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이 좋았지
그 시절이 좋았지
  • 이상동 기자
  • 승인 2015.02.16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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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1990년대를 다룬 케이블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그 시절에 대한 추억이 화두가 된 적이 있었다. 김광석의 노래가 자주 들리고 지금은 활동을 하지 않는 옛날 가수들에 대한 이야기가 종종 화제가 됐었다.

그리고 1950년대 한국전쟁 이후를 그린 영화 ‘국제시장’이 개봉하며 또다시 옛날이 중심에 섰다. 국제시장은 1월 말 관객 1,200만 명을 돌파하며 그 인기를 입증했다. 각종 논란도 있었지만 그런 부분은 뒤로 던져두고 말하자면 옛 시절의 추억을 이야기 하는 것이 지금 얼마나 잘 먹히는 아이템인지 알 수 있다.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 추억이 되고 추억은 미화된다. 고통의 기억은 쉽게 추억으로 변한다. 어르신들이 술자리에서 하던 ‘그 시절이 좋았지’라는 말이 이젠 나도 어색하지 않다. 나는 박정희 유신독재와 전두환 군사독재 시절을 거쳐 결국 IMF로 이어지는, 그 당시의 삶의 어느 부분이 좋았다고 말하는지 몰랐다. 길었던 군사독재가 끝나고 조금 살아볼까 싶더니 IMF로 삶은 더 피폐해졌다. 도대체 어디가 그렇게 좋았단 말일까?

그렇지만 이제 나도 ‘조금’은 이해가 된다. 아마도 무한도전의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 방송 이후가 아닐까 싶다. 20년 전에 인기를 끌었던 가수들이 무대에서 그때 당시의 노래를 부르는 모습은 묘한 향수를 불러온다. 울컥하는 심정도 있었다. 그렇다. 그때가 좋았다.

이제는 애 엄마가 된 SES의 슈가 생각난다. 시간은 흐르고 어느새 연예계의 중심에서 벗어나 아이들을 키우며 살고 있던 주부가 토토가를 통해 다시 무대의 중심에 섰다. 유흥업소에서 노래를 부르던 김정남도 다시 터보로 무대 중심에 섰으며 김현정과 소찬휘 역시 그 실력이 녹슬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그들은 무대에 섰을 때 삶의 중심에 있었다.

토토가가 끝나고 그 후유증이 길다. 아직도 주변엔 90년대 노래가 들려온다. 물론 나 역시 그때가, 그때의 노래가 좋다. 문득 드는 생각은, 그것이 좋은 건 그때 내가 어렸기 때문이 아닐까하는 것이다. 2012년엔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제목의 책이 출간돼 1년 동안 베스트셀러를 유지하고 어마어마한 판매고를 올렸다. 그랬던 상황에 대한 답이 요즘에는 ‘아프면 환자지 무슨 청춘이냐’는 말로 돌아온다.

그 책을 사서 읽었던 그 당시에는 알지 못했던 부분이 이제는 느껴진다. 청춘은 아파야 하는 것이 아니다. 청춘은 청춘으로서 충분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때가 좋았던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는 아직 청춘이다. 그 책의 내용을 떠올려 보면 아직 아픈 시기이고 한참을 더 아파야 하지만 옛 가수들의 노래를 들으며 ‘그 시절을 떠올리다 보면’ 그때의 좋았던 기억만 남는다. 

그렇기 때문에 나의 청춘이 앞으로 더 아프지 않고, 이 시절이 좋았었구나 하고 기억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어른들의 추억에 ‘그 시절이 좋았던’ 것처럼. 나와 같은 청춘들이 2015년에는 조금 더 행복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