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음하고 있는 철의 노동자
신음하고 있는 철의 노동자
  • 홍민아 기자
  • 승인 2015.04.20 11:14
  • 수정 0000.00.0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철 단가 하락, 저가 중국산 철강제품으로 골머리
대기업 vs 중소기업 대결형태로 가는 국내 철강 시장
[cover story 위기의 철강산업 (2)] 철강산업 발전을 위한 노동조합의 고민
ⓒ 세아베스틸노조

전국철강산업노동조합협의회에 소속된 노동조합 대표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국내 11개 철강사 노동조합으로 이뤄진 철강노조협의회에는 약 5,200여 명의 조합원들이 소속되어 있다. 철강노조협의회는 이미 2007년도 중국산 저가 철강제품 유입으로 인한 국내 철강업계 및 협력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정부에 대책마련을 요구하는 활동을 벌인 바 있다.

이번 좌담회에서도 역시 중국산 저가 철강제품 수입 증가 문제, IMF 경제 위기 이후 부도 및 인수과정을 거치면서 겪은 어려움, 국내 철강재 생산 과다로 인한 재고 문제, 갈수록 엄격해 지는 환경규제, 산업용 전기료 요금 상승으로 인한 비용 문제 등의 대한 속내를 들을 수 있었다.

▲ 박대엽 YK스틸노조 위원장 ⓒ 세아베스틸노조

박대엽 YK스틸노동조합 위원장
우리 사는 올해 사활이 걸려 있다. 일본에 위치한 본사에서 이번 해 실적을 주시하고 있다. 최근 설비 개선을 해서 생산은 잘 되고 있는데 판매에서 문제가 생기고 있다. 경영을 어렵게 만드는 외부적인 요인도 있지만 내부적 개선도 중요하다 생각하기 때문에 노동조합에서 조직쇄신과 발상의 전환을 회사에 요구하고 있다.

철강사들이 다 똑같겠지만 1차 문제는 원료이다. 고철. 현장에서 고철 검수하는 것부터 엄격히 해서 올해 잘 한 번 풀어 나가보려고 한다.

▲ 류영환 한국특수형강노조 위원장 ⓒ 세아베스틸노조

류영환 한국특수형강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
우리는 올해 통상임금 문제를 일찍 마무리했다. 올해 목표는 회사의 발전이 아니라 버티기이다. 지금까지 한국특수형강은 형강류 시장 상당 부분에 진출해 있었는데, 지금은 철판 가격이 너무 내려가서 고전 중이다. 조선업계까지 진출해 있는데, 조선업계 역시 불황이 문제니 회사가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재무구조도 많이 열악해지고 노사가 함께 노력해서 버터내야 하는 것이 지금 처한 상황이다.

▲ 박상규 동국제강노조 위원장 ⓒ 세아베스틸노조

박상규 동국제강노동조합 위원장
동국제강도 어려운 상황이다. 철의 노동자였는데, 불과 3년 만에 하향세로 가고 있다.

20년 전에는 유럽, 미국 등지에서 철강을 잡고 움직였는데 중국, 인도네시아가 치고 올라 오고 우리는 하향세로 접어 들고 있다.

특히 중국산 철강이 국내에 들어오는 게 70% 이상이다. 각 사업장들은 철근뿐 아니라 많은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 김우하 동부제철노조 위원장 ⓒ 세아베스틸노조

김우하 동부제철노동조합 위원장
동부제철은 현재 신문지상에 많이 오르내리고 있다. 철강 노동자들은 특수한 세계를 살아가는 사람이다. 노동조합은 다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조직화 됐을 때만이 힘을 발휘할 수 있고 권익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 각 사업장의 상황에 대한 공유를 통해 연대해 나갈 수 있는 활동을 펼쳤으면 하는 바람이다.

노승규 휴스틸노동조합 위원장
우리 회사는 거의 몇 백억은 기본적으로 남는 회사인데 유가 하락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작년에 200억 원 정도 흑자가 났고 올해도 전망은 흑자로 가고 있지만, 4월이 좀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

▲ 노승규 휴스틸노조 위원장 ⓒ 세아베스틸노조

조용갑 한국제강노동조합 위원장
얼마 전 46만5천 원짜리 철근을 판매한다는 팩스를 건설사가 회사로 보내줬다. 현재 중국산 철근도 그것보다는 비싸다. 고철 단가가 kg당 270~280원 사이인데 제강비용, 압연비용이 230원이다. 그러면 원가가 kg당 500원 선이다. 현재 내수시장에는 53~4만 원 유통가가 형성되어 있는데, 46만5천 원짜리가 나오니 미칠 지경이다.

