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정보가 없어서 고용센터를 찾는 게 아니다”
“일자리 정보가 없어서 고용센터를 찾는 게 아니다”
  • 이상동 기자
  • 승인 2015.03.11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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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 일자리를 소개하는 비정규직 상담원들
복지 중요하지만 생애 진로 고민도 무게 둬야
[사람] 김정채 고용노동부지부 위원장

노동계가 지금 가장 관심을 갖는 문제는 고용유연화와 비정규직 처우개선이다. 국민들의 고용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위치에서 일하고 있는 행정부노조 고용노동부지부의 김정채 위원장 인터뷰를 진행했다. 고용을 책임지고 있는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의 상황도 좋다고 하기엔 어렵다.

ⓒ 이상동 기자 sdlee@laborplus.co.kr

비정규직이 일하는 고용지원센터

고용지원센터는 1998년 정부의 IMF 대처 방안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실업급여와 재취업 알선 등의 업무를 진행하며 전국적으로 160개 가까이 늘어났다. 이후 실업률이 떨어지자 고용지원센터의 필요성 문제가 제기되며 센터 축소가 논의됐다.

“신분 자체가 비정규직이었어요. 1년 계약. 매년 재계약 여부가 불투명 했고, 그래서 계약직 딱지를 떼어 달라, 정년을 보장해 달라 요구했죠. 그리고 직원들 임금도 별도 사업 예산으로 돼 있었어요. 예산 항목에서부터 기타직군으로 해서 고정적인 인건비 예산으로 해 달라고 요구했죠. 그래서 전국의 고용센터가 마비가 됐었어요.”

고용과 관련된 업무는 국가가 책임지고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공단으로의 전환과 공무원으로의 전환이 논의됐다. 2007년 노무현 대통령 때가 되서야 시험을 보고 특별 채용으로 공무원 전환이 이뤄졌다.

“센터 직원들을 공무원으로 전환했으니 계속 공무원을 충원하면서 내부 갈등도 축소시키고 업무에 전념하게끔 해야 하는데, 공무원 충원을 안 해주고 또 비정규직으로 채용해요.”

상시지속근무가 이뤄지지만 2007년의 특별 채용 이후 7년이 넘는 기간 동안 상담직 공무원의 추가 채용은 없었다. 모자라는 인원은 모두 비정규직으로 채워졌다. 고용을 주도해야 될 고용노동부가 자기 부처의 직원을 비정규직으로 채워 넣는 것이다.

“그만큼 직원들 사기가 떨어져 있어요. 내 신분이 불안하고 처우가 아직 만족스럽지 않은데 다른 사람에게 일자리를 이렇게 찾아보라며 상담을 하는 것 자체가, 본인이 봤을 때 자기 논리가 미약해지죠.”

김정채 위원장이 말하는 고용센터의 가장 큰 모순이 바로 이 점이다. 비정규직인 센터 직원이 고용센터를 찾은 사람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찾아줘야 하는 상황이고, 기업들에게는 정규직 채용을 장려하기 위한 지원 사업을 한다. 결국 고용노동부는 자기 내부의 직원들도 챙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고기 잡는 방법을 알려주는 복지

“복지라는 것이 아프고 어려운 사람에게 지원을 해주고 끝나는 거라면 앞으로 초고령화 시대에 기하급수적으로 돈이 더 들어갈 거예요. 경제 활동을 하면서 사람들이 세금을 내고 다시 일자리를 만들거나 하는 순환적인 복지가 있는가 하면, 주고 끝나는 복지가 있어요.”

취약계층에게 금전 지원으로 끝나는 복지가 아니라 ‘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는’ 고용 복지야 말로 국가 복지의 바탕이 되어야 한다. 그를 위한 직업훈련과 상담을 통해 취약계층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지원을 한다. 결과적으로 직접적 복지 예산을 줄이며 사회 구성원으로서 활동할 수 있게 보조한다.

“상담을 통해서 생애 진로에 대해 고민을 하고 20대, 30대, 4~50대 이런 쭉 흘러가는 과정에서 지원을 해주는 것. 이 과정에서 전 부처가 준비를 해야 되지만 중심된 기관도 필요해요. 기업체 지원은 산자부나 중기청도 있지만 구직자를 지원하는 것은 고용센터가 핵심이죠.”

양질의 일자리를 마련해 국민들이 만족할 만한 서비스가 돼야 한다. 하지만 고용센터의 구성원들도 절반 이상이 비정규직이며 자신의 삶에 대한 고민을 지속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제대로 된 고용복지가 이뤄질리 없다. 직접적 사회복지를 위한 인원도 필요하지만 고용에 관련된 인프라도 중요하다.

상담으로 생애 진로에 대한 고민을

일자리 정보는 많다. 국민들이 일자리 정보를 찾지 못해서 고용센터를 찾는 것이 아니다. 자신에게 맞지 않는 일자리에서 생기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겪으며 도움이 필요할 때야 찾게 된다.

“개별 상담을 많이 해요. 자신에 대해서 알아가는 상담을 합니다. 본인의 흥미나 경력, 가지고 있는 것은 뭐고 진로에 대해서는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그런 생각을 못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진로에 대해서 자신감이 떨어지는 분들은 상담을 통해서 자신감을 높여줘야 다음을 준비할 수 있어요. 심리검사가 여러 가지 있는데 능력, 흥미 검사 등 다양하게 해요. 좌절감이나 스트레스 부분에 대한 진단검사도 진행합니다. 대부분의 프로그램은 전문 기관에 의뢰해 만들어져요.”

집단 상담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같은 아픔을 갖고 있는 사람끼리 서로 치유한다. 실직의 아픔, 취업에서 미끄러진 탈락자들끼리도 공감대가 있다. 공통된 부분에서 서로 대화를 통해 정보도 주고 코치도 한다.

대선 혹은 지자체장 선거철이 되면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공약을 걸고 고용복지의 중요성을 이야기 한다. 하지만 그 결과는 취업한 사람의 숫자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렇듯 멀리 내다보지 못하는 고용정책으로는 취약계층과 구직자에 대한 완전한 복지가 이뤄질 수 없다. 따라서 국가는 고용복지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늘려야 한다. 단순한 직접 지원이 아닌 생애 진로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