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에서 마주친 인간군상의 이중성
영화 속에서 마주친 인간군상의 이중성
  • 최영순
  • 승인 2006.08.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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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교수의 은밀한 매력><구타 유발자들>

최영순
한국고용정보원 선임연구원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사람들은 드러나는 겉모습에 많은 투자를 하게 되고 다른 사람을 의식합니다. 특히 한국사회에서 어떤 직업을 가졌는가는 어느 지역의 몇 평짜리 아파트에 살고 어떤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는가 못지않게 아주 중요합니다.

 

직업의 귀천이 없다고 말들은 하지만 자신의 능력과는 상관없이 수입 많고, 사회인지도가 높은 직업을 원하고 더욱이 배우자와 자녀의 직업에 있어서는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기도 합니다.

 

 

 

꼿꼿하거나 파렴치하거나

 

이런 한국사회에서 교수라는 직업의 위치는 어떨까요? 사람마다 주관적이긴 하겠지만 사회지도층에 속하는 것에는 의심을 하지 않을 것이고 간혹 뉴스를 통해 교수의 파렴치한 범죄가 드러날 때면 그의 죄목보다 ‘교수’라는 직업에 더 포커스를 맞춰 비난합니다. 

 

학식과 덕망 거기다 교양과 인품까지 갖췄을 거라고 내심 기대를 하며 뚜렷한 이념적 소신으로 사회에 쓴 소리를 하는 꼿꼿한 학자의 이미지를 존경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교수의 모습은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뿔테 안경을 쓰고 한쪽 팔에는 두꺼운 책을 끼고 천천히 교정을 걸어가는 노교수에서부터 신세대 교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모습이 등장합니다. 

하지만 미디어, 특히 영화에 등장하는 교수들의 모습은 현실에서 우리가 기대하는 모습과 다소 거리가 있는 것도 많이 있습니다.

 

▲ 영화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
 

 

과거를 묻지 마세요!

 

최근 개봉한 한국영화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은 지식인들의 양면성, 그리고 우리 누구나가 가지고 있는 이중성을 교수라는 직업을 통해 투영하고자 합니다. 문소리, 지진희 주연의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은 그 옛날 빨간 마후라 사건을 모티브로 하였다는 점에서 세간의 이목을 끌기도 하였고 드라마 대장금에서 뭇 여성을 사로잡은 지진희가 욕을 입에 달고 다니는 만화가로 이미지 변신을 하였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기도 하였습니다. 

 

지방 전문대 염색과 여교수인 은숙(문소리 분)은 지성과 미모, 그리고 교수라는 사회적 지위까지 갖춘 도도한 여성으로 염색을 업으로 삼고 있지만 환경단체인  ‘푸른심천21’에 소속되어 오염돼가는 지구의 환경을 걱정하는 겉으로는 지식인의 면모를 보여줍니다.

 

단체에서 유일한 홍일점인 은숙에 대한 단체 멤버 교수들의 애정공세는 정도를 더 해가고 남성들은 그녀의 은밀한 매력에 교수의 체면을 망각한 채 빠져들게 됩니다. 또한 은숙 역시 넘치는 끼를 무기로 이런 남성들의 구애를 즐깁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젊고 잘 생긴 만화가인 석규(지진희 분)가 초빙교수로 오면서 교수들은 그를 경계하며 질투어린 시선을 보냅니다. 사실 은숙과 석규는 중학교 시절 잘 나가던 날라리 학생이었고 다시는 서로 만나지 말아야 할 과거의 상처로 기억되는 존재들입니다.

 

폭력을 낳는 폭력과 그 속의 인간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을 보는 시선은 여러 방향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들의 성적 탐닉, 그리고 여기에 덧붙여진 교수라는 사회적 지위가 주는 아이러니, 하지만 이 영화가 전달하고픈 메시지는 아슬아슬하게 현실에 덮여 있는 과거가 드러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서로 이해하지만 누가 먼저 그 과거를 말하지 못하는 긴장감. 그런 것들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두 달 후 개봉한 <구타 유발자들>에 등장하는 성악과 교수 영선도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의 은숙 못지않은 캐릭터를 가지고 있습니다. 여성편력이 심한 영선은 우연히 만난 제자 인정과 함께 교외로 나가고 어느 외진 강가에서 제자를 겁탈하려다 동네의 흉측한 사람들을 만나면서부터 온갖 수모를 당하게 되지요.

 

영화는 폭력을 유발하는 폭력을 그리고 있으며 폭력 앞에서 나약하면서도 수시로 돌변하는 우리 인간들의 이중성을 폭로합니다.

 

이들 영화의 공통점은 겉으로 드러나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각인시켜 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겉으로 드러나는 것에 집착하고 그것 때문에 괴로워합니다.

 

교수라는 직업이 이런 우리의 고민을 잘 드러낼 수 있는 직업인지, 아닌지는 관객의 몫이겠지만요.

 

<영화 속 이 직업>  교수_ 정년 보장? 재탕 강의안은 옛말!

전문대학, 대학교에 재직 중인 교수 한 명이 담당하는 강의시간은 직책이나 보직에 따라 차이가 나지만 대부분 주당 9시간~18시간 정도입니다. 최근에는 교수의 연구활동을 보장해 주기 위한 방안으로 책임강의 시간을 3시간으로 줄여주는 대학도 있습니다. 

교사와 마찬가지로 방학이 있어 부러워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교수들의 방학기간은 연구활동, 계절학기 수업, 다음 학기 강의준비로 분주합니다. 

예전에는 석사학위 취득자도 교수가 되었지만 최근에는 박사학위 소지가 일반적입니다. 각 학과에서 결원이 있을 때 전공자에 한해 임용하며 보통 2년~3년간 전임강사로 먼저 채용한 후 연구성과, 강의평가 등을 고려해 정식교수로 임용할지 여부를 결정합니다. 

하지만 박사학위 소지자가 늘어나면서 전임강사 전 몇 년간의 시간강사 경력은 피할 수 없게 되었고 전임강사 경쟁률도 아주 치열해졌습니다. 

60세를 훌쩍 넘은 나이까지 정년이 보장되고 몇 년간 묵힌 수업노트로 계속 강의를 해도 뭐라 하는 사람이 없던 시대는 이제 옛날이야기입니다. 연구실적이 부족하거나 학생들의 강의평가가 나쁜 교수는 재임용에 탈락되는 경우도 빈번히 등장하고 있고 다양한 교수평가방법을 실시하고 있어 보이지 않는 교수 간 경쟁도 아주 치열하다고 합니다.  

또한 대학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학 및 학과 통폐합, 대학진학 대상 학생의 감소로 인한 대학의 존폐 위기 등 대학교수에게도 위기가 찾아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