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이 회사 성장 확인할 수 있게 하겠다”
“직원들이 회사 성장 확인할 수 있게 하겠다”
  • 박석모 기자
  • 승인 2015.04.17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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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연 확대 위해선 노동조합도 영업 마인드 필요
열심히 일하면 정년까지 간다는 안정감 심어줄 터
[사람] 유정희 수자원기술주식회사 노동조합 위원장
ⓒ 수자원기술주식회사 노동조합

지난해 12월 인천에서 대형 상수도관이 파열돼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은 적이 있었다. 인천뿐만 아니라 여러 지자체에서 크고 작은 상수도관 파열이 발생한다. 이렇게 상·하수도 시설에 문제가 생겼을 때 복구 현장으로 가장 먼저 달려가는 이들은 수자원기술주식회사 직원들이다. 수자원기술주식회사는 이처럼 상·하수도 사고 수습 외에도 점검과 정비 등 유지·관리를 도맡아 하고 있다. 국민들이 안심하고 물을 사용하는 데 보이지 않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민영화하면서 종업원지주제 전환

상·하수도 유지·관리 외에도 수자원기술주식회사가 하는 일은 다양하다. 국가기간시설인 댐과 발전설비를 유지·관리하는 업무는 물론, 광역상수도의 점검과 정비 등 유지·관리를 담당하고 있다. 요즘에는 각 지자체 상·하수도 유지·관리와 그에 따른 건설 업무도 담당한다. 그 밖에 소수력발전, 하수처리장 및 정수장 기술진단 등도 수자원기술주식회사의 업무다. 2000년대 들어 인도, 적도기니, 인도 등에서 정수장 운영·관리, 댐과 상수도 건설을 지원하는 등 해외 물 산업으로도 사업 영역을 넓혀 가고 있다.

이처럼 수자원기술주식회사는 국가기간사업의 하나인 물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유정희 수자원기술주식회사 노동조합 위원장은 “회사 자체는 민간기업이지만 사회성이 높은 공공영역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노동조합 역시 공공기관 노동조합들의 연합단체인 공공산업노련을 상급단체로 하고 있다. 공기업에서 민영화된 민간기업이지만 공공성이 높은 업무를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자원기술주식회사는 1986년 한국수자원공사의 출자회사로 창립된 수자원시설보수(주)를 모태로 하고 있다. 창립 이후 한국수자원공사로부터 댐과 발전 시설, 광역상수도 시설의 유지·관리 업무를 수주하여 수행해왔다.

그러다가 2001년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 정책에 따라 민영화되면서 수자원기술주식회사로 이름을 바꿨다. 수자원기술주식회사의 민영화는 여느 공기업의 민영화와는 다른 방식으로 진행됐다. 보통 공기업 민영화는 민간에 해당 공기업의 지분을 매각하고, 사업 실적과 고용을 승계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이와는 달리 수자원기술주식회사는 청산과 종업원지주제로의 전환이라는 방식을 통해 민영화됐다. 그리고 지금까지 종업원지주제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2001년 종업원지주제로 전환하던 당시의 직원들은 당연히 지분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 이후의 입사자들은 지분을 소유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지난 2013년에 유상증자를 통해 2001년 이후 입사자들 중 지분 소유를 원하는 직원들에게도 지분이 배분됐다.

화두는 변화와 균형

수자원기술주식회사 노동조합은 지난해 약간의 진통을 겪었다. 전임 위원장이 임기 6개월을 남기고 사퇴함에 따라 직무대행 체제를 거친 것이다. 전임 위원장이 갑작스레 사퇴한 것은 연임을 제한하고 있는 규약을 무리하게 개정하려다 조합원들의 반대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그런 진통 후에 치러진 임원선거에 출마하면서 유정희 위원장은 ‘변화’와 ‘혁신’, ‘균형’과 ‘발전’을 전면에 내세웠다. 무엇보다도 회사가 민영화된 지 14년이 지났는데, 회사 운영은 과거 공기업일 때의 운영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정희 위원장은 “지자체들에서 상하수도 사업을 민간에 위탁하는 등 수자원기술주식회사가 접근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은데, 그런 미래의 물 산업에 진출하려면 노동조합도 회사의 외연을 넓히기 위한 영업 마인드를 필요로 한다”고 설명한다.

이 같은 변화를 위해 유정희 위원장은 강조하는 부분은 내부시스템 개선이다. 종업원지주제이지만 임원들은 내부승진보다 한국수자원공사 출신이 부임하는 경우가 많은데, 한 번 자리에 올라가면 안주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내부시스템을 바꿔 임원들이 회사 발전을 위해 더 열심히 뛰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런 내부시스템 개선을 위한 과제 중 하나가 영업 전담조직 신설이다. 지금까지는 영업 전담조직이 없는 상태로 각 부서별로 필요에 따라 영업을 진행해 왔다. 그런데 지자체로부터 업무를 수주하는 등 회사의 외연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영업을 전담하는 조직이 필요하다는 것이 유정희 위원장의 생각이다.

변화와 함께 유정희 위원장이 염두에 두고 있는 또 다른 화두는 세대 간 균형이다. “공기업일 때는 회사가 안정적이라고 생각해 힘든 일도 참고 업무를 했지만, 지금은 한 치 앞을 못 보는 상황이어서 선후배 관계가 소원”해졌기 때문이다. 후배들이 ‘과연 지금 선배들의 자리까지 갈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 보니, 선배들이 대우를 받으며 일한다는 불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선후배 간의 불신과 불만을 해소함으로써, 민영화 이후 입사한 후배들에게 ‘가진 기술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면 비록 보수는 많지 않아도 정년까지 가족과 함께 평화롭게 생활할 수 있다’는 생각을 심어주려는 것이다.

유정희 위원장은 이를 위해 후배 세대들에게 호봉조정, 승진기회 확대와 같은 혜택을 주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또 권역별 지부장 워크숍을 통해 현안사항을 공유하는 한편, 조합 신문고 제도를 운영해 소통을 강화하고, 조합비를 줄여 조합원 복지에 활용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직원들이 정년에 대한, 아득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 같은 패턴의 경영이 반복되면서 회사가 항상 그 자리에 머물러 있습니다. 임기 동안 그런 부분을 변화하고 혁신함으로써 직원들이 ‘회사가 성장하고 있구나, 발전하고 있구나’ 하는 점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기초를 닦으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