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정규직, 서로 건널 수 있는 다리를 놓자
비정규직-정규직, 서로 건널 수 있는 다리를 놓자
  • 오도엽 객원기자
  • 승인 2015.04.17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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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기업 담을 넘어 업종별 직무별 적정임금 설정해야
해마다 임금 오르는 성장 신화시대는 끝났다! 인정해야
[호모파베르 VS 호모루덴스 1편](3) 임금, 콕! 콕! 찌르기

이장원 한국노동연구원 임금직무센터 소장은 말한다. 노사정 대화를 통해 업종 직무별 적정임금을 정해 임금격차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 저임금노동자의 비중이 너무 높은 게 임금격차를 발생시킨 일차적 원인이며 이들의 임금수준을 끌어올리는 사회적 노력이 절실하다. 또한 1,000인 이상 대기업의 임금은 천정을 모르고 오르던 성장신화시대를 지났으니 이제 저성장 저수익 구조에 맞춘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다.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에 기초한 직무급이 정착하기 위해서는 개별기업을 넘어서는 사회적 논의와 타협이 절실하고, 이게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개혁하는 길이다.

▲ ⓒ 이현석 객원기자 175studio@gmail.com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에 대한 문제제기가 많다.

“서양에서는 노동시장에서 남녀간 격차를 말한다. 우리나라도 남녀간 격차가 아주 심각한 나라이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격차도 심하다. 또한 중소기업 다니다가 대기업에 들어갈 수가 없고, 비정규직으로 출발해서 정규직으로 갈 수가 없다. 중간에 건널 수 있는 다리가 있으면 격차가 좀 있어도 이중구조라는 표현을 덜 쓸 건데, 우리나라는 격차도 심하고, 중간에 건널 갈 수 있는 다리도 없는 노동시장이라 문제가 심각하다.”

노동시장 개혁을 위해서는 정규직의 과보호를 완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외부에서 (정규직의) 해고가 어렵지 않느냐고 지적하는 것은 현재 노동시장의 문제를 푸는데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한국사회가 전통적으로 평생직장, 충성, 추가근로와 같은 걸 강조해왔고, 회사에 오랫동안 남아서 일할 사람을 근로자의 모범으로 여겼다. 그런데 갑자기 해고가 자유로워야 된다고 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많은 기업이 그런 게임을 원치 않는다. 근로자가 고용에 불안을 느껴 자기 살길을 도모하려고 경영진을 속이고 적당히 일을 하는 걸 원하는 기업은 없다. 회사와 한 몸이 되어 적극적으로 일해주길 원한다. 동양적 정서에서는 해고 시킬 수 있는 권한을 달라는 게 사용자의 태도여서는 안 된다. 해고를 시킬 상황까지 간다면 사용자가 책임을 져야한다. 경영의 무능을 자기가 먼저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정규직의 과보호를 말하며) 해고를 쉽게 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은 노동시장문제를 푸는 데 있어서 해법이 되기는 어렵다.

또한 중소기업 다니는 사람보다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근로자가 임금이나 복지 혜택이 많다는 결과만 가지고서 과보호라고 지적하는 것은 무의미하고 해법도 아니다. 질서와 법칙의 문제다. 사람을 자유롭게 받아들이고 왕래할 수 있는 체계가 아니라 자기네 울타리를 치고 그 안에서 자기들끼리 사는 방식을 따로 만들어 울타리 밖과는 게임의 방식이 다르다. 이걸 울타리 안에서 보호받는 사람, 혜택 받는 사람들이 너무 당연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우리는 이렇게 살 테니 너는 다르게 살아라.’ 이렇게 하는 건 결과적으로는 자기 보호가 너무 강해진 거다. 누가 제도적으로 보호해줬다기보다 스스로 자기보호를 과잉으로 하고 있다. 물론 법적으로는 부당하게 받아낸 결과는 아니지만, 도덕적으로 볼 때 과잉보호된 부분이 있다면 양보하는 게 맞다.

그래서 누구라도 비정규직이 정규직 될 수 있게 열어주고,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들어올 수 있게 열어야 한다.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안 가더라도 근로여건이나 보상에서 유사하게 받을 수 있게 노동시장의 질서와 법칙을 통합시켜야 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정규직 과보호를 지적하며 해고를 자유롭게 해야 한다는 방식은 옳지 않고, 다만 (대기업 정규직) 스스로 노동시장에서 이동을 저해하는 자기보호 논리나 메커니즘은 양보하고 바꿔줘야 한다.”

한국사회가 고용이 경직되어 있다고 하지 않는가.

