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보호는 무슨 과보호
과보호는 무슨 과보호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5.03.11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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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초 OECD는 회원국들의 구조개혁 평가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한국의 경우 빠른 경제성장을 지속하면서 OECD 상위권 국가와 GDP 격차가 줄어들고 있지만, 생산성이나 과다한 노동시간 등은 개선점이라고 지목하고 있습니다.

특히 노동시장 부문에선 이중구조 문제를 해소하는 게 우선되어야 성장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조금 더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정규직에 대한 고용보호를 완화하고, 부당해고 구제절차를 빠르고 단순하게 하며, 동시에 비정규직에 대한 사회안전망을 확장하면서, 직업능력을 업그레이드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게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해결을 위한 제안입니다.

말이라는 건 참 묘하게도 듣기 좋은 말들이 귀에 쏙쏙 들어옵니다. 듣는 사람마다 각자 생각에 따라 재구성되기도 하고, 그래서 종종 오해도 삽니다.

OECD 보고서의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해결을 위한 제안을 읽으며 어떤 사람들은 밑바닥으로 추락하는 비정규직의 현실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을지 모릅니다. 또 어떤 사람들은 정규직들의 임금이나 고용보호, 복리후생이 과도하니 적정 수준으로 끌어내리는 게 격차를 줄이는 해법이라고 생각했을지 모릅니다.

흔히 들리는 ‘정규직 과보호’라는 표현을 접할 때마다, 누가 얼마나 받고 누려야 ‘과보호’에 해당할 지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대표적인 고임금 직종, 대기업, 이른바 ‘귀족노동자’라고 오해 받는 두 군데 사업장을 살펴봤습니다.

직원들의 평균 근속은 15년에서 20년에 이릅니다. 더 중요한 것은 평균은 말 그대로 평균이라는 점, 근속 5년 이하 젊은 신입직원들을 제하면 일터는 더욱 늙었습니다. 23년, 24년 이상 일해 온 직원들이 70% 이상이라고 합니다. 서울에서 올림픽이 열렸던 해 입사한 직원들, IMF 직전인 1995년에 입사한 직원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기도 합니다.

이들의 자녀가 이제 다 커서 대학에 들어가고,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결혼을 할 나이가 됐습니다. 비싼 등록금을 들여 대학 공부를 시켜도 번듯한 직장에 취직하는 게 참 어렵습니다. 결혼을 시켜 가정을 꾸린 이후에도, 자식들의 빠듯한 살림살이를 다달이 지원하는 정규직 부모들이 많다고 합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소득을 비롯한 여러 가지 격차를 줄여가야 한다는 점은 공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방법이 문제이고, 또 그걸 말하는 방법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과보호는 무슨 과보호!”라고 손사래를 칠 사람들도 있겠지만, 설사 과보호라고 하더라도 그걸 깨뜨리는 것이 문제해결의 방법일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봅니다.

백번 양보해서 높은 걸 끌어내리고 낮은 걸 끌어올려서 맞추는 방법도 좋습니다. 그럼 높은 기업소득에 비교해 낮은 가계소득을 맞춰봅시다. 임금을 팍팍 올려주면서 말입니다.

쓸 데 없고 듣기 싫은 ‘과보호’ 이야기가 더 이상 들리지 않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