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끈한 노동조합’을 가르쳐주고 싶다”
“‘끈끈한 노동조합’을 가르쳐주고 싶다”
  • 박상재 기자
  • 승인 2015.02.16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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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안지부 탈퇴 이후 예산이 가장 큰 고민
전문가포럼·여성위원회 설치로 조직력 끌어 올릴 것
[사람] 류기섭 노동부유관기관노조 위원장

ⓒ 김효진 객원기자 kkimphoto@gmail.com
2014년 12월, 류기섭 노동부유관기관노동조합(이하 노동노조) 위원장이 재선에 성공했다. 지난해 7월 가장 규모가 컸던 산업안전공단지부(이하 산안지부)가 탈퇴를 선언하면서 노동노조는 활동에 큰 어려움을 맞이했다. 류기섭 위원장의 고민과 계획을 들어보았다.

지난해 노동노조 지부 중 가장 규모가 컸던 산안지부가 탈퇴했다. 아무래도 활동에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 같은데.

“조직 규모가 줄어들면서 예산 문제가 가장 걱정이다. 그래서 산별의무금을 높이는 방법을 생각 중인데, 일부에선 산별의무금이 높아서 노동조합 활동을 못하겠다는 말도 나오니 답답하다. 연맹을 대산별로 전환하자고 연맹 회의 때 제안하기도 했다. 어차피 산별은 대산별로 가기 위한 과도기적 단계라고 볼 수 있다. 소산별 단계에서 또 다른 산별을 확산시켜 나가는 것이 목표였지만, 환경부노조 외에는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이 사실이니 차라리 빠르게 대산별로 가자는 것이다. 다만 지금은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기 때문에 앞으로 계속 논의해야 할 부분이다.”

다른 말로 하면 소산별의 한계를 맞았다고 할 수 있을까?

“소산별의 정책적인 한계라고 말할 수는 없다. 사실 산안지부의 탈퇴가 아니었다면 소산별의 역량을 지속적으로 키워나갈 수 있었다. 그리고 2010년의 복수노조 허용, 타임오프제 적용이 소규모 조직들에겐 직격탄이 됐다. 지난 5년을 돌아보면 복수노조를 악용하는 경우가 많았고, 타임오프제 적용으로 소규모 조직에선 무급 전임자의 임금을 부담하면서까지 운영하기엔 예산의 한계도 생겼다는 것이다.

이런 외부적인 환경변화가 아니라면, 노동조합의 활동은 분명 대한민국의 역사에 남을 일이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본다.”

이전부터 노동노조에서 지적해 온 문제 중 하나가 고용노동부 산하기관의 임금 수준과 노동강도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노동조합, 공공기관이 함께 노력한 결과 2013년에 예산편성 지침을 통해 임금 수준을 고려한 기관별 추가 임금 인상률을 적용받았다. 직접적인 결과를 끌어낸 것은 아닐지 몰라도 노동노조가 충분히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또한 MB정부가 공공기관 선진화정책을 통해 공공기관 인력을 감축시킨 이후 노동 강도가 높아졌다. 인력감원은 하면서 업무량은 조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기가 안 좋아지고, 실업률이 높아지는 만큼 고용노동부 산하기관들이 할 일이 많아짐에도 불구하고 인력 충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고용은 넓은 의미에서 복지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가 복지국가로 가기 위해서라도 인력 증원을 통해 고용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정부에게 요구할 것이다.”

1기 때부터 대정부 직접 교섭 쟁취를 핵심 사업 중 하나로 꼽고 있는데, 현재 어디까지 진행된 것인가?

“공공부문 노조는 많은 사람들이 말하듯 교섭의 이중구조가 문제이다. 이사장이나 원장이 교섭대표로 나서지만, 이들이 실제적인 권한을 갖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이러한 지점을 지적한 것이다.

사실 대정부 교섭의 최종적인 완성은 대산별 아래 공공부문이 뭉쳤을 때 비로소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당장 포기해야 할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공식적인 자리를 갖지는 않았지만, 비공식적으로는 고용노동부와 몇 차례 만나기도 했고, 연락을 하면서 지내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 대정부 교섭을 위한 기반을 마련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는데, 조직력을 어떻게 강화해 나갈 것인가?

“현 상황에서는 고용노동부를 교섭 장소로 끌어내는 것이 조직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그래서 전문가포럼을 구상 중이다. 전문가를 통해 주제를 선정하고, 논의해 결과를 만든 뒤 이를 공유하다 보면 정책적으로 제안할 수 있는 것들이 쌓일 것이다. 회의 내용이 쌓이다보면 고용노동부에서 먼저 내용에 대해 관심을 보이고, 이를 계기로 좀 더 다양한 방식의 논의도 가능해질 것이다. 정책노조의 역할을 지속적으로 해 나갈 것이라는 뜻이다.

다음은 노동조합의 참여도를 높이는 것이다. 내부적으로도 어려움이 있을 때는 참여와 단결이 이뤄지지만, 일상적으로 이뤄진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1기 때는 소산별을 추진했던 위원장 간에 소산별의 필요성을 공감하며 함께 활동했다. 하지만 2기로 접어들어 집행부나 위원장이 바뀌면서, 개별집단의 이익을 우선시하며 활동하다보니 내부적으로 갈등구조를 보이기도 한다. 그간 경험을 토대로 다시 한 번 ‘끈끈한 노동조합’을 후배들에게 가르쳐주고 싶다.

그리고 여성위원회 설치도 생각해보고 있다.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여성 직원이 많아지기도 했고, 정부에서도 여성과 관련된 정책들이 추진되고 있다. 이젠 노동조합도 여성의 활동과 참여도를 높여갈 수 있는 방법들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