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램덩크는 아직도
슬램덩크는 아직도
  • 이상동 기자
  • 승인 2015.08.03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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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농구는 망했다
진짜만 남았다. 그래서 아쉽지 않다
[일.탈_ 나만의 힐링을 공개한다] 농구

‘처음부터 알 순 없는 거야~ 그 누구도 본적 없는 내일~ 기대만큼 두려운 미래지만~’
‘마지막 승부’는 농구 붐을 일으켰을 정도의 인기 드라마 중 하나였다. 1990년대는 농구가 최고 전성기를 누렸던 시절이다. 그때 뜨거웠던 농구 열기는 차갑게 식었다. 하지만 그 시절의 추억을 간직하며 아직도 농구를 즐기는 사람은 적지 않다. TV에서 농구 중계가 방송되지 않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 이헌봉

국내 농구는 망했다

1990년대 뜨거웠던 열기는 어느새 차갑게 식었다. 슬램덩크와 마지막 승부, 그리고 그 시절의 농구는 정말 뜨거웠다. 하지만 지금은 TV, 인터넷 스포츠 기사에서도 농구와 관련된 이야기는 찾아보기 힘들다. 최근에 농구와 관련된 이슈가 있었다면 승부조작과 관련한 불미스러운 이야기뿐이다.

“우리나라 농구는 망했다고 본다. 불법 사설 토토가 완전히 망쳐놨다. 농구 관련해서 나오는 얘기는 강동희, 전창진 감독 승부조작 이야기뿐이다.”

이헌봉(35) 씨는 국내 농구가 망했다고, 완전히 끝났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상황이 더 좋다고 말한다. 어중이떠중이를 뺀 진짜 농구를 좋아하는 마니아만 남았다는 것이다. 진짜 팬들은 국내 소식이 뉴스에 나오건 말건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들이 관심 가지는 것은 NBA다.

NBA는 미국 시간으로 저녁에 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오전 시간 즈음이 된다. 그러면 업무시간에 몰래 창을 띄워서 보기도 한다. NBA의 인기는 꾸준했지만 최근엔 미국에서도 더욱 반응이 좋았다고 한다. 그 덕분에 올해 리그는 네이버에서 중계를 해줘서 편하게 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미국에 어학연수 갔을 때 NBA 경기를 직접 볼 수 있었다. 샤킬오닐이 현역일 때다. 2009년 1월에 보스턴으로 여행을 갔는데 마침 검색을 해보니 경기가 있었다. 입장료로 75불을 냈는데 경기장이 가득 차 3층 꼭대기 자리에서 볼 수밖에 없었다. 선수를 보는 것 보다 모니터에서 나오는 것이 더 잘 보일 정도였다.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선수들이 직접 뛰는 것을 볼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그리고 미국 어학연수 때 교회를 다니며 주변 교회에 다니는 학생들을 모아 리그를 만들어 경기를 했던 추억을 떠올린다. 주말마다 공원에서 시합을 했다. 겨울이 되고 모임이 없어졌을 땐 대학생 농구모임에 연락해서 농구를 즐겼다.

10명이 필요한데

요즘 농구를 즐기는 사람을 찾기란 정말 어렵다고 했다. 거의 대부분 ‘슬램덩크’와 ‘마지막승부’의 세대다. 90년대 농구대잔치를 즐겼고 이제는 서른 중 후반에서 마흔의 나이가 됐다. 그래서 동호회의 평균 연령은 36살 정도다. 주말에 모이게 되면 나이에 맞게 사는 이야기를 한다.

가정에 충실해야 할 나이이기 때문에 운동 후 뒤풀이는 크게 진행하진 않는다. 가볍게 점심을 먹는 정도다. 좋아하는 운동을 함께 즐기는 친목활동인 것이다.

농구는 골대만 있다면 혼자서도 즐길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5:5의 시합을 한다. 10명이 필요한 것이다. 인원수가 적으면 그 나름대로 즐길 수 있지만 팀플레이의 맛은 덜하다.

그래서 인원이 모자랄 경우엔 게스트를 초대한다. 페이스북이나 농구 커뮤니티에서 모집을 하거나 참가하는 것이다. 장소에 따라 참가비를 받거나 음료를 사는 조건으로 함께 즐긴다.

농구는 팀플레이가 기본이고 각 포지션에 따라 적절한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고정 팀원이 되는 것은 쉽지 않다. 같은 포지션이 있다면 경쟁을 해야 하는 것이다. 만약 손발이 잘 맞고 지속적으로 참가할 수 있다면 고정 팀원이 된다.

“포지션을 잘 배분해서 팀을 짜야 한다. 매번 참석하지 않아도 내 자리가 있어야 한다. 열심히 뛰는 자리, 돌쇠 자리다.”

고정적으로 함께 즐기는 인원이 10명 이상이 되어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15명 이상이 된다면 3팀으로 나눠서 함께 한다. 시합을 하는 것이 주목적이기 때문에 호흡이 잘 맞는 것이 중요하다.

“공을 가지고 하는 운동 중에 혼자 할 수 있는 운동이다. 골대만 있으면 된다. 드리블 연습도 하고 3점 슛 연습도 한다. 슛을 500개씩 던지다 보면 실력도 좋아진다.”

학교 운동장에서 정식 코트로

농구는 장소의 제약을 크게 받지 않는다. 링만 있으면 된다. 요즘에는 동네 공원에도 농구 골대가 있는 경우가 많다. 또한 체육공원이나 실내체육관, 스포츠센터 등을 대여해서 사용하기도 한다.

