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인터뷰] 양대노총 제조·공공 노조 대표자
[릴레이 인터뷰] 양대노총 제조·공공 노조 대표자
  • 홍민아 기자
  • 승인 2015.07.05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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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장 구조개혁, 공공기관 정상화계획 등 정부 정책에 반발하는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여름 태양처럼 뜨거웠다. 제조부문과 공공부문 노동자들은 노동조합 상급단체가 서로 다름에도 한데 모여 목소리를 높였다.
제조업 현장의 분위기는 삭막했다. 업황의 등락에 따라 구성원들은 고용과 근로조건을 근심하고 있다. 사업장 특유의 고질적인 현안이 여전히 노동자들의 발목을 잡고 있기도 하다. 노동조합 활동 역시 이런 영향으로 위축되고 있다.
공공부문은 이미 지난해 한 차례 폭풍을 겪었다. 대부분의 사업장에서 기존의 복리후생이 축소되는 경험을 겪었다. 불만족스럽다고 표현할 곳도 없었다. 정부는 ‘방만경영’ ‘과다부채’라는 꼬리표를 공공부문 노동자들에게 붙였다. 연대 투쟁을 결의했던 노동조합 조직들은 속속 개별합의에 이르며 신뢰감에도 타격을 입었다.
4일 오후 서울역과 혜화역 인근에서 동시에 열린 제조부문과 공공부문 노동자대회에 참석한 주요 단위노조 대표자들에게 이야기를 재확인한다.

 

▲ 배상철 SK이노베이션노동조합 위원장 ⓒ 홍민아 기자 mahong@laborplus.co.kr

정부의 일방적인 밀어붙이기가 문제
고용보장되면 임금피크제 수용할 수 있어
배상철 SK이노베이션노동조합 위원장

“저유가가 이어지면서 정제마진이 떨어지다 보니 작년에 회사가 적자도 많이 봤고, 올해 사업 구조조정이 이뤄졌다. 노동자들의 생존권이 걸려 있기 때문에 5월에 본사 앞에서 1인시위도 진행해서, 강제적이고 강압적이지 않은 구조조정을 이뤄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저성과자 평가를 통해 쉬운 해고를 가능하게 한다는 것에 어느 누구 하나도 자유스러운 노동자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저평가라는 낙인을 찍어서 노동자를 탄압할 것이라는 건 눈에 보듯 뻔하다. 노동자들이 연대해서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정규직과 정규직과의 임금격차도 문제가 심각하다. 하지만 하루아침에 정부에서 밀어 붙인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노동자 간의 공감대와 연대를 통해서 양보하고 함께 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 거기에 정부가 지원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정년연장과 임금피크제에 대해서도 정규직 노동자들이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정년까지 일하는 것을 보장해 준다면 임금피크제 수용할 수 있다고 현장에서 이야기한다. 하지만 정년이 보장 안 되는 상황에서 임금을 순차적으로 깎자고 하니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미 정년 60세도를 시행하는 곳이 있고 아닌 곳이 있다. 각 단사의 상황에 맞춰서 제도를 적용할 수 있게 자율성을 부여하고, 보완할 점에 대해서 정부 정책으로 해결해야지 일방적으로, 일관적으로 밀어 불이는 것은 노동자들의 반발만 불러일으킬 것이다.”

 

▲ 하창민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장 ⓒ 홍민아 기자 mahong@laborplus.co.kr

현대중공업, 이미 54개 하청업체 폐업 처리
하청노동자들은 노동3권에서도 배제

하창민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장

현장에서 사망사고가 이어지고 정리해고의 제일 앞자리에 물량팀 노동자들이 있는데 조직화되어 있지 않으니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에서 작년에 9명의 하청노동자가 죽어도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다. 원청에서 보상은 없었다. 작년에 1조원 넘는 적자를 보면서 여성노동자, 과장급노동자들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노동조합의 저항이 부딪히자 하청노동자들에게로 그 화살이 돌려졌다. 이미 54개 업체가 폐업 처리되고 60여 명이 잘렸다. 그중에서도 물량팀은 소속이 업체로 되어 있지 않고 물량팀장이 책임자로 있는데 그 사람이 가진 실질적인 권한은 아무 것도 없다. 먹튀폐업이 발생한 KTK도 인건비 떼 먹고 도급비를 들고 도망가서 노동자들은 임금을 못 받고 있다. 원래 현대중공업과 하청의 도급단가 계약서에는 재하도급을 금지하게 되어 있고, 폐업이나 도산에 대비해서 공탁금을 걸도록 되어 있는데 무용지물이다. 기존에 있는 법조차 지켜지고 있지 못한데 정부에 새롭게 원하는 정책 같은 건 없다.
현재 현대중공업노동조합과 하청노동자 노조 집단 가입 운동 중인데, 조직화가 어려운 것이 하청노동자들의 노조 가입에 대한 원청의 탄압이 상당하다. 노출되는 순간 두 번 다시는 조선소에 발을 들일 수가 없다. 출입증 발급을 현대중공업에서 하는데 허가를 내주지 않는다. 현대중공업사내하청노동자 3만 7천여 명, 미포조선에는 만여 명으로 총 5만여 명의 사내하청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 

