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자에 손 내미는 것이 노동계 역할 농업 지키는 일은 우리가 나서겠다”
“약자에 손 내미는 것이 노동계 역할 농업 지키는 일은 우리가 나서겠다”
  • 승인 2006.07.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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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현농협중앙회노동조합 위원장


 

금융노조 농협중앙회지부 김종현(46) 위원장은 ‘아이디어 뱅크’다.

첫마디를 떼기가 무섭게 우리농산물·수입농산물 비교전시회, 우리쌀 애용식당 스티커 부착운동, 우리농산물 학교급식 납품운동, 농촌 독거노인 의료지원 및 소년소녀가장 돕기, 농촌체험 캠프 등 어려운 농촌에 힘을 보태기 위한 아이디어가 쏟아진다.


많고 많은 아이디어 중에서 일단 ‘몸으로’ 뛸 수 있는 일부터 시작됐다. 지난 6월 12일 경기도 이천시의 한 복숭아 농가에서 한국노총 이용득 위원장, 금융노조 김동만 위원장 등 40여 명의 노조간부들이 종일 복숭아 봉지를 씌우면서 구슬땀을 흘린 것.

 

우리농업 지키기의 첫 삽을 뜨다
김종현 위원장이 대표를 맡고 있는 ‘우리농업지키기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의 주선으로 열린 이날 행사는 앞으로 노동계 전체로 뻗어나갈 농촌사랑 운동의 ‘예고편’에 불과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96년 5대 집행부 정책국장 시절에 노조 내에 ‘우리농업지키기운동본부’를 만든 장본인. 농협 노동자가 우리 농업을 지키는 주체로 나서야 한다는 생각에서 만든 조직이지만 그간 인원과 자금 부족, 무엇보다 집행부가 바뀔 때마다 들쑥날쑥한 운영 실적 때문에 큰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그래서 김 위원장은 지난해 9월 위원장으로 당선되면서부터 운동본부를 노동조합 내의 조직이 아닌 비영리 법인으로 만들 계획을 세웠다. 몇 달간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을 모으고 운영 방식을 고민한 결과 지난 3월에 농민단체, 학계, 언론계 등 34명의 발기인을 중심으로 새롭게 출범했다.
운동본부는 출범 3개월 만에 1만 명의 농협 조합원과 직원들이 회비를 납부하고 있을 정도로 조직 안팎의 관심이 뜨겁다.

 

금융노동자, 그리고 농민의 대변자

지난해 9월 출범한 9대 집행부는 시작부터 많은 과제를 떠안았다. 농림부가 추진 중인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의 분리 방안(신경분리)에 속도가 붙으면서 이에 대한 대안을 내 놓아야 하고 농협중앙회라는 한 지붕 아래에 있는 축협노조, 농협민주노조와의 대통합을 위한 공약도 내걸었다. 이런 가운데에서도 우리 농업을 살리는 일에 남다른 열정을 쏟고 있는 것은 노동조합의 역할에 대한 고민 때문.

 

“우리는 노동자이기도 하지만 농협의 직원이기도 하다. 소외된 농민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은 단순히 노동조합이기 때문이 아니라 농협 직원으로서도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노동자들의 임금도 헐벗고 굶주렸던 그런 수준이 아니다. 이제는 달라고만 할 게 아니라 우리가 가진 것도 주고, 나누고, 함께 하는 모습도 보여줘야 한다.”

 

특히 농업에 큰 타격이 예상되는 한미 FTA를 앞두고 있기에 더욱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김 위원장은 한미 FTA가 농업에 미칠 영향과 금융산업에 미칠 영향을 함께 고민하고 있다. “한미 FTA가 체결되면 농업생산과 농가소득의 감소로 도시와 농촌 간 양극화가 심해지는 것은 물론, 수입 농산물에 대한 의존은 식량안보까지 위협할 수 있다. 금융업은 이미 개방이 많이 되었다지만 미국의 요구 사항 중에는 보험시장과 정책사업 개방에 대한 요구도 들어 있다. 이러한 요구가 관철된다면 마지막으로 남은 토종자본인 농협의 존립과 정체성도 위협을 받게 된다.”

 

‘1노조 1농촌 운동’으로 확대해 나갈 터
농업과 금융산업을 함께 지켜야 한다는 역할을 스스로에게 부여한 김 위원장은 요즘 누구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노조 내에 한미 FTA 대책반을 가동하고 신경분리에 대한 정책 대안을 내놓기 위한 연구사업도 진행 중이다.


그런 중에도 농업을 지키기 위한 관심을 놓지 않는다. 금융노조의 사업장들로 확대해 나갈 구상인 구내식당 우리농산물 납품 운동은 이미 많은 금융노조 소속 지부 위원장들에게 ‘오케이’를 받아 놓은 상태. 농협중앙회 차원에서 실시하고 있는 ‘1사 1촌’ 운동도 ‘1노 1촌’ 운동으로 더욱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경북 청도가 고향인 김 위원장은 노동조합 조끼만 아니라면 농사꾼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털털하고 소박한 인상을 가졌다. “언론에 인터뷰하자고 과수원 가서 복숭아 봉지를 싼 것이 아니”라고 손사래를 치는 그에게서 농사꾼의 우직함이 비쳐 나온다.
이파리에 짙푸름을 더해가고 있는 들녘의 농산물처럼 그의 어깨에서 우리농업의 미래가 익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