. ‘내성이 생겨서 굶나보다’, ‘오체투지 하나보다’ 하며 계속 둔감해지고 있다. 굴뚝을 올라가도 관심이 없다. 그렇게 정권이 노동자를 무시하니 자본은 ‘우리 손을 들어 준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탄압으로 노조가 안 깨지면 법으로 깨고, 손배 가압류로 잡으려 한다.

정권도 마지막 저항 세력인 조직 노동자를 철저하게 깨야 하기 때문에 자본과 이해관계가 맞는다. 정부와 기업이 찰떡궁합인 모습이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굴뚝에 올라가 사회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 트위터나 여러 SNS를 통해 전 세계로 소식을 전하고 있어 고맙다.

쌍용차 투쟁은 한국사회의 갈등과 아픔의 대명사로 남아있다. 그런 관점에서 조속한 해결이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조합원들의 일하고 싶은 희망을 이뤄줘야 한다. 동지들의 그 조건을 내가 잘 알고 있기에 나도 힘이 든다. 활처럼 등을 휘고 칼잠을 자야만 하는 조건에 대한 애처로움이 있지만, 건강 지키면서 잘 이겨내야 한다.

현재 교섭도 들어갔기 때문에 현장의 조합원들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단순한 복직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들도 쌍용차를 걱정하고 있고, 신차 티볼리가 정말 사랑 받길 원한다. 회사가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는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회사’가 단순한 구호로 머무르지 않게 하려면 해고자들의 간절함을 빨리 받아들이는 모습에서 출발하면 될 것이다. 쌍용차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경영진이 잘 판단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