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판매영업, ‘근로자영자’ 벗어나나?
자동차판매영업, ‘근로자영자’ 벗어나나?
  • 박상재 기자
  • 승인 2015.08.03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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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병’에 밀리고, 인터넷 판매에 밀리고
노조설립은 했지만 향후 계획 불투명해
[사건] 자동차영업직 노동조합 조직

GM그룹이 대우자동차를 인수한 이후 GM은 대우자동차판매(이하 대우자판)과 결별을 선언했다. 내수판매 진작을 위해 지역총판제를 실시하기로 한 것이다. 2010년 4개 지역총판사가 전국 8개 권역을 담당하기로 한 이후 현재는 5개 총판사가 개별 대리점을 운영하며 판매를 담당하고 있다. 그렇다면 대리점에서 일하는 영업사원들은 GM 직원일까 아니면 지역총판사직원일까? 그것도 아니면 대리점 직원일까? 영업사원들은 자신들은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자영업자’로 회사에 묶여있다고 했다.

개인사업자로 등록돼 있지만

▲ ⓒ쉐보레

한국GM쉐보레영업직노동조합 결성은 작년 6월부터 논의되기 시작했다. 노동조합의 필요성은 ‘소속’의 부재에서 시작됐다.

“명함에도, 직원명찰에도 전 한국GM소속인데, 근무환경을 문제제기하면 저는 ‘자영업자’라서 해당이 안 된대요.”

이들의 근무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다. 대리점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대다수는 출근 30분 전 회의를 하고, 퇴근 전 30분에도 결산 보고를 한 뒤 업무를 마무리 한다. 퇴근 전에는 밖에 나가있더라도 퇴근시간 30분 전에는 회사로 들어와 보고를 한 뒤 퇴근해야 한다. 일주일에 한두 번은 거리로 나가 현수막을 들고 고객들에게 인사를 해야 한다. 참석하지 않는 직원은 주말에 당직근무를 서야 한다. 전단활동 보고도 해야 한다. 전단지를 배포하는 것은 영업직 직원들이 자신들을 알릴 좋은 방법 중 하나이기도 하지만, 회사에서 요구하는 사항이기 때문에 빼놓을 수 없다. 이들은 직접 홍보활동을 하는 모습을 핸드폰 카메라로 촬영해 관리자와 직원들이 모여 있는 단체 채팅방에 사진을 매일 올려야 한다.

“우리는 자영업자라고 하는데, 각 대리점의 점주나 관리자들은 우리한테 많은 것을 요구해요. 단순히 차를 많이 팔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시간에 출퇴근을 하도록 하고, 필요하면 언제든 회사로 불러 회의를 진행하고, 기타 홍보 방법까지 방침을 정해서 우리한테 정해요. 무슨 자영업자가 자신이 하는 일 모든 것을 간섭받아가면서 해야 해요.”

각 지역총판사에 소속된 대리점은 총판사로부터 자동차 판매 금액에 따른 판매수수료를 받는다. 영업사원들의 임금은 여기에서 지급된다. 판매수수료는 대리점 점주가 40%, 판매 영업원이 60%를 받게 된다.

자영업자로 분류되기 때문에 기본급은 존재하지 않는다. 자영업자이기 때문에 명함, 홍보전단물 등과 같이 영업활동에 들어가는 일체 비용도 개인의 부담으로 돌아간다. 입사 초기에는 개별대리점마다 다르지만 ‘정착지원금’이란 명목으로 짧게는 3개월, 길게는 6개월 간 월 60~70만 원 가량을 지원하고 있지만 “인맥 형성이 온전하지 않은 신입 사원들에겐 정착지원금이 월급의 대부분이거나 전부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게 직원들이 말하는 현실이다.

이외에도 이들은 내수판매를 통해 한국GM의 입지를 재정립해야 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한국GM의 내수 판매는 2012년 14만 5,702대, 2013년 15만 1,040대, 2014년 15만 4,381대로 점차 증가하고 있긴 하지만, 한국GM 생산공장의 총 생산량이 감소함에 따라 영업사원들도 불안함을 느낀다. 김환영 한국쉐보레영업사원노동조합 위원장은 “최근 한국GM의 노사관계가 원만하지 않고, GM본사에서도 국내공장을 철수하려는 분위기가 있다 보니 내수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된다”며 “하지만 현재 영업사원들에 대한 처우로는 신입 직원들도 얼마 못 가 회사를 그만두니 안정적인 영업망 관리도, 적극적인 홍보활동도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영업직의 처우개선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과당경쟁에 목 졸리는 영업

기본급이 존재하지 않으니 판매수수료에 더욱 열을 올리게 되지만, 갈수록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다. 고객을 어떻게 유치하느냐의 문제는 둘째로 미뤄놓더라도, 고객을 확보해도 다른 직원의 ‘퍼주기’식 영업을 견디지 못해 밀려나는 경우도 허다하다.

