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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디다스코리아 비전 공유 전략의 일관성
일하는 의미를 찾는 사람들
2018. 07. 20 by 윤찬웅 기자

[커버스토리] 일터혁신을 찾아서 ⑥ 

누구에게나 그럴듯한 계획은 있다

모든 조직은 나름의 목표를 갖고 사업에 임한다. 사훈, 코어밸류(Core Value), 미션(Mission), 비전(Vision), 경영가치, 경영철학, 이념 등 다양한 이름으로 꾸며진 가치관을 어느 회사 소개에서나 찾아볼 수 있다. 일례로 삼성전자는 ‘사람과 사회를 생각하는 글로벌 일류기업’을 추구한다. 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은 철강회사 포스코의 새로운 미션은 ‘Unlimit the Limit: Steel and Beyond’로 철강을 넘어선 비철강 분야까지 확장할 회사의 비전을 담고 있다.

그러나 거창하고 화려한 비전은 노동 현장에서 공염불에 지나지 않게 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현실은 녹록지 않고 노동은 고되다. 일선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실제 업무는 현실적인 제약 속에서 회사가 추구하는 거대한 비전과 크게 괴리될 수 있다. 고된 현실 앞에 일의 의미는 퇴색되고 퇴색된 의미는 다시 현실을 고단하게 만든다.

비전과 현실의 괴리를 극복하기 위해, 노동의 의미를 되찾는 데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글로벌 스포츠 의류 기업 아디다스의 한국 법인인 아디다스코리아가 해답을 줄지도 모른다.

아디다스가 공유하는 가장 큰 믿음은 ‘스포츠로 세상을 변화시키다(Through sport, we have the power to change lives)’이다. 이들은 이를 코어 빌리프(Core Belief), 즉 핵심 신념이라 부른다. 그 아래 ‘세계 최고의 스포츠 회사가 된다(To be the best sports company in the world)’가 미션으로 존재하고, 그 아래 단계에서 ‘크리에이팅 더 뉴(Creating The New)’, 즉 새로움을 만들어 낸다는 전략 목표를 공유한다.

스포츠로 세상을 변화시킨다는 믿음, 세계 최고의 스포츠 회사가 되자는 목표, 새로운 것을 만들자는 이야기는 다소 추상적이고 막연하다. 그러나 추상적이고 막연한 가치를 현장 업무에서 끊임없이 상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게 아디다스코리아의 생각.

 

소통 통해 비전과 가치 끊임없이 상기해야

아디다스코리아 인사부에서 내부 커뮤니케이션 업무를 담당하는 정성원 사내 커뮤니케이션(Internal communications) 부장은 “미션과 메시지는 심플해야 한다”며 “새로운 것을 창조해서 최고의 스포츠 회사가 되자는 메시지를 말할 때 중요한 것은 왜 우리가 그것을 해야 하는지 끊임없이 일상에서 녹여내는 것”이라고 밝혔다. 회사 내부 이벤트, 타운홀 미팅, 회사 내부 공간, 프레젠테이션, 공지사항 전달 등 기회가 될 때마다 최대한 노동자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것.

정 부장은 “스포츠와 직접적 관계없이 오퍼레이션 업무를 하고 있을지라도 어떻게 하면 아디다스가 많은 사람들이 삶에서 스포츠를 이용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지를 생각하면 회사의 가치와 연결이 된다”며 “단순히 스포츠용품을 많이 파는 게 아니라 이걸 팔아서 사람들의 삶이 건강해지고 삶이 풍부해진다고 자연스럽게 생각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있어서 보다 친근하게 업무 생활에서 녹아드는 게 아닌가 한다”고 자평했다.

스포츠 회사가 가진 내부 역량을 최대한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아디다스코리아는 회사 내에 자사 브랜드인 리복의 크로스핏 짐(GYM)을 운영해 노동자들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크로스핏은 짧은 시간 내에 고강도 운동으로 심폐력 등 체력 향상과 체지방 감소를 돕는 스포츠로 최근 몇 년 사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운동 가운데 하나다. 운동을 통해서 스스로가 나아지는 모습을 경험하고 그 의미를 이해하는 것도 스포츠 회사에서의 업무의 의미를 찾는 데에 도움을 준다는 게 아디다스 코리아의 설명.

