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는 공짜가 아니다
복지는 공짜가 아니다
  • 박석모 기자
  • 승인 2015.05.11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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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와 정부, 공무원단체들이 참가한 실무기구에서 합의했던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결국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했습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는 거센 후폭풍이 불고 있습니다.

어렵사리 합의한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가 무산된 데에는 ‘소득대체율 50%’를 둘러싼 논란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현행 국민연금법에서 오는 2028년까지 40%로 낮추도록 규정하고 있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50% 수준으로 올리자는 겁니다. 하지만 국민연금에 대한 권한이 없다며 실무기구의 월권을 이야기하는 청와대, ‘50%’라는 수치는 명문화할 수 없다는 여당, ‘50%’가 빠지면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도 없다는 야당의 입장이 어긋난 것이죠.

소득대체율은 생애평균소득 대비 연금액의 비율을 의미합니다. 생애평균소득이 월 200만 원이라면 소득대체율이 40%일 때는 월 80만 원을 연금으로 받지만, 소득대체율이 50%로 오르면 월 100만 원을 연금으로 받게 되는 겁니다.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국민대타협기구나 그 이후의 실무기구에 공무원단체들이 참가하면서 내건 조건은 공무원연금뿐만이 아닌 공적연금 강화를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 합의는 그렇게 나온 것이죠.

노인빈곤율이 높고 국민연금 외에는 마땅한 노후소득도 거의 없는 우리나라에서 국민들의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위해서는 국민연금을 강화하는 게 맞습니다. 소득대체율을 인상해 국민연금을 강화하자는 방향은 옳다는 겁니다. 문제는 재정에 있습니다.

지난 2012년 대선 이후 우리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 중 하나로 떠오른 게 ‘복지’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복지는 곧 무상’이라는 생각이 널리 퍼져 있는 것 같습니다. ‘무상급식’이니 ‘무상의료’니 ‘무상교육’이니 하면서 복지제도를 이야기할 때마다 ‘무상’을 붙이는 것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복지도 마찬가집니다. ‘무상’이라는 말이 붙는 제도라 할지라도 돈은 들어갑니다. 하지만 ‘무상’이라는 말을 들으면 아무 것도 내는 것 없이 받기만 할 수 있을 것처럼 착각하기도 합니다. 사실 ‘무상’이라는 말은 정치적인 목적을 극대화하기 위한 정치적 수사에 가깝습니다. 찬성하는 쪽은 수혜자의 혜택을 강조하기 위해서, 반대하는 쪽은 ‘무상을 남발하다 국가가 거덜 날 수 있다’는 공포마케팅을 위해서 의도적으로 ‘무상’이라는 말을 각종 복지제도 앞에 붙이고 있죠.

결국 더 많은 복지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더 많이 내는 것이 당연합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지금부터 보험료율을 단계적으로 높이는 것입니다. 게다가 소득대체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보험료율 인상이 더욱 필요합니다. 다만 공무원연금은 국민연금과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별도로 공무원연금만의 특수성을 인정하는 보완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보험료율을 높여야 한다’는 말을 누가 할 수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정치권이 그 역할을 하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당장 눈앞의 ‘표’에 눈이 먼 정치인들이 나설 리 만무합니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결국 ‘더디더라도 지속적으로 대화하고 설득하는 방법’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골든타임’을 들먹이며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처리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은 분명합니다. 결국 사회적 대화가 해법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