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자세를 위한 끝없는 자기 수련
완벽한 자세를 위한 끝없는 자기 수련
  • 이상동 기자
  • 승인 2015.06.05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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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로 시작해 완벽한 자세를 위한 노력이 계속된다
몸매 걱정은 불필요, 관심은 오로지 ‘실력’
[일.탈_ 나만의 힐링을 공개한다] 수영

날이 더워지면 동네 개울에 들어가 물장구치던 시대는 옛 추억이 된지 오래다. 동네마다 수영장이 생겨나고 개울이 아닌 수영장에서 수영을 ‘배운다’. 최근엔 수상 사고가 많아 안전을 위해 수영을 배워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제는 수영을 단순한 물장구가 아닌 생존 기술로 이야기한다. 수영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 속에서 수영경력 15년의 직장인에게 수영은 어떤 의미일까.

ⓒ 국민체육진흥공단
‘음~파’에서 접영까지

이진영 씨(38)는 올해로 수영 경력이 15년이다. 동네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면 자세는 제일 좋은 편에 속한다. 대구에서 서울로 취직이 돼 회사와 자취방만 왕복하다가 회사 상사의 권유로 수영을 시작하게 됐다. 처음 다니기 시작할 땐 재미있어서 일주일에 하루도 빼먹지 않고 다녔다. 재미로 접근했던 수영은 스트레스 해소와 자기관리에도 도움이 됐다. 수영을 시작하고 5년이 될 때 까지는 일주일에 일곱 번이나 수영장에 갔다고 했다.

“고향에 내려갈 때도 수영복을 챙겨갔어요. 수영장에 갈지 안 갈지 모르지만 하여튼 수영복이 옆에 있어야 했죠.”

대부분의 수영장은 주 5일, 주 3일을 선택하고 새벽반, 오전반, 저녁반으로 나뉘어 운영된다. 새벽반과 저녁반은 출퇴근 하는 직장인들, 오전반은 주부들이 주로 참가한다. 각 반 별로 1시간 동안 강습이 진행된다. 수영에 한창 빠졌을 때 이진영 씨는 2시간 연속으로 강습을 듣기도 했다.

실력에 따라 초·중·고급반으로 나뉘고 그 외에 연수반도 있다. 몇몇 수영장에서는 시니어반을 따로 운영하기도 한다. 수영은 강습으로 시작해 강습으로 끝난다. 처음 수영을 시작하면 강사에게 호흡법과 발차기부터 배운다. 흔히 얘기하는 ‘음~파’가 그것이다. 발차기도 배우고 나면 물에 뜨도록 도와주는 보조장비인 ‘킥판’을 잡고 레인을 왕복한다.

“국민학교 다닐 때 두 달 정도 수영을 배운 적 있어요. 그 덕분에 처음 배울 때 편했죠. 하체 힘도 좋은 편이라 발차기도 크게 어렵지 않았어요.”

일반적으로 수영은 자유형, 배영, 평영, 접영 순서로 배우게 되는데 각 영법을 배우는 데 걸리는 시간은 사람마다 다르고 수영장의 강사에 따라 다르다. 영법을 모두 배우고 나면 자세를 다듬는 것에 집중하게 된다. 수영을 잘 하기 위해서는 좋은 자세가 필수다.

“자유형을 하더라도 끊임없이 자세를 봐요. 내 팔이 어디 있는지 내 다리는 제대로 움직이고 있는지, 호흡은 멀쩡한지. 수련한다는 느낌. 그런 식으로 하는 거죠.”


ⓒ 국민체육진흥공단
운동 중독? 멈추지 않고 40바퀴

운동은 머리를 비우는 데 도움이 된다. 힘들고 지치기도 하지만 어느 순간 머릿속이 비워진다.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땐 자유형을 하면서 팔을 한 번 앞으로 내던질 때마다 속으로 욕을 했어요. 그렇게 몇 번 왕복하면 감정적인 부분은 싹 날아가요.

