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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 노동전담 부서의 작지만 큰 힘[커버스토리] ② 광주와 노동은 어떻게 만났나이소형 공공운수노조 광주전남지부 부지부장
노정 신뢰 기반 속 노조도 사회적 역할 강화 고민
2018. 01. 09 by 김민경 기자
광주시의 행보에서 특히 주목을 끄는 것은 당사자들의 참여를 통해 정책이 준비되고 추진된다는 점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노동계의 참여가 눈길을 끈다. 일종의 지역 차원의 사회적 대화가 진행중인 것이다.
노동계는 그간 중앙 차원에서의 사회적 대화에 소극적이거나, 혹은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왔다. ‘늘 뒤통수를 맞고 배신 당했다’는 경험론에 의거한 수긍할만한 피해의식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광주에서는 어떻게 양대 노총 모두가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가 가능했던 것일까. 윤종해 한국노총 광주지역본부 의장과 이소형 공공운수노조 광주전남지부 부지부장의 목소리도 직접 들어봤다.

광주시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사례는 광주형 일자리 모델의 출발점이자, 성공적 사례로 평가된다. 광주시는 3년 전부터 공공운수노조 광주전남지부와 정규직 전환 논의를 이어오고 있다. 현장 노동자들의 열악한 상황을 알린 노조의 활동도 중요했지만, 광주시에 신설된 사회통합추진단과 비정규직개선팀과 같은 노동전담 부서의 역할이 컸다.

이소형 공공운수노조 광주전남지부 부지부장은 광주시의 정규직화 논의 과정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 그는 광주가 했듯이, 그동안 한국사회에서 불균형했던 노사정관계를 바꿔 서로 신뢰를 쌓아간다면 노조는 지금보다 더 많은 사회적인 역할을 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이소형 공공운수노조 광주전남지부 부지부장

광주시와 비정규직 정규직화 논의를 하게 된 배경, 계기는?

윤장현 광주시장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사업을 추진한 시기는 2015년이다. 그 당시만 해도 ‘직접고용 전환’이라는 개념은 기간제 노동자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정도로 이해됐다. 그런데 시가 외부 용역업체 노동자들의 노동조합과 대화를 해서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는 지역사회에서 큰 사건이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2007년 광주시청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들의 해고 사태를 전후해 지속적으로 용역, 민간위탁을 없앨 것을 요구해왔다. 윤 시장이 인수위 시절 비정규직 제로화 정책을 만들겠다고 선언했을 때도, 시청의 비정규직 용역부터 직고용하라는 정책요구를 계속했다. 시의 정책이 주효했지만 그 배경에 노동조합의 오랜 기간의 투쟁도 있었다.

시가 단순히 자신의 치적을 포장하기 위함이 아니라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변화를 만들려고 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현재 상황과 달리, 그때 광주시의 정책에 대한 사회적 반발은 굉장히 심했다. (지금은 용역업체 직원의 경우도 상시지속 업무와 같이 정부가 정해 둔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바로 정규직으로 전환 될 수 있지만,) 광주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공무직으로 최종 전환하기 위해 시의 2년 기간제 고용이라는 유예기간을 둔 이유이다.

어떤 대목에서 광주시의 진정성을 느꼈나?

시가 노동에 대한 콘셉트를 명확하게 잡았다. 이전 시장들과 다르게 시 내부에 비정규직개선팀이나 사회통합추진단과 같은 노동전담 부서를 만들었다. 이는 노동정책을 선도적으로 추진한다는 서울시에도 없는 부서들이다. 광주시 해당 부서 공무원들의 업무는 노조 대표를 만나는 것이다. 정책별 의견수렴 정도가 아니다. 일상적으로 소통했다. 사실 공무원들은 노동기본권이나 교섭에 대해 잘 모른다. 그래도 노조와 대화하기 위해 배우고 시도하며 합의를 만들어가려고 노력하더라.

