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시간 수면권 보장! 우체국 국제특송(EMS)
4시간 수면권 보장! 우체국 국제특송(EMS)
  • 이상동 기자
  • 승인 2015.09.11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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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우편물을 전담하는 유일한 기관
늘어나는 해외 우편물에 악화되는 근무환경
[특수직 공무원의 일과 삶] 국제우편물류센터

공무원이 하는 일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지역주민센터 같은 행정기관에서 서류업무만 보는 것이 아닌, 현장에서 일하는 공무원들도 많다.
<참여와혁신>이 행정부공무원노동조합과 함께 특수직 공무원들의 일과 삶을 소개한다. 이번 주인공은 국제우편물류센터다. <편집자 주>

 ⓒ 국제우편물류센터
‘직구족’, 해외에서 파는 물건을 인터넷으로 구입하는 사람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해외에서 직접 구입하면 같은 물건을 국내에서 살 때보다 훨씬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직구에 나선다. 소비자가 구입한 물건은 비행기로 국내에 들어온다. 국내로 들어온 물건은 통관 절차를 거쳐 소비자에게 전달된다. 해외를 상대로 물건을 파는 중소기업도 늘어나고 있다. 해외에서 들어오는, 그리고 해외로 나가는 모든 우편물은 국제우편물류센터를 거친다.

해외 나가는 모든 우편물 수출입 담당

 ⓒ국제우편물류센터
국제우편물류센터는 국내 모든 우편물의 수입과 수출을 담당한다. 수입우편물은 항공사 컨테이너(ULD; Unit load device)에 담겨 센터로 들어온다. 컨테이너 속의 수입우편물은 커다란 자루에 넣어져 있는데 이를 열어 낱개로 나누는 작업을 ‘개낭’이라고 한다. 수입우편물을 담당하는 항공도착과 공무원들이 함께 개낭을 한 뒤 우편물을 컨베이어에 올린다. 컨베이어에 오른 우편물은 배송지역 정보가 입력되고 X-Ray 검사와 세관 검사가 이뤄진다. 세관검사는 상주하고 있는 인천공항 국제우편세관원들이 담당한다. 통관절차에 따라 검역이 진행되고 세금이 부과된다. 수입금지 품목은 압류돼 파기하거나 반송된다.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 면세 물품은 각 지역 우편집중국별로 자동으로 분류 된다. 그리고 세금 납부가 완료된 우편물과 함께 배송이 되는 것이다.

수출우편물도 동일한 과정을 거친다. 전국에서 올라온 우편물을 컨베이어에 올린다. X-Ray 검사 후 배송지역 코드가 자동으로 스캔되고 무게측정도 이어진다. 지역 우체국에서 발송할 때 잰 무게와 동일한지 여부를 다시 확인하는 것이다. 이후 배송 국가에 맞춰 분류된 우편물은 수작업으로 수량을 파악하고 발송지별로 다시 스캔작업을 한다. 수량이 확인되고 스캔이 끝나면 항공사의 협력업체에 우편물을 인계하는 것까지가 국제우편물류센터의 공무원들의 업무다. 우편물을 인계받은 협력업체에서는 철제 컨테이너에 우편물을 실은 뒤 지게차를 이용해 운반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우편물이 해외로 발송되는 것이다.

단, 위에서 설명한 수출입 과정은 우체국 국제특송(EMS) 물품에만 해당된다. EMS가 아닌 등기와 편지와 같은 우편물은 수작업으로 스캔을 하여 수출입 절차가 진행된다.

 ⓒ국제우편물류센터
EMS의 수출입 과정은 대부분 자동화돼 있지만 수작업으로 해야 되는 부분도 적지 않다. 개낭과 개낭된 물품을 컨베이어에 올리는 일, 배송지역을 입력하고 지역별로 자동 구분된 우편물을 컨테이너에 담아 차량에 적재하는 일까지는 공무원이 직접 해야 한다. 수출 과정에서는 지역에서 올라온 우편물을 컨베이어에 올리고 지역별로 분류된 물건을 스캔하는 것도 공무원이 하는 업무 중 하나다. X-Ray 검사는 전문 업체가 담당하는데, X-Ray 검사 시 이상이 발견되면 공무원 입회하에 개봉해 문제가 있는지 확인한다.

수입, 수출이 금지되는 품목이 있다면 파기하거나 반송을 시킨다. 과거에는 성인용품이 많이 적발됐다. 그리고 스프레이와 같은 폭발 가능성이 있는 압축용기도 금지품목이다. 백색 가루도 금지되는데, 마약이나 폭탄의 원료로 사용되는 가루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이한 사례로 상자에 담긴 백색가루가 유골 가루로 확인돼 반송한 적도 있다고 한다.

