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이 회사에 오랫동안 남도록 하는 방법은?
좋은 사람이 회사에 오랫동안 남도록 하는 방법은?
  • 박완순 기자
  • 승인 2023.04.20 19:22
  • 수정 2023.04.21 18: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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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이직률을 줄이고 사람을 남기는 법을 고민한 ‘주식회사 삼현’, ‘자화전자(주)’
노사발전재단, 올해 제1차 일터혁신 사례공유 포럼 개최
20일 오후 노사발전재단이 '2023년 제1차 일터혁신 사례공유 포럼'을 열었다. ⓒ 참여와혁신 박완순 기자 wspark@laborplus.co.kr

어느 기업이든 사람 남기기가 중요하다. 특히 중견·중소기업의 경우 인력 유지는 아주 큰 과제다. 대기업으로 이직, 또는 보상 수준이 높은 곳으로 이직이 잦기 때문이다.

결국 기업은 좋은 사람이 회사에 오랫동안 남도록 하는 방법을 골몰한다. 회사의 제도를 바꿔보기도 하고 문화를 탈바꿈해보려 시도하기도 한다. 노사발전재단의 일터혁신 컨설팅을 통해 성공 확률 높은 시도를 도모한 사례를 들어봤다.

노사발전재단이 20일 오후 서울 R.ENA 컨벤션에서 ‘2023년 제1차 일터혁신 사례공유 포럼’을 열었다. 안성근 노사발전재단 일터혁신본부 본부장은 “포럼을 통해 현장 중심의 일터혁신 과정, 시사점, 향후 과제를 많은 관계자들과 나누고 기업의 혁신에 참고할 수 있는 기회였으면 한다”고 전했다.

올해 첫 포럼의 주제는 신규채용과 고용 유지 어려움을 일터혁신 컨설팅으로 극복하기다. 사례로 발표된 기업은 ‘주식회사 삼현’, ‘자화전자(주)’로, 두 곳 모두 노사발전재단이 직접 일터혁신 컨설팅을 수행했다.

두 곳 모두 핵심부품을 생산하는 기술력 중심의 제조 사업장이다. 강한 기술력이 기업 생존과 결부된 만큼 핵심인력의 이탈을 줄이는 게 중요했다. 일터혁신 컨설팅의 주요 배경이기도 했다.

[삼현] 만족할 만한 보상체계로
핵심인력 잡는다

삼현은 경남 창원에 자리한 자동차부품 제조기업으로 1988년 설립됐다. 자동차부품 중 핵심 부품인 스마트 액츄에이터(Smart Actuator, 모터-제어기-감속기 등을 제어하는 장치)를 대표 제품으로 설계 및 제작한다.

2022년 3월 기준 152명의 노동자가 일하고 있다. 2022년에는 686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최근에는 보유 기술을 바탕으로 로봇 및 방위산업, 친환경 전기선박 등의 제어기 생산으로까지 사업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삼현은 사업 영역 확대와 함께 기술 경쟁력을 더 키워야 할 시기이기도 했고, 이를 위해 핵심 인력 유치와 유지가 필요한데, 이직 문제가 커지고 있어 일터혁신 컨설팅을 신청했다. 2017년부터 2022년까지를 보더라도 연평균 총 인원 대비 입·퇴사자 비율이 74%에 달할 정도로 인력의 유동성이 컸다. 회사를 잘 다니고 있는 직원들도 이직을 생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퇴사 인력의 구성을 조사했고, 임직원 심층 인터뷰를 통해 높은 퇴사율의 이유를 살펴봤다. 생산기술직의 이직률을 제외하고는 연구개발 인력의 이직률이 월등히 높았다. 기술력이 생존력인 회사에 큰 타격인 셈이다.

내부 인터뷰를 통해서는 합리적인 평가체계 부재로 임금 및 보상 수준을 결정하는 체계가 문제점 중 하나로 파악됐다. 국내 많은 중소기업들 역시 마땅한 인사관리체계 없이 평가보상이 진행돼 오는 관행이 있는데, 이러한 모습이 삼현에도 있었던 것이다.

이로 인해 직원들은 평가보상체계에 대한 신뢰도가 낮았다. 삼현은 평가보상체계 구축을 통해 핵심 인력을 잡기로 결정했다. Snapshot 기반의 평가 측정 체계를 도입하기로 했다. 성과급 체계를 개편했고, 연구개발 인력에 대한 임금체계를 별도로 구축했다.