“중소기업중앙회에서 흔히 하는 이야기가 있다. ‘9988’ 기업 수로는 중소기업이 99%고 1%만 대기업이지만, 종업원 수로는 88%가 중소기업이다. 대다수 근로자가 중소기업에 다닌다. 중소기업 사장도 근로자들이 회사를 떠나지 않기를 바라고, 근로자가 떠나서 고민이다. 노동시장 이동이 활발한 게 중소기업 현실이다. 구조조정으로 떠나는 경우도 있지만 자발적인 경우도 많다. 고용이 경직적이라고 볼 수 없다. 문제는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이다. 문제가 있는 저성과자를 내보내고 싶어도 내보낼 방법이 없다고 한다. 일정부분 회사 말도 일리가 있다. 조직 생활에서 동료에게 해가 됨에도 보호하는 걸 노조의 원칙으로 한다. 배치 순환, 교육기회 부여 과정과 같은 합리적 절차를 걸치면 서양의 경우 노조가 대부분 동의한다.

그런데 기업이 저성과자 문제로 고통 받는 비중이 얼마나 되겠는가. 노동시장 질서를 바꿀 새로운 법을 만들 정도로 많나? 많지는 않다. 이건 노사 간 대화를 성숙시켜 타협할 문제이다. 현 단계 노동시장구조개혁의 핵심적인 문제가 저성과자가 많아 생산성이 안 오른다, 그 문제는 아니다. 결론적으로 고용 경직성은 해고 경직성이라고 이야기하는데, 기업 밖으로 근로자를 내보내는 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해고의 어려움보다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못가는 거,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신분 전환 못하는 문제, 이게 고용 경직성의 핵심문제다.”

임금격차도 한국사회가 당면한 중요문제다. 격차가 크다고 할 때 임금이 높은 층이 너무 많이 가져가서 문제일 수도 있지만 저임금 근로자의 임금수준이 너무 낮아서 격차가 클 수도 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저임금 근로자가 많아서다. 중위 임금 값의 2/3에 못 미칠 경우 저임금근로자라고 하는데, 우리나라가 OECD 국가 가운데 이 비중이 뒤에서 1/3수준이니 하위그룹에 속한다. 저임금 근로자가 많은 게 임금격차 제1의 원인이다. 그런데 저임금을 비정규직이나 중소기업의 (개별)계약관계로만 방치할 수 없다. 노동력의 재생산 자체가 위기에 봉착해서 이 상태로는 먹고살기가 힘든 상황이다. 이 사람들의 임금수준을 끌어올려야 한다.

우리나라 1,000인 이상 대기업의 임금수준은 톱5 수준은 아니지만 국제적으로 꽤 높은 수준까지 왔다. 받을 만큼 받는 수준까지 온 거다. 한국경제는 저성장 저수익 구조로 빠르게 바뀌어가고 있다. 삼성, 현대 등을 빼면 대기업이라 할지라도 앞으론 임금 올리기가 힘든 저성장 저수익 구조기 때문에 이제부터 어떻게 할 거냐. 이게 솔직한 노사의 문제의식이어야 하는데, 지금 쓸 데 없는 문제로 힘겨루기 내지는 감정싸움을 하고 있다. 고생산성 고부가가치로 가지 않는 한 한계다. 혁신이 되지 않는다면 대기업도 한계에 도달한 것이다. 앞으로 어떻게 할 거냐의 문제가 임금체계 문제와 연관이 있다.”

임금체계로 어떻게 격차를 해소한다는 것인가.

“모두가 다 같이 적용될 수 있는 법칙을 만들어야 한다. 공정한 법칙은 임금체계를 하는 일의 가치에 따라서, 즉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적용하는 거다. 비정규직이라 해도 정규직과 유사한 일이면 유사한 임금수준을 보장해야 한다. 원하청 관계도 마찬가지다. 대체로 동일한 가치의 노동일 경우 50% 이상의 프리미엄을 인정하지 않는다. 하청기업이 100만 원이면 대기업 150만 원, 이런 식으로 프리미엄 차이가 50%를 넘지 않는데, 한국사회는 하는 일은 비슷해도 150만 원에서 500~600만 원까지 중층적으로 임금 차이가 난다.