사람이 의외로 잘 안 죽어요. 저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을 좀 거칠게 다루는 경향이 있는데 발차기를 열심히 하면서 숨을 별로 안 쉬어요. 그러다보면 머릿속이 하얗게 되면서 빈혈이 생기거든요. 의식을 놓기 직전까지 몰아붙인 적도 있어요.”

수영은 호흡을 의식적으로 해야 한다. 회사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 때로는 스스로를 한계까지 몰아붙이게 된다. 운동 중독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강습을 받으면 강사에 따라 수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마음대로 수영을 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자유수영을 다니기도 한다. 시간여유가 될 땐 쉬지 않고 2km를 헤엄치기도 한다. 25m 수영장을 기준으로는 왕복으로 40바퀴, 50m 수영장은 20바퀴나 되는 거리다.

“힘들어서 쉬고는 싶은데 멈추긴 싫은 거예요. 멈춰도 다시 시작해야 하는데 막상 멈추면 다시 시작 못할 것 같으니까 안 멈추고 계속 하는 거죠. 1km 돌면 1.5km 돌고 싶고, 돌고 나면 멈추지 않고 2km가 되는 거죠.”

수심이 깊은, 물에 잘 뜨는 수영장?

일반적으로 수영장은 25m 레인과 50m 레인의 수영장으로 나뉜다. 국제 규격은 50m이지만 여건상 많은 수영장이 25m 레인을 설치한다. 50m 수영장도 없지는 않지만 25m 수영장에 비하면 많은 수는 아니다. 지역의 종합체육센터가 주로 50m 레인이다.

25m 레인은 상대적으로 짧은 거리라 왕복 횟수가 늘어나고 50m 레인의 경우에는 한 번에 멈추지 않고 가야 할 거리가 늘어난다. 각각의 레인에 장·단점이 있다. 이진영 씨는 50m 레인을 선호한다. 수영 실력을 쌓기에도 멈추지 않고 좀 더 헤엄칠 수 있는 50m 레인이 좋다.

레인 길이뿐 아니라 레인 수와 수심에 따른 차이도 있다. 레인이 부족한 수영장에서는 사람이 많으면 수영을 제대로 하기 어렵다. 특히, 여름에는 사람이 더욱 몰린다. 레인이 많으면 상대적으로 조금 덜 한 편이다.
수심이 수영장 선택의 요소 중 하나가 되기도 한다. 수영장의 수심은 제각각이다. 얕은 곳은 성인 허리 깊이에서 점점 깊어지는 수영장도 있고 1m 정도의 수심이 유지되다가 어느 정도 길이가 지나서 2m 깊이로 변하는 곳도 있다. 2m 깊이가 처음부터 끝까지 유지되는 곳도 있는 등 다양한 편이다.
수심이 깊어 발이 닿지 않는 수영장은 초보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된다.

“물이 깊어 보이면 은근히 압박이 돼요. 지금은 괜찮은 편인데 처음에 깊은 곳에 들어갈 땐 그랬죠. 어떤 사람은 얼굴이 물에 들어가는 것으로도 공포를 느끼는데, 발이 바닥에 닿지 않으면 정말 큰 공포를 느끼죠. 수영을 오래하고 물에 빠져도 안 죽는다는 확신이 있어도 그런 느낌이 와요.”

수영장을 구분하는 또 다른 기준은 해수풀이냐, 락스풀이냐 하는 것이다. 흔히 물맛이라고 말하는데 해수풀은 짭짤한 맛이 나기도 한다. 이 차이는 비단 물맛뿐만 아니라 물에 뜨는 부력과도 관계가 있다.

“훨씬 잘 떠요. 수영장 깊이와도 관계있지만 염도와도 관계가 있어요. 해수풀에서 하면 몸이 확실히 잘 뜨죠. 락스풀은 락스 냄새가 몸에 배면 하루 종일 갈 때도 있어요.”