24시간 교대, 26시간 근무 할 때도

 ⓒ국제우편물류센터
국내의 해외 직구가 늘어나는 것처럼 해외로 나가는 물품도 많아졌다. 우편물은 매해 전년 대비 28% 가까이 증가한다. 등기나 일반우편을 제외한 EMS만 기준으로 해도 하루에 4만 6천 건의 물건을 처리해야 하는 것이다. 그나마 비수기에는 물량이 덜한 편이다. 10월 이후부터 새해 1월까지, 연말연시에는 물량이 급증하는데 이 기간을 ‘특별소통기간’이라고 부른다. 특별소통기간에는 국제우편물류센터와 전 우체국이 비상근무체제에 돌입한다. 증가하는 우편물량 추세를 고려할 때, 올해는 하루에 5만 건 이상의 우편물이 들어올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러한 우편물량을 소화할 수 있는 것은 무리한 근무시간과 공무원들의 책임감이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EMS 발송을 담당하는 직원들은 24시간 교대제로 근무한다. 월수금, 화목토로 교대 근무를 하는데, 오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24시간 일을 하는 것이다. 토요일은 일반적인 주간근무를 한다. 주5일제 근무를 해야 하지만 업체와 계약된 우편물을 발송해야 하기 때문에 주간근무를 하는 것이다.

아침에 출근을 하면 쌓여있는 우편물을 처리하기 시작한다. 부지런히 일해도 적은 양이 아니기 때문에 시간이 여유롭진 않다. 거리가 가까운 서울과 경기도, 인천 지역 우체국에서 오전에 마감한 우편물은 일찍 도착한다. 지방에서 올라오는 우편물은 우체국 접수가 끝난 이후에나 출발하기 때문에 주로 늦은 밤에야 국제우편물류센터로 도착한다. 해외로 나가는 우편물은 제주도에서 발송을 해도 국제우편물류센터를 거쳐야 한다.

밤이 되면 우편물을 실은 차량들이 길게 늘어선다. 우편물을 내려놓을 공간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물량이 많은 연말연시에는 하차를 기다리며 대기하는 차량의 줄도 더욱 길어진다. 때론, 우편물을 먼저 내리기 위해 기사들 간의 다툼도 발생한다.

먼저 도착한 서울, 경인지역 우편물은 평균적으로 자정 정도면 전부 하역을 마치게 되고, 오전 2시 이전에 마감을 한다. 지방에서 올라오는 우편물은 서울까지 오는 시간을 생각하면 아침부터 처리해도 되지만, 도착한 우편물을 쌓아둘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쉬지 않고 일해야 한다. 따라서 마감시간에 업무를 마무리하기는 쉽지 않다. 4~5시까지 작업을 하고 나서야 쪽잠을 위해 시간을 낼 수 있다.
눈을 잠깐 붙이고 6시에 일어나 다시 일을 시작한다. 퇴근시간은 오전 9시지만 담당하고 있는 우편물을 마감하기 전에는 퇴근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오전 10시, 11시까지 더 일을 하게 된다. 결국 25~26시간을 연속으로 일하게 되는 것이다.

점심, 저녁은 구내식당에서 먹을 수 있지만 아침 식사는 나오지 않는다. 잠깐 잠을 자고 오전 6시부터 일을 시작해도 퇴근시간까지 업무를 마치기 위해서는 밥 먹을 시간, 화장실 갈 시간도 부족하다.

겨울 칼바람에 동상, 해외 전염병 위험까지

 ⓒ국제우편물류센터
국제우편물류센터는 서울지방우정청 소속 기관으로 인사발령에 따라 인원이 배치되고 순환보직에 따라 업무를 담당한다. EMS에서 중국으로 수출되는 우편물 비중은 40% 가까이 되기 때문에 중국 우편물 담당자는 더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한 달 정도의 간격으로 순환배치도 이뤄진다.

서울 양천구 목동에 있었던 서울국제우체국은 2007년 인천국제공항 옆으로 이전을 하며 국제우편물류센터가 됐다. 외딴 곳에 떨어져 있기 때문에 출퇴근도 쉽지 않다. 공항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이 많기 때문에 지역별로 운행되는 통근버스를 이용해 출퇴근 한다. 그렇다고 해도 지역에 따라 출퇴근시간이 1시간 30분이 넘게 걸리기도 한다. 또한, 퇴근버스 시간도 정해져 있기 때문에 이를 놓치지 않기 위해선 쉴 틈이 없다.
국제우편물류센터는 공항 활주로와 바로 연결돼 있고, 항공기에 싣는 우편물을 분류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보안이 철저하게 관리되고 있다. 센터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사전 허가가 필요하고 직원들도 금속 탐지기를 통과해야 한다. 특히, 활주로와 직접 맞닿아 있고, 지게차가 지나다니는 각각의 출입문도 보안을 담당하는 특수경비가 상주한다.

