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 공무원노조, “내년 투개표업무 강제동원 사전 차단하겠다”
양대 공무원노조, “내년 투개표업무 강제동원 사전 차단하겠다”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1.10.25 18:34
  • 수정 2021.10.25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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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 대상 ‘선거사무종사자 위촉거부 서명운동’ 시작
“공무원 투개표사무원 위촉은 기관별 강제할당이나 강제모집이 아니라 자율”
양대 공무원노조(전국공무원노조, 공노총)이 25일 11시 중앙선관위 앞에서 ‘기초단체공무원 공직선거 투개표사무 거부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전국공무원노조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무원들이 투개표업무에 강제동원 되지 않겠다고 선언한 가운데, 공무원노조들이 조합원 서명운동을 진행하기로 했다. 관례적으로 공무원들에게 주어졌던 투개표업무를 미리 거부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노총 전국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전호일, 이하 전국공무원노조)과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위원장 석현정, 이하 공노총)은 25일 11시 중앙선관위원회 앞에서 ‘기초단체공무원 공직선거 투개표사무 거부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들은 기초단체 공무원에게 편중된 선거사무원 모집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정부에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전국 동시다발로 열렸다. 양대 공무원노조의 조합원들은 각 지역 선관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공직선거 선거사무원은 국가공무원, 지방공무원, 학교·은행·공기업 직원, 시민 등으로 위촉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모집이 편하다는 이유로 선거사무원 상당수는 기초단체 공무원으로 채워졌다. 투표사무업무의 65%, 개표사무업무의 40%를 기초단체 공무원이 해왔다는 게 양대 공무원노조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선거사무원은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수당을 받았다. 선거사무원은 통상 선거 당일 14~16시간 일하고 9만 원을 받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양대 공무원노조는 공무원 투개표업무 강제동원은 중단하고, 선거사무원의 수당은 최저임금에 준하도록 인상하라고 요구해왔다.

내년 선거사무원 수당은 9만 원에서 1만 원 인상된 10만 원으로 정해졌다. 앞서 양대 공무원노조가 최저임금법 위반 등으로 지난 3월 선관위를 고발하자, 선관위는 ‘투개표사무수당 2만 원 인상안(인상안 반영 시 수당 12만 원)’을 내놓은 바 있다. 이 안은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되지 않았다. 기획재정부가 투개표사무수당 인상안을 반대했다는 게 선관위의 해명이다.

이에 양대 공무원노조는 25일부터 다음달 19일까지 투개표업무를 거부하겠다는 조합원들의 서명을 받아 해당 지자체에 제출할 예정이다. 서명운동을 통해 투개표업무 강제할당과 강제동원을 사전에 차단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양대 공무원노조는 “선관위가 노동존중의 의지가 확고했다면 제 아무리 기획재정부가 반대했다고 하더라도, 범정부 차원의 협의와 설득을 통해서 보다 진일보한 대안을 내올 수 있었다. 하지만 선관위는 자신의 역할을 방기하며 무능함을 스스로 증명했다”며 “투개표사무원 위촉은 기관별 강제할당이나 강제모집이 아니라 자율이고, 상호 간 의사가 합치되지 않으면 누구나 거부할 수 있다.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외면하는 선관위를 비롯한 정부의 노동관에 분노하며, 우리의 권리를 되찾기 위한 공동행동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전호일 전국공무원노조 위원장은 “공무원에게 불합리한 헌신과 희생을 강요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공직선거에서 공무원의 강제동원”이라며 “당연한 거라 생각하고 관행으로 여겼다. 새벽에 일어나 사무실로 나가 서류 챙겨 새벽 6시 전에 투표소로 나갔다. 6시에 투표를 시작하려면 미리 준비를 다 해야 한다. 그런데 최저임금도 안 되는 수당, 장시간 노동을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이제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선거종사 업무를 거부하겠다”고 말했다.

석현정 공노총 위원장도 “매번 진행되는 선거에서 공무원 노동자들은 강제적으로 동원돼 정부로부터 최저임금보다도 못한 수당을 받으며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당하고 있다. 내년도에 대통령선거와 전국동시지방선거 등 굵직한 선거가 가득한 상황에서 공무원 노동자의 가혹한 현실을 국민에게 알려 불공정한 악순환의 고리를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끊어야 한다”며 “정부는 현실을 반영한 수당을 지급해 더는 공무원 노동자가 희생당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한편, 양대 공무원노조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중앙선관위에 항의서를 전달했다. 이들은 다음 달 5일까지 중앙선관위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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