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분리도 좋지만 시스템 제대로 갖춰야
보건복지부 분리도 좋지만 시스템 제대로 갖춰야
  • 이상동 기자
  • 승인 2015.08.03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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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공공성 축소하는 국가정책이 문제
매뉴얼은 작동 않고, 위기대처능력 없는 상황
[사람] 김은희 보건복지부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메르스 사태가 마무리 돼가는 가운데 책임 문제를 놓고 많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을 교체하고 질병관리본부장 또한 교체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 중에서도 가장 뜨거운 이슈는 역시 보건복지부의 분리다. 세월호 사건이후 안전행정부가 행정자치부, 국민안전처, 인사혁신처로 나눠진 것과 같은 맥락이다. 김은희 보건복지부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에게 이번 사태에 대해 물었다.

사스 사태 당시 국립중앙의료원에 있었다고 들었다. 그때랑 비교하면 어떠한가?

ⓒ 김효진 객원기자 kkimphoto@gmail.com

“사스 지정병원이었기 때문에 의료용 천막으로 응급실을 만들고 공항에서 검역을 해서 열이 있거나 의심스러운 환자는 바로 응급실에 격리조치 했다. 일반 응급실을 같이 사용하면 감염이 발생할 수 있으니까 사스용 응급실을 따로 만들기 까지 한 것이다. 정부차원에서 철저히 차단했다. 그래서 종결이 되고 국제적 우수사례로 알려졌다.

반면, 메르스는 2012년에 처음 발견된 뒤 계속 확산됐다. 이 병이 국내에서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뻔히 알았는데 준비를 미리 하지 않은 것이다. 위험관리 능력이 떨어진 게 아닌가 생각한다. 삼성의료원에서 메르스를 처음 확진한 공을 세웠음에도 불구하고 욕을 먹는 것은 영리적인 부분만 생각해서 문제를 더 키웠기 때문이다.

국립중앙의료원은 중앙거점 병원 지정 이후 병원에 있는 환자를 다 내보내고 메르스 환자를 관리했다. 이는 공공병원이 아닌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병원은 할 수 없는 것이다. 이번에 의료의 공공성이 대두되고 있는 가장 큰 이유가 삼성서울병원 같은 대형병원들이 공공적 역할을 하지 못해서이다.

대형병원이 영리를 최우선으로 하면 그런 병원들이 하지 않는 부분을 공공의료시설이 맡아 공공성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공공병상의 수가 엄청나게 줄었다. 서울대병원, 전남대병원 등 다 법인화 됐다. 지방의료원도 마찬가지다. 진주의료원 사태가 그런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이렇게 다 법인화 돼도 건강보험으로 다 보호가 되기 때문에 의료의 공공성을 보장할 수 있다 얘기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보장이 안 된다.

감염병은 한 사람을 치료하기 위해서 보통 환자의 몇 배의 비용이 들어간다. 감염병동을 유지하는 것과 감염을 막기 위한 장비를 사용하는 부분까지 필요한 비용은 어마어마하다. 그러니 영리법인에서는 하지 않으려 한다. 의료의 공공성을 축소시키는 나라의 정책은 잘못됐다고 봐야 한다.”

보건복지부 장관 교체와 보건복지부 분리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예전에 사스를 못 막은 것도 아니고 막아냈다. 감염병에 대한 경험이 부족한 것이 아니다. 경험이 있는 나라에서 이번엔 못 했다는 것은 우리나라의 의료 인프라가 구축이 안 돼서 그런 것이 아니라 시스템의 부재 때문이다. 우리나라 의료가 세계적으로도 뒤쳐지지 않는다. 나라에서 제도를 운영하는 방법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장관 하나의 문제가 아니다. 공항에서 환자를 이송하는 것도 보건복지부 장관 혼자서 할 수 없다. 나라에서 정책적으로 해야 한다. 사스를 막고 나서 생긴 것이 질병관리본부인데 그런 관리에 대한 매뉴얼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금은 위기대처능력조차 없는 상황인 것이다. 물론 보건복지부 장관의 문제도 있겠지만 모든 책임이 보건복지부에 있는 것은 아니다.

보건하고 복지는 분리되는 게 맞다. 복지의 영역도 점점 커지고 있다. 보건과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나눠져 있어야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나눠져도 시스템을 제대로 갖춰서 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월호 상황 이후 안행부가 세 개로 나눠졌는데, 나눠져도 잘 하는 게 없다. 나누고 합치고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부서를 한 번 바꿀 때마다 드는 돈이 엄청나다. 그렇게 해서 나아지는 게 있어야 하는데 나아지는 게 없다.”

우리나라 공공의료의 방향은?

“민영화를 하더라도 거기에 대한 제도적 장치를 해놓고 공공적인 부분의 최소한은 지켜야한다. 무조건 영리법인이 좋다고 생각하는 것이 문제다. 거기서 많은 문제가 파생되는 것이다.

일반 병원들은 환자를 치료하고 건강보험료를 청구해서 치료비를 받는데, 그 치료비만으로는 병원이 유지될 수 없다. 그 때문에 개인에게 청구되는 비급여 항목이 늘어나는 것이다. 의료 공공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범위를 더 넓혀야 한다. 건강보험 적용율을 80~90% 가까이 올려야 한다. 건강보험으로 해결이 안 되니 실비보험을 드는 것이다. 보험으로만 해서 입원하면 그렇게까지 비싸지 않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으면 심한 경우에 한 번의 치료에 천만~2천만 원이 드는 경우도 있다. 그런 사람들은 사보험을 들지 않았으면 진료비를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이제는 사보험도 그런 부분까지 전부 보장해 주지 않으려 한다.

증세를 해서 보험료를 올리더라도 건강보험이 보장해 주는 범위가 늘어나면 된다. 우리나라가 OECD 노인자살률 1위다. 그것은 자살이라고 하기 보다는 사회적 타살에 가깝다. 살기 힘드니까, 아파도 병원을 가기 힘드니까 죽는 거다. 증세를 하더라도 건강보험의 혜택을 늘려서 돈이 없어서 병원에 못 가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