이용요금은 각 시설별로 다르다. 2시간에서 4시간 정도 대절을 하고 비용은 6만 원에서 10만 원까지 다양하다. 시설에 따라 에어컨, 히터가 설치된 곳도 있고 선풍기를 틀어주는 곳도 있다. 경기가 끝나면 샤워시설이 있을 경우엔 샤워도 할 수 있다. 농구를 즐기는 사람들의 연령대가 높아졌기 때문에 체육관을 빌리는 비용은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 학교 운동장에서 즐기던 농구를 이제는 체육관의 정식 코트에서 즐기는 것이다.

“농구공은 비싼 건 8만 원 정도 한다. 농구공 보다 비싼 게 농구화다. 30% 할인해도 18만 원 하는 경우도 있고, 조던 시리즈 같은 경우엔 40만 원이 넘어가기도 한다.”

ⓒ 이헌봉

농구를 즐기는데 들어가는 비용 중 가장 비싼 것이 농구화다. 농구공은 1개만 있으면 되지만 농구화는 각각 신어야 한다. 농구는 계속 뛰어다녀야 하는 운동이기 때문에 발목에 부담이 많이 간다. 그래서 농구화는 좋은 것으로 신어야 한다.

미끄러지거나 하면 크게 다칠 수 있다. 그래서 거친 시멘트 바닥 보다는 우레탄이 깔린 바닥을 선호한다. 최근에는 공원에 우레탄을 깔아놓은 곳이 많아 부상이 줄었다. 또한, 시멘트 바닥과 같은 거친 바닥에서 농구를 하면 농구공은 금방 망가진다. 험하게 사용할 경우엔 2개월 정도면 망가질 정도라고 했다. 그래서 바닥의 상태가 중요하다.

멈출 틈 없이 뛰고 또 뛰고

“힘들어서 폐가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을 정도다. 그만큼 힘든 운동이다. 짧은 인터벌 달리기를 반복해야 한다. 계속 뛰어다니다가 정말 힘들어지면 안 뛰게 된다. 코트를 넘어가지 않고 공격 혹은 수비만 하는 것이다.”

농구는 공격/수비의 전환이 빠르고 쉴 틈 없이 진행된다. 잠깐의 틈에도 속공으로 이어지고, 그것을 막기 위해서는 또 전력으로 뛰어야 하는 것이다.

동호인 수준은 비슷비슷 하지만 간혹 중, 고교 시절 선수를 했던 경험이 있다면 그 차이는 엄청 크다고 한다.

“중학교 때 선수만 했어도 엄청 잘 한다. 슛이 정말 좋다. 정말 잘하는 사람은 5:1로 해도 다 뚫고 골을 넣는다”

농구공을 놓고 벌이는 경합도 치열하다. 골 아래에서는 몸싸움도 심해진다. ‘리바운드를 제압하는 자가 시합을 제압한다’고 했던 만화 슬램덩크 속 화려한 몸놀림은 없지만 열심인 것은 모두 동일하다.

그래서 부상을 당하는 경우도 많다. 뼈가 부러지는 경우도 있고 인대를 다치는 것은 수시로 발생한다. 발목이나 무릎을 다치는 것도 자주다. 특히, 손가락 인대를 가장 많이 다친다. 딱딱한 공을 던지고 받는데 잘못 받으면 손가락이 접질리게 된다.

어렸을 땐 다쳐도 금방 나았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어렸을 때 험하게 했던 운동의 후유증이 나중에 더 늙어서 올 것이라는 걱정도 된다. 그래도 농구를 한다.

“이제는 다들 가정이 있어서 집에도 가야하고 다음날 출근도 해야 하니 살살 한다. 과감하게 플레이를 하다보면 주변에서 ‘살살하라’고 눈치를 준다. 수비를 하러 들어가도 다칠까봐 몸을 사리게 된다. 속공하는데 뛰어가서 막으면 ‘그런 거 하지마라’ 그런다.”

진짜 좋아하는 사람만 남았다

ⓒ 이헌봉

농구는 끝났다고 말한다. 앞으로 언제 또 농구가 인기를 끌게 될지는 기약도 없다. TV 예능 프로그램 중 ‘우리동네 예체능’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농구가 나오면서 한동안 반짝 관심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프로농구의 승부조작은 가뜩이나 줄어들고 있던 농구에 대한 관심을 뿌리째 뽑아버린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헌봉 씨는 농구를 계속 즐길 계획이다. 40대 중반을 넘긴 형들도 현역으로 뛰고 있다. 본인이 거기에 뒤질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팀 플레이도 잘 되고, 2:1 패스 같은 것이 잘 될 때가 있다. 어느 날은 3점 슛을 2~3개씩 넣을 때도 있다. 스틸이 잘 되기도 하고 드리블도 잘된다. 혼자 속공을 해서 골을 넣으면 엄청 기분이 좋다. 다만, 혼자 속공하고 실패 했을 때의 비난은 감내해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즐겁다.”

NBA 영상 속 선수가 하던 기술이나 플레이를 직접 해보고, 상상으로만 했던 움직임을 직접 해냈을 때 즐거움은 더욱 커진다.
지금 농구를 즐기는 사람들은 대부분 중학생 때, 고등학생 때 농구를 즐기던 세대다. 그래서일까, 이미 오랜 기간 즐겨왔고 앞으로도 농구를 계속할 생각이다.

“주변에 농구를 좋아하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우리는 더 좋다. 진짜 농구 좋아하는 사람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