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법 사각 초단시간 노동 해마다 고용불안
노동법 사각 초단시간 노동 해마다 고용불안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5.03.11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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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전담사 처우개선 요구, 경북에서 폭발
설 연휴 앞두고 농성장 공권력 투입
[사건] 경북 돌봄전담사 파업

공공기관 중에서도 교육기관들이 비정규직을 가장 많이 쓰고 있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다. 지난 2월 11일부터 경상북도교육청에서 농성을 벌이던 돌봄전담사들이 설 연휴를 앞둔 17일 오전 경찰에 연행됐다. 교육청의 시설보호 요청에 따라 ‘업무방해 및 주거침입’ 혐의가 적용됐다. 1주 간 노동시간이 15시간 미만인 ‘초단시간 노동자’인 이들은 고용보장과 무기계약 전환 등을 요구하고 있다.

ⓒ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학교, 비정규직 가장 많이 쓰는 곳

지난 2013년 정부는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열고 공공부문 비정규직 6만5천여 명을 2015년까지 단계적으로 정규직(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한다. 전체 810개 기관 251,589명의 비정규직 중 교육기관에서 일하고 있는 이들은 모두 125,572명으로 중앙행정기관, 자치단체, 공공기관, 지방공기업 중 가장 많다.

교육부는 학교회계직원 고용안정 및 처우개선 대책안을 마련한다. 고용안정과 관련해선 1년 이상 상시·지속 근무자를 평가를 거쳐 무기계약으로 전환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최근 경북지역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돌봄전담사 이슈는 각종 노동법의 보호 울타리 사각에 놓여 있는 초단시간 노동자들의 현실과 관련이 있다.

근로기준법에서는 1주 동안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노동자들에게 휴일과 연차유급휴가 적용의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역시 주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노동자들의 퇴직급여제도 적용도 배제한다. 기간제법에서는 이들 초단시간 노동자를 2년을 초과해 기간제로 사용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두었다.

1개월 동안 소정근로시간이 60시간 미만인 단시간 노동자는 국민연금법상 사업장 가입자에서 제외된다. 1주 간 15시간 미만인 이들은 고용보험법의 피보험자에서도 제외된다.

ⓒ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복지 공약은 다 희미해져

2014년 교육부 국정감사 제출 자료를 보면 학교회계직원 142,152명 중 초단시간 노동자는 10,709명으로 7.5% 수준이다. 이는 2013년 7,619명에서 36%가 증가한 규모다. 정확하게 규모 파악이 어려운 강사 직종의 단시간 노동자들을 포함하면 노동계는 약 10만 명 규모라고 추정하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산업에서 초단시간 노동자가 약 49만7천 명이고, 전체 임금노동자 대비 2.7%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학교의 초단시간 노동자는 4배 이상 높은 수다. 교육기관의 비정규직 규모가 눈에 띠었던 것만큼 주목할 만한 수치다.

최근 학교에서 초단시간 노동자가 늘어난 것은 돌봄교실 확대 정책의 영향이 크다. 박근혜 정부도 인수위 시절부터 국정과제로 이 부분을 내세웠다. “안심하고 양육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을 위해 학교 내 돌봄을 강화해, 오후 5시까지 초등학생 방과 후 돌봄프로그램을 무료로 제공하고, 저녁 10시까지 온종일 돌봄교실을 운영한다는 계획이 명시돼 있다.

또 중위소득 50% 이하 계층을 대상으로 학비, 급식비, 방과 후 지원 등 교육복지 지원사업을 늘리겠다는 계획도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후보자 시절과 집권 초기 내세웠던 복지부문 공약들이 임기 3년차를 맞아 무게감이 떨어진 것처럼, 돌봄교실 역시 비중이 줄어들었다.

교육부 국정감사 제출 자료에 따르면 전국의 돌봄전담사는 10,072명 수준이다. 이 중 무기계약으로 일하고 있는 이들은 4,935명으로 전체의 49%이다. 기간제 근로자 중에서도 특히 앞서 언급한 주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노동자들은 3,322명이다. 전체 돌봄전담사들의 33% 수준이다.

이들 돌봄전담사들의 고용이 기간의 정함이 있는지 없는지, 초단시간의 비중은 얼마나 되는지 지역에 따라 편차가 크다. 가령 서울과 대구, 울산 지역의 경우 초단시간 노동을 하는 돌봄전담사는 없다. 초단시간 노동을 하는 돌봄전담사가 가장 많은 지역은 경기 1,093명, 경북 528명 순이다. 이번에 문제가 불거진 경북지역은 전체 돌봄전담사 중 초단시간 노동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74.2%로 전북 99.8%, 세종 76.5%, 충남 75.5%의 뒤를 잇는다.

ⓒ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10분 단위 근로계약 일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에 가입한 경북지역 돌봄전담사들은 지난 2월 12일부터 파업에 들어갔다. 50여 개 학교에서 근무하는 이들이다. 이들은 11일부터 경북교육청에서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이들은 주 15시간 미만의 초단시간 근로계약을 만들기 위해 각종 꼼수가 횡행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근무시간을 13시 40분부터 16시 30분까지로 계약하는 등 이른바 10분 단위 근로시간 변경이라든지, 요일별로 다른 근로시간을 맞춰 주 15시간이 채 안 되도록 조정한다.

