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혁신 성공 하려면 노사관계 혁신이 우선
경영혁신 성공 하려면 노사관계 혁신이 우선
  • 박경화 기자
  • 승인 2006.08.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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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보증기금, ‘제 2창업’ 위해 ‘노사한마음협약’ 체결

▲ ⓒ 김창기 기자 ckkim@laborplus.co.kr

신용보증기금 노사(노동조합위원장 이도영, 이사장 김규복)가 본격적인 경영혁신을 앞두고 노사의 뜻을 모으기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신용보증기금이 창립 60주년을 맞은 지난 6월 1일, 노사는 ▲매주 수요일을 노사화합의 날로 정해 정시 퇴근 권장 ▲업무 프로세스 개선을 위한 노사상설위원회 설치 ▲직원들의 노동조건 개선과 복지수준 향상 등의 내용을 담은 ‘노사한마음협약’을 체결했다.

‘한마음’ 되기까지의 진통
이번 협약의 체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있었다. 올해 1월 회사가 먼저 “창립 30주년을 맞아 노사 대화합을 통한 희망의 일터를 만들자”는 제안을 했지만 노동조합은 이를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과거 ‘가정의 날’ 실시가 실효성이 없었던 경험과 회사가 추진하고 있는 경영혁신이 조합원들의 고용과 직결되는 방안을 많이 담고 있는 상황에서 형식적 선언에 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

하지만 노동조합도 경영환경의 변화 속에서 경영혁신의 필요성에는 공감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노사에게는 형식적 선언이 아닌 실질적 노사대화채널을 구축하는 문제와 조직구성원들을 설득해야 한다는 숙제가 던져졌다.

김규복 이사장은 창업 이래 최초로 전국의 점포를 순회하면서 경영혁신 필요성에 대한 설득에 나섰다. 노동조합도 경쟁력과 고용을 함께 지키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에 대해 조합원들의 의견을 모으는 한편, 조합원들의 피로도는 가중시키면서 생산성 향상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여러 가지 낭비요소를 파악하기 시작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지난 4월 1/4분기 노사협의회 안건으로 올라온 ‘노사한마음협약’이 채택됐다.

경영전략에 대한 일상적 대화 채널을 트다
이번 협약은 직원들의 만족도와 능률을 높이기 위한 데 초점이 있다. 과거 형식적으로 운영되어오던 ‘가정의 날’(매주 수요일)을 ‘노사화합의 날’로 바꾸고 “업무 생산성 향상과 활기찬 직장분위기는 가정으로부터”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것이 대표적 예다.

노동조합 최수영 수석부위원장은 “가정이 불편하면 회사에 나와서도 일에 집중할 수 없다”며 “직원들이 신나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 곧 경쟁력과 고용을 지키는 길”이라고 말했다.

작업 능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업무 프로세스 개선을 위한 노사 상설위원회(이하 위원회)를 설치했다. 위원회는 단체협상과 정기 노사협의회에서는 모두 다룰 수 없는 작업환경, 경영평가 기준, 고객만족, 시장 확보를 위한 활동 등 실질적 경영참여를 위한 안건 등을 다룬다.

지난 7월 19일 열린 1차 실무위원회에서는 노동조합의 임원과 5개부서 선임업무팀장이 참여한 가운데 노사간, 직원간 의사소통 문제와 안정적 시장확보 방안, 경영평가 기준 개선 등 50여 가지 안건에 대한 열띤 토론이 있었다. <59면박스 참조>

이 토론을 통해 노사와 해당부서는 단기적으로 해결 가능한 과제와 장기적으로 해결할 문제에 대한 방안을 도출하고 노조의 의견을 반영하기 어려운 부분에 대해서는 상세한 이유를 들어 서로를 설득하는 시간을 가졌다.

신용보증기금 인사부 관계자는 “이제까지 노사의 일상적 커뮤니케이션이 없었던 탓에 많은 과제가 쏟아져 나왔다”며 “필요한 때마다 상설위원회를 통해 노사가 영업현장의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눈다면 불필요한 힘겨루기나 갈등은 상당히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평했다.

임금피크제 한계 보완키로
이번 협약의 또 하나의 성과는 지난 3년간 운영되어 왔던 임금피크제의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살리기 위한 노력이 시작됐다는 점. 2003년 임금피크제 도입 당시 신용보증기금은 ‘금융권 최초’라는 수식어만큼이나 많은 관심을 끌었다.

이 제도의 도입으로 인건비 절감이나 인사적체 해소 등의 성과를 내기는 했지만 고령자의 숙련된 업무역량을 활용한다는 면에서는 많은 한계를 드러내기도 했다.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서 ‘업무지원직’이라는 직군을 신설해 채권추심, 소송, 신용조사서 감리, 컨설팅, 연수원 교수, 콜센터 상담원 등 고령자를 활용할 수 있는 직무를 개발했지만 대부분이 그간의 숙련과 노하우를 ‘썩힐 수밖에’없는 단순 채권추심업무에만 투여됐던 것. 고령자들의 직무 만족도는 낮아지고 회사도 투여한 비용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문제점이 있었다.

노사는 이번 협약을 계기로 지난 3년간의 임금피크제 운용성과 분석을 통해 문제점을 보완하고 고령자들의 직무만족과 조직의 운영효율을 제고한다는 취지 아래

‘제 2기 임금피크제’를 마련하기로 했다.‘제 2기 임금피크제’는 적용연령을 탄력적으로 운용하고, 직무와 직위 운용의 유연성을 확대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또, 성과중심 보수체계를 확립해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이 의욕적으로 직무에 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역점을 두기로 했다.

