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투자하지 않은 진짜 이유는?
기업이 투자하지 않은 진짜 이유는?
  • 오도엽 객원기자
  • 승인 2015.04.17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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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관적으로는 행복한데 주관적으로는 행복하지 않다
기대수명 늘고, 출산율은 줄고 … 20년 뒤 한국사회는?
숫자가 만난 한국사회의 쌩얼(6)

한국은행은 지난 3월 12일 기준금리를 1.75%로 인하했다. 그보다 한 달 앞선 한국은행의 분석에 따르면 최근 주요국의 투자부진 문제는 자금 부족이 아니라 향후 경기에 대한 확신 부족과 같은 구조적 문제라고 했다. 금리를 인하한다고 부양될 경기가 아니라는 말이다. 하지만 사상 처음으로 1%대 금리를 발표했다. 독립성이 보장되어야 할 중앙은행의 고민이 참 컸을 거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행복의 조건은 충분한데 불행한 나라

한국은 객관적 삶의 질의 수준은 높은데, 주관적 삶의 질의 수준은 낮다. 지난 3월 2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한국인의 가구유형별 개인특성별 주관적 행복수준’ 보고서의 내용이다. 기대수명도 길어지고, 교육수준도 높고, 국민소득도 낮지 않아 행복의 조건을 충분히 갖췄는데, 행복하지 않다는 말이다.
객관적 삶의 질은 HDI(Human Development Index)지수로 알 수 있다. HDI는 기대수명, 교육, 1인당 GNI(국민총소득) 세 영역을 가지고 측정한다. 2012년 한국의 HDI는 0.909로 1980년 0.640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의 발전을 보이는 국가들’에 속했다. 2012년 한국의 HDI 순위는 185개 나라 가운데 12위다.
HDI보다 다양한 지표를 포괄하고 있는 EIU(Economist Intelligence Unit) 삶의 질 지수가 있다. EIU는 물질적 안녕, 건강, 정치적 안정과 안전, 가족생활, 공동체생활, 기후와 지리, 직업안정, 정치적 자유, 성평등과 같은 9개 영역에서 측정한다. 2012년 한국의 EIU 순위는 HDI 보다 낮은 80개 나라 가운데 19위다.
행복의 측정 영역이 넓어지면 한국의 순위는 갈수록 추락한다. OECD의 행복지수는 주거, 교육, 고용, 공동체, 교육, 환경, 시민참여, 보건, 삶의 만족도, 안전, 일과 생활의 균형 등을 종합해 산출한다. 2013년 한국은 OECD 36개 나라 가운데 하위권인 27위였다. 특히 공동체, 일과 생활의 균형, 건강, 삶의 만족도, 환경의 영역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위 보고서에서는 한국인의 개인특성별 주관적 행복수준을 특정했는데 가구주보다 비가구주가 행복하고, 남성보다 여성이 더 행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연령이 높아질수록 행복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통 연령별 행복곡선은 ‘U’자형을 띄는데, 한국은 선형하락 추세를 보였다. 보고서에서는 한국의 낮은 노후보장 수준, OECD 최고수준의 높은 빈곤율 및 자살률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했다.

▲ [그림 1]  일자리 성격별 행복도

▲ [그림 2]  가구내 취약계층 유무별 행복도


정규직이 비정규직보다 행복수준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규직의 행복도는 6.71인데 반해 비정규직은 5.75에 머물렀다. 전체 행복도 평균 6.18보다 낮다. 경제활동별 행복수준은 상용직> 고용주 및 자영자=비경제활동인구> 임시일용직 > 실업자 순이다. 직종별 행복도는 관리전문직> 사무서비스직> 비경활 및 실업자 > 숙련기술직 > 단순노무직 순이다.
위 보고서에서는 가구 내에 실업자와 금융채무불이행자의 유무가 행복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장애인이 있으면 행복도가 낮아지고, 아동이 있으면 행복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정책의 무게 중심이 기본적 조건(기대수명, 교육, GNI) 개선에서 이제는 사회정책 등으로 삶의 질 영역과 주관적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영역들에 대한 개선으로 전환되어야 함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2014 한국의 사회지표

기대수명은 늘어나고 출생아동은 줄어들고 있다. 노년부양비는 2014년 생산가능인구 100명당 17.3명에서 2040년에는 57.2명으로 3배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이는 3월 19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4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른 것이다.

