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2016 최저임금
뜨거운 2016 최저임금
  • 이상동 기자
  • 승인 2015.06.05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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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총리, ‘최저임금 빠르게 올려야 한다’ 주장
내년 최저임금은 1만 원? 8천 원? 아니면 적당한 타협?
[사건]최저임금

260원, 380원, 290원, 230원, 110원, 210원, 260원, 280원, 350원, 370원. 2006년부터 2015년까지의 10년간 최저임금 인상액이다. 가장 많이 오른 것은 2007년의 380원이고 가장 조금 오른 것은 2010년의 110원이다. 2006년에는 1시간 동안 일해서 받는 금액이 3,100원, 8시간 기준 일당은 24,800원이었다. 10년이 지난 지금 시급은 5,580원이 됐고 일당은 44,640원이 됐다.

▲ ⓒ 알바몬
뜨거운 최저임금

2016년 최저임금이 얼마로 결정될 것인지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시작은 2월부터다.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포털인 ‘알바몬’에서 걸그룹 멤버인 혜리를 모델로 ‘알바가 갑(甲)이다’라는 제목의 TV 광고 시리즈를 만들어 방영한다. 광고는 최저임금 5,580원, 야간근무 수당 1.5배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러한 광고는 편의점, PC방 등 소상공인들의 큰 반발을 불러왔다. PC방 사장을 주축으로 결성된 한국인터넷콘텐츠서비스협동조합(콘텐츠조합)은 항의 성명을 내고 광고 중단과 알바몬의 공개 사과를 요구한다. 그리고 일부 업주들은 알바몬 탈퇴 운동을 벌이며 알바몬에 대응하는 ‘사장몬’을 만드는 등 크게 반발한다.

하지만 네티즌들은 ‘법을 지키자는 상식적인 이야기’라며 알바몬의 광고를 옹호한다. 그리고 ‘사장몬은 최저임금을 지키지 않는 사장들의 모임이냐’며 비난의 화살을 돌린다.

논란은 알바생의 업무 태도가 나쁠 때에도 최저임금을 지급해야 하는가, 최저임금을 받으면 최저로 일해도 되는 것인가 등등의 화제를 불러왔다.

일부는 이것을 ‘알바몬 사태’라 부른다. 결국 알바몬이 광고를 중단하고 사과문을 내며 상황은 진정되는 듯했다.

하지만 채 한 달이 지나지 않아 최저임금은 다시 화제의 중심에 섰다. 3월 4일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내수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최저임금이 빠르게 올라야 한다”고 발언하면서부터다. 발언은 한 번에 그치지 않았다. 3월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내수경기 회복의 불씨가 될 것”이라 발언하며 최저임금 인상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야당과 노동계는 환영했고 심지어 여당까지 최저임금 인상에 찬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재계는 조심스런 입장을 내보인다. 기업들의 임금 부담을 늘리면 고용이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저임금 얼마로?

새누리당 역시 최저임금 인상에 동의하는 분위기다.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시간당 6,000원 이상의 최저임금은 확보돼야 한다고 밝혔다. 새정치민주연합은 3월 31일, 4.29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공약집에 최저임금을 시간당 8,000원으로 인상하는 내용을 담아 발표했고, 양대 노총과 청년유니온 등 32개 단체가 참여한 최저임금연대는 4월 11일 기자회견을 열어 ‘최저임금 1만 원’을 주장한다.

새누리당은 최저임금 인상에 동의는 하지만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결정할 사안’이라 말한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최저임금을 노동자 평균임금의 50%로 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매년 재계와 노동계가 최저임금 인상액을 놓고 다투지 말고 법제화시켜 자동적으로 올라가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금액은 올해 기준으로는 8,000원 정도다. 현실적으로 한 번에 많은 금액을 올리기 어렵기 때문에 5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인상하겠다는 계획이다.

노동계는 1만 원을 주장한다. 1만 원이 나오게 된 배경은 양대 노총의 2015년 표준생계비에서 찾을 수 있다. 양대 노총이 각각 발표한 2015년 표준생계비 자료에 따르면 1인 가구 기준으로 필요한 한 달 생계비는 약 210만 원 가량이 된다. 일반적으로 8시간씩 주 5일, 40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월 소정근무시간이 209시간이기 때문에 시간당 1만 원의 임금이 되어야 표준생계비에 근접한다.