“모든 혁신 중 가장 어려운 건 노사관계 혁신”
현재 신용보증기금의 경영환경은 그다지 밝지만은 않다. 신용보증규모가 지난 2004년까지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민간 금융시장의 활성화를 저해한다는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했고 기술신용보증기금의 유동성 위기까지 불거졌다.

김규복 이사장의 취임과 함께 우량등급 기업에 대한 보증을 늘리고, 한계기업의 보증은 낮추면 성장잠재력을 갖춘 혁신형 중소기업에 대한 보증지원 강화를 통해b보증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을 추진한 것도 이 때문.

이와 함께 김 이사장은 인사·조직 및 노사관계 혁신을 경영혁신의 가장 큰 축으로 설정했다. 업무혁신을 위해 전사적 위험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성과관리시스템을 도입했다. 30년 된 조직에 직급과 연공서열을 파괴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였다.
김 이사장은 “모든 혁신 가운데 노사혁신과 인사혁신이 가장 어려웠다”며 “미래에는 인적자원이 경쟁력이 될 수밖에 없는 만큼 기업의 경쟁력은 노사관계가 쥐고 있다고 과언이 아니”라고 말했다.

길 열린 경영참여 또 한 번의 ‘순풍’

신용보증기금 노사의 마음을 맞추기 위한 노력과, 노사가 함께하는 경영혁신의 노력은 일단 절반의 성공. 상반기 각종 수치가 신보의 경영혁신 성과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보증잔액은 올해 6월말 기준으로 28조1446억 원을 기록하면서 6개월 새 1조원 이상 감소했다. 하지만 노사 모두가 “협약은 협약일 뿐 실제로 어떤 결과를 내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노동조합 이도영 위원장은 “과거 많은 기업에서 노사화합선언이 있었지만 홍보용 행사에 그친 경험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며 “일단 기업이 고유의 영역이라고 고집해 왔던 경영 참여의 길을 열고 노사가 일상적으로 대화를 할 통로를 만들었다는 것을 높게 평가한다”고 말했다.

노사 모두를 살리기 위한 경영혁신의 성공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결국 노사관계. 일단 돛을 올린 경영혁신 항로에서 조타수 역할을 할 노사는 이번 협약으로 또 한 번의 ‘순풍’을 맞은 셈이다.

▲ 신용보증기금노동조합
이도영 위원장
신용보증기금 노동조합 이도영 위원장

▶ 협약체결까지 쉽지 않은 고민과 갈등이 있었을 것 같다.

혹시 홍보용 행사로 전락하지 않을까, 형식적 선언에 그치지 않을까 우려했다. 하지만 현재 신용보증기금을 둘러싼 상황이 상당히 어렵다. 국제금융기구 등에서 공적보증을 줄이라는 압력을 가하고 있고 정부도 보증기금의 역할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노조가 경영의 한 축으로서 역할을 하면서 회사의 방향을 함께 설정해 나가는 것이 고용안정을 지키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 조합원들을 설득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았나.

어려움도 있었다. 노동조합이 기본적으로 조합원의 생각과 뜻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단기적인 이해관계에 급급한 게 사람 심리인데 또 그걸 무조건 따라갈 수도 없다.

4년 전에 폐지된 학자금지원을 부활한 것도 당장 젊은 직원들에게는 와 닿는 문제는 아니지만 ‘조직의 선배님들의 기를 살리자’고 설득했다. 노사간의 갈등뿐 만아니라 직원간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이지만 끝까지 얘기를 듣고 타협점을 만들어가야 한다.

▶앞으로 협약의 내용을 어떻게 구체화해 나갈 것인가?

일단 경영 참여의 길을 연 만큼 노사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데 주력할 것이다. 일방의 요구나 일방의 힘이 아니라 노사 모두가 명분과 실리를 다 챙길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또 노동조합의 입장에서는 중소기업 지원이라는 신용보증기금 본연의 역할과 공공성을 지키고, 이를 통해 최근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양극화 해소에도 적극 나설 것이다.

▲ 신용보증기금 인사부
이석배 이사
 신용보증기금 인사부 이석배 이사

▶최근의 경영환경 변화와 협약 체결의 배경은?

신용보증기금은 중소기업 종합지원 기관의 역할을 해 왔다. 그런데 최근 중소기업 정책이 보호·육성 위주에서 자율적인 시장경쟁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전환되는 등 신용보증기금의 경영환경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런 환경에 적응하려면 끊임없이 경영혁신을 해나가야 하는데 경영혁신의 성공을 위해서는 노사의 대화와 협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봤다.

▶ 협약의 내용 중 임금피크제의 성과와 한계 진단, 새로운 방안 도출도 포함되어 있다.

임금피크제는 일시적 대량해고를 방지하고 대상자에게는 정년을 보장함으로써 고용불안을 해소와 사회적 신분도 유지할 기회를 준다. 조직에 있어서는 인사적체를 해소하고 인건비 절감을 도모한다는 효과도 있다.

그러나 현재의 임금피크제도는 개인의 능력과 성과에 관계없이 연령에 따라 일률적으로 적용되며 직무가 제한되는 한계점이 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해 고령자들의 만족도와 기업의 효율성을 더 높이는 것이 필요한 시점에 와 있다.

▶ 직원들의 만족도와 기업의 경쟁력을 동시에 높이기 위한 방안은?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아지면 경쟁력도 함께 높아진다고 본다. 현재 각종 대내외 연수를 통해 직원들의 자기계발을 통한 경쟁력 향상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또 정기 노사협의회에서는 직원들의 근로조건 개선을 통한 복지증진에도 신경을 쏟고 있다. 올해 초에는 직원들의 다양한 복지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선택적 복지제도를 도입했고 현재보다 더 일할 맛 나는 직장으로써 모습을 갖추기 위해 각종 복지제도를 확충해 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