자료 : 통계청


2014년 총인구는 5,042만 명으로 2013년 5,022만 명보다 늘었다. 하지만 출생아동수는 2013년(43만 6천 명)에 비해 1천 명 줄어든 43만 5천 명으로 나타났다. 반면 고령인구는 갈수록 증가할 전망이다. 1990년 71.28년이었던 기대수명은 2013년 81.94년으로 늘었다. 65세 이상 인구는 1990년 총인구의 5.1%였는데, 2014년에는 12.7%를 차지했다. 이런 추세라면 2030년 24.3%, 2040년 32.3%로 현재보다 3배 가까이 늘어날 전망이다.

자료 : 통계청


대학진학률은 여성이 남성보다 높은 걸로 나타났다. 2014년 여성의 대학진학률은 74.6%였고, 남성은 67.6%였다. 2005년에는 남성(83.3%)이 여성(80.8%)보다 높았다. 대학진학률은 2005년 82.1%를 기록한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다가가 2010년 78.9%을 기록했고, 2011년 72.5%로 급격히 추락했다. 2014년에는 전년보다 0.2%P 상승한 70.9%다.

자료 : 통계청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이들 가운데 전공과 일치한 직업을 선택한 경우는 절반(43.0%)에 못 미쳤다. 특성화고를 졸업한 이들의 경우 전공과 일치한 직업을 선택한 이는 열 명 가운데 두 명도 되지 못하는 18.7%에 불과했다. 2012년 학력과 무관하게 전공과 직업이 일치한다는 답은 38.3%였는데, 2014년에는 36.9%였다.
2014년 2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255만 1천 원으로 지난해(248만 1천 원) 대비 2.8% 증가했다. 식료품과 비주류음료에 대한 지출이 13.8%로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교통, 음식숙박, 교육 순이었다.

자료 : 통계청

창업 할까? 말까?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은 순간순간 고용의 불안과 함께 사직서를 쓰고 창업을 고민한다. 김광석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자영업자 진입-퇴출 추계와 특징’ 보고서를 통해 “퇴직 후 성급하게 창업하게 됨에 따라 생활밀접형 자영업 업종의 과밀화와 과다 경쟁에 따라 폐업을 겪게 되는 악순환이 초래”된다고 밝혔다.

 

자료 : 현대경제연구원이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경제활동인구 비임금근로자 부가조사) 이용 추계

자료 : 현대경제연구원이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경제활동인구 비임금근로자 부가조사) 이용 추계


자영업자는 2000년 779만 5천 명에서 2014년 685만 7천 명으로 줄었다. 총 취업자 가운데 자영업자 비중도 2000년 36.8%에서 2014년 26.8%로 하락했다. 하지만 2013년 OECD 평균 14.9%에 비해서는 여전히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2011년과 2012년에는 자영업으로 진입하는 이가 떠나는 이보다 높았으나 2013년부터는 역전이 되었다. 2013년에 자영업자 66만 명이 떠난 반면 진입한 이는 58만 명에 그쳤다. 자영업 퇴출자의 45.3%는 40대였다. 창업자의 49%는 직장에서 나와 창업한 임금노동자로  30~40대다. 생애 주된 직장에서 퇴직 후 창업을 시도하는 경향이 두드러진 것을 알 수 있다.
20대 청년들의 경우 자영업 진입률(38.4%)과 퇴출률(41.9%)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월등히 높다. 이처럼 청년들의 자영업 진입률이 높은 까닭은 청년 일자리가 없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베이비붐 세대를 포함하는 50대 이상의 경우 진입자는 줄고, 퇴출자는 점차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연령대에 비해 퇴출자보다는 진입자의 수가 많다.
1인 이상 고용할 경우 퇴출률은 10.6%로 홀로 사업을 운영하는 경우 퇴출률 8.8%보다 높다. 김광석 연구원은 “1인 이상의 임금근로자를 고용하여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고용주는 상대적으로 큰 규모의 사업자금 마련을 위해 과도한 부채에 의존하고 있고, 사업의 부진에도 인건비 등의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어려움”을 겪는다고 했다.

