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되지 않은 투자처, 연기금은 들어가기‘무섭다’
검증되지 않은 투자처, 연기금은 들어가기‘무섭다’
  • 참여와혁신
  • 승인 2004.1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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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투자의 문제점
주가변동성 미국·영국 비해 두 배 이상…수익 보장 못해

연기금의 투자처를 둘러싼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투자다변화라는 이름으로 거론되고 있는 방안은 크게 SOC(사회간접자본)투자와 주식시장에서의 연기금투자 확대.

채권시장의 20% 정도를 국민연금이 장악하고 있는 현 실정에서 투자 다변화를 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문제는 투자정책과 투자처다. 더구나 9%의 보험료율을 지속할 경우 2047년도에 고갈될 것이라는 우려는 투자대상 다변화의 필요성을 더욱 증대시키고 있다.

하지만 국내 채권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불안정한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것은 위험부담이 크다. 저금리 시대에 은행에 넣어둘 수도 없는 것이고, 그렇다고 외국으로 빠져나갈 수도 없는 노릇. 연기금의 행방이 순탄치 않아 보인다.

주식 수익률 ‘평균 이하’

지난 6월 3일, 정부는 기금관리기본법 제3조 3항을 삭제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금융시장의 활성화, 연기금의 적정수익률 확보, 기업경영권 방어 등이 그 이유다.

기금관리기본법 제3조 3항은 “기금관리주체는 당해 기금으로 주식과 부동산을 매입할 수 없다.

 

다만 당해 기금의 설치목적과 공익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공공기금의 기금운용계획에 반영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 기금의 주식과 부동산 매입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만약 기금관리기본법 개정안이 의결되면 주식투자가 가능한 기금의 수가 현행 25개에서 43개로 크게 증가한다.

개별기금법에서 주식투자가 금지된 14개 기금 또한 금지조항을 없애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면 연기금의 주식투자가 전면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유자금으로 운용되는 기금운용액 190조에서 주식투자에 사용되는 기금은 총 7.6조. 이 중 국민연금 7.1조를 차지한다.

‘2005년 기금운용계획’에 따르면 정부의 주식시장 부양책이 본격화되면서 2005년에 국민연금의 주식투자 누적액이 154조원으로 운용총액 대비 비중이 4.3%에서 9.05%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연기금 수익률 확보를 위해 주식에 투자를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실제 주식수익률은 높은 편이 아니다. 기획예산처의 자산별 수익률 및 국민연금 수익률 추이에 따르면 1988년부터 2003년까지 주식수익률이 평균 2.7%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국채는 평균 8.6%, 회사채는 12.8%의 수익률을 달성한 것과 달리 주식을 통한 수익률이 다른 투자자산의 수익률보다 높지 않음이 드러났다.

그리고 국민연금은 채권에 자산의 90% 가량을 투자하고는 있지만, 운용수익률은 주식수익률의 등락과 맥을 같이 한다. 2004년 8월 말 주식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총 운용수익률은 2004년 대비 2.5% 포인트 낮은 5.3%를 기록했다.

정부는 20%를 웃도는 외국의 주식투자비율을 예로 들어가며 연기금의 주식투자비율을 높일 것을 주장한다. 하지만 이들 국가들은 계속해서 적립금이 쌓이는 우리나라와 달리 부과방식으로 적립금을 보유하고 있어 비교대상이 될 수 없다.

또, 우리나라처럼 공적 연기금이 투입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사적연금인 기업연금, 개인연금 등이 수익성을 위주로 증시에서 운영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우리나라의 국민연금과 비슷한 성격의 노령유족장애연금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는 위험자산이라는 이유로 주식에는 전혀 투자되지 않는다. 

 

불안정한 주식시장

변동성이 크고 투기화된 우리나라의 주식시장에 연기금이 투입됐을 경우 득보다는 실이 더욱 많을 것으로 예측된다. 국내 주식시장은 외국인투자자의 시장영향력이 지나치게 확대된 상태로 올해 6월 현재 주식시장 내 외국인보유 비중이 43.6%에 달한다.

