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명 바꾼 (구)대한지적공사, 민영화 초읽기 돌입?
사명 바꾼 (구)대한지적공사, 민영화 초읽기 돌입?
  • 홍민아 기자
  • 승인 2015.06.19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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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국가 공간정보산업 강화를 위한 계획
국토노조, 세부계획 없다면 민영화를 위한 꼼수
[인터뷰] 한길동 국토노조위원장

땅이나 논, 밭, 산을 가진 소유자들은 땅의 경계선을 잘 알아야 내 재산이 얼마인 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신시가지 조성 및 재개발 사업을 할 때도 땅의 경계를 정확하게 측정해야 개발계획을 세우고 보상 관계를 명확하게 정리할 수 있다. 위 업무를 정부로부터 위탁받아 관할하는 곳이 대한지적공사였다. 그러나 국토교통부에서 추진한 공간정보 분야 융합을 통한 시너지 창출과 산업발전 정책에 따라 국가공간정보 기본법이 일부가 개정되었다.

국가공간정보 기본법에 의거 대한지적공사는 올해 6월 4일 한국국토정보공사로 사명을 바꾸었는데, 출범식도 채 치르지 못한 상황에서 8일 한길동 한국국토정보공사노동조합(이하 국토노조) 위원장은 본사 로비에서 천막을 치고 농성에 돌입했다. 5월 27일 기획재정부에서 발표한 공공기관 기능조정안이 문제의 시작이었다.

▲ 본사 로비에서 농성 중인 국토노조 ⓒ 국토노조

창사 38년 만에 사명까지 바꿨는데
출범 4일 만에 국토노조, 천막 농성 돌입

기재부 발표에 따르면 한국국토정보공사는 2020년까지 12개 지역본부를 8개로 축소하고, 186개의 지사를 145개까지 줄이고, 지자체 266곳에 상주하고 있는 인력을 194개로 줄여야 한다. 또한 도해지역(산, 논, 밭 등)을 제외한 확정측량 민간이양을 완료해야 한다. 지금도 확정측량 업무가 민간에 일부 개방되어 있기 하지만 기재부 발표에 따르면 2020년까지 100% 개방해야 한다. 원래 공사에서 하던 업무가 민간에 이양되는 대신 성과검사 등의 품질관리기능 및 국가공간정보 기본법에 따른 공간정보체계 구축 관련 연구, 기술개발 등의 새로운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한마디로 확정측량 위주 업무에서 국가 공간정보 전체를 관할하는 공사로 기능을 변신시키겠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사명에 ‘국토정보’라는 단어가 포함되었다. 이와 함께 공공기관 정상화 2단계의 일환으로 지사 및 본부 조직 축소, 통폐합 추진이 함께 발표되었다.

이에 공사 직원들은 술렁이기 시작했고, 국토노조는 기재부의 발표가 공사의 존속과도 연관되어 있다 판단하여 본사 로비에서 농성에 들어갔다. 한길동 국토노조위원장은 공공성을 위협하는 확정측량 민간이양과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부여된 공간정보산업 기반조성 계획, 조직효율화를 빙자한 구조조정이라고 반발하며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 한길동 국토노조위원장 ⓒ 국토노조

노사관계가 원만한 편이었는데 이렇게 천막 농성까지 들어간 이유는?

“공사 자체가 민영화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공사의 핵심업무인 확정측량은 현재 민간과 경쟁을 하고 있는 업무이다. 이 쪽 시장이 년 400억 원 규모에 이르고 이에 종사하는 공사 직원들이 400여 명이다. 이 인원들을 어디로 배치할 지 세부적인 계획 없이 품질관리 기능 부여라는 막연한 표현만 발표된 상황이다. 기재부는 우리 공사에 성과검사 등 품질관리기능을 부여한다고 했는데, 성과검사는 국토부에서 해 오던 업무이다. 이 문구에 대해 국토부에서도 반발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사명이 바뀌면서 새로 부여된 업무를 할 수 있는 세부적인 제도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 개정 취지에 의하면 땅을 비롯한 건물, 도로, 지하시설물 등을 측량하고 공간데이터화 하여 우리 공사에서 데이터 관리하고 제공까지 하게 된다. 그런데 정부에서는 이 계획에 대한 예산지원이나 사업 세부 사항을 정확하게 제시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 일을 하라고 지시만 한 것이다.  새로 부여되는 일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조직 축소나 업무 민간이양 지시가 발표되니 우리가 반발하는 것이다. 15일부터는 전 집행부가 밤샘농성에 들어간 상태이다.”

확정측량 일부는 민간에서 이미 하고 있다. 이것이 노조에서 이야기하는 공공성과 어떤 연관이 있나?

“ 확정측량의 10%정도는 민영화 되어 있다. 그간 민간에서는 계속해서 개방을 요구해 왔고, 정부에서는 기술의 평준화를 언급하면서 민간시장으로 개방을 이야기 한다. 측량기술은 계속 발전해 와서 민간이나 공사나 비슷하게 가고 있는 실정은 맞다. 그러나 측량은 재산권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일단 선을 긋게 되면 손해 봤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잘 됐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각각 생기게 되어 있다.

그런데 공공성이 없는 민간에서 측량을 하게 되면 그 부분에 대한 문제제기, 민원이 더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신뢰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공공기관이 측량을 하는 것과 민간에서 측량 하는 것 중 민원인들이 어느 쪽을 더 신뢰할 것인가? 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다.”

조직효율화를 위한다면 기능 조정도 필요하지 않나?

“정부에서 4개 본부, 41개 지사 축소, 72개 지자체 창구 철수를 요구한다. 그런데 우리 공사는 정부에서 그동안 요구해 온 경영효율화, 경영정상화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 왔다. 지난 20여 년간 자구적인 노력을 통해 100여개 지사를 이미 줄였다.

지자체 창구에는 논, 밭, 산 등을 소유한 연세 지긋한 민원인들, 주로 농어민들인데 그 분들의 방문이 빈번하기 때문에 전국 266개 지자체에 우리 직원들이 다 상주하고 있다. 이중 72개 지자체 창구를 철수하면, 예를 들면 고창에서 측량신청을 해 오던 농민이 이제는 정읍까지 가야하는 불편함이 초래된다. 조직이 방만하게 운영되고 기능 조정해야 한다면 근거 데이터를 제시하고 논의해야 하는데 정부에서 그런 정보는 내놓지 않고 있다. 그러니 이해가 안 되는 거다.

대한지적공사 시절부터 많은 업무들이 민영화되어 왔다. 그래서 국가의 공간정보 관리라는 새로운 업무, 보다 공공성을 띤 업무를 시작하려는 위치에 서 있다. 하지만 제도적 지원이나 명확한 계획이 없이는 그냥 구조조정, 민영화를 위한 전 단계로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적측량 성과검사 업무는 국토부 고유의 기능이기 때문에 성과검사 외 품질관리기능에 해당하는 업무를 한국국토정보공사에 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한국국토정보공사는 정부 업무를 위탁받은 준정부기관이고 지적측량 수수료를 통해 충분히 운용가능하기 때문에 예산지원을 계획한 바 없다고 전했다. 또한 공사에서 새롭게 시작하게 될 공간정보관리 업무는 국가적 차원에서 꼭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세부사항을 작성하여 전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