일터혁신 컨설팅 이후 매출액은 16% 증가했다. 연평균 노동자 수는 7% 증가해 이직률이 줄었다. 평가보상체계에 대한 만족으로 직원들의 회사에 대한 충성도도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자화전자] 문화가 아름다워야
좋은 사람이 남는다

자화전자는 충북 청주에 본사를 둔 모바일 부품 제조기업이다. 1981년 설립됐다. 2023년 3월 기준 1,213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2022년 매출액은 2,923억 원으로 규모가 꽤나 큰 기업이다.

자화전자는 2세 경영 체제로 교체기에 있었고, 적자가 발생했고, 연구개발 인력 중 대리-책임급 인력의 이탈이 증가해 조직 분위기가 침체되는 문제를 겪고 있었다. 2020년 기준 이직률은 32%에 달했다.

한편으론 조직문화와 노사관계 개선을 위해 내부 TFT를 만들어 프로젝트를 진행했지만 개선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러한 이유들로 외부 컨설팅을 통해 사람, 조직, 문화를 바꿔보자 마음먹었다.

자화전자는 우선 조직진단을 진행했다. 다수의 직원들이 조직문화와 노사관계에 불만 수준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동일한 연봉조건의 다른 회사로 이직하겠냐는 질문에 70%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경영진에 대한 신뢰를 묻는 질문에는 50% 이상이 ‘신뢰 없음’에 답했다.

진단 결과를 바탕으로 주요 과제 키워드를 선정했다. 노사신뢰, 장시간근로, 소통부재, 과업혁신, 질책문화, 부서간 협조, 침체된 조직 분위기, 리더십 부족 등이 주요 키워드로 나왔다. 이러한 키워드를 통해 노사 파트너십 체계구축, 고용 문화 개선을 통해 조직문화를 바꾸자는 결론이 나왔다.

자화전자 컨설팅의 특이점은 투명성이다. 일터혁신 과정을 모두에게 공개해야 낮았던 노사 신뢰도가 오를 것이라 판단했다. 경영진의 반발도 있었지만, 리더가 바뀌어야 조직문화도 바뀐다는 생각으로 설득했다.

또 하나의 특이점은 회사 전체 층위의 참여로 조직 구성원 전체가 접촉도를 높인 점이다. 일터혁신 디자인팀 내부에 대표이사부터 사원까지 모든 층위의 직원들이 참여해 함께 조직문화 개선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문화적 스킨십을 높인 셈이다.

이를 통해 CEO의 조직문화 선포, 노사협의회 활성화, 리더십 바라보기, 장시간 노동 개선, 자화DAY 등을 진행했다. 흥미로운 지점은 관리자 스스로가 생각하는 리더십과 부서원들이 바라보는 리더십을 비교해 객관화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이다.

자화전자는 일터혁신 컨설팅으로 사업 확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이직률 또한 2021년 32%에서 2022년 23%로 줄었다. 리더 스스로가 자신의 역할과 중요성을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 조직문화 프로그램에 직원들의 참여율이 높아졌다.

사업 규모에 맞는 평가보상 필요
이직자 특성 세밀히 분석해야 핵심인력 잡는다

사례 발표 후 이어진 토론에는 오계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권기욱 건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가 참석했다.

오계택 선임연구위원은 “두 기업 사례가 국내 중소기업에 주는 시사점이 많을 것”이라며 “특히 기술 경쟁력이 필요한 중소기업에 핵심 인력 유지를 위한 고민 지점을 던져줬다”고 평가했다.

또한 “성장하고 있는 기업에서 사람 관리가 중요함을 알 수 있다”며 “기업 규모가 커짐에 따라 인사 관리가 따라와야 하는데, 그러하지 못한 게 현실이다. 다양한 이유에서 중소기업이 인사 관리에 어려움은 있을 수 있으나,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평가보상체계의 변화를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권기욱 교수는 “조직문화가 중요하다 보상 체계도 중요하지만, 연구개발 인력의 경우 회사의 성장 가능성과 그 안에서 나의 도전도 중요시 여기므로 중장기적인 성장 비전을 제시하는 문화가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아울러 퇴사율이 높은 게 나쁜가라는 질문도 던졌다. “퇴사율이 높은 데 퇴사자 비중에서 저성과자 비중이 높을 수도 있는 것”이라며 “퇴사율이 높으면 퇴사자의 성별, 직군, 성과 등으로 나눠봐야 문제의 본질에 접근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으로는 핵심인력이 이직하는 것을 마냥 막을 수만 없다면 다른 방안도 고민해봐야 한다고 전했다. “오히려 3~5년 열심히 일하게 하고 대기업으로 이직할 수 있는 체계로 브랜드화해서 우수 인력을 계속해서 유치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