IMF 이후 외국인 투자비중은 계속적으로 증가해 세계에서 4위를 차지하고 있다. 기관투자가의 비중은 점점 낮아져 미국 50%, 영국 52%, 일본 37%와 달리 우리나라는 16%에 불과하다. 이와 달리 주가변동성은 한국이 9.9%, 미국 4.1%, 영국 4.5%, 일본 6.9%로 상대적으로 불안정한 상태다.

변동성이 큰 주식시장은 국민연금의 장기적 재정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 2000년에는 주식직접투자 평균 수익률이 마이너스 52.11%로 큰 손실을 기록한 전력이 있다. 올해 4월 23일부터 6월 18일까지 55일간 20.8%라는 큰 폭으로 주가가 하락한 경우를 보더라도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변동성이 상당한 것을 알 수 있다.

경희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엄규숙 교수는 “우리나라 금융시장은 외부 영향에 변동이 크며, 성숙하지 못해 툭 하면 떨어지곤 한다”며 주식투자 비중이 높아지는 것에 우려를 나타냈다. 엄 교수는 또 “시류에 편승하는 위기 극복책이 아닌 합리적인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금운용 유동성 확보 어려워

국민연금은 2004년 6월 현재 시가기준 9조9672조원으로 국내주식시장의 2.62%에 달하는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미 주식시장에서 기금운용의 유동성은 확보하기가 힘든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국민연금과 수시로 비교되고 있는 캘퍼스(캘리포니아주의 공무원 연금)는 연금의 68%가 주식시장에서 운용되고 있지만 미국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46%에 불과하다. 

변동성이 큰 우리나라의 주식시장에서 급속한 주식투자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신속하게 움직였을 때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또, 주식시장으로 연기금이 계속해서 유입했을 경우 주가가 떨어지고 중소규모의 기관투자자들이 시장을 이탈한다면 덩치가 큰 국민연금은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빠져 나온다고 하더라도 그 규모만큼 주식시장의 공황상태를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 하나 지적되고 있는 것이 연금을 환수해야 할 시점에 오면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모두 매각해야 하는데, 그 때의 공황상태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SOC 투자,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한국형 뉴딜사업인 종합 투자계획은 경기파급 효과가 큰 SOC(사회간접자본)와 정보기술 부문, 임대주택건설 등에 정부재정과 민간자본 등을 투입해 경제를 부양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7조원 정도의 연기금을 동원해 내수진작에 나서겠다고 밝힌 것.

투자다변화의 측면에서 본다면 거대해진 연기금을 활용하는 것에 토를 다는 이는 별로 없다. 하지만 투자대상을 둘러싼 의견은 분분하다. 침체된 내수 시장에 돈을 쏟아 붓다가 손해를 보면 그 피해는 국민의 혈세로 채워지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사실상 민자고속도로 사업의 경우 수익을 내지 못하는 고속도로에 막대한 정부재정이 들어가고 있다는 것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었다. 정부는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의 적자를 보전해 주기 위해 2001년 1063억원, 2002년 830억원, 2003년 1050억원이라는 출혈지출을 하고 있다. 이는 연평균 981억원이나 된다.

천안~논산 간 고속도로 또한 2002년 12월에 개통한 후 2003년 한 해 동안 497억원의 정부보장금이 들어갔다. 정부와 민자사업자 간에 체결된 실시협약 상 예상운영수입이 90%에 미달될 경우 정부가 일정액의 국고지원을 해 주게 되어 있는 최소운영수입보장제도 때문이다. 그리고 환차손이 20%이상 발생했을 때에는 초과분의 1/2 이내로 보전해 줘야 한다.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는 사업들이 매년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내년에 8~9개의 민자고속도로를 더 짓겠다고 밝힌 것은 설득력을 얻기에 충분하지 못하다. 내년 경제성장률이 4%대로 점쳐지고 있는 가운데 더 이상 수익성을 올리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