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교육, 잘못된 교육 바로잡는 일
참교육, 잘못된 교육 바로잡는 일
  • 이상동 기자
  • 승인 2015.05.11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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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권이 추락했다고?
교사가 할 일은 학생 가르치는 것
[사람] 진영효 전교조 참교육실 정책국장 인터뷰

진학을 위한 학교, 이미 학원에서 배워서 집중하지 않는 아이들. 좋은 대학에 몇 명을 진학시켰는지, 서울 내 대학에 얼마나 많은 학생을 보냈는지가 성과로 평가되는 것이 지금의 교육 현실이다. 학교 안의 사건들이 이슈화되고 온갖 자극적인 기사들이 교권추락을 말한다. 과연 정말 그럴까? 지금의 학교 그리고 교사들이 어떤 현실에서 일하고 있는지 진영효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참교육실 정책국장에게 물었다.

ⓒ 이현석 객원기자 175studio@gmail.co.kr

전교조가 말하는 참교육이 무엇인가?

“현재의 교육이 제대로 된 교육이 아니라는 거다. 비정상적인 교육이라고 보는 것이다. 그래서 참이라는 것은 진짜 교육을 되찾자, 진짜 교육을 회복하자 그런 의미다. 현재 교육이 왜 가짜 교육이냐, 교육이 아이들을 경쟁시켜서 좋은 대학교나 고등학교를 보내기 위한 수단으로써만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그 속에서 엄청나게 경쟁하고, 공부하는 목적이 시험을 잘 보기 위해서 하는 것이지 공부를 통해서 지적으로 성장하거나 정신적으로 건강해지고 발달하는 그런 게 아니라는 거다. 그런 점에서 현재의 교육은 잘못된 것이고 진짜 교육으로 돌아가자, 그것이 참교육이다.”

자주 나오는 이야기는 주로 교권 추락에 관한 것이다. 정말 그런가?

“교권이라는 것은 두 개의 측면에서 봐야 한다. 교사와 학생의 관계에서 나오는 교육적 권위와 교감, 교육청, 국가 등을 상대하는 교사로서의 권익을 교권이라고 한다.

흔히 교권을 학생의 인권과 대립적으로 이해하게 되는데 그건 잘못된 것이다. 교사와 학생의 관계가 대립적으로 맺어지는 것은 아니다. 학생의 입장에서 봤을 때 교사에 대한 저항으로 표현되긴 하지만 사실은 기존 교육체계, 사회, 국가에 대한 일종의 저항이고 몸부림이다. 강요된 공부, 강요된 생활에 대한 건강하지 못한 저항인 셈이다.

눈앞에 보이는 것이 교사다. 그 교사가 기존의 잘못된 기성세대의 문화와 국가에서 강요하는 가짜 교육을 대리하는 순간 그런 아이들에게 저항을 받는 거다.

교사와 학생의 관계가 옛날 같지 않다고 하는데 교사가 학생들에게 명령하는 존재로만 있을 필요는 없다. 학생과 수평적 관계를 회복하고 그 속에서 학생들의 자발적인 존경을 이끌어낼 수 있게 노력해야 한다. 기성세대의 권위가 학생들에게 존경받지 못하는 것은 하나의 현상일 뿐 그런 부분은 옛날에도 있었다. 그런 점에서 교권이 추락했다고 볼 수는 없다.”

말씀하신 의미의 교권이라면 교권회복 운동은 하지 않는가?

“교사가 학생으로부터 존경을 받고 권위를 가질 수 있는 것은 좋은 거다. 이러한 교권을 제대로 확보하기 위해선 학생들의 자발적인 존경심이 필요한 것이고, 학생들에게 참교육을 하게 되면 그것은 자동으로 따라오게 돼 있다고 본다.

내가 존경했던 선생님과 싫어했던 선생님을 생각해 보자. 다짜고짜 이유도 없이 때리는 선생님을 존경할 수 있는가? 선생님이 나와 대화하고 인간으로서 위로해주고, 공감해주고, 제대로 교육하려는 진정성을 보일 때 선생님에 대한 자발적 존경심이 생기는 거다. 학생은 학생대로 존중받고 교사도 교사대로 존중받는 가운데서 자연히 만들어지는 것이 교권이다.”

교사들이 겪는 어려움은 어떤 것이 있는가?

“실제 학생들과의 관계보다는 교육청이나 국가와의 관계에 어려움이 많다. 각종 공문, 보고서 등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들이 아주 많다.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할 것은 교과별로 분류돼 있는데, 이것도 가르쳐라, 저것도 가르쳐라, 수시로 내려온다. 근데 수업시간은 제한돼 있고 아이들도 이해할 수 있는 한계가 있다. 교사가 학교에서 바빠야 할 이유는 학생들 교육에 있는데 교육청에 보고하고 불가능한 일들 처리하고 서류 작성하고 컴퓨터 들여다보고 있어야 하는 거다. 그런 업무가 줄지 않는 한 교사가 학교에서 제대로 역할을 하기 힘들다.

국가의 부당한 통제도 아직 남아 있다. 대표적인 게 세월호다. 작년에는 세월호 배지도 달지 말라고 그랬다. 교육이라는 것은 인간에 대한 이야기인데 자기 동료와 제자가 죽은 사건에 대해서 인간적으로 추도하고 배지를 다는 건 누가 봐도 교육적이고 인간적인 것이잖은가. 그런 것도 못하게 하는 것이 학교 현장을 말라가게 하는 것이다.”

교사들의 어려움을 해결할 방법이 있다면?

“교원 법정정원이라는 것이 있는데 학교에 배치돼야 할 교사가 100명이면 현재는 85명 정도 밖에 없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30%는 기간제 교사다. 기간제가 싸니까 발령을 안 내고 기간제를 쓴다. 사립학교는 특히 심하다.

기간제 선생님은 담임을 제대로 하기 힘들다. 내가 그 학교에서 1년 있다가 갈 건데 그 아이가 이전에 어떻게 자랐고 어떻게 자랄지에 대해서 연속성이 없다. 아이가 들어올 때부터 보면서 1학년 때 어떤 일이 있었는지 상담하고, 이후에 어떻게 변했는가를 지켜봐 주고 할 수 있는 선생님이 담임하는 거랑 차이가 있다. 기간제로 오는 선생님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 자체가 문제인 거다. 기간제가 30%에 육박하는데 순전히 경제적인 이유다. 노동현장에서 비정규직을 쓰는 것하고 똑같다. 그렇게 해서 어떻게 정상적인 교육이 되겠는가.

기간제가 이렇게 들어온다는 것은 학교 현장에서 교사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훨씬 더 악화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기간제는 자기 보장을 전혀 못 받는다. 자기 신분에 대해서 보장을 못 받고 급료도 그만큼 적고 불완전 노동인데, 그런 상태에서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겠나?

정원을 늘려야 한다. 100명이 정원인데, 확보된 85명 중에서도 30%가 기간제다. 정부가 법을 어기고 있는 거다. 내려오는 행정업무량도 줄이고 현장 교사도 늘리려면 교사들 간에 역할 분담을 제대로 해야 한다. 요즘엔 행정전담교사라고 해서 행정업무만 전문적으로 하는 선생님을 몇 분 배치하고 나머지는 다 담임을 하는데도 업무량이 여전히 많다. 행정업무를 하는 선생님의 일도 줄이고, 교사의 정원도 늘리고, 교사의 역할 분담도 적절히 할 때 해결 할 수 있다. 여러 가지가 같이 돼야 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