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작용’과‘Side Effect’의 간극
‘부작용’과‘Side Effect’의 간극
  • 하승립 기자
  • 승인 2015.04.17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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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부작용이라고 할 때 ‘부’를 단음으로 발음한다. 하지만 부작용의 발음은 ‘부’가 장음이다. 무슨 뜻인고 하니 ‘不作用’ 아니라 ‘副作用’이라는 말이다. 영어로 보면 뜻이 좀 더 분명해진다. 부작용은  ‘Side Effect’다. 부정적인 작용이 아니라 부수적인 작용이다.
하지만 우리 머릿속에 부작용은 늘 부정적인 것으로 인식된다. 물론 ‘副作用’도 대개는 좋지 않은 경우를 이르기는 한다. 그러나 단정적으로 ‘不作用’으로 머리에 박혀 그렇게 쓰는 것과는 또 다르다.
경우가 ‘다르다’고 했다. 이 ‘다르다’도 거의 열에 아홉은 ‘틀리다’로 쓴다. 그야말로 주야장천(흔히 쓰이는 주구장창도 잘못된 표현이다) ‘다르다’로 써야 할 곳에 ‘틀리다’로 쓴다. ‘옷이 어제와는 틀리네요’라니. 대체 옷이 무슨 잘못을 했단 말인가. ‘다르다’는 차이를 나타내는 것이고, ‘틀리다’는 옳고 그름에서 그름을 뜻한다. 잘못됐다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의 언어생활은 어느 순간부터인가 부수적이거나 차이를 나타내는 표현들이 부정적인 표현으로 대체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실제 우리의 인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어떤 일을 추진할 때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들은 충분히 검토되어야 할 문제다. 그런데 부작용이 부정적 이미지로 인식되면서 찬성하는 쪽에서는 숨겨야 할 문제로, 반대하는 쪽에서는 실제보다 더 크게 부각시켜야 할 문제로 받아들인다. 객관적 검토의 여지가 좁아지는 것이다.
‘다르다’를 ‘틀리다’로 표현하는 것은 더 직관적이다. 단순히 표현을 잘못하고 있다고 받아들일 문제가 아니다. 다른 것이 잘못된 것이 되어버리면서 차이가 설 곳은 없어져 버린다. 공론의 장은 사라지고 정쟁만 남은 우리 사회의 현실을 반영한다.

표현을 통한 프레임 설정은 홍보전에 있어서 전통적인 기법이다. 철지난 ‘무상급식’ 논쟁만 해도 그렇다. 만약 이것이 ‘의무급식’이거나 ‘공공급식’이었다면 이 뒷북 논란은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 내세운 ‘공공기관 정상화’도 그렇다. 이명박 정부 때는 ‘선진화’라고 부르던 것을 ‘정상화’로 다시 이름 붙였다. 정상화는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다는 뜻이다. 그런데 대체 무엇이 비정상이고, 또 정상인지에 대한 논의는 있었던가를 생각해 봐야 한다. 그냥 낙인찍듯 현재의 공공기관이 비정상이라고 ‘딱지’를 붙였다.


한창 노사정 간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노동시장 구조개선’도 그렇다. 개선은 ‘잘못된 것이나 부족한 것, 나쁜 것 따위를 고쳐 더 좋게 만든다’는 뜻이다. 노동계에서는 ‘개악’이라고 맞서고 있다. ‘개편’이 필요하다는 것에는 동의가 이루어졌지만, 전혀 다르게 규정하고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부작용(副作用)’에 대한 면밀한 검토다. 어떤 선택을 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다양한 결과에 대한 예측을 통해, 한국 사회의 오늘에 진정으로 필요한 결정을 내리는 것이 바로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