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인터뷰] 세금폭탄 1,702조? 뻥튀기!
[긴급 인터뷰] 세금폭탄 1,702조? 뻥튀기!
  • 박석모 기자
  • 승인 2015.05.12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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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빈곤율 1위…정부는 기금 적립만 걱정
지급 보장 명문화로 불안감 해소부터

지난 5월 2일 공무원연금 개혁 실무기구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50%까지 인상키로 합의한 이후, 이 문제를 둘러싸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국민연금을 관리하는 국민연금지부에서는 이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김영균 공공운수노조 국민연금지부장의 이야기를 들었다.

두 배 보험료, 말도 안 되는 가정 바탕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50%로 인상키로 한 것을 놓고 논란이 일고 국민의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위해 필요한 소득대체율 수준은 어느 정도라고 보는가?

“물론 높을수록 좋다. 예전 ‘1045 캠페인’에서는 국민연금을 45%로 더 이상 낮추지 않고 기초연금 10%를 보편적으로 갖추는 게 적정한 수준이라고 봤다. 그런데 기초연금이 완전한 10%가 아니라 5%에 가까운 안이 됐다. 그 차원에서 보면 국민연금, 기초연금 어느 하나만 볼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둘의 관계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서 매칭시켜야 할 부분이 있다. 사회적인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50%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로 적정한 수준인가는 지부차원에서 조직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아니다. 또 겉으로 드러난 소득대체율도 중요하지만 실질소득대체율이 높아져야 하는 부분이 중요하다. 기초연금도 마찬가지로 보편적으로 가야 한다. 그런 부분들을 어떻게 보완해 가느냐가 복잡하지만 중요한 문제다.”

2007년 국민연금 개혁 때 학자들은 소득대체율 50%, 보험료율 12.9%를 이야기했는데 학자들은 50%가 소득대체율로 적정하다고 동의한 건가?

“국민연금 중심으로만 가면 최소한 그 정도는 돼야 한다는 거고 학자들 사이에서는 그게 1안이었다. 다만 현실적으로 어려웠던 게 국민연금이 불신 받고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율을 12.9%까지 올리는 부분이 쉽지는 않았다. 다른 한편으로 기초연금이 나오게 된 배경이지만 사각지대 문제가 아주 컸다. 그 당시에는 우리나라 공적연금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두 가지 체제로 나가는 게 맞지 않겠냐는 공감대가 있었다.”

청와대가 주장한 향후 65년간 세금폭탄 1,702조 원은 어디에서 나온 수치인가?

“올해부터 2083년도까지 70년인데 그 기간에 10% 소득대체율을 추가로 올렸을 때 추가로 지급해야 하는 연금 지급액을 말한다. 청와대는 이것을 다 세금으로 해야 한다고 이야기하지만, 노인 빈곤을 막고 적정한 노후소득 수준을 맞추기 위해서는 추가로 들어가야 할 금액이 향후 60~70년간 1,700조 원 정도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렇게 따지면 당연히 만들어 놔야 할 재원이고 노인들에게 지급돼야 할 금액인데 오히려 세금폭탄이나 후세대 부담을 거론하면서 왜곡시키는 거다. 앞으로 2083년까지 지급 될 연금액이 1경 300조 원 정도 되는데 소득대체율을 올리면 1경 2,000조 원이 지급된다는 뜻이다.”

청와대는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면 보험료가 두 배로 올라 1인당 연간 209만 원을 더 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반대로 야당은 현행 9%의 보험료율에서 1.01%p만 올리면 된다고 이야기한다. 어떻게 나온 수치인가?

“국민연금기금을 운영하는데 국민연금기금을 어떤 수준으로 잡을 거냐의 차이다. 양쪽 다 극단적인 측면이 있다. 현재 추계에 따르면 2060년이 되면 현행 9% 보험료율 40% 소득대체율 체제에서도 기금이 소진된다. 2060년으로 소진 시점을 맞춰가지고 50%로 올렸을 때 추가로 더 필요한 수치를 맞추게 되면 김연명 교수가 말한 대로 1.01%만 올리면 된다. 대신 2060년 이후에 추가로 들어가는 비용이 좀 더 많아지는 문제는 있다.

복지부가 얘기했던 18%, 2배 보험료는 2083년 기준으로 적립배율 17배로 기금을 키우고 2100년 이후에도 수지 균형을 맞추겠다는 가정에서 나온 수치다. 2083년에 적립배율 17배는 말도 안 되는 수치다. 보험료 한 푼 안 걷어도 17년간 지급할 금액을 쌓아놓자는 거다.

김연명 교수 입장도 냉정하게 1%만 올리면 2060년에 소진되는데, 그 사이에 2~3% 폭을 더 올려서 기금 소진을 연착륙시키겠다고 한 거니까 그게 조금 더 합리적인 입장이라고 볼 수 있다. 1%나 두 배 보험료나 50% 소득대체율을 위한 적정한 보험료율이라는 개념이 아니라, 한쪽에서는 최소로 얘기하는 거고 복지부 입장은 뻥튀기 하는 거다.”

