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소득 보장 안 되는 연금은 연금이 아니다
노후소득 보장 안 되는 연금은 연금이 아니다
  • 박석모 기자
  • 승인 2015.06.05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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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신뢰해야 지속가능성도 생기는 것
국민에게 책임 넘기지 말고 국가·기업 책임 강화해야
[사람] 이충재 전국공무원노조 위원장

5월 2일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실무기구에서 합의안이 나온 이후, 전국공무원노조가 시끄럽다. 왜 합의서에 서명했느냐는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이를 놓고 집행부 사퇴 논란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충재 전국공무원노조 위원장은  전 조합원에게 합의 내용에 대한 찬반을 묻는 조합원 총투표를 실시하는 방안을 제시하며 정면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내부적으로 논란을 불러일으킨 공적연금 강화 문제에 대한 이충재 위원장의 생각을 들었다.

▲ 이충재 전국공무원노조 위원장
국민의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위해 필요한 소득대체율 수준은?

“노인빈곤율이 OECD 평균의 3~4배로 압도적인 1위인 이유가 공적연금이 기능을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국민연금의 실질 소득대체율이 20% 정도밖에 안 된다.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합해서 최소한 60~70%는 돼야 한다. 2060년에 현재의 연금기금이 소진된다는 전제하에 보면, 그 때까지 1%p만 더 올리면 된다. 100만 원 받는 사람은 5천 원만 더 내면 된다. 그러면 노후에 10만 원을 더 받을 수 있다.”

보험료율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한다고 보는가?

“우리나라 국민연금은 지금 부분적립방식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언젠가는 부과방식으로 전환될 수밖에 없다. 그 시기를 언제로 볼 것이냐 하는 게 문제인데, 정부가 이야기하는 18%는 2100년까지 그냥 돈을 쌓아놓겠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지금도 기금이 너무 많이 쌓여있어서 문제다.

어쨌든 2060년을 소진 시점이라고 보면 그 때 서서히 논의해 가면 된다. 어차피 이건 세대 간 문제다. 즉 후배세대가 부담하는 방식이다. 다만 너무 과도한 부담이 되면 안 되기 때문에 선배세대가 얼마까지 내야 할 것인가 정하면 된다. 당장은 1%p만 올리면 된다. 그런데 보건복지부는 청와대가 기침하니까 갑자기 18% 내야 한다, 두 배 이상 내야 한다고 호들갑을 떨고 있다. 이건 국민을 속이는 거다.”

현 세대와 미래 세대의 형평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은?

“세대 간의 문제가 될 수도 있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국가와 기업의 책임에 대해서 이제는 사회적으로 고민할 때가 됐다는 점이다. 외국에서는 기업이 반드시 노동자와 1:1로 내는 것은 아니다. 기업이 더 많이 내는 나라도 있다. 연금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가 소득재분배다. 기업이 많이 버는 것을 사회에 환원하는 측면에서, 기업의 책임을 우선 생각해 볼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국가의 책임이다. 세금을 걷어서 공적연금에 투입하는 비율이 너무 낮다. 국가가 국민 개개인에게 자신의 노후를 책임지라고 하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세대 간의 연대도 중요하지만 국가의 책임과 기업의 책임을 같이 논의해 들어가야 한다. 소득대체율을 몇 %로 할 것인가의 문제를 공포마케팅 차원에서 접근하지 말고, 세대 간 연대를 고려할 때 실제 가능한 범위가 얼마인지 국가가 얼마나 더 낼 것인지 장기적인 계획을 짜야 한다. 그런 논의를 지금 해야 한다.”

사각지대 해소 방안은?

“세금은 사회 정의 개념이다. 연금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은 결과적으로 자기 노후를 책임질 수 없는 사람들이다. 그러면 사회가, 공동체가, 국가가 이런 부분을 책임져 줘야 한다. 최저생계비도 못 받는 비정규직한테 국민연금 보험료를 내라고 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그런 부분은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고용정책을 통해 기업에 최소한 일정 수준 이상은 주라고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결과적으로 이 문제는 세금문제이고, 조세정의, 사회정의의 차원에서 풀어가야 한다고 본다.”

지속가능한 연금제도를 운영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

“공적연금의 지속가능성을 이야기할 때 돈의 지속가능성도 중요하겠지만, 연금의 목적은 노후소득 보장이다. 노후소득 보장이 되지 않는 연금은 연금이 아니다.

지금은 돈이 아닌 제도의 지속가능성이 없는 거다. 국민들은 현재에도 불신하지만 미래에는 더 불신하게 된다. 정부가 오히려 신뢰를 깨고 있다. 돈을 조금 더 내는 방법은 국가와 기업의 책임을 고민하면 된다. 최소한 연금을 받아서 기본적인 생활이 가능한 최저생계비 수준은 모든 국민이 받아야 한다. 그래야 제도의 지속가능성이 생기는 거고 국민들이 연금 제도를 신뢰하게 된다. 그걸 먼저 만드는 게 우선이다.

그런데 우린 거꾸로 갔다. 국가의 돈을 어떻게 줄일 것인가, 기업의 돈을 어떻게 줄일 것인가, 기업의 사적연금을 어떻게 활성화할 것인가 하는 잘못된 논의가 바탕에 놓여 있다. 이른바 전문가들은 국가와 기업이 키운 사람들이다. 연금학회를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이 다 재정전문가들, 금융전문가들이다. 복지전문가들이 아니다. 접근 자체가 잘못된 거다.

지속가능성은 연금에 대한 신뢰, 다시 말해서 연금은 노후소득 보장이 목적이기 때문에 그게 가능한 연금 지급액을 전제로 하고, 그 후에 이걸 어떻게 만들 것인가 하는 문제에 접근하는 것이 옳다. 지금은 선후가 바뀌었다.”

국민연금에 대한 신뢰를 제고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가장 먼저 대통령과 보건복지부 장관부터 국민연금을 신뢰해야 한다. 자신들이 스스로 신뢰하지 않기 때문에 공포마케팅을 하고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것이다. 청와대와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가 국민연금의 신뢰를 깨는 행동을 하고 있는데, 어떻게 신뢰가 생기겠는가? 그러니 그 사람들부터 신뢰를 가져야 한다.
본질적으로 제도에 대한 신뢰가 생기려면 연금으로 최저생계가 가능할 수 있는 수준을 국민적으로 합의해야 한다. 국민연금으로 최소한 최저생계는 가능하고, 거기에 적금 등을 마련해 두면 노후를 잘 살 수 있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 그렇게 노후가 안정돼야 자식들에게 좀 더 쓸 수 있을 것이고, 사회적 기부도 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