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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팎으로 브랜딩화 성공한 ‘배민다움’
물 오른 우아한형제들이 말하는 공간의 중요성
2018. 07. 20 by 김민경 기자

[커버스토리] 일터혁신을 찾아서 ⑧ 우아한형제들을 가다

‘생각이 행동으로 이어지고, 행동은 습관을 만든다. 습관이 성격이 되고, 성격은 운명을 결정 짓는다’ 잘 알려진 사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문구다. 삶을 바꾸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생각을 바꿔야 한다는 말이다. 이때 놓치는 부분이 하나 있는데, 바로 ‘공간’이다. 공간만큼 사람의 생각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또 있을까.

국내 1위 배달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공간에 따라 사람의 행동이 달라진다”며 “업무 공간에 대한 고민은 창업 초기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구성원들이 보다 창의적이고 일하기 좋은 공간에서 성장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지난 달 18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에 위치한 ㈜우아한형제들을 찾았다.

푸트테크와 함께 공간혁신 선도

한국사람이라면 ㈜우아한형제들(이하 우아한형제들)은 몰라도 ‘배달의민족’은 모를 수 없다. 음식을 주문하는 배달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IT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로 푸드테크(food tech) 분야를 선도하는 기업”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한다. ‘좋은 음식을 먹고 싶은 곳에서’를 기치로 내걸고 배달의민족 외에도 외식 음식을 배달해주는 배민라이더스, 모바일반찬가게 배민찬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

배달의민족 앱은 2010년 6월 출시됐다. 처음부터 사업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에 치이는 시기도 있었다. 그러나 2013년 역전의 기회를 잡은 이후 지금까지 앱 누적 다운로드 수 3,000만 건, 월 순방문자 수 650만 명, 전국 등록 업소 수 20만여 개, 거래액 기준 연간 약 3조 원의 배달주문을 처리한 대한민국 대표 배달앱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엔 배민키친과 배민상회와 같은 신규 사업을 확장했다. 아울러 배민데이빗 프로젝트를 통해 인공지능(AI) 음성 주문, 자율 주행 음식배달 로봇 등 최신 기술에 투자함으로써 또 다른 혁신을 준비하고 있다. ‘좋은 음식을 먹고 싶은 곳에서’라는 비전을 실현해 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우아한형제들은 외국계 회사들이 선점하고 있는 ‘공간 혁신’ 분야에서 한국 기업의 자존심을 지키며 두각을 보이고 있다. 올해 3월엔 세계 3대 디자인상으로 꼽히는 ‘2018 iF 디자인어워드’ 사무공간 부문에서 위너(Winner)로 선정됐다. 미적 아름다움, 공간 실용성, 디자인 철학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됐는데, ‘코워크 스페이스(Co-Work Space, 공동작업공간)’가 특히 혁신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우아한형제들만의 독특한 업무 공간은 이미 유명했다. 2016년 행정자치부는 ‘새싹일터(스타트업)에게서 공간 혁신을 배우다’는 프로그램에서 우아한형제들 사옥을 찾고 간담회도 열었다. 이 자리에는 공간 혁신을 공공부문에 벤치마킹하기 위해 공공부문 담당자 10여 명도 참석했다.

창의적인 공간서 창의성 나온다

그 당시 회사는 현재 위치가 아닌 석촌호수 근처에 있었다. 건물에선 석촌호수와 롯데월드가 내려다 보였다. 김봉진 대표는 롯데월드를 피터팬이 나오는 네버랜드라고 정의하고 창문에는 피터팬 시트지를 붙였다. 미팅룸과 회의실, 라운지 등의 공간에도 피터팬 친구들 이름을 붙였다. 마이클의 방, 존의 방, 나나의 방 웬디의 라운지와 같은 식이었다.

직원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기 위한 재미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던 결과물이었다. 이에 대해 김봉진 대표는 “회사의 지리적 특성에 스토리를 입혀 컨셉을 더했더니, 공간마다 다른 상상력과 창의성을 자극하게 됐다”며 “구성원들이 스타트업 정신을 잃지 않고 끊임없이 창의와 혁신을 추구하기를 바라는 취지였다. 회사를 방문한 고객이나 손님에게도 즐거운 인상을 줬다”고 밝힌 바 있다.