자료 : 현대경제연구원이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경제활동인구 비임금근로자 부가조사) 이용 추계


고용인이 없는 자영업자의 창업자금은 500만원 미만이 41%, 500만원 이상 5천만원 미만이 42.6%를 차지했다. 창업한 지 1년도 안되어 향후 사업을 그만 두거나 계획이 불투명한 자영업자는 2013년에 약 8만 7천명에 이르고, 신규 진입자의 15%에 달했다. 2011년에는 신규 진입자 가운데 87.3%가 사업을 유지할 계획이었지만 2013년에 85.0%로 줄어들었다. 그만큼 자영업 생존이 어려워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자영업을 그만 둔 이 가운데 12.0%는 다시 임금노동자가 되었다.


돈 있어도 기업이 투자를 하지 않은 까닭

자료 : 미 연준, 일본 내각부, BCB, 한국은행

자료 : 미 연준, 일본 내각부, BCB, 한국은행

한국은행은 ‘주요국의 기업저축 현황 및 투자부진 요인 분석’자료를 발표했다. 2000년대 들어 미국 등 선진국은 물론 한국에서 기업저축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나 기업투자는 이에 상응하는 만큼 늘어나지 못하고 있다. 금융자산 형태의 사내유보금이 증가하는 현상이 뚜렷하고 금융위기 이후 이러한 현상은 더욱 심화되었다.
기업저축이란 기업이 일정기간 벌어들인 영업이익 중 세금, 배당 등으로 기업 외부에 지급하고 남은 금액을 의미하며, 기업 전체로는 국민계정상 비금융법인의 총저축으로 파악한다.
기업투자는 미래의 현금흐름을 창출하여 궁극적으로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활동으로 R&D, 사업영역 확장, 인수합병 등 광의의 활동을 포괄하는 개념이며, 국민계정상 총고정자본형성에 해당한다.
금융위기 이후 늘어난 불확실성이 실물투자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방향으로 작용하는 한편 기업저축 증가에 따른 여유자금은 실물투자보다 금융자산 보유와 같은 금융투자를 늘리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무형자산 비중이 높은 기업일수록 기업저축 증가에 따른 여유자금이 기업투자를 진작시키는 효과가 작은 것으로 나타나 IT혁신 등으로 유형자산 비중이 낮아지는 구조적 변화도 투자부진의 한 요인이라고 한국은행은 분석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2008년 금융위기 이전 GDP대비 9.5%이던 미국의 기업저축은 금융위기 이후인 2013년 기준 10.6%로 상승하였으며, 한국의 경우 2008년 15.4%에서 2012년 18.8%로 상승했다. 한국은 2009년에서 2013년까지의 주요국 기업저축 증가률이 11.5%로 가장 높다. 같은 시기 미국은 5.4%, 독일 2.8%, 일본 0.5% 순이었다.
한국은 금융위기 이후 영업잉여 비중이 1.6%P 상승한데다 배당 비중은 1.1%P 하락함에 따라 기업저축 비중이 3.4% 상승했다.

▲ [그림 12] 주요국 기업의 기업투자 추이자료 : 미 연준, 일본 내각부, BCB, 한국은행

▲ [그림 13] 위기전후 기업투자 증가율 비교자료 : 미 연준, 일본 내각부, BCB, 한국은행


이 자료는 기업저축의 증가로 자체 투자 재원이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주요국의 기업투자는 위기 이후 상대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국의 경우 기업저축대비 투자비율은 비교 4개국 가운데 높은 수준이나 위기를 거치며 큰 폭으로 하락한 이후 정체를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기업투자 부진이 구조적 문제에서 상당히 기인하기 때문에 금리를 통한 통화 정책 등 경기부양책만으로는 기업의 투자를 유도해내기 어렵다고 한국은행은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