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대는 형성됐습니까?
공감대는 형성됐습니까?
  • 박석모 기자
  • 승인 2015.06.05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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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노사정위원회 논의가 최종적으로 결렬된 이후, ‘공감대가 형성된 부분에 대해서는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던 고용노동부가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서는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5월 28일 실시하려던 ‘취업규칙 변경의 합리적 기준과 절차’에 관한 공청회도 그러한 움직임 중 하나였습니다.

당초 이 공청회에서는 고용노동부가 마련하려고 하는 취업규칙 변경에 관한 ‘가이드라인’이 공개될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공청회가 시작되기 전 노동계의 강력한 반발로 결국 공청회는 취소됐습니다.

이런 모양새를 보면서 몇 가지 의구심을 떨칠 수 없습니다. 우선 ‘공감대가 형성된 부분’부터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했는데, 이날 공청회 주제였던 취업규칙 변경의 기준과 절차 문제는 공감대는커녕 노사정위원회 논의를 결렬시킨 핵심 쟁점 중 하나였습니다. 노사정위원회에서 논의했던 많은 의제들 중에서 하필이면 공감대와는 가장 거리가 먼 의제부터 추진했는지가 의문입니다. 당장 내년부터 정년이 60세로 연장되니 임금피크제 도입을 미룰 수 없다고 할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절박했다면 최소한 노사정위원회 논의가 결렬되지 않도록 더 노력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다음으로 공청회를 주최한 기관은 고용노동부가 아닌 노동연구원이었습니다. 입법을 추진하는 기관이 고용노동부라면, 공청회도 고용노동부가 직접 나서는 것이 옳지 않을까요? 이런 방식으로 대리인을 내세우는 것은 비판을 피하기 위한 꼼수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더 의심스러운 것은 그렇게 중요한 과제를 ‘가이드라인’으로 추진한다는 점입니다. 꼭 추진해야 할 정책이고 노동시장을 개혁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내용이라면 가이드라인이 아닌 법으로 만들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기간도 오래 걸리고 과정에서의 논란도 불가피한 입법 대신, 행정부가 비교적 손쉽게 개정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 즉 시행령으로 추진한다는 건 뭔가 다른 의도가 있거나 일방적인 강행을 위한 것이라고 이해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정부의 생각에, 아니 대통령의 생각에 부합하지 않으면 사회적 합의나 공론화 과정, 여론 수렴과 같은 거추장스러운 절차는 모두 생략하겠다는 것 아닌지 의심스럽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일방적으로 추진된 가이드라인은 유명무실하거나 나중에 더 큰 혼란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게 통상임금과 관련한 가이드라인입니다. 과거 노동부 시절 발표한 ‘통상임금 산정 지침’은 통상임금과 관련한 논란에서 혼란을 가중시키는 역할밖에 한 게 없습니다. 과거부터 이어져오는 가이드라인만 문제인 것은 아닙니다. 현 정부가 발표한 ‘사내하도급 근로자 보호 가이드라인’처럼 현장에서 지켜지지 않아 유명무실한 가이드라인도 부지기수입니다. 논란이 크더라도 처음부터 입법을 통해 기준을 세우려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지난 5월 28일은 전교조 창립 26주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이날 헌법재판소는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만들 수 있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현직 교사만 조합원으로 인정하는 현행 교원노조법을 합헌이라고 판결한 것입니다. 이 판결은 향후 입법을 통해 교원노조법이 개정되지 않는 한 전교조의 발목을 잡게 될 것 같습니다.
6월, 민주노총은 2차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공공기관 노조들도 6월 실시될 예정인 경영평가에 맞서 투쟁을 선언했습니다. 이래저래 ‘하 수상한’ 시국이 이어집니다. 이런 논란이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진통이 되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