2010년 15명으로 시작한 회사는 올해 약 750명 규모로 커졌다. 매년 증가하는 구성원 수에 따라 공간을 마련하고 이에 맞는 디자인을 심기 위한 회사와 구성원들의 고민은 계속됐다. 우아한형제들은 기존의 회사 건물의 층수를 늘려 사용하다가 지난해 3월 올림픽공원 평화의문이 내려다보이는 서울 방이동으로 회사를 옮겼다.

이번에는 스포츠에서 혁신을 이뤄낸 인물들을 공간 디자인을 아우르는 모티브로 잡았다. 역시 올림픽공원이 내려다보인다는 것이 디자인 창안의 출발점이었다.

실제로 18층 사옥 주요 층은 전설적인 스포츠 혁신가들의 콘셉트로 꾸며졌다. ‘역발상’으로 높이뛰기의 역사를 새로 쓴 딕 포스베리(Dick Fosbury), 육상 단거리에서 최초로 ‘크라우칭 스타트’를 선보인 토마스 버크(Thomas Burke), 기술 중심의 피겨 스케이팅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소냐 헤니(Sonja Henie), 야구에서 최초로 커브볼을 던진 투수 캔디 커밍스(Candy Cummings) 등이다.

‘소통’ 중심의 일하기 좋은 공간

회사 공간 곳곳에는 불필요한 격식을 걷어낸 유쾌함이 묻어났다. 방문객이 처음 마주하는 회사 공간은 안내데스크가 있는 2층이다. 통상적으로 회사 로고나 인포메이션(Informatim), 리셉션(reception) 등이 새겨져 있는 것과 달리, 우아한형제들의 안내데스크에는 한글로 ‘나이스투미츄(Nice to meet you)’가 쓰여 있었다. 손님이 음료는 자유롭게 꺼내 먹을 수 있도록 비치한 작은 냉장고에도, ‘손님은 무료, 직원은 무리’라는 배민스러운 문구가 빠지지 않았다.

같은 층엔 강의실 같은 넒은 미팅 룸과 펜션 구조의 회의실 ‘가평 같은 공간’이 있다. 방문객 대기 공간에서 7명의 팀원이 한동안 수다 같은 회의를 하더니 신발을 벗고 ‘가평 같은 공간’으로 들어갔다. 일반 회사들이 회사보다 편한 곳으로 워크숍 장소를 잡고 오랜 시간 회의를 하곤 하는데, 회사 안에서 펜션처럼 음식을 해먹으면서 즐겁고 아이디어 넘치는 회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든 것이다.

스타트업 기업은 스스로 끊임없이 일을 만들고 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성장한다. 다양한 부서, 직종의 사람들이 협업해야할 일이 많다. 업무를 수행하는 각 층의 공간을 일상적이고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도록 초점을 맞춰 조성한 이유이다.

각 층마다 혁신을 이룬 인물들의 종목에 따른 나름의 컨셉이 있지만, 일정한 유형을 보인다. 층별 공간은 개인 자리가 정해져 있는 사무실과 함께 회의할 수 있는 공간으로 크게 나뉘는데, 코워크 스페이스가 중심이다. 사무실에는 파티션이 없고, 회의 할 수 있는 공간은 학교 운동장 스탠드 계단 구조다. 이런 장소에서는 누군가 의도하지 않아도 직급과 서열의 틀이 자연스럽게 허물어진다. 구성원 모두가 자유롭게 의사표현을 하는 조직문화의 기반을 다지기 위한 고민이 공간에 반영된 것이다.

회사 공간이 한정된 상황에서 여러 사람이 모여 일할 수 있는 곳을 만들기는 쉽지 않다. 처음엔 배달의민족도 외부 업무가 많은 마케팅팀을 시범으로 3개월간 자율착석제를 실시했다. 이때 자율제의 불편함에 대한 직원들의 의견이 쏟아졌다. “안정감이 떨어진다”, “짐을 두기 불편하다”, “사물함 이용도 번거롭다” 등의 의견이었다.

