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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안에서 공장 밖으로 시선을 돌리다[커버스토리] ⑤ 노동, 시민에 손을 내밀다이기곤 문화야놀자 집행위원장
지역의 문제가 내 문제라는 인식 가져야
2018. 01. 09 by 이동희 기자
노동자는 공장 안에서는 조합원이지만 공장 밖으로 나가면 시민이 된다. 하지만 우리사회의 노동과 시민은 그간 분리되어 있었다. 노동이 사회적 약자로 시민의 엄호를 받던 시대가 있었지만, 어느 순간 노동은 ‘그들만의 리그’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광주에서 그 경계를 허물고 있다. 노동자이자 시민인 그들이 주체로 나섰다. 첫 매개는 문화였다. 그리고 서서히 지방행정으로 확장하고 있다. 지방행정이야말로 시민의 삶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그 안에서 문제를 풀겠다는 노동조합의 행보가 주목된다. ‘광주 실험’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는 ‘문화야놀자’의 활동도 들여다봤다.

지난 12월, 이기곤 문화야놀자 집행위원장과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2018년 문화야놀자 사업을 위해 벌써부터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마침 문화야놀자 사업 관련 논의를 위해 시청에 볼일이 있다는 그를 만나기 위해 광주광역시청을 찾았다. 이 집행위원장은 “지역의 힘이 발휘돼야 노동조합도 할 수 있는 게 있는데 지역은 비어있고 노동조합의 방침만 남아있다”며 “문화야놀자를 통해 지역에 중심에 설 수 있는 토대를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전하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문화야놀자 사업에 관심을 가지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노동조합이 시민들과 소통을 통해 광주 지역 안에 있는 노동조합에 대한 이미지를 바꾸자는 것과 시민들에게 받은 도움을 다시 지역민들에게 되돌려주자는 취지에 동감했다.

처음부터 문화야놀자를 맡아서 진행한 것은 아니고 2013년에 기아자동차 광주지회장을 맡으면서 관심을 가지게 됐다. 본격적으로 사업을 맡게 된 것은 지회장 임기가 끝나고 바쁘지 않게 되면서다(웃음). 대표자들은 워낙 일이 바빠서 온전히 사업에 집중할 수 없으니 지회장 임기가 끝나고 집행위원장을 맡아 전반적인 일을 추진하게 됐다.

지난 9월 광주형 일자리 성공을 기원하는 문화행사를 개최했다. 광주형 일자리에 대한 집행위원장의 생각은 무엇인가?

10년 만에 다시 시작한 문화야놀자 사업에 도화선 역할을 했다고 본다. 지금 사회가 ‘너 죽고 나 살자’로 가고 있는데 함께 만들어가자는 것에 의미가 있고 해볼 만 하다고 생각한다. 같이 잘 먹고 잘 살자는 것이 어찌 보면 광주의 5.18 정신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이게 나중에는 광주뿐만 아니라 한국경제 전체로 퍼질 수 있는 것 아니겠나.

물론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어떻게 갈 것인가가 여전히 문제가 되고 있는데 지금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은 정부나 자본을 대화가 안 되는 상대로 보고 선을 긋지 않나. 하지만 사실 우리는 다 이야기를 하고 있다. 협의를 하고 합의를 하고 필요하면 지원도 하면서 늘 이야기를 하고 해왔다. 이제 이걸 드러내놓고 이야기하면서 결과물을 만들어가자는 것이다.

문화야놀자 사업을 진행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사업이 지속성을 가지지 못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보다 많은 참여를 위해서라도 사업의 지속성이 중요한데 집행부가 바뀌게 되면 사업을 안정적으로 이어나가는 게 어렵더라. 지금 문화야놀자 안에서 사단법인 출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집행부가 바뀌더라도 안정적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이 사단법인이라는 판단을 하고 지금 준비 중에 있다. 다만 현재는 자금 문제도 있어서 자금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빠르면 2018년 초에 시도를 한번 해보려고 한다.

또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함께 하는데 의미가 있었지만 그만큼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일부는 상급단체가 다르다는 이유로, 광주형 일자리를 이야기한다는 이유로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이들이 있어 설득하는 과정에서 애를 먹었다. 지금도 모두가 빠짐없이 참여할 거라고는 보지 않지만 할 수 있는 데서 천천히 해나가면 언젠가 규모가 커지고 그에 맞는 결과가 나올 거라고 믿는다.

문화야놀자를 통해 시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

시민들에게 전한다기보다는 조합원들에게 이제 노동조합 스스로가 바뀌어야 할 때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다. 아직까지 시민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 지난 행사들도 대부분 조합원과 조합원의 가족들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공장 안에서는 조합원이지만 공장 밖으로 나오면 시민이 된다. 결국 조합원 역시 내 문제를 방기하고 있는 것이다. 노동조합이 시민과 함께 지역의 문제를, 내 문제를 적극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

앞으로의 계획과 사업방향은?

앞서 얘기했던 것처럼 사단법인 추진을 앞두고 있고 일일 호프데이에서 모은 기금 중 일부분, 광주의 상징성을 감안한 518만 원을 광주형 일자리 창출, 생활임금, 비정규직 등을 위한 사회연대기금으로 사용할 생각이다.

현재 2018년 사업을 구상 중에 있고 봄과 가을에 한번씩 문화행사를 가질 예정이다. 이제 문화야놀자 행사도 단순한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며 그에 맞는 테마를 가져야 할 때가 왔다. 고민해야 할 지점은 많다. 지금은 광주형 일자리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나아가서 창출된 일자리가 어떤 삶을 만들지, 그 일자리가 행복한 일자리인지를 고민해야 보다 성숙한 광주형 일자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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