주 5일제를 감안하더라도 이들의 근로시간은 하루 세 시간이 안 된다. 초등학교 오후 돌봄교실이 통상 5시간 운영되는 것에 못 미친다. 결국 전담 인력이 있는 돌봄교실로 아이들이 옮겨 가거나, 방과 후 수업을 듣거나, 사설 학원에 가야 한다. 당초 초등 돌봄교실의 취지가 저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을 감안하면 아이들에게 안정적인 보육 환경을 조성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실제 돌봄교실 현장에서는 상황에 따라 초과 근무가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준비 시간이나 시간외 근무 등을 감안하면 실근로시간은 주 15시간 이상이라는 것이다. 이들 농성 노동자들은 고용보장과 실근로시간 인정, 실근로 주 15시간 이상 무기계약 전환, 상시근무 1일 6시간 이상 확립, 학교회계직 공통수당 100%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경북교육청에서 농성을 벌이던 노동자들은 17일 새벽 경찰에 연행됐다. 몸을 묶은 쇠사슬을 절단기로 끊고 농성자를 연행하던 와중에 부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사태 해결 미온적인 경북교육청

돌봄전담사를 포함한 학교비정규직의 사용자는 개별 학교장이 아니라 교육감이라는 판결이 이미 지난 2013년 나온 바 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가 지난 2012년 지자체 교육감을 대상으로 단체교섭에 불응한 데 대해 중노위 제소를 진행했고 승소했다. 이에 불복한 전국 10개 광역시도 교육감은 행정소송을 벌였지만 다시 패소했다. 경북지역 돌봄전담사 역시 문제해결을 요구하며 경북교육청에서 농성을 벌인 이유다.

하지만 경북교육청은 문제해결 여력이 없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경북교육청 교육정책과 성태동 장학사는 “예산 축소로 처우 개선 등의 요구를 수용할 여력이 없다”고 밝혔다. 경북교육청의 올해 교육복지지원 예산 계획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초등돌봄교실 운영 예산은 189억3천만 원 수준이다. 지난해 169억3,400만 원에 비해 늘었다. 하지만 성 장학사는 “추경예산을 통해 지난해 전체 예산은 207억 원 규모였으며, 실제로 줄어든 게 맞다”고 해명했다. 올해에 들어서 달리 예산을 끌어올 곳도 없다고 밝혔다.

이는 비단 초등돌봄교실 뿐이 아니다. 방과 후 학교 운영, 주5일제 수업지원, 저소득층 자녀 방과 후 자유수강권 지원 등의 사업 역시 지난해에 비해 예산이 줄었다. 방과 후 교육지원 사업은 ▲정규 교육과정을 보완하는 다양한 학습 기회 제공 ▲맞벌이·저소득층 가정 자녀의 교육·돌봄 지원을 통한 사교육비 경감 및 교육 복지 실현 ▲방과 후 학교 운영 활성화를 통한 계층간·지역간 교육격차 완화 등의 사업목적을 갖고 있다고 경북교육청은 밝히고 있다. 취지가 무색하게도 재정 면에서 여력이 없다.

타 지역에서는 무기계약 전환이나 처우개선이 원만하게 진행된 사례도 있기 때문에, 예산을 핑계로 사태 해결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경북교육청에 태도에 문제도 제기된다. 대구와 경북지역의 YMCA협의회는 23일 성명을 내고 “지역사회의 큰 우려”라고 밝혔다. 특히 이영우 교육감과 경북교육청이 “대화와 교섭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가 하면, 공권력을 통한 강제해산 등 강경 일변도를 고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농성을 벌이다 연행된 돌봄전담사 조용려 씨는 “교장을 만나 무기계약직 전환을 요구했지만, 교육청에서 해주지 말라고 한다는 답을 들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돌봄전담사의 98.1%(151명), 91%(202명)을 무기계약직으로 운영하고 있는 울산과 대구교육청 관계자도 역시 예산이 부족하지만 하루 8시간 근무하는 돌봄전담사가 저녁 7시까지 돌봄교실을 운영하도록 재원을 늘렸거나, 교육감이 무기계약 전환에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추진했다고 밝혔다.

연초부터 어린이집 폭행 사건이 보도되면서 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다. 다른 종류의 문제지만 자녀들을 맡기고 일하러 나가야 하는 부모들의 마음은 불안하다. 경북지역의 돌봄전담사 문제를 바라보는 시민사회단체가 “부모들이 돌봄 교사들의 처우와 환경이 이처럼 열악한 것을 안다면 과연 편안한 마음으로 아이를 맡길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힌 부분은 생각해 볼 여지를 남긴다.

더 나아가 “아이들도 이러한 차별과 배제와 이중성을 보고 자란다면 과연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을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걱정은 더욱 씁쓸함을 남긴다. 학교 안에서 이뤄지는 모든 행위는 학습이든 활동이든, 청소나 급식이든 모든 게 교육의 일환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