 

▲ 김진만 한국토지주택공사노조 위원장 ⓒ 박종훈 기자 jhpark@laborplus.co.kr

신의 직장? 올해 투쟁은 생존권과 직결
김진만 한국토지주택공사노조 위원장

“공기업이 신의 직장이라면서 언론 등을 통해 국민들에게 호도된 이미지를 각인시켜오고 있는데, 실제 근로조건이 과연 그렇게까지 메리트가 있을까 의문스럽다. 민간기업의 각종 처우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지난해 1단계 공공기관 정상화 과정을 거치면서 그나마 제공되던 복리후생 부분도 사라졌다.
지난해 공공부문 노동계의 투쟁과 올해 2단계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을 저지하기 위한 투쟁은 그 성격이 다르다. 작년에는 복지의 축소가 중심이었다면, 올해의 투쟁은 노동자의 생존권과 직결돼 있다. 그래서 현장 조합원들의 분위기도 사뭇 다르다.
만약에 올해에도 공공부문 노동계가 또 다시 물러서게 된다면 노동자들의 미래는 더욱 암울해질 것으로 생각된다. 공공부문에서 시작된 근로조건 저하, 고용불안이 민간으로 확대될 것이다. 이 부분을 알리는 데 주력했으며, 현장 조합원들도, 또 노동조합 간부들도 확실히 지난해와는 달라진 분위기를 느낀다.”

 

▲ 이장섭 STX조선지회장 ⓒ 홍민아 기자 mahong@laborplus.co.kr

채권단관리 하에서는 수주 자체가 어려워
조선산업 총괄하는 정책 마련이 시급

이장섭 STX조선지회장

“현재 조선 현장에서의 문제는 수주이다. 수주에 있어서 RG보증(조선소가 금융기관에 의뢰해 선주에게 발행해 주는 지급보증)이 되어야 한다. 현재 채권단 체제 하에 있는데, 수주 단가 금액이 정해진 수주 가이드라인 적용을 받는다. 이것 때문에 수주를 받기 어렵고 현장에서는 일거리가 떨어진다. 그럼 구조조정 순으로 가게 된다. 가이드라인상 저가 수주에 해당된다고 보면 수주 하지 말라고 하는 거다. 채권단은 조선산업 육성보다는 수익성 확보를 우선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수익의 관점에서만 조선소들을 대하고 있는 것이다.
조선업종연대에서는 이 가이드라인에 대해 정부가 일정 부분 지원할 것 혹은 세제혜택을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혹은 조선산업을 담당하는 금융기관을 만들어서 조선산업 전체를 관할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들고 관리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저가수주는 중국 때문에 발생하는 것인데, 국내 조선소들은 중국과 다르게 아직 기술력이 있다. 그 기술력에 맞춰서 수주를 하고 배를 만들 수 있게 국가가 지원을 해서 안정성 보완을 해 준다면 문제가 없다는 거다. 일본은 이미 국가에서 도크를 지원해서 만들고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지원하게 되면 OECD 국가들에서 제재가 들어온다고 대답만 하고 있다. 정부에 첫 대화를 요구한 게 5년 전인데 지금까지 나온 내용은 없다.
현장에서 생기는 문제도 있다. 우리는 2013년도부터 자율경영 들어갔는데 그때부터 1년 6개월 동안 실사 조사한다는 명분으로 RG발급 안 해줘서 수주를 못 한 기간이 있다. 그동안은 이전에 수주 받은 물량으로 일 했는데, 일감이 많지 않아서 120~140만 원, 기본급만 받고 일했다. 현장은 힘들어지고 돈이 안 되니 조합원들은 다른 곳에서 일하거나 노가다 뛰고 그랬다. 당장 올 하반기, 내년에는 수주해 둔 물량이 없어서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 꼴이 된다. 자율경영 들어가면서 수주를 하지 않은 빈 공간들이 곧 현장으로 들이 닥친다.”