우선 밑을 끌어올려주는 임금체계 개편 내지는 임금질서를 만들어야 한다. 저임금자의 임금은 (직무 성과를 떠나) 누구나 다 끌어올려야 한다. 그럼 고임금자는 그대로 둬야 하나. 고임금자도 올려야 하는데, 저임금자와 달리 누구나 다 똑같이 올라갈 수는 없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고도성장은 끝났다. 누구나 다 해마다 임금이 오르는 시대는 끝났다. 고임금자는 결국 선택적으로 올라가야 한다. 직무에 따라 올라갈 사람은 올라가고 나머지는 고용의 안정을 보장받는 거다. 결국 임금체계에서 밑의 임금수준은 올려주고, 위는 투 트랙이다. 올라가는 사람이 있고, 대신 못 올라가는 사람은 고용안정을 정년까지 누리게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러기 위해서는 임금직무체계를 자기가 하는 일에 따라 잡 베이스로 가는 게 정답이다.”

벌써 오래 전부터 직무급 이야기가 있었지만 한국 기업문화에서는 제대로 정착하지 못했다.

“우리나라에서 직무급을 시도한 기업들이 자기 기업 안에서만 실시했다. 직무급의 목적이 인건비 절약 차원에서 진행됐다. 기업단위로 직무급을 실시하는 것은 이미 한계에 왔다는 걸 경험했다. 지금 노조가 됐든 사용자가 됐든 기업 안에서 어떻게 할 것인지, 기업 안에서 벌어지는 일만 갖고 싸우고 있다. 그래서 포인트가 안 맞고 있다. 정작 해법은 기업 차원을 넘어서서 이야기해야 한다. 노사정이 기업을 넘어서는 임금체계 인프라를 만드는 논의를 하면 가능하다. 대기업, 중소기업, 노동조합들이 참여해서 업종 공통의 직무가치를 등급화 해서 적정한 임금 차등을 만들어 업종별로 공통 직무급을 만들어야 한다.

잡 베이스는 나라마다 조금씩 개념도 다르고 운영방식도 다르다. 유럽은 노사가 합의해서 잡 베이스를 운영하고, 미국은 정부가 시장 정보를 준다. 이 잡은 최저 평균 얼마의 임금을 주고 있다고 정부가 제공해서 합리적 선택을 유도한다.

일본도 많이 해왔다. 기업별로 노동시장이 있다고 하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초임은 거의 비슷하다. 대기업 초임을 많이 주면 (취업자가) 중소기업을 안 가니 전체적인 고용시장 생태계가 깨진다. 이걸 알기 때문에 업종별로 협의체를 통해 초임을 조정했다. 물론 잘 나가는 중소기업은 대기업보다 임금을 많이 주고, 잘 못나가는 대기업은 중소기업보다 못 주는 경우도 많다. 이렇게 스타팅 포인트는 맞췄는데, 일본이 산별노조가 있어서 그렇게 했냐. 그게 아니다. 노사가 협의체를 만들어서 조정하지 않으면 무한경쟁으로 치닫고 투쟁으로 가기 때문이다.”

기업마다 규모와 수익성의 차이가 크다. 또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공정한 거래가 힘든 상황에서 가능하겠는가?

“동의한다. 공정한 시장정책이 같이 작동이 돼야 한다. 그럼 경제개혁 전에 노동시장 개혁은 힘든 거냐. 노동시장은 경제구조 탓만 해야 하는가?
내 주장은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을 떠나 업종 직무에 따른) 기본급을 통합하자는 거다. 대기업은 알 수 없는 논리로 임금을 주고, 대기업 밖의 하청이나 비정규직은 대기업하고 다른 논리로 임금을 주는 이 게임의 법칙을 통일하자는 거다. 결론적으로 기본급 중심의 노동시장으로 돌아가는 거다. 이 일을 하면 이 정도의 임금을 준다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이다. 임금에는 기본급이 있고, 상여가 있다. (개별 기업의) 수익성의 격차는 상여로만 반영을 해야 한다. 기본급 비중이 70%정도를 차지하고, 나머지는 30%는 상여인데, 이 상여금은 개별 기업의 수익에 따라 주는 방식이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중소기업이라 할지라도 상여는 못 받아도 기본급은 대기업에 비해 차별이 없는 거다.

하청이니까 터무니없이 인건비 단가를 후려쳐서 계산하지 말고, 업종 직무별 잡 베이스를 만들어 우리 기업의 노동자들이 받아야 할 인건비가 이 정도면 하청기업 노동자들도 비슷하게 이 정도 받을 수 있게 설계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정부 조달 사업의 계약도 이 잡 베이스를 마찬가지로 적용한다. 이런 식으로 임금체계를 바꿔가면서 원하청 상생관계를 이루는 공정시장정책도 같이 진행되어야 된다. 동시에 가야된다. 임금체계를 통해서 공정임금정책이 작동되도록 하는 게 우리나라 원하청관계를 개선하는 중요한 고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