수영에 필요한 장비를 구입하는 비용은 다른 운동에 비해서 적은 편이다. 남자 수영복은 비싼 게 5~6만 원 정도이고 싸게 사면 만 원에도 살 수 있다. 수영모도 저렴하게 살 수 있고 물안경도 싼 제품부터 비싼 제품까지 다양하다. 저렴하게 하겠다고 마음먹는다면 충분히 저렴하게 시작할 수 있고 한 번 마련하면 오래 사용할 수 있다.

수영에 드는 비용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수영 강습료다. 강습료 역시 수영장마다 천차만별이다. 일반적으로 지역의 체육센터나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평생학습관, 청소년수련관의 수영장이 저렴한 편이다. 월 4~5만 원에서 비싼 수영장은 15만 원이 넘는 곳도 있다. 주 3일, 주 5일 선택에 따라 강습료가 다르고 1개월 단위로 갱신한다. 자유수영을 위한 일일 사용권을 판매하는 수영장도 있다.

ⓒ 국민체육진흥공단
몸매 걱정? 배우는 게 우선!

많은 사람들이 살을 빼고 나서 수영을 하려고 한다. 자신의 몸매에 대한 자신감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영장에서 타인에 몸에 관심을 갖는 경우는 몸매가 정말 멋지거나 수영 자세가 정말 좋은 때이다. 수영장 안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타인의 몸과 수영복에 큰 관심이 없다. 몸 때문에 수영을 망설이는 것은 전혀 쓸모없는 생각이다.

수영을 하다보면 심폐지구력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이고 운동량이 높기 때문에 식단 조절만 하면 다이어트에도 큰 도움이 된다. 또한, 수온 때문에 피하지방이 생기는데 일반적인 지방과 달리 몸매의 밸런스를 잡아준다. 각종 영법에 맞춰 헤엄을 치다 보면 물에 의해 피부가 마사지가 되는 부분도 있다.

수영은 대부분 강습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사람들은 보통 수영을 ‘배우러’ 간다고 생각하지 않고 ‘놀러’ 간다고 생각한다.

“영어를 배운다고 하면 회식을 빠져도 이해하는데, 수영장 간다고 회식을 빠지면 이해를 못하죠. 뭔가를 배우러 가는 건 같은 것인데 말이죠.”

강사마다 교육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강사의 실력에 따라 배우는 속도가 달라지기도 하고 강습의 재미와 난이도도 차이가 난다.

강습은 1시간이지만 준비하는 시간, 끝나고 씻고 나오는 시간까지 포함하면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수영장이 멀면 그 시간은 더 늘어난다. 그래서 수영장을 선택하는 조건에서 가까운 수영장이 큰 고려요소가 된다. 이진영 씨도 이직 시 고려사항 중 하나가 수영장이 가까이 있는지 여부라고 말했다.

저녁에 강습이 끝나면 모임을 갖기도 한다. 운동으로 소모한 체력을 보충하는 의미와 함께 가볍게 음주를 즐기며 친목을 다지는 것이다. 몇몇 수영장에서는 자치회와 같은 모임을 구성해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기도 한다. 다른 모임과 같은 부분도 있지만 모임 자리에서는 대부분 수영이야기를 한다. 자세 이야기와 수영 방법, 기술 등등의 이야기가 주로 나온다. 모임에 강사가 참가할 경우엔 그 정도가 더 심하다.

대회에 나가거나 철인 3종 경기를 하기 위해 수영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더 나은 자세를 위한 끝없는 연습이 계속 된다. 물 위에서 헤엄을 치는 것은 온전히 자신의 능력에 달린 것이고, 그 속도를 올리고 더 편하게 하기 위해서는 반복밖에 방법이 없다.

“수영을 처음 시작했을 땐 재미로 했는데 이제는 자기 수양이 되는 거 같아요. 계속 내 자세를 돌아보고 호흡을 참고, 버티는 운동이죠.”

여름이 다가온다. 수영장에 사람이 넘쳐나는 시기다. 수영을 하기엔 사람이 적은 겨울이 더 좋다. 하지만 동네 수영장은 언제나 열려 있다. 내 몸을 부끄러워 말고 한 번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