재정안정보다 적정 노후소득이 우선이다

공적연금 개혁론자들의 근거는 ‘재정안정’과 ‘지속가능성’이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는 우리나라에서 지속가능한 연금제도를 운영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

“항상 연금개혁을 이야기할 때 나오는 게 재정안정화 프레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빈곤의 문제가 있다. 공적연금을 볼 때는 두 가지를 생각해야 하는데 재정의 문제도 당연히 세대 간의 부담 문제이기 때문에 고려해야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노인 빈곤 문제를 생각해야 한다. 근데 우리나라는 지나치게 한쪽으로만 쏠려 있다.

노인을 대량으로 빈곤화 시키면서 재정안정화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공적연금제도, 국민연금 본연의 기능에 맞는 거냐, 그런 생각을 우선 하게 된다. 현재 약간의 재정 상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나라가 감당하지 못할 수준이 아니다. 그런 부분에서 연금개혁론자들의 의견은 좀 더 냉정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적정한 노후소득을 보장하는 측면에 대한 고민이 나와야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재정이 안정화 돼야 지속 가능하다는 부분도 있다. 현재 시점에서는 국민연금기금이 고갈된다, 나중에 받지 못할 거다 하는 불신이 있는데, 재정안정화 이전에 제도 자체에 대한 불신으로 지속 가능성이 없는 것 아니냐. 또 세대 간에 서로 반목만 심어두면 앞으로 이 제도가 제대로 유지 되겠는가 하는 걱정이 앞선다. 그런 측면을 복합적으로 판단해서 공적연금의 정말 중요한 기능이, 물론 재정안정화를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노후에 적정한 소득보장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다.”

기금이 소진되는 2060년 이후, 40% 소득대체율을 위해서는 소득의 21.4%를, 소득대체율이 50%로 오르면 25.3%를 납부해야 한다고 하는데, 현행 9%의 보험료와 비교하면 현 세대와 미래 세대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도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은?

“한 번에 급격하게 부과 방식으로 전환한다는 것은 상상의 논리다. 과장된 논리고 그런 일은 있기 힘들 거다. 갑자기 그동안 보험료를 소진했다고 보험료를 그 시점 맞춰서 25% 올리고 이런 일은 할 수 없다. 지금처럼 5년 마다 재정추계를 내는 이유가 그 상황을 가정을 해서 조금씩 조정해 나가자는 거다. 보험료를 조금씩 올리든 급여를 조정하든 이런 과정을 통해서 기금 소진을 연착륙시키려는 노력을 하는 거다. 그 사이에 보험료 조정이 전혀 없다는 가정은 비현실적이다.

급격하게 부과로 변경하는 것은 있을 수 없고 기금 소진 시점을 계속 연장해 나가고 있는데, 중요한 것은 그 기금 규모를 어느 정도로 유지할 거냐 하는 문제다. 거기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별도로 있어야 한다. 어쨌든 기금이 소진되면 끝날 것이라는 이야기는 비상식적인 가정이다.”

현 세대의 보험료율을 올린다면 어느 정도가 적당한가? 보험료율을 인상한다고 하면 국민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

“불신이 심한 것이 더 문제다. 국민연금이 제대로 성숙되지 않았고 점점 성숙해지면서 신뢰가 확보돼야 할 부분이 있는데 ‘기금 고갈’이니 뭐니 하면서 자꾸 불신을 부추긴다. 9% 보험료율 40% 소득대체율도 내는 것에 비하면 많이 받는 구조인데 그런 식으로 불신하게 된다.

통상 적정한 보험료는 급여율 10%당 보험료율 3.5%로 본다. 예를 들어서 내가 10만 원 연금을 받기 위해서는 3만 5천 원 정도 내야 적정한 수지에 맞는 보험료가 된다. 그런데 지금은 40%에 9%이니까 혜택이 많은 거다.

이런 부분 어느 정도 정착되고 신뢰가 쌓이면 보험료를 조금씩 올릴 여지가 생긴다. 후세대들은 우리 세대에 비하면 이중 부담이 없다. 첫 번째는 경제 성장의 혜택을 보는 거고, 두 번째는 사적 이전이 없다. 지금은 노인들한테 자식들이 용돈으로 주는 게 2011년 기준으로 대략 25만 원 정도다. 그런 부담이 줄어들게 되면 후세대에 가서 보험료를 조금 더 올릴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 식의 세대 간 연대가 자꾸 확산이 돼서 적정한 보험료율이 만들어지면 좋은데, 지금 그게 아니라 재정안정에 기금 소진 문제로만 불신하니까 보험료를 올리기가 힘들어지는 거다. 기금 고갈돼 못 받을 것 같으니까 올리는 거구나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거다.”

보험료율 조정·사각지대 해소, 동시에 추진돼야

보험료율 인상에서 또 하나 걸리는 문제는 지금도 광범위한 사각지대 문제다. 보건복지부는 보험료율을 올리면 사각지대를 오히려 넓히고 연금 수급자와 미수급자의 양극화를 더 키우게 된다고 이야기하면서 소득대체율 인상이 아닌 사각지대 해소가 우선이라고 이야기한다. 보편적 연금으로서의 국민연금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문제 역시 시급할 것으로 보이는데, 사각지대 해소 방안은?