또한, 정부가 ‘공공부문 용역근로자 지침’을 통해 공공부문에 권고하는 제조업 단순노무직 시중 노임단가가 8,019원이기 때문에 시간당 1만 원은 적절한 요구라고 주장한다.

반면 재계가 주장하는 금액은 위와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3월 5일 발표한 ‘2015년 경영계 임금조정 권고’에 따르면 인상금액은 전년 대비 1.6%다. 이를 최저임금에 적용하면 5,669원이다. 노동계가 주장하는 금액과 5천 원에 가까운 차이가 난다.

올려야 VS 올리기 어려워

최경환 부총리의 발언 이후 경제, 시민단체들은 최저임금 관련 토론회를 지속적으로 개최한다. 이인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주최한 ‘최저임금, 현실화 방안은?’, 바른사회시민회의에서 주최한 ‘최저임금인상, 약인가 독인가’, 심상정 정의당 의원 주최의 ‘최저임금 1만 원 시대를 위한 丙들의 외침’ 등 토론회의 내용을 살펴보면 최저임금을 둘러싼 양쪽의 입장이 드러난다.

우선 노동계 등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기존의 성장주도의 경제체제가 낙수효과 이론의 유명무실함을 드러내며 양극화를 낳았다고 비판한다. 따라서 내수를 진작하고 분배와 소득중심의 경제체제로 전환하기 위해 최저임금을 대폭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2007년부터 2012년까지 6년간 노동생산성은 9.8% 증가했으나 같은 기간 실질임금 상승률은 -2.3%로 하락해, 기업의 소득은 증가하는 데 비해 임금은 오히려 낮아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 때문에 현재 한국 경제와 사회는 극단적인 소득불평등에 시달리고 있고, 이를 타개하기 위한 수단이 ‘최저임금 대폭 인상’이라는 것이다. 저임금 노동자의 소득개선, 사회양극화 및 불평등 해소를 위해서도 최저임금 인상이 해결책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재계의 입장은 다르다. 현행 최저임금으로도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2000~2014년 사이 최저임금은 연평균 7.9%의 고율 인상이 이뤄졌다는 주장이다. 노동생산성을 초과하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영세·중소기업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최저임금이 높아질수록 임금에 들어가는 비용이 과다해지고 영세사업주는 사업을 포기하게 되고, 그에 따라 일자리가 감소한다는 논리다. 결국 상대적으로 가장 취약한 위치의 노동자들이 피해를 본다고 주장한다. 또한, 재계는 최저임금보다 낮은 금액을 급여로 받는 노동자의 비율인 최저임금 미만율이 2001년 4.3%에서 2013년 11.4%로 증가했다면서, 이것은 경제수준과 기업 지불능력 등을 고려하지 않고 최저임금을 과도하게 인상한 탓이라 주장한다.

최저임금이 인상될 경우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노동자는 2015년 기준 14.6%에 해당되는 266만 8천여 명이다. 이들 저임금 노동자들의 경우 최저임금이 올라도 내수시장 활성화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과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도 대비된다.

양측의 주장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우리나라 최저임금의 OECD 비교 수준, 중소기업 및 자영업·소상공인에게 끼치는 영향, 저임금 노동자들이 받는 영향, 경제 활성화 가능성 여부 등 많은 부분에서 논의는 엇갈린다.

2015년 최저임금위원회는

매년 3월 31일 이전에 고용노동부 장관은 다음해 최저임금 심의를 최저임금위원회에 요청한다. 심의 요청을 받은 최저임금위원회는 90일 이내에 최저임금을 심의·의결하고 6월 29일까지 최저임금안을 제출한다. 고용노동부 장관은 8월 5일까지 이를 고시해야 한다.

최저임금위원회는 근로자위원 9명, 사용자위원 9명, 공익위원 9명 등 총 27명으로 구성된다. 임금수준전문위원회, 생계비전문위원회, 운영위원회, 연구위원회로 나눠 논의를 진행하며 전원회의를 통해 최저임금을 최종 결정한다.

한편, 2016년 최저임금을 심의하는 제10대 최저임금위원회는 이전의 최저임금위원회와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인다. 제10대 위원회에는 최저임금을 받는 당사자들이 근로자위원으로 직접 참여한다.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과 김진숙 민주노총 서울본부 여성위원장(홈플러스노동조합 서울본부장),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이 양대 노총의 추천으로 근로자위원을 맡았다. 최저임금을 받는 당사자의 목소리를 직접 전달하기 위해서다.

