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를 원한다면 스스로 나서라”
“변화를 원한다면 스스로 나서라”
  • 박경화 기자
  • 승인 2006.07.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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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철도공사 서울철도차량관리단 김용근 명장

 

우리 산업현장에서 자신의 일에 최고의 가치를 부여하며 땀방울을 흘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물질이나 명예가 아닌, 스스로의 노동에 가치와 즐거움을 부여하면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이들의 이름 석자 끝에 ‘명장’이라는 칭호가 따라다닙니다.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명장들을 만나 그 비결과 노하우를 들어보는 <명장열전>코너의 연재를 시작합니다.<편집자 주>

 

서울 용산 한복판에 자리 잡고 있는 서울철도차량관리단은 철도차량들의 ‘종합병원’이다. 그것도 ‘잔병치레’가 아니라 대수술이 필요한 차량들이 들어와 ‘외과수술’, ‘내과수술’을 다 받고 새 차로 다시 태어나는 장소다.


철도차량관리단의 전기차량부는 철도차량의 동맥인 전기설비의 유지보수를 담당하는 곳. 올해로 26년째 철도차량 전기정비를 담당하고 있는 김용근(52) 명장(전기차량부 차량관리팀장)의 일터다. 1980년, 스물일곱에 입사한 신출내기 청년이 쉰둘이 되는 동안 전기차량부도 ‘철도차량관리단에서 가장 일하기 힘든 부서’에서 ‘재미난 개선거리가 많은 부서’로 변했다.


김용근 명장은 이 변화의 중심에 있다. “집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하는 곳이 지저분하고 힘든 곳인 게 싫어서” 남들은 다른 부서로 발령 날 때만 기다리며 시간을 때우던 곳을 그는 스스로 바꿔나가기 시작했다.

 

누구나 기피했던 ‘3D'부서에서의 출발
80년 입사당시로부터 지난 90년대 말까지 전기차량부는 서울철도차량관리단 내에서도 ‘3D부서’로 통했다. 이 부서에서 전기정비를 담당하는 차는 대부분 화물운송을 담당하는 산업선이다. 석탄이나 시멘트를 싣고 전국을 누비던 차량들이 만신창이가 되어 들어오기 때문에 주행장치를 검수하려고 차체를 분해하면 시멘트와 석탄가루가 날리는 것은 기본에 대부분의 공정이 수작업이어서 일이 힘들기로 유명했다. “뭔가 바꾸지 않으면 비전이 없다”고 생각하던 터에 마침 97년부터 TPM활동이 도입됐다. 김용근 팀장은 분임조 활동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한편으로 일하는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꿀 방법을 고민했다. 이런 고민 끝에 수작업에 기계화, 자동화 설비를 도입하고 3개조가 분산 작업하던 공정을 1개조 통합작업 방식으로 개선했다. 이 결과로 작업상의 시간 손실과 근골격계 질환 등의 안전문제가 크게 개선됐고 기계 1대당 3인이 필요한 작업도 2인으로 줄이는 등의 성과를 냈다.

 

“야, 여기가 이렇게 변했어?”
지난 2000년에는 이런 공적을 인정받아 전국품질분임조 경진대회(운영사례부문)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했고 2004년 산업자원부 선정 국가품질명장, 2005년 노동부 선정 대한민국 명장(철도동력차분야)이 됐다. 차량관리단 차원에서는 수작업 공정의 자동화로 약 4억원의 예산 절감 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김용근 팀장에게 가장 보람된 순간은 각종 수상의 경험도, 그를 따라다니는 ‘대한민국 명장’의 칭호도 아니다. “과거에 높은 사람들이 시찰을 나오면 우리 부서는 가리고 숨기기에 급급했던 부서였어요. 그런데 이제는 누가 와도 이곳을 가장 먼저 보여줍니다. 그리고 함께 일하던 상사들이 더 좋은 자리로 발령 났다가 가끔 시찰을 나오면 ‘야, 여기가 이렇게 변했어?’라고 꼭 한마디씩들 하죠. 그런 때가 일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낄 땝니다.” 다른 무엇이 아니라 스스로 변화를 원하고 변화를 즐기는 것. 그것이 김용근 팀장을 국가 품질명장의 자리에 올린 비결이다.

 

“싫고 부끄러울수록 변화 의지 샘솟아”
이제는 환경이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늘 힘든 부서에서 일하는 후배들이 안쓰러웠다고. 여섯시 반이면 출근해서 근무자 개개인의 신상을 챙기고 업무일지를 꼼꼼히 검토하면서 그의 하루가 시작되곤 했다. 변화와 혁신은 늘 즐거운 일만은 아니어서 때로는 후배들을 몰아치기도 했고 그럴 때면 마음같이 따라주지 않는 사람들이 못내 속상해 다들 퇴근한 시간에 소주 한잔을 마시고 텅 빈 작업장에서 눈물을 쏟기도 여러 날이다. 그랬던 곳에서 김 명장은 요즘 제2의, 제3의 명장을 만들어 내기 위해 틈틈이 사내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김 명장은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진자리 마른자리를 가리지 않는 헌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한다. 그 역시 장성한 딸이 있지만 가끔은 요즘 젊은이들의 ‘꾀’에 석탄가루, 기름때 절은 작업복이 부끄러웠던 자신의 젊은 날들이 겹쳐 지나기기도 하는 모양이다.


그렇지만 그는 부끄러움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맞섰다. “부끄러웠죠. 화이트칼라는 못 되도 퇴근할 때면 새카만 석탄가루투성이 작업복이 자랑스럽지는 않았어요. 그러니까, 그래서, 바꿔 보자고 생각한 겁니다.” 


 

 

대한민국 명장의 비밀노트

 

한 우물을 파고 그 우물을 사랑하라
전기동력차 전기 분야에서만 26년. 오로지 한길을 걸었다. 남들이 다 ‘3D'부서라고 기피할 때, 김 명장은 ‘이곳을 누구나 오고 싶은 부서로 바꾸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기록하고 또 기록하라
모든 절차를 체계적으로 기록하고 표준화한다. 기술과 경험은 개인의 것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김 명장의 철학. 후배들도 활용하고 나중에 다시 찾아서 볼 수 있도록 공정 개선 과정의 문제점과 개선점을 기록해 둔다.

 

최정상은 없다, 새로운 비전을 가져라
철도동력차 전기정비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올랐지만 그는 거기서 더 나아갈 곳을 찾는다. “북한으로 철도가 뻗어나가면 화물용 전기기관차가 한반도 전체를 누비게 될 것”이라는 김 명장은 북한에 기술을 전해주고 싶다는 새로운 꿈을 키우고 있다.

 

공인으로서의 책임, 가진 것을 나누다
대한민국 명장이 된 이후 스스로를 ‘공인’이라고 생각한다. “그간 많은 선배들의 도움으로 여기까지 왔으니까 이제 내가 가진 것을 나눌 때”라고 생각해 사회복지법인에 등록해 틈틈이 나눔활동에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