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이고 강한 노조가 새로운 길이다”
“합리적이고 강한 노조가 새로운 길이다”
  • 참여와혁신
  • 승인 2004.1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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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산업 경쟁력 생각하면서
국민으로부터 지지받는 투쟁해야
하이트 노조 양인석 위원장

산업전반에 걸친 외국자본의 공세는 주류업계라고 예외가 아니다. 이미 카스, OB, 진로 등 대표적인 주류업체들이 외국자본의 손으로 넘어간 상태. 그런 가운데 토종 브랜드로 업계 1위의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는 것이 하이트다.

하이트의 이같은 성공신화의 바탕에는 합리적이고 안정적인 노사관계도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이트 노조 양인석 위원장은 “토종 기업 하이트의 힘은 노사 상생의 자세에서 나온다”고 단언했다.

사실 하이트의 노사관계가 처음부터 안정적인 것은 아니었다. 격렬한 갈등과 대립의 과정을 겪었다. 양 위원장 본인도 구속과 해고라는 전통적인 노사갈등의 한복판에 서 있었다. 따라서 누구보다도 노사관계의 새로운 흐름에 관심이 많다.

산업공동화 돌파 위해 노조가 적극 나서야

“이제는 산업을 생각하는 합리적 노동조합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양 위원장은 최근의 제조업 공동화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화학산업은 물론이고 전체 제조업이 채산성 악화 등을 이유로 중국과 같은 새로운 공장지대를 찾아 떠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제조업이 탄탄하지 못한 경제는 거품일 뿐입니다. IT산업도 중요하지만 고용을 창출해 내는 산업은 여전히 전통적인 제조업입니다.”

양 위원장의 지적처럼 전통 제조업은 지금 위기를 맞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더 신기술 개발 등 산업의 업그레이드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제조업을 포기한 국가의 경제에는 미래가 없기 때문이다.

이같은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노동조합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양 위원장의 생각이다. “이제는 노동조합이 먼저 산업을 생각해야 합니다. 산업의 발전을 위한 길을 찾는 것이 고용안정의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이죠.”

정부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잊지 않았다. “정부 정책이 여전히 해외자본 유치에 쏠려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토종기업들이 모두 해외자본의 손으로 넘어간다면 국가의 경쟁력도 노동자의 삶의 질 향상도 꾀하기 힘들어집니다.”

이와 함께 최근 추진 중인 비정규직 관련 법안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노동계가 수용할 수 없는 안을 제시하고 대립각을 세워서는 노사관계의 안정을 가져올 수 없다는 것.

재계에 대해서도 ‘강한 노조’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 버릴 것을 주문했다.

 

“오히려 노동조합이 강할 때 안정적 노사관계가 가능합니다. 재계가 노동조합을 파트너로 생각한다면 노조를 흔들 것이 아니라 투명한 경영을 통해 노동조합을 설득해야 합니다.”

 

기득권 버리고 사회적 연대에 나서자

스스로에게 들이대는 비판의 잣대는 더욱 매서웠다. 자신이 속한 화학노련에 대해서는 새로운 마인드와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산별 전환 실패나 제조연대 통합 무산 등은 기득권을 버리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또 노동운동이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도 잊지 않았다.

“그동안 특히 대기업 노동자의 경우 꾸준한 임금, 복지 부문의 향상을 통해 이제 일정한 사회적 지위를 얻었습니다. 그렇다면 서민이나 비정규직과 같은 사회적으로 더욱 약자의 입장에 있는 사람들을 대변하고 그들과 연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노동조합과 회사가 함께 사회적 약자를 돕기 위한 활동을 꾸준히 전개해 온 하이트 노동조합은 ‘국민의 지지를 받는 투쟁’에 나서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를 위해 민주노동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세력화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 힘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합리적이면서도 강한 노조를 지향하는 양 위원장의 새로운 시도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지켜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