중국산일 거라고 추정은 하는데, 이번 달도 중국산 수입이 엄청나게 늘어날 거라고 본다. 채산성을 털어내기 위해 저가로 해서 팔아 버리고, 새로 단가가 싼 것을 재수입하려는 그런 의도들이 있다고 이야기들 하고 있다. 철근 수입도 어느 정도 규제를 해야 하지 않나. 어느 정도의 수입은 인정하지만 무분별하게 가버리면 단순가공 생산하는 철근 사업장들을 상당히 어려워질 것이다.

▲ 조용갑 한국제강노조 위원장 ⓒ 세아베스틸노조

박대엽 YK스틸노동조합 위원장
철근이 들어가는 사업장들도 이와 똑같은 상황이다. 특히나 대기업에서 철근을 생산하면서 이번에 특수강 생산까지 하려고 공사를 하고 있다. 고로사업장에서 철근까지 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대형 사업장은 대형에 맞는 업종을 해야 하지 않나. 국내 한 대기업에서 국내 철근의 30%를 물량을 담당하고 있는데, 현재 국내 철근 시장은 포화상태이다. 전국에 철근이 약 50만 톤이 남아 돈다.

▲ 이동우 대흥산업노조 위원장 ⓒ 세아베스틸노조

이동우 대흥산업노동조합 위원장
우리는 IMF때 부도가 났고 2005년도에 한국철강으로 인수됐다. 그리고 갈수록 국내공장에서는 남는 게 없다고 중국, 베트남 공장을 짓기 시작했고, 국내에서 생산하던 물건들이 외국으로 빠졌다. 그리고 거기서 만든 것들을 다시 국내로 들여와 판매하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결국 국내공장은 대리점 형태로 가고 있다.

외국공장도 인건비가 계속 오르다 보니 수지가 안 맞고 또 다른 곳으로 공장을 옮겨야 하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이런 악순환을 반복하는 경영의 문제가 있다 보고 지금이라도 바꿔 보려고 싸우고 있다.

몇 년전까지만 해도 침대 강선, 자동차에 들어가는 소형 스프링의 경우, 특히 침대 스프링은 우리가 시장의 90%를 차지했는데 중국산이 들어오고 부터는 10%로 줄어 들었다. 상당한 경영상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자동차 부품 쪽은 독일 쪽으로 수출하던 물량이 해외공장 지으면서 거기서 생산하다 보니 작년에 10명 이상 감원을 했다.

▲ 이방섭 환영철강노조 위원장 ⓒ 세아베스틸노조

조용갑 한국제강노동조합 위원장
전기로 사업장들 중에 올해 1,2월이 흑자 난 곳이 별로 없을 거다. 원가에서 60%이상 차지하는 것이 고철인데 고철단가가 재작년 11월부터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 1년이 넘게 떨어지고 철근 단가 반등의 기회가 없다. 그리고 작년에 전기요금을 올리고. 환영철강 같은 튼튼한 회사도 적자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까지 왔다.

이방섭 환영철강노동조합 위원장
한국철강에서 2002년에 환영철강을 인수했는데 작년이 최악이었다. 2013년까지는 200~450억 원의 이익이 발생했는데 작년 한 해에 47억으로 뚝 떨어졌다. 그 47억 원도 철을 팔아서 낸 수익이 아니다. 제품을 팔아서 낸 수익은 13억 원 정도이고, 34억 원은 금융쪽에서 발생한 수익이다. 중국에서 수입된 철강의 영향으로 보고 있다.

▲ 김회봉 한국철강노조 위원장 ⓒ 세아베스틸노조

김회봉 한국철강노동조합 위원장
철근 테이블 단가를 보면 56만 원이다. 그런데 52~53만 원에 팔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 철강사들이 생산 물량을 줄이는 등의 자성도 필요하다고 본다.

철근 공급은 1,250만 톤 전후 인데 수요는 800만 톤 선이다. 여기에 중국에서 800~900만 톤의 물량이 들어오니 수량들을 파악해서 감산하는 노력해야 하는데 이런 것들이 안 되고 있다. 대기업에서 국내 철근 시장의 40%정도를 잠식해 가고 있다.