“현재 사각지대는 대부분 영세자영업자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짧게 일하는 그들을 국민연금에서 근본적으로 포괄하는 방법으로는 한계가 있다. 그들 때문에 기초연금이 더 강화돼야 한다.

두 번째 국민연금에서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돈을 지원하는 것이다. 지금 영세 사업장, 10인 미만 사업장 140만 원 미만 노동자들에게 ‘두루누리’ 사업으로 1/2 보험료를 보조하고 있다.

단계적으로 특수고용 노동자들이나 영세자영업자들에게까지도, 단돈 만 원, 이만 원이라도 추가로 지원하면 그들도 들어올 수 있다. 지금 농어촌 보험료 지원해 주는 것처럼 몇 만 원이라도 지원해주면 자연스럽게 들어온다. 그런 부분들을 적극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이번에 공무원연금 개혁에서 그런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보험료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나온 것은 아주 바람직하다. 거기에서 국가 재원이 많이 들어가야 한다. 지금까지는 그런 노력을 거의 안 했다.”

문형표 장관의 발언을 보면 사각지대 해소와 보험료 인상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는 것으로 보는 것 같다.

“납득되는 부분이 없는  건 아니다. 현재 상황에서 보험료를 더 올리면 체납자나 납부하기 어려운 사람들은 납부하기가 더 힘들어지니까, 소득대체율 올리고 보험료를 올린다는 논의가 그들한테는 힘든 것일 수 있다. 그래서 만약 올린다면 그런 사각지대에 대한 보험료 지원 대책이 동반해서 같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야 소득대체율을 올리는 명분도 있을 거다. 이번에 합의된 방향이 동시에 같이 가야 한다.”

세금폭탄 1,702조 원, 당장 보험료 2배 등과 같은 말은 ‘기금고갈’과 함께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을 부추기는 작용을 하고 있다. 기초연금 도입 때 국민연금과 연동하는 문제도 국민연금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렸다. 국민연금에 대한 신뢰를 제고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정부가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이 지급 보장을 법에 명문화 하는 거다. 사람들이 만날 국민연금 못 받을 거라 두려워하는데, 정부가 ‘국가가 부도나지 않는 한 무조건 받을 수 있다’고 이야기하면서도 막상 법으로 명문화 하자고 하면 거부한다. 나중에 기금은 소진된다고 하고 급여율은 올린다는데 정부가 불신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들을 거의 안하고 오히려 불신만 키우는 거다. 가장 중요한 첫 출발점은 지급 보장 명문화다. 실제 그것 때문에 나중에 국가 재원이 투여되는 것도 아니다.

다음으로 이렇게 정략적으로 왜곡된 논리로 가는 것이 아니라, 냉정하게, 국민의 적정한 노후 수준을 보장하기 위해 어느 정도의 경제적 포지션을 갖는 것이 중요한지, 그러기 위해서 장기적으로 적정한 보험료를 얼마로 해야 하는지 하는 문제들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통해서 신뢰를 기반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그걸 하기 싫다고 뻥튀기 하는 것 자체가 해야 할 역할을 회피하는 거다. 공적연금을 강화하는 건 국가의 책임인데, 우리 정부는 참 무책임한 거다.”

돈에만 집착하면 노인 빈곤율 1위 못 벗어나

공적연금은 산수의 문제가 아니라 철학의 문제인데, 그 철학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가?

“공적연금에서 재정의 문제도 중요하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기능은 최소한의 노후생활 수준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그것에 너무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고, 그러면서 제도가 성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신뢰를 쌓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어야 함에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노인 빈곤율 1위, 노인 자살률 1위가 됐다. 앞으로도 그렇게 갈 가능성이 크다. 국민연금이 성숙되면 그 차이가 줄어들 수 있는데 여전히 돈에만 너무 집착하고 있어서 크게 개선될 여지는 보이지 않는다.

지금부터라도 재정이라는 틀보다는 노후소득을 어느 정도 끌어올릴 것인지, 좀 더 장기적으로는 출산율을 올리고, 노동시장정책을 통해 양극화된 격차를 줄이고, 노인 일자리 정책과 같은 여러 가지 다양한 정책이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

복지부가 보험료 두 배를 이야기하는 것은 노인들이 돈이 없어서 고통 받고 있어도 기금만 몇 천조 원씩 쌓아놓겠다는 논리다. 그게 맞는가. 그게 복지부가 해야 할 말인가.

문형표 장관이 KDI 시절부터 20년 넘게 연구했는데, KDI 시절부터 계속 주장했던 게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낮추고 보험료율은 높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보험료율은 높여야 하는데 기업에 부담이 있으니 이것도 일정부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얘기했다. 노후빈곤을 연구한 게 아니라 돈에만 꽂혀 있었던 것이다.

극단적으로 어떤 표현을 하냐면 기금을 민영화시켜서 민간에서 운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야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거다. 실제로는 이것밖에 관심이 없는 거다. 국민연금을 관장하는 보건복지부 장관으로서의 자질이 없는 거다. 자본에만 관심 있는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