사실 광주시의 노동전담 부서는 모든 지자체에 진작부터 있었어야 하는 부분이다. 지역 사정을 잘 아는 지방정부가 중심이 돼 노동을 아는 전담 부서를 두고 노동정책을 만들어 왔어야 한다. 광주의 경우, 광주형 일자리라고 하는 거대한 공약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필요에 의해 노동의 영역을 건드렸다고 본다.

공무직 전환이 마무리되기 전, 논의 과정에서의 어려움은?

박근혜 정권 시절 한창 정규직화 논의를 했다. 중앙정부는 행자부의 예산지침이나 기준인건비제 등을 거론하며 정원 초과는 절대로 안 된다는 입장이었다. 예산부분에서 중앙정부의 눈치를 많이 봐야했다. 광주는 광역시 중에서도 규모가 작은 편에 속한다.

윤 시장은 정책을 실현하고자하는 의지가 강했지만, 시민운동가 출신이라 지역사회에 행정부분이나 정치 분야에 지지 기반이 없었다. 시장이 사장을 임명하는 도시철도공사나 도시공사 같은 기관들의 비판마저 거셌다. 광주시 내 노동 관련 부서를 제외한 예산 담당 부서를 포함한 다른 부서도 중립적인, 정확히는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간접 고용된 시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기관의 정규직으로 전환해야한다고) 윤 시장의 정책을 지지한 건 노동조합과, 이 정책을 실현시키는 것이 목표인 시 노동전담 부서뿐이었다. 이 때 시에 관련부서가 있고 없고의 차이가 크다고 느꼈다.

노조는 당시 논의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나?

지방정부는 중앙정부 앞에서 힘이 없다. 우리 노조가 서울공공운수노조 쪽을 통해 서울시 사례와 정책적 타당성 논리 등을 가져다가 광주시 공무원들이 중앙정부를 설득해 낼 수 있도록 돕는 역할까지 해야 했다.

지역의 장인 시장의 정책에 공무원들이나 공공기관 직원들이 난색을 표한 이유는 지자체는 기준인건비제로, 공사공단은 총액인건비제로 정원이 짜여 있기 때문이었다. 공공부문의 경우 정해진 정원 외 인력을 충원하는 것은 곧 경영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음을 뜻한다. 노조는 행자부와 기재부를 상대로 비정상적인 고용형태를 정상적인 것으로 돌려놓는 것으로 낮은 경영평가를 받는 부분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며, 답변을 요구했다. 그 결과 행자부는 광주시의 정규직 전환과 관련된 부분으로 패널티는 주지 않겠다고 내부적으로 지침을 바꿨다.

▲ 이소형 공공운수노조 광주전남지부 부지부장

광주형 일자리 모델이 앞으로 더 많은 성과를 내려면 노조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나?

어떤 지방정부든 정책을 시행하거나 공공적인 업무를 추진할 때, 해당 업무를 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현장 노동자들의 동의나 의견을 무시한다면 어떤 시도도 제대로 실행할 수 없다.

노조의 역할은 단순히 임금을 인상하고 임단협을 맺는 것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원래 노조는 현장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시민들의 편의와 사회 공공성 강화를 만들어 내는 조직이다. 그동안 한국사회에서 과소 대표된 노동을 부각시키고 가장 기본인 노동법도 지켜지지 않는 현실적 문제를 바꿔내야 한다는 당면한 과제가 있었다. 노조의 교섭과 투쟁이라는 원칙적인 입장을 가지고 대응을 하되, 광주시에서 노정협약, 사회공공협약을 맺은 것처럼 신뢰를 쌓아 나가야 한다. 사회에 필요한 새로운 정책을 만들어 내는 것을 지향하며 대안과 나아가야할 방향성에 대해 책임감을 가지고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노조의 정책적인 역량이 지금보다 강화되어야 하고, 자신이 속한 사업장을 넘어 사회적인 발언도 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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