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물결 앞둔 수협, 미래를 보는 조직 만들자
변화 물결 앞둔 수협, 미래를 보는 조직 만들자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5.03.11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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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현안 빨아들이는 블랙홀, 사업구조개편
50년 넘게 ‘어렵다’ 타령만… 미래 대비해야
[사람] 조성현 수협중앙회지부 위원장

‘사업구조개편’이라는 변화를 목전에 둔 수협중앙회는 안팎이 뒤숭숭한 상황이다. 기존 정책금융기관의 성격을 띤 사업들의 역량을 강화하는 한편, 여타 시중 은행처럼 금융사업 자체의 경쟁력도 높이려는 시도이다. 강화된 국제규제, ‘바젤III’를 도입하는 부분 역시 변화의 기로에서 주요한 이슈다. 전국 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있는 즈음이라 향후 귀추가 더욱 주목된다.

ⓒ 김효진 객원기자 kkimphoto@gmail.com

사업구조개편에 가장 신경을 쓰고 있을 것이다. 어떤 방향의 변화가 되어야 하나?

“가장 중요한 부분은 미래를 준비하는 변화가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임원들을 만나서도 늘 하는 이야기가 본인들을 생각해서가 아니라 앞으로 수협에서 일할 후배들을 위한 변화를 만들어가자는 것이다. 30년, 50년 미래를 위한 준비를 하자는 거다.

좁은 의미에서 보면, 사업구조개편 진행 중 정부에서 재원을 투입하면서 뭔가 또다시 조합원들의 희생을 요구하는 식의 자구안 마련을 강요할 것이라는 게 문제다. 지금까지도 공적자금 지원으로 인해 현장 직원들은 많은 희생을 감수하고 있는데, 추가로 얼마나 더 무거운 짐이 지울지 모르겠다.

노사가 대립만 할 게 아니라 머리를 맞대고 이와 같은 부분에 대해선 함께 막아내야 할 것이다.”

금융기관은 물론, 대부분 사업장이 치열한 경쟁을 치르고 있다. 보다 경쟁력을 키워야 하는 부분이 아닐까?

“수협이라는 조직의 특성을 고려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 흔히 보는 은행 역할을 하는 신용사업 외에도 어업인 지도지원사업, 지도경제사업 등을 함께 연관 지어 생각해야 한다.

지금 수협법이란 제도 안에 있는 신용사업, 수협은행만 놓고 보자. 은행만 떨어져 나와 주식회사 수협은행이 되었다고 하면, M&A 시장의 매물로 전락하는 거다. 법적인 보호장치가 없다면 당장 대형 시중은행 어디든 먹이감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은행의 일반적인 사이클을 봤을 때 10년, 20년을 주기로 위기가 오기 마련이다. 그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선 자본을 확충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일반 은행이라면 유상증자를 통해 추가적인 자본확충이 가능하지만, 수협은 일반 주주들이 투자하고 거래하는 조직이 아니니 그게 쉽지 않다. 어떤 식이든 위기를 넘을 수 있도록 완충 역할을 할 자본확충 방안도 필요하다.”

이번 집행부 경선 과정이 치열했다. 앞으로 어떤 점에 주안점을 두고 노조를 이끌어갈 계획인가?

“기존 10대 집행부의 일원들이 경합한 선거였다. 임기 동안에는 각자의 개성이나 특·장점을 가지고 좋은 활동을 펼칠 수 있었지만, 생각하는 방식이 달랐기 때문에 선거에서 경쟁을 하게 된 거 같다. 사업구조개편을 바라보거나 대비하는 방식도 다르고, 조합원들을 만나거나 조직하는 방식도 달랐던 거다. 또 어떤 조직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사업부문에 따라 표심이 갈리는 것도 있을 테고, 이번 선거에선 최종 결선에서 남녀 위원장 후보가 경합하면서, 성별에 대한 차이도 부각됐던 거 같다.

사업구조개편이 보든 현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지만, 늘 부족한 인력문제부터 당면한 문제가 많다. 시중은행들과 달리 교회대출처럼 특화시킨 부문의 영업 규모가 큰 수협은 그만큼 손발이 가는 일들이 많다. 지금보다는 적어도 350명 정도 늘어나야 한다고 본다. KB국민은행과 비교를 해 봐도 각 지점마다 대출 건수는 비슷한데, 인원은 약 1.5명 적은 상태다.

아까 경영진을 만나서 주로 하는 이야기를 언급했는데, 선거 과정에서 조합원들을 만나서도 마찬가지의 얘기를 했다. 노동조합도 후배들을 위한 조직이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 말이다. 어떤 제도를 도입할 때도, 앞으로 다닐 후배들을 위해 좋은 제도가 되어야 한다. 지금 당장 단기적으로 뭔가 실적을 남길 수 있는 것은 우리만 생각하는 거다. 미래지향적이지 않다.

수협은 지난 53년 동안 힘들고 어려운 조직이었다. 항상 어렵다는 얘기만 듣고 살았다. 대체 언제까지 어렵고 힘들기만 해야 하나? 터널에 들어가면 언젠간 끝이 보여야 하는데,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 미래에 대해 이야기 하는 사람이 없다. 30년, 50년 후 대계는 고사하고 3년, 5년 후에 대한 얘기를 하는 사람도 없다.

시중은행들과 비교해 보면 수협은 비교적 젊은 조직이다. 2002년 이후 들어온 사람들이 50%를 넘는다. 미래를 꿈꾸는 조직을 만들어가겠다는 점에 조합원들이 지지를 보내준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