이때 우아한형제들은 자율착석제를 밀어붙이기보다 철회시켰다. 많은 구성원들이 업무효율성이 떨어진다고 우려하는 점을 회사는 무시하지 않았다. 우아한형제들이 공간은 단순히 편한 공간, 예쁜 공간이 아니라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었기 때문이다. 이 배경에는 매주 수요일 오전 9시부터 30분 동안 진행하는 ‘우수타(우아한 수다타임)’이 있다. 이 자리에서 직원들은 어떤 질문과 의견도 낼 수 있고, 김 대표는 이에 답을 한다.

그렇다면 다른 해결책을 찾아야 했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사무실 책상 길이는 160~170cm이다. 한 층은 40~50명의 직원이 이용하는데, 개인 책상 공간에서 10~15cm 정도씩 떼어내, 코워크스페이스 공간을 확보했다. 이 같은 접근방식은 iF 디자인 어워드상을 수상하는데 주효했다.

우아한형제들 업무 공간에는 동시에 조용히 업무에 몰입해야하는 사람들을 위해 통로 공간을 활용해 카페, 다락방, 도서관 같은 공간도 마련돼 있었다. 직원들이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도록 업무공간에 잔잔한 음악을 틀어놓는 점도 주목할 만했다. 일명 삼선 슬리퍼에서부터 냉장고 바지까지, 개방적인 차림의 우아한형제들 직원들은 어디서든 수다스러웠고 활기를 띠었다.

‘배민다움’ 브랜드 자리매김

공간 구석구석에 적어 둔 작은 크기의 문구와, 포스터들은 구성원들에게 끊임없이 말을 건넨다. 이는 액자에 거창하게 걸어둔 사훈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한다. ‘쉽고, 명확하고, 위트있게’, ‘평생직장은 없다. 최고가 되어 떠나라’, ‘따르거나, 이끌거나, 떠나거나’, ‘인사 받고 싶으면 먼저 인사하자’ 등 단순한 것에서부터 인간을 위한 디자인에 관한 빅터파파넥의 글, 군자공자의 말씀까지 그 영역이 다채롭다.

이는 일명 ‘배민다움’의 특징이다. 실제로 우아한형제들 구성원들은 ‘배민다움’이라는 말을 고유명사처럼 사용한다. 지금은 외부적으로도 ‘배민다움’은 자주 회자된다. ‘다이어트는 포토샵으로’라는 광고 문구를 포함해 배민문방구에서 만드는 배달의민족의 자체 브랜드 제품에 새긴 ‘여행하기 좋은 여건(여권케이스)’, ‘난 너의 든든한 빽(에코백)’, ‘ㅋㅋㅋㅋ(얼음 틀)’, 이런십육기가(USB) 등이 화제가 되면서다.

배달의민족은 사업 초기부터 배달음식을 주문하는 조직의 막내들을 마케팅 타깃으로 정했다. 회사의 브랜드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조직에서 막내 즉, 20~30대 젊은 세대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일지 고민한 결과 자연스럽게 B급 문화와 유머, 패러디 느낌의 브랜드가 구축됐다는 것이 회사의 설명이다.

직원들이 참여하고 싶도록 만드는 회사

앞서 회사의 위치를 가볍게 언급했지만, 우아한형제들은 한적하고 경치가 좋은 위치를 확보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현재의 사옥은 신축건물에 들어온 것인데, 공사가 끝나기도 전에 건물주에게 전 층을 쓰고 싶다고 요청한 뒤 ‘배달의민족’다운 업무 공간을 만들었다.

이는 단순히 경치가 좋고 자연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 구성원들의 창의력 발현에 도움이 된다는 측면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버킷리스트’였기 때문이다. 인사담당자는 “2011년 15명의 직원이 벌레가 나오는 작은 사무실에서 일을 할 때부터 구성원들이 원하는 회사에 대한 버킷리스트를 만들었다”며 “목표달성 기한을 2014년으로 잡았었는데, 해당 시기 약 70%를 이뤘다”고 말했다.

그 내용은 ‘한적한 곳에 회사가 있었으면 좋겠다’를 비롯해 ‘사원증이 있었으면 좋겠다’, ‘반바지, 미니스커트를 입고 출근할 수 있는 회사’, ‘음료수과자 무한제공 회사’ 등 굉장히 소소한 것이었다. 물론 ‘각자 필요한 역량이 향상될 수 있는 제도가 있는 회사’ ‘가족들이 자랑스러워하는 회사’ 같이 중차대한 제안도 있었다.