“내가 고객의 입장이라도 한 푼이라도 싼 곳을 찾아가기 마련이지만, 같이 일하는 직원들이 제 살 깎아가면서 손님 유치에 열을 올려요. 어느 영업점을 갔더니 얼마를 더 싸게 해 주더라, 어디를 갔더니 이러저러한 옵션을 붙여주는데 여기는 왜 안 붙여주느냐, 카드결제는 왜 안 되느냐 등등. 영업이란 게 이미지도 중요하고, 인맥관리도 중요하니깐 쉽게 거절하기 어려워 내 지갑 털어서 해줄 수밖에 없죠. 대리점 점주들도 사원들의 판매 실적에 따라 실적압박을 하고, 심하게는 폭언을 하기도 하니깐 고객과 점주 사이에서 계속 치일 수밖에 없어요.”

일부 점주의 ‘용병’영입 문제도 심각하다. 일반적인 과정이라면 쉐보레 대리점에서 일하는 영업사원들은 지점 발령에 앞서 한국GM의 교육장에서 집체교육을 받고 영업을 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용병’의 경우, 이러한 절차를 밟지 않고 영업일선에서 바로 일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일부 점주는 회사에서 단발적으로 시행하는 자동차가격 할인 프로모션 등을 용병에게만 알려줘 판매를 돕는 한편 판매수수료를 많게는 90%까지 용병 직원에게 지급하는 것이다.

대리점 점주 입장에서는 목표 대수 이상을 초과해 판매하면 얻는 인센티브 수당도 받을 수 있으니 용병 영입을 선호할 수 있다. 게다가 기본급이 없으니 몇 명을 더 모은다고 한들, 대리점 입장에서 비용이 들지 않으니 손해 볼 일도 없다. 가뜩이나 경쟁에 피 말리는 기존 영업사원들은 판매수수료 차별에 대한 박탈감을 느끼면서도 내부 경쟁에 더욱 몰두하게 되는 악순환이 초래되는 상황이다.

인터넷 판매도 빼놓을 수 없다. 회사 규정상 자동차 판매는 대리점을 통해서만 이뤄지도록 하고 있지만, 일부 대리점의 경우 인터넷 영업을 통해 회사가 정해놓은 기준보다 높은 할인율을 제공해 ‘박리다매’를 추구하기도 한다. 김환영 위원장은 “대리점 점주가 ‘예뻐하는’ 직원들에겐 암묵적으로 인터넷 판매를 권장하고 묵인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이러한 현실에 불만을 느낀 직원들이 2014년 9월 노동조합을 설립하게 됐고,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조합 승인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지만, 11월에는 고용노동부로부터 합법 노조임을 인정받았다. 현재는 30여 명의 조합원이 모였다. 하지만 노동조합 설립 이후 개별 영업점에서 이에 대응하기 시작하며 현재 조직 확대는 정체된 상태이다. 조합 설립 이후 조합 활동을 하려는 직원들에겐 회유와 으름장을 놓고 있는데, 김환영 위원장을 비롯한 몇몇 간부들도 비슷한 경험을 갖고 있었다.

“노동조합이 생긴 이후 개인 사생활까지 꼬투리까지 잡히더라고요. 다짜고짜 어제 뭐했느냐, 어제 저녁에 노래방가지 않았느냐, 노래방 가서 여자 만난 것 아니냐면서 대리점 이미지 훼손하지 말고 좋게 나가라느니, 여성 고객이 무리한 할인을 요구하기에 거부했더니 고객과 점주가 함께 성추행 혐의로 문제 삼겠다며 회사를 나가라느니 하더라고요. 지금은 대리점에서 ‘네가 영업을 하더라도 회사에서 차를 내주지 않도록 할 테니 알아서 해라’는 식으로 영업 자체를 못하도록 하고 있어요.”

