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축된 노사관계, 제대로 풀어 보겠다
위축된 노사관계, 제대로 풀어 보겠다
  • 홍민아 기자
  • 승인 2015.05.11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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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쓰-오일노동조합 13대 위원장 선거, 6개 후보단 나서
대의원대회 결정 존중 내세운 백승우 후보, 49.3%로 당선
[사람] 백승우 에쓰-오일노동조합 위원장
ⓒ 에쓰-오일노동조합

지난 2월 11일 치러진 에쓰-오일 노동조합 13대 위원장 선거에는 6개의 후보조가 출사표를 던졌다. 통상적인 노동조합 선거와는 달리 확연히 눈에 띄게 많은 후보조가 나섰다는 것은 그만큼 할 말이 많았다는 이야기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쟁점이 되었던 부분은 2014년 체결한 단협에서 통상임금 관련 합의사항에 대한 재협상 요구와 임단협 체결에 조합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제도의 규약화였다.

2월 11~12일 6명의 후보들이 참가한 1차 투표에서 백승우 후보가 1위, 손경익 후보가 2위를 차지해 15일 결선 투표에 올랐다. 그리고 49.3%의 지지를 받은 백승우 후보가 13대 위원장에 당선되었고 4월 1일부터 공식 일정에 들어갔다.

백승우 위원장은 8, 9, 10대 에쓰-오일노동조합 부위원장직을 역임하면서 9년간 노조 집행부 활동을 했고, 12대 위원장 선거에 입후보하여 2차 결선투표까지 올라갔지만 7표 차이로 낙선한 이후 지난 3년간 대의원으로 활동해 왔다. 13대 위원장 선거에서 백 위원장은 임기 내에 동종사 최고 수준의 임금 쟁취와 통상임금의 합법적 쟁취, 조합원 찬반투표를 통한 임단협 체결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9년간 집행부 활동을 한 경험이 있는데 에쓰-오일노동조합의 조직 분위기나 노사관계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일단 정유산업은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되어 있기 때문에 파업을 할 수 없는 구조다. 노무현 정권 때 필수유지업무를 지정해서 일부 완화시키긴 했지만, 다른 정유사들과 마찬가지로 당시 노사협상에서 그 부분에 대해서 변경시킨 바는 없다. 법적으로 기준이 완화되긴 했지만 필수공익사업장으로 묶여 있는 형태다. 그래서 우리는 노사관계에 있어 극한 대립까지 간 적은 없지만 크게 화합적이지도 않다. 화합을 목적으로 내세우지만, 조금씩 싸우고 양보하기도 하는 형태다.”

몇몇 후보 팀에서는 전 집행부에 대해 꽤 강하게 반발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집행부가 내걸었던 공약에 대한 실천 부족과 당선을 목적으로 한 선심성 공약의 남발을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이에 더해 위원장의 도덕성 논란으로 조합원들의 불신이 높아진 상태였다.”

에쓰-오일의 통상임금은 일률성, 정기성, 고정성이 취업규칙과 인사규정에 명시되어 있는데 작년 임단협 과정에서는 고정성이 빠진 채 합의가 이뤄졌다.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 같은데?

“이 부분이 작년 단체협상에서 가장 큰 이슈였고 선거 과정에서도 그랬다. 앞으로 사측과 대화를 통해 확인해야 할 부분이 많지만, 간단히 말하자면 우리 취업규칙과 인사규정을 동종사의 규정대로 바꾸자고 잠정 합의를 해 버린 거다. 우리는 단협을 보고 후 체결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는데, 대의원대회에서 많은 대의원들이 단협 결과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자리를 떠나 버렸다. 그런 와중에 현장조직에서 임단협 체결에 대해 조합원 찬반투표를 붙이는 이슈를 들고 나왔다. 그래도 체결권은 위원장이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입장도 있었지만, 집행부가 공약을 지키지 않은 문제들이 겹치고 대의원대회가 파행적으로 끝나고 바로 선거에 돌입하면서 조합원들의 찬반투표 요구 문제가 전체적으로 이슈화 된 거다.

통상임금 문제는 사측과의 보다 구체적인 대화를 통해 방안을 찾을 계획이다. 현장을 다니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요구가 통상임금 문제의 해결이기도 했다.”

찬반투표 관련 규약 개정에 실패할 시 집행부 전원 사퇴를 불사하겠다고 한 이유는?

“이 부분에 대해 과거에도 많은 후보들이 공약을 내걸고 선거에 임하였지만 막상 당선이 되고나면 공약 실천에 대해 흐지부지 해지는 경향이 있었기에 규약 개정을 통해 조합원 찬반 투표를 반드시 실시할 것이라는 의지를 좀 더 확고히 하고자 하는 목적이 있었다. 물론 이 부분에 대해 사측에서는 압박이 들어오고 있지만, 조직 내 규약 개정을 바라는 조합원들의 목소리가 높다. 이 부분이 사측과의 첫 마찰이 될 수도 있는데 사측에서 그동안 이 부분을 방관한 측면도 있고, 조합원들이 겪어온 상황이 있기 때문에 서로가 받아들이고 해결해 나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세계 최대의 석유 회사 아람코의 지분 참여 후 에쓰-오일이 많이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그에 비해 성과 배분이 미비했나?

“91년에 지분 참여로 아람코사 들어왔다. 이후 회사가 원유의 안정적인 공급처를 확보한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당시 벙커C 라는 고부가가치 공정을 국내 정유사 최초로 도입하여 회사 성장에 큰 도움이 되기도 했다.

임금 수준은 7년 전까지만 해도 동종사와 비교했을 때 제일 높았다. 자체적인 협상보다는 동종사와 비교해 가면서 임금협상을 하는 관행이 있기 때문에, 그간 이 부분에 대해서 부족한 점이 있었다.”

조합원들의 노조에 대한 불신이 존재하고, 노조 내부에 다양한 소조직이 있는데 앞으로 어떻게 13대 집행부를 이끌어 나갈 계획인지.

“첫 숙제이다. 6명이라는 역대 최고 많은 후보들이 나왔다. 노노간에는 선거 당시 후보자들을 만나서 이야기 나누면서 회포도 풀고, 향후 노조 사업에 있어서 도움도 구할 것이다.

원래 노동조합 홈페이지에 있는 자유게시판은 로그인 없이 이용이 가능해서 조합원들이 자유게시판에 의견 게시도 하고 토론도 벌이고 공방전도 일었었다. 그런데 로그인 제도로 바뀌면서 활성화 됐던 홈페이지가 유명무실해졌다. 그래서 조합원들과 함께 소통하려는 첫 단추로 홈페이지 이용 제도의 개선을 시작할 것이다.

나는 ‘소통’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우리가 하는 일이 현장에 바로 전달될 수 있도록, 그리고 현장의 요구가 노동조합에 전해질 수 있는 통로를 구축해 나갈 것이다. 지금도 점심시간이나 저녁시간을 이용해서 조합원들과 같이 밥 먹으면서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노사관계에 있어서는 내가 내세운 공약의 이행을 요구하고 그간 노동조합 활동과 선거과정에서 쌓아온 내 소신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것이다. 예전 집행부 생활을 하면서 리더의 카리스마가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회사를 상대로 대화를 요구하고 관철시키는 것에 있어서 그런 위치를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고 이것이 수평적 노사관계의 기초가 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