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일이 점점 더 없어져야, 법률원 제역할?
할 일이 점점 더 없어져야, 법률원 제역할?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5.04.17 17:29
  • 수정 0000.00.0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해 몰아친 희망퇴직 한파… 대응 방안 내부축적 중
좋은 결과 내기 하늘 별따기… 그래도 이겼을 때가 보람
[사람]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법률원

노동조합 법률원 전성시대다. 바람직한 현상이라고만 보기에는 물음표가 지워지지 않는다. 노동조합과 개별 노동자들에게 필요한 법률지원을 보다 지속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설립된 법률원. 돌려 말하면 그만큼 법적 분쟁의 거리가 크게 늘었다는 것을 반영하는 게 아닐까. ‘법 없이도 산다’는 미담은 요사이 그 표현조차 잘 쓰지 않게 되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위원장 김현정)도 지난해 12월 법률원을 개원했다. 변호사와 노무사를 채용하고 산하 조직과 개별 노동자들의 법률지원, 상담 등을 진행하고 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 법률원 차승현 변호사와 신은정 노무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

더 구체적인 이야기로 들어가기 전에, 법률원의 취지나 목적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 차승현 변호사 ⓒ 이현석 객원기자 175studio@gmail.com
차승현 변호사 “가장 기본적으로는 각 조직의 법률적인 지원이나 상담 등을 상시적으로, 그리고 연계성 있게 가져가기 위한 거죠. 외부의 법무법인이나 노무법인들처럼 사건 자체를 수임해서 진행하고 하는 부분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봐요.”

신은정 노무사 “전에 법률원이 없을 때는 사건을 다 외부에 의뢰해 왔죠. 그러다보니 결과물이라든지 대응 내용 같은 게 내부에 축적되지 않더라고요. 사용자들은 내부에 경험이나 데이터를 축적하고 공유도 하지요. 예를 들면 인사팀장 모임 같은 걸 운영한다든지, 생명보험협회나 손해보험협회 같은 데서도 경총처럼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든지 내용 공유를 해 가고 있거든요. 그해 임단협 이슈라든지, 임금제도 개편과 관련한 사안이든지.

거기에 대해서 노동조합이 대응을 하고는 있지만, 전문성을 갖고 뒤에서 지원하고 있는 사람들은 다 외부에 있는 거예요. 그걸 내부화해서 우리 사건들을 좀 더 밀착해서 집중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문제제기는 계속 있었고요. 사실 비용이라든지 걸림돌이 있지만, 이제는 할 때가 되었다고 결단을 내린 거죠.”

노동조합 법률원에서 일하시게 된 계기가 있습니까?

차승현 변호사 “제가 남들보다 더 특별한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학교 다닐 때 학생운동을 조금 했고, 졸업하고 군대 갔다와서 공부를 시작했어요. 운동을 했던 것과 좀 연계해서 뭔가를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예전 선배들처럼 노동운동에 직접 투신하거나 하는 용기를 낼 순 없었고, 마침 법대를 다녔으니 공부를 시작했던 거죠.

시험에 합격하고 나서는 자연스럽게 법률원의 문을 두드리게 됐습니다. 민주노총 법률원에서 근무를 했었는데, 다행히 잘 보아주셔서 채용이 된 거 같아요.

어차피 변호사라는 사람들이 하는 일은, 다른 사람의 분쟁에 끼어들어서 그걸 해결하거나 아니면 주장을 입증해 주고 유리한 판결을 받아내도록 돕는 일이잖아요. 사용자들은 자기를 도와줄 사람들을 얼마든지 구할 수 있어요. 노동자 입장에선 그게 상당히 어려운 부분이 있는 거고.