 

▲ 김호철 한화토탈노동조합 위원장 ⓒ 홍민아 기자 mahong@laborplus.co.kr

삼성이나 한화, 자본은 어디나 똑같아
김호철 한화토탈노동조합 위원장

“삼성에서 한화로의 매각을 계기로 노동조합이 설립됐지만, 매각전후를 보니 자본은 한화나 삼성이나 똑같다고 느꼈다. 한화와 첫 단체협약을 진행 중인데 지지부진하다. 한화에서는 노동자의 자리에 엔지니어들을 배치시키고 있는데 노동조합 무력화 시도라고 보고 있다. 쟁의권 확보해서 신고까지 완료한 상태이다. 화학부문은 아직 시황이 좋다. 매각 후 한화에게 유리한 시장 환경이 확보되었기 때문에 그런 여세를 몰아서 한화에게 노동조합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끝까지 투쟁해 나갈 것이다.
정부정책은 구조개악이다. 아직은 신생 노동조합이지만 연대에 동참에서 구조개악 저지를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

 

 

 

▲ 정정희 대한산업보건협회노조 위원장 ⓒ 박종훈 기자 jhpark@laborplus.co.kr

개별 합의, 아픈 경험에서 투쟁 결의 모아내자
정정희 대한산업보건협회노조 위원장

“협회의 경우 지난해 직접적인 근로조건의 심각한 저하라고 볼 만한 사안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정부가 추진하려고 하는 2단계 공공기관 정상화 계획은 상황이 좀 다르다. 공공부문이 뚫리면 결국 순차적으로 차후에는 모든 산업분야, 국내 곳곳에서 문제가 발생하게 될 것이다.
지난해 공공부문 공동투쟁은 여러 가지 아픈 경험들도 많았다. 정권과 사측은 특정 집단의 이익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개별적으로 농간을 부린 예가 많았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공공부문 노동조합들은 절대로 개별 합의를 하지 않는다는 투쟁의 결의를 더욱 모아내야 한다.
지속적인 홍보를 통해 다행히 조합원들의 인식이 달라졌다는 것을 느낀다. 투쟁의 당위성에 대한 인식이 작년과는 확연히 다르다. 공공 노동자들이 남 일처럼 생각했던 임금피크제라든지, 성과주의 제도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 이는 결국 투쟁의 성격을 바꿔낼 것이고, 과정과 결과에서도 다른 모습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본다.”

 

▲ 라두식 삼성전자서비스지회장(직무대행) ⓒ 홍민아 기자 mahong@laborplus.co.kr

이미 취업규칙 일방 변경 사례 발생
라두식 삼성전자서비스지회장(직무대행)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2년의 긴 투쟁 속에서 작년에 후속교섭을 마무리하고 복귀했지만, 복귀 이후에도 일감 줄이기, 노동탄압 등이 이어져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실제 취업규칙 변경 사례가 진행 중에 있다. 삼성전자에서 선제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최근 천안센터에서 징계와 해고 사유 60여 개가 늘어난 취업규칙으로 조합원들에게는 설명을 하지 않았고, 비조합원들에게는 설명 없이 서명만 받아가는 식으로 변경했다. 지회에서 저지 투쟁을 벌여서 천안, 울산센터는 예전 취업규칙으로 되돌려 둔 상태이다.
지회에서 현재 센터들을 대상으로 전수조사 진행 중인데, 노동자들도 모르게 변경된 상태가 많기 때문에 하나하나 다 살펴봐야 한다. 울산의 경우는 4월에 폐업하고 6월 1일에 다시 센터를 오픈했는데 그새 취업규칙이 바뀌어 있었다. 이것도 지회에서 노동부에 가서 직접 확인을 해서 알 수 있었다. 108개 협력사 중 51개 센터가 노동조합에 가입되어 있는데, 그 외 센터들에서는 취업규칙이 이미 변경된 것으로 알고 있다. 삼성전자가 선제적으로 나서서 취업규칙을 바꾼 거다.”

 

▲ 정회권 한국도로공사현장직노조 위원장 ⓒ 박종훈 기자 jhpark@laborplus.co.kr

경평 족쇄서 벗어날 선도 조직 노력이 필요
정회권 한국도로공사현장직노조 위원장

“공공부문 이슈에서 가장 중심에 놓고 보아야 할 사안 중 하나는 공공기관 경영평가다. 지난해 상황을 돌이켜보자. 경평 1군 그룹이라고 볼 수 있는 기관에서 상여금을 줬다가 도로 뺏는 일도 벌어졌다. 흔히 표현하는 것처럼 ‘선망하는’ 곳에서 일하는 구성원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경영평가라는 전가의 보도로 공공기관 종사자들의 근로조건만 저하시킨 게 아니다. 노동조합의 운영이나, 노조 운영의 방향성에도 큰 타격을 입혔다. 성과급과 관련한 부분은 노조 집행부에게 있어선 한 해 농사나 마찬가지니까. 이미 평가에서 우수한 등급을 맞은 기관에게 추가이행과제를 부과하고 인센티브를 끌어내렸다.
아마 올해 2단계 공공기관 정상화 과정 역시 비슷한 과정을 밟을 것이다. 이미 올해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는 나와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양대 노총 합쳐 모두 열 곳의 1군 단사들이 경평 결과를 넘어서지 못하면 작년처럼 또 다시 불신과 분열이 시작될 것이다. 이들 그룹은 조합원의 규모를 포함해서 양대 노총 공공부문을 선도해 나가는 조직들이다. 돈을 뛰어 넘어서 노동운동의 목표를 향해 이들 그룹이 단결해 나가는 과정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