이에 대치되는 사용자위원도 있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이 사용자위원을 맡아 임금 인상이 부담스러운 영세소상공인의 입장을 대변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올해 최저임금위원회에서는 어느 때보다 치열한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원만히 합의를 이뤄낸 경우는 많지 않다. 1988년 최저임금 결정부터 2015년 최저임금 결정까지 총 28번의 의결에서 노사가 합의를 이룬 경우는 5번밖에 없다. 근로자위원이나 사용자위원 중 한쪽이 반발하여 퇴장(불참)하고 공익위원들과 남은 위원들이 의결한 것이 14번이며 공익위원 안으로 최종 결정된 것은 13번이나 된다.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최저임금은 2012년을 제외하고는 모두 공익위원의 안으로 결정됐다. 이는 공익위원이 최저임금 의결에 미치는 영향력을 보여준다. 노사의 입장이 좁혀지지 않을 땐 공익위원들의 입장이 중요하다.

공익위원은 ‘법령상 자격기준을 충족한 사람 중 노사 의견을 균형 있게 반영할 수 있고, 관련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지를 고려’해 정부가 위촉한다. 따라서 정부의 공익위원 선정에 따라 2016년의 최저임금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올해 공익위원 8명의 임기가 종료됨에 따라 고용노동부는 5명의 위원을 새로 위촉하고 3명의 위원은 유임시켰다.

새로운 공익위원 선정을 놓고 민주노총은 “부적격 공익위원”을 위촉했다는 논평을 냈다. 정부의 “최저임금 대폭 인상은 거짓”이라는 것이다. 박준성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은 17대 총선거 당시 한나라당 공천을 신청했던 전력 때문에 정치적으로 편향되고 친자본적이라고 주장한다. 이지만 위원은 임금피크제 도입을 역설하고 있다는 이유로, 이장원 위원은 성과주의 임금체계를 주장하고 있다는 이유로, 유경준 위원은 최저임금 인상에 소극적이라는 이유로, 류경희 위원은 노사정위원회 운영국장을 맡아 정부 입장에 충실할 것이라는 이유로 각각 부적격 공익위원이라는 주장이다. 정부가 위촉한 신규 공익위원은 전혀 공정해보이지도 않고, 공익활동이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Go try it

재계가 주장하는 1.6% 인상률과 노동계가 주장하는 1만 원의 격차는 너무나 크다. 최근 정부와 여당이 최저임금 인상에 찬성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점도 인상을 기대하게 한다. 하지만 앞서 민주노총이 주장하듯 공익위원 선정을 놓고 보면 ‘대폭 인상’은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런 사정과는 달리 기대감은 한껏 높아진 상태여서 이를 쉽게 만족시키긴 어려워 보인다. 최소한 두 자릿수 이상의 인상률을 보여줘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지만, 쉽지는 않다.

민주노총은 4.24 총파업 당시 4대 핵심의제 중 하나로 최저임금 1만 원 인상을 요구했다. 5월 19일 최저임금연대는 대학생과 공동으로 최저임금위원회의 ‘대학 교수’ 공익위원에게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요구하는 기자회견도 열기도 했다. 이들은 “최저임금은 청년학생의 임금이다. 공익위원답게 공익을 위해 활동해 달라.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을 위해 최선을 다해 달라”고 요구했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2015년 1월 신년국정연설에서 발언한 ‘Go try it!’ 발언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최저임금을 10달러 10센트로 인상하겠다고 밝히며 “1년 내내 일해서 버는 1만 5천 달러로 가족을 부양할 수 있다고 믿는가?(If you truly believe you could work full-time and support a family on less than $15,000 a year)”라며 “해봐라(Go try it)”라고 외쳤다. 미국의 기존 최저임금은 7달러 25센트(약 7,900원)다. 10달러 10센트로 인상하면 약 1만 1천 원이 된다.

물론 우리나라 상황이 미국과 동일하다고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지금도 저임금에 시달리는 수많은 노동자들과 수많은 청년들이 최저임금을 받으며 살아간다. 청년들은 저임금에 시달리며 3포 세대(연애, 결혼, 출산 포기), 5포 세대(3포 + 내 집 마련, 인간관계 포기)를 넘어 7포 세대(5포 + 취직, 희망 포기)라 말하고 있다.

2016년 최저임금 결정이 얼마 남지 않았다. 과연 최경환 부총리를 비롯한 정부가 주장하는 대로 2016년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