자, 그러면 이제 이 일을 하면서 돈을 많이 벌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남는데(웃음) 그게 정말 인생을 살아가는 데 중요한 문제는 아니라고 판단했어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한다든지, 더 도움이 필요한 곳에서 일하는 게 보람 있는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노동조합 법률원에 계신 다른 변호사들이나 노무사들이 그런 맥락에서 일을 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희망퇴직을 비롯해 산하 조직들이 최근에도 다사다난합니다. 곁에서 지켜보기에 어떻습니까?

▲ 신은정 노무사 ⓒ 이현석 객원기자 175studio@gmail.com
신은정 노무사 “작년에는 희망퇴직과 관련한 사안들이 정말 많았어요. 사용자들이 사람을 잘라내면 아무래도 주가가 올라가거든요. 주가라든지, 주주들의 이익에 부합하려고 무조건 희망퇴직 인원을 정해 놓고 밀어붙이는 경향이 많았지요.

작년에도 증시가 힘들었지만 그 와중에 그나마 수익이 나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구조조정이 진행된 거예요. IMF 때도 마찬가지였거든요. 그 해 바로는 구조조정을 못 해요. 퇴직금을 줄 여력조차 없으면. 조금 시간이 지나고 수익을 낼 수 있으면 그때 시작되는 거죠.

금융위기가 지나고 지금 조금 숨통이 트이고 있어요. 또 정부는 65개에 달하는 증권사들을 절반 이하로 통폐합해 줄이겠다는 게 목표예요. 그래서 집중적으로 희망퇴직이 진행됐고, 2~3년 사이 만 육천 명이나 구조조정된 거죠.

희망퇴직 이슈가 첫 번째라면 사업장 내 성과주의 제도 도입 같은 게 그 다음 이슈였어요. 그건 사실 노동조합의 동의나 합의가 있어야 가능한 부분이니까, 노조로 가해지는 압박이 엄청나게 심한 거죠.”

세월이 바뀌면서 이른바 ‘증권맨’들의 입지가 점점 더 좁아지고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할 거 같습니다.

신은정 노무사 “구조조정 대응 매뉴얼을 만들면서 들었던 생각인데, 주식시장을 활성화시켜서 모든 사람들이 주식투자를 하도록 만들었고 고용을 늘렸던 것은 사실 정부의 정책이 핵심이었어요. 지금은 주식이 돈 좀 벌 거라고 사람들에게 투자하라고 거품처럼 펌프질을 했던 거죠. 그리고나서 지금은 활황이 아니니까 너희를 구조조정 해야 한다는 겁니다. 정부 정책에 대해선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아요.

노동자들은 그냥 밥벌이를 해야 합니다. 그냥 이 회사에 취업해서 평생 충성을 다한 거예요. 산업이 어려워졌다고 책임은 고스란히 노동자의 인생에 전가됩니다. 기업도 정부도 같이 방법을 모색하고 대안을 마련해야지요.”

늘 시간을 쪼개어 많은 일들을 하고 있을 텐데, 일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끼는 건 언제입니까?

차승현 변호사 “이기면 좋죠(웃음). 판결이 좋게 나오면. 좀 경박하게 들릴지 모르겠는데, 이기면 기분도 좋고 보람도 느낍니다. 아무래도 절박한 상황에 놓여 있는 해고 사건 같은 경우가 그래요. 치명성이 크잖아요. 생계가 막막해지고 그러니. 인생을 바쳐서 일해 왔던 회사에서 버림 받은 거를, 그 사람의 명예를 스스로 찾게 해 준다는 것에서 의미가 있어요.”

신은정 노무사 “얼마 전 10년 만에 처음으로 공로상을 받아 봤네요. 산하 지부라든지 뭔가 필요한 부분을 열심히 지원했을 때 그쪽에서 진심으로 고마워하는 것을 느낄 때 보람이 있어요.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칭찬인 거잖아요? 일이 잘 풀려서 해결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좋고요.

아직 법률원이 개원한지 얼마 안 되었고, 완성된 시점은 아니라고 봐요. 제 역할을 찾아나가고 있는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부분은 앞으로도 맞춰서 해 나가려고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