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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제보를 통해 적자 구조원인 확인
한국지엠 범국민실사단, 비극 ‘사태’는 이제 시작이다
2018. 05. 09 by 강은영 기자
ⓒ 전국금속노동조합
ⓒ 전국금속노동조합

 

오는 10일, 정부가 GM과 법적효력이 있는 금융제공확약서(LOC) 서명을 앞두고 한국지엠 범국민실사단(이하 실사단)은 내부 제보를 바탕으로 분석한 2차 브리핑자료를 공개했다. ▲한국지엠만 부담하는 연구개발 ▲흑자사업 유럽 시장 청산 ▲부실실사 결과 억지포장 등을 문제 삼았다.

실사단은 익명의 제보로 한국지엠 연구개발 프로젝트 목록을 입수했다고 전했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개발 프로젝트에 따라 적절한 대가를 받고 이익을 내고 있는지를 분석했다.

확보한 프로젝트 목록에는 2015년 1월 기준으로 GM 본사로부터 실시 중이거나 예정 된 2018년까지의 연구개발 프로젝트는 총 102개로 확인했다.

프로젝트 개수가 아닌 완성차 회사가 통상 사용하는 기준에 의거 ▲이름이 서로 다르더라도 선행 프로젝트가 있거나 CKD(반조립제품)와 관련된 경우 0 ▲연식변경 또는 그에 준하는 1개월 당 3 ▲페이스리프트(차의 앞부분과 뒷부분을 변경) 또는 그에 준하는 1개월 당 5 ▲완전한 신차인 경우 1개월 당 10으로 투입 공수를 산출했다.

분석 결과, 프로젝트 가운데 약 57.8%에 해당하는 59개가 오로지 해외에서 생산되는 모델과 관련된 것으로 확인됐다. 공수로는 총 4,669 공수 가운데 해외생산 차종 관련 연구개발 공수는 2,680으로 57.4%를 차지했다.

추가로 2년 후 2017년 1월 기준으로 2021년까지 예정된 프로젝트 목록도 추가 입수해 같은 방식으로 분석한 결과 117개 프로젝트 가운데 85개로, 72.6%가 해외에서 생산되는 차종이었다.

실사단은 본래 연구결과를 활용하는 것이 GM의 다른 해외 생산법인이라면 해외 법인이 부담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국지엠은 3년 간 연구개발비 약 1조 945억 원 중 약 58%가 GM의 해외법인이 생산하는 차종에 적용돼 적자 구조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3년간 GM 해외법인들이 실제 부담한 부분은 1,535억 원에 지나지 않는다며 한국지엠이 추가로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9천억 원에 이르게 됐다고 주장했다.

실사단은 ‘쉐보레 유럽판매법인’이 과거 대우차시절 유럽 판매망으로 GM이 물려받아 유럽 판매 전진기지로 삼았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GM이 떠나더라도 한국지엠에게 수출형 완성차 메이커로 자립하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판매망이었다는 점을 주목했다.

실제 유럽 판매법인은 2009년 글로벌 경제위기를 제외하고 매년 수백억 원 이상의 당기순이익을 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2010년에는 무려 1,300억 원의 당기 순이익을 기록했다.

GM의 유럽판매법인 철수를 결정한 2013년에 1,300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쉐보레 유럽 철수비용 2천여억 원을 비용 처리했기 때문으로 보고 비용처리 하지 않았다면 당시에도 이익을 냈을 것이라는 게 실사단의 입장이다.

쉐보레 유럽 철수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당시 GM 본사는 오펠과 복스홀 브랜드를 유럽에 집중시킨다며 쉐보레 철수를 결정했다. 독일 오펠의 경우 신차를 출시해 2017년 흑자 전환 계획을 발표했지만, GM은 흑자전환 목표 시점인 2017년 오펠과 복스홀을 프랑스에 매각했다.

실사단은 한국지엠 문제에 노, 사, 정 3주체가 함께 풀어야 할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노동조합이 배제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노동조합은 합의서나 보고서 한 장 받지 못했다며, 회사가 도대체 어떤 과정으로 인해 천문학적인 부실을 낳았는지 알 방법이 없다고 주장했다. 부실의혹을 제기하거나 함께 조사를 제안해도 양보안만 내밀었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애초 ▲대주주 책임 ▲이해관계자 고통 분담 ▲지속 가능한 경영정상화 등 구조조정 3대 원칙을 주장하며 실사를 진행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실사단은 정부의 실사에 대해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이루어졌는지에 대해 의문을 표했다.

실사단은 정부가 조건부 LOC 발급을 조건으로 받아낸 장기경영과 자금투입, 비토권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호주의 경우처럼 10년간 정부 보조금만 받고 철수할지 모르고, 신차 배정도 이미 양산설비 준비를 마친 SUV 차종을 없던 계획처럼 홍보할 뿐이라는 것이다.

또한, 이번 합의로 인해 27억 달러의 빚이 36억 달러로 늘었다는 점과 군산공장 폐쇄로 3천명이 넘는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가 쫓겨나고 세 명의 노동자가 스스로 운명을 달리했으며 남은 노동자들은 언제 쫓겨날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다는 사실뿐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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