김태완 세아베스틸노동조합 위원장
세아베스틸은 시장점유률 1위로 뛰어난 특수강 기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고철 단가나 원자재 상승에 대한 영향에서는 아직은 괜찮다. 그런데 향후 어려움이 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기업에서 특수강 사업에 뛰어 들었다. 고로제철사업장에서 나오는 쇳물이 100만 톤이 된다. 그걸 처리하기 위해 특수강에 손을 대는 것이다. 그 100만 톤 어떻게 할꺼냐를 고민하던 차에 공사를 시작했고, 올 하반기 11월부터 본격적으로 가동된다. 그러면 세아베스틸에서 생산하는 물량 중 40만 톤이 직격탄을 받게 된다.

▲ 김태완 세아베스틸노조 위원장 ⓒ 세아베스틸노조

김회봉 한국철강노동조합 위원장, 전국철강산업노동조합협의회 의장
대기업에서 철근에 진입하면서 대기업과 대기업이 아닌 사업장의 경쟁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그래서 고로 사업장들과 만나서 철강산업 전체를 위해 서로 적정선을 지키자,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기업에서 도덕적, 윤리적인 양심을 가지지 않으면 작은 사업장들은 다 죽을 수밖에 없는 구조로 간다.

고철, 철 스크랩이 1년 반 정도 계속 하락했다. 430원에서 270원까지 계속 떨어졌다. 이런 것들이 과연 바른 것인지 생각을 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 스스로가 지키지 않으면 다 죽는다. 철근도 마찬가지이고 특수강도 마찬가지이다.

김태완 세아베스틸노동조합 위원장
철강사들이 기간산업으로 나라 경쟁력을 이끌었는데 지금은 과다 경쟁 시장이 됐다. 고철 단가, 전기세 문제가 계속 되면 중국산에 밀려서 헤쳐 나올 수 없게 된다. 10년 안에 살아남는 기업들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무한경쟁시대에 들어서 FTA 타결로 싼 가격에 중국산이 들어오는 것을 막을 수는 없지만, 대신에 정책적 배려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정부에 호소하고 목소리를 낼 수 있게 산별노조 협의체도 구성해야 한다.

조용갑 한국제강노동조합 위원장
고철을 수거하니 환경정화의 측면도 있다. 그런데 문제점은 고철을 사서 작업하다 보면 분진이 나오는데, 이 분진을 톤당 6만 원을 내고 산업폐기물로 처리하고 있다. 이 분진을 재활용 할 수 있는 방안을 기업에서 마련하기는 힘들다. 정부 차원에서 재활용 방안이 없는지, 그리고 회수 비용인지 모르겠지만 톤당 6만 원이 상당히 부담이 크다. 고철은 쓸 수 있는 부분은 쓰고 남은 폐기물에 대해서는 정부에서 무상으로 다시 회수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안식 대한제강노동조합 위원장
철강사들이 어려우니까 힘드니까 정부에 무조건 법인세, 전기세 깎아 달라 이런 것 아니다. 각 회사마다 살아남기 위해서 필요한 노력을 하고 있다. 원가절감을 위해서, 생산량 높이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 현실이다. 회사의 원가절감은 한정되어 있는데 외국에서 들어온 저가 철강제품에는 도저히 경쟁이 안 된다.
기간산업이자 뿌리 깊은 회사들이 없어지는 것은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에도 맞지 않는 현상이다. 이런 걸 방치하다 보면 일부 대기업만 살아 남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조용갑 한국제강노동조합 위원장
현재 탄소배출권이 작년 10월부터 적용되고 있다. 철강업계가 배정 받은 게 96~98%정도이다. 여기까지 온 것도 전기료를 아끼기 위해 노력한 것인데, 탄소배출권까지 100%를 주지 않는다. 이것 또한 한국제강 기준으로 보면 연간 7~8억 원의 비용이 그냥 나가는 상황이 됐다. 지금까지 원 단위를 줄이기 노력 안 한 것도 아닌데, 현재의 기준점에서 100%를 주는 것도 아니고 96~98%를 주면 앞으로 이것 또한 원 단위(원가)를 상승시키는 요인이 된다.

김회봉 한국철강노동조합 위원장, 전국철강산업노동조합협의회 의장
우리 철강노조협의회가 서로 연대하고 도움을 주자는 의미에서 출범한 지 14여 년이 지났다. 의장직을 맡을 때 철강산업의 하락세를 예상은 했지만 각 사가 아직은 잘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허나 협의회에 소속된 사업장들이 대부분 전기로 사업장이기 때문에 앞으로 더욱 어려워 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