케이블노동자와 닮았지만

▲ ⓒ한국GM 쉐보레 영업사원보동조합한국GM이 사내홈페이지에 게시한 영업사원 근무시간변경지침

노동조합이 설립되긴 했지만 앞으로 풀어야 할 일은 그야말로 첩첩산중이다. 이들이 요구할 사안은 크게 ▲정도영업(‘용병’영업사원 금지, 인터넷 영업 금지 등의 내용이 포함) ▲영업직 수수료 60%에서 65%로 인상 ▲기본급 신설 등이다. 하지만 문제는 요구의 대상을 누구로 할 것인지는 아직 내부적으로도 의견이 분분하다.

한국GM쉐보레노동조합은 최근 이슈가 됐던 케이블 비정규직 노동자와 거의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4대 보험 적용을 못 받는 상황부터 대기업, 총판사, 대리점, 영업직원까지 모두 도급 형태로 계약을 맺고 있는 다단계 하도급으로 교섭 대상을 찾기도 어려운 상황도 같다. 김환영 위원장을 비롯한 조합 간부 및 직원들이 궁극적으로 바라는 점은 대리점 또는 5개 지역총판사의 직원이 아닌 ‘GM 직원’이 되는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단기간에 이를 이룰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과연 교섭권을 확보할 수 있는가에 대한 부분이다. 케이블노동자의 투쟁은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연대 투쟁과 노조 설립 초기부터 빠르게 조직화를 이루며 조합의 투쟁력을 높이며 동력을 마련했었다. 하지만 현재 쉐보레영업사원노조는 작년 9월부터 조직화 했지만 좀처럼 규모가 늘어나지 않고 있다. 실제로 가입 의사를 밝혔음에도 대리점의 설득에 가입을 포기하거나, 이름만 올릴 뿐 가입비는 내지 않으며 사태를 ‘관망’하겠다는 태도를 보인다는 게 노조 관계자의 설명이다. 조직화를 위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앞서 말한 SK브로드밴드비정규직, LG유플러스비정규직지부가 연대투쟁을 통해 이들은 1년이 넘는 장기투쟁을 통해 근로자성을 인정받고, 고용안정을 보장받았다. 4대 보험 및 기본급 보장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임금 및 단체협약 조인식까지 맺은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원청인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를 상대로 전개했던 ‘진짜사장이 나와라’운동은 결국 협상자리에 모습을 보이지 않으며 사실상 결과적으론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김환영 위원장도 “GM에도, 5개 판매대행사(총판)에도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우리와는 관련이 없다’는 똑같은 말만 돌아왔다”며 답답해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내부적으로도 5개 판매대행사를 상대로 요구를 해야 할 것인지, GM을 상대로 요구할 것인지 의견이 분분한 것이다.

교섭의 방법에서도 무엇에 무게중심을 두고 요구할 것인지도 논의 대상이다. 우선 교섭을 통해 기본급을 인정받게 된다고 하더라도 수당이 최소화 된다는 점에서 과연 내부 구성원들이 얼마나 동의할 수 있는가도 의문이다.

경상현 민주노총 희망연대노조 LG유플러스지부장의 경우 “회사가 기본급 지급을 동의하긴 했지만, 기타 수당을 받을 수 없도록 하면서 ‘건 바이 건’(인터넷 설치 및 개통 건 당 받는 수수료)시절 임금보다 더 임금수준이 낮아져 불만이 나오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기본급을 요구하는 방식보단 기본급을 요구하되 판매수수료율을 높여가는 방식에 무게를 두고 협상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으며, 쉐보레영업사원노동조합을 지도하고 있는 이상원 한국노총 비정규직부위원장도 “기본급을 중심으로 주변 요구안들을 관철시켜 나가는 방식이 유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이번 한국GM쉐보레영업직노동조합의 설립에 의의를 둘 수 있는 건 영업직 노동자 전반이 조금씩 문제의식을 갖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김환영 위원장은 “현재 현대차 영업직과 기아차 영업직에서도 8월에 노동조합을 조직하겠다고 알렸다”며 함께 연대투쟁을 전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직 확대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영업직 노동조합의 연대는 더욱 절실한 상황이다.

이미 자동차판매 영업직의 경우 금속노조 대우자동차판매지부,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판매위원회와 같이 본사 직영점 정규직 중심으로 조직화 된 적이 있지만, 대리점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조직화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이번 한국GM쉐보레영업직노동조합의 설립을 계기로 케이블노동자에 이어 근로자도, 자영업자도 아닌 ’근로자영자’인 자동차 판매 영업사원들의 조직화가 이뤄질 수 있을지 주목할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