열린 공간, 노동자 마음 열고 의미 공유하는 데 도움

열린 공간을 통한 협업과 업무 투명성 증가도 노동자들의 생각 변화에 한몫한다. 아디다스코리아는 지난해 플렉서블 오픈 오피스(Flexible Open Office)의 도입으로 파티션과 벽이 사라지고 모든 회의실도 투명한 유리창 안의 방으로 바뀌었다. 모든 게 ‘오픈’됐다. 사장실조차 유리창으로 누구든 안을 들여다볼 수 있다. 이러한 업무 환경의 변화가 노동자들에 미친 영향은 다양하게 나타났지만 그중에서도 노동자들이 은연중에 갖고 있던 방어 기제, 폐쇄성 등의 마음의 벽을 없애는 데 공을 세웠다. 부서별로, 개인별로 나뉘는 업무가 아니라 ‘크리에이팅 더 뉴’ 등 하나의 가치 아래 모두가 같은 일을 하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줬다.

처음부터 익숙하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처음에 직원들은 벌거벗고 미팅을 하는 것 같다며 불편함을 감추지 못했다고. 그러나 오면가면 서로에게 정보가 노출되는 것에 점점 익숙해지니 개방성도 점점 커졌다. 신명철 아디다스코리아노조 사무국장은 “이제는 직원들 간에 부서별로 숨길 것은 없다는 게 녹아든 것 같다” 며 “서로 간에 아디다스를 위해, 넘버원을 유지하기 위해 추구해야 하는 것이 분명히 있다”고 밝혔다.

오픈된 사내 공간과 업무 환경에서 여기가 어떤 회사이고 내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상기하게 된다. 협업이 늘고 서로의 업무에 대한 이해도 늘어난다. 개별 태스크(Task) 단계에서 업무가 회사의 전체 비전과 멀어지는 것 같은 인상을 받더라도 이러한 인식 공유가 다시 업무와 비전의 인지적 조화를 이루는 데 이바지하는 것이다.

정 부장은 “새로운 것을 만들자는 목표 자체가 단순히 멋진 캐치프레이즈 이상으로 우리가 하는 일 자체의 의미를 이야기해주는 것”이라며 “억지로 밀어 넣지 않고 자연스럽게 여건을 조성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봉선 고려대 경영학과 연구교수는 “비전이 업무 단계와 일치하려면 회사 CEO가 ‘툭’ 던져주는 것보다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끊임없이 참여하도록 해 몰입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설계, 실행, 업데이트에 이르기까지 물리적인 변화를 통해서 계속해서 상기할 수 있도록 만드는 폭포수 효과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김 교수는 평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반드시 성과를 평가하는 과정에 비전과 연결되는 평가가 있어야 한다”며 “그러한 평가 과정이 있어야만 그 사람이 업무를 통해 어떻게,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을 제시해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업무 과정에서의 비전 공유도 중요하지만 마지막 성과 평가에도 비전이 제시하는 업무의 방향성을 반영함으로써 전체적인 일관성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

창의성, 적극성, 협업 능력 정성 평가는 변화 만드는 방아쇠 역할

아디다스코리아는 ‘크리에이팅 더 뉴’ 등 비전과 관련해서도 직원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3C‘, 즉 창의성(Creativity), 자신감(Confidence), 협력(Collaboration)을 확인하는 것으로, 정성 평가에 대한 여러 우려에도 불구하고 비전 공유와 업무 의미 부여에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한 아디다스코리아 나름의 노력이라 할 수 있다.

황혜진 아디다스코리아 조직노사문화/인사(Culture/Employee relations) 부장은 “창의력이 없다고 평가를 낮게 받는 식이 아니라 본인이 얼마나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고 했는지 또는 업무하는 데 있어서 개선이 필요하다면 얼마나 개선을 위해 노력했는지 등을 보려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량적인 평가와는 좀 다르게 평가한다”며 “작은 개선 여지를 발견했을 때, 협업의 여지를 발견했을 때 그것을 위해 노력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성적 평가가 노동자에 줄수 있는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고 긍정적으로 시도하는 자세를 평가함으로써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주력하는 것이 ‘3C 평가’의 목적이라는 설명.

물론 정성 요소에 따른 퍼포먼스 평가는 노동자마다 그에 따른 만족도가 갈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일률적으로 성과를 단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만 현장에서 확인한 노동자들의 업무 모습은 분명 고전적인 사무 공간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인상과는 달랐다. 넓게 트인 공간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노동자들의 표정에는 바쁜 업무에서 오는 고단함보다는 스스로 의미를 찾아 결과를 만들어내는 이의 생기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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