김봉진 대표는 “구성원 스스로가 이 회사에서 성장하고 있음을 느끼는 것, 즉 회사를 위해 희생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마음이 들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버킷리스트’였다”며 “이를 통해 구성원들이 ‘내가 말한 것이 조금씩 이루어지는 것’을 실감하며 회사를 다니길 바랐다. 작은 꿈들을 성공시키는 경험을 해봐야 더 큰 꿈을 이룰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우아한형제들은 지금도 끊임없이 구성원들에게 당신이 만들고 싶은 회사에 대해 묻는다. 구성원들이 50배 많아진 지금도 직원들의 의견을 듣고 버킷리스트 2.0을 만들어 추진 중이다. 이는 ‘고객을 만족시키려면 직원을 먼저 만족시켜야 한다’는 회사의 원칙이 있기에 가능했다. 전문 용어로는 인터널마케팅 또는 인터널브랜딩이다. 구성원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마케팅이 나중에 고객들에게 제공되는 서비스 품질을 좌우한다는 것이 골자다. 이는 조직의 운영과 시스템을 훨씬 더 좋게 만들어 회사의 성과로도 이어진다.

직원에 대한 믿음으로 제도도 혁신

우아한형제들은 공간뿐만 아니라 복지 제도에서도 혁신적인 변화를 시도해왔다. 두드러지는 것은 근무시간에 관한 것이다. 회사는 2015년 월요일 오후에 출근하는 ‘주 4.5일제’를 실시했다. 이어 점심시간을 30분 연장하고, 퇴근시간을 30분 앞당김으로써 주 35시간 근무제를 도입했다.

이에 대해 김봉진 대표는 “복지 제도들은 업무 효율성과 생산성을 떨어뜨리지 않는다는 구성원들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시행되는 것”이라며 “여러 가지 복지 정책이 적용되는 과정 중에도 우아한형제들은 단 한 번도 업계 1위를 놓치지 않으며 3년 동안 연평균 70% 성장, 흑자 전환, 신규사업에 대한 끊임없는 도전 등 여러 성과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00년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할 당시엔 주 6일 근무였다. 토요일엔 점심을 먹고 한두 시간 더 일했다. 그러다 격주 토요일 근무제로 바뀌었고, 2003~2004년 쯤 주 5일제가 시행됐다”며 “앞으로는 주 35시간 근무가 복지가 아닌 당연한 것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우리가 하는 일은 특성은 산업화시대처럼 근무시간과 생산성의 관계가 정확히 일치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일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목표와 방향을 명확히 해 서비스와 회사에 대한 애정을 갖도록 하는 게 더욱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실제로 회사가 공간과 복지 제도 등을 앞서 바꿔나가려는 노력을 하면서 회사에 대한 직원들의 애정도 높아졌다. 우아한형제들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마케팅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COO팀 소속 2년차 장창원 씨는 “구성원간의 소통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회사”라며 “개인에게 주어진 권한과 책임이 많다. 개인이 맡은 일을 최대한 역량을 발휘해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코워크 스페이스도 잘 돼 있지만, 협업을 하기 위한 시스템 또한 잘 갖춰져 있다”고 말했다. 또 “일은 스스로를 표현하는 방법”이라며 “IT산업자체가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것이 업지만, O2O를 활용해 우아한형제들이 지금하고 있는 일들이 다른 회사나 조직에서 하지 않았던 새로운 것이라는 점에서 사명감을 느낀다”고 전했다.

아울러 한창 인재 영입 경쟁이 치열한 IT업계의 특성을 고려할 때, 회사와 구성원들이 만들어가고 있는 배달의민족만의 공간과 제도는 우수한 인재들을 더 많이 모을 수 있는 포인트가 될 수 있다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다. 우아한형제들은 올해 400여 명 추가 채용을 계획하고 있다.

한편 지난달 28일 우아한형제들은 ‘대한민국 일자리 으뜸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현장 조사와 노사 의견 수렴을 실시해 최종 100개 기업을 선정한 이 제도는, 일자리를 늘리거나 일자리의 질을 선도적으로 개선한 기업을 격려하기 위해 고용노동부가 올해 처음 시행한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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