공항이 바닷가에 인접해 있기 때문에 겨울이 되며 칼바람은 더욱 매서워 진다. 밤에도 쉬지 않고 일을 하는데, 지게차가 다니며 출입문이 수시로 열리기 때문에 실외에서 일하는 것과 다름없다. 겨울엔 여직원 한 명이 동상에 걸리기도 했다. 물류센터의 공간은 매우 넓고, 천장도 높기 때문에 난방을 해도 한계가 있다. 출입문을 개선하고 많은 노력을 해서 근무환경은 점차 나아지고 있지만, 여름의 뜨거운 기온과 겨울의 찬바람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계절이 주는 고통뿐만 아니라 전염병의 위험에도 노출돼 있다. 해외에서 들어오는 우편물을 일일이 수작업으로 개낭하기 때문에 우편물에 묻어 들어올 수 있는 각종 전염병도 문제가 된다. 지게차가 움직이며 철제 컨테이너를 나른다. 빈 컨테이너의 무게도 가볍지 않은데 우편물을 싣게 되면 무게는 더욱 늘어나기 때문에 더욱 접촉사고에 주의해야 한다. 컨테이너가 지게차 운전자의 시야를 가리기 때문에 더욱 조심해야 한다. 우편물을 운반하는 과정에서 부상을 당할 위험성이 상존하는 것이다.

우편물은 느는데, 해결책은 마땅치 않아

초과근무 수당 외에 열악한 근무환경에 따른 보상은 마땅히 없다. 26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근무를 할 때도 있지만 이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고 말한다. 근무시간을 조정하고 싶어도 통근버스 시간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사실상 조정을 할 수가 없다.

우편물을 처리하다가 중간에 교대할 수도 없다. EMS는 배송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했을 땐 책임자가 명확하다. 따라서 자신이 맡은 업무는 끝까지 마무리 하고 퇴근해야 한다. 배송 책임자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제대로 쉴 수도 없고, 퇴근시간도 늦어진다.

우편물이 점차 이메일로 대체되고, 많은 택배회사들의 경쟁 속에서 국내에서 유통되는 우편물 규모는 점차 줄어든다. 그러한 가운데 우편물의 해외 배송을 담당하는 EMS는 매해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당연히 노동 강도는 증가한다. 힘을 써야하는 업무가 많기 때문에 젊은 인력이 필요하지만 인력의 보충은 만족스럽지 못하다.

그렇다고 단순히 인력 부족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현장 공무원들은 말한다. 자동화 시설이 처리할 수 있는 용량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물량이 늘어난다고 해서 시설 속도를 2배, 3배씩 무작정 늘릴 수도 없다. 무리해서 속도를 올리다가 시설이 멈추면 EMS 배송이 전면 중단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다른 우편집중국은 타 지역 우편집중국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국제우편물류센터를 대체할 곳은 없다. 건물을 추가로 지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쌓아둘 공간이 없으니 지방에서 올라온 차량들은 하차 작업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게 되고, 기다리고 있으니 마음 편히 쉴 수도 없는 것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일반 우편물, 등기를 처리하는 공간을 물류센터 2층에 만드는 등 다각도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16년 연속 만족도 1위, 국제특송 1위

24시간 교대 근무는 가족관계에도 좋지 못하다. 남자직원은 덜 한 편이지만 아이가 있는 여직원은 더욱 힘들다. 출근을 하기 위해서는 아침 일찍 나와야 하고, 퇴근을 하고 집에 들어가도 11시 가까이 된다. 아이들 밥을 챙겨주기도 힘든 것이다.

가장 힘든 것은 앞서 계속 이야기한 근무 형태다. 주 업무가 야간까지 진행되고, 쉬는 시간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쓰러지면 죽을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도 든다. 늘어나는 우편물량을 따져보면 올해 연말에는 1시간도 못 자고 일을 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렇게 일을 하다가 ‘병에 걸리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감도 느낀다. 정년을 채우는 것도, 정년 이후도 걱정이 된다. 오죽하면 노사공동협의회의 안건으로 올라오는 것이 ‘4시간 수면권 보장’일까.

국제우편물류센터의 이러한 근무환경 속에도 우체국은 공공서비스 부분 고객만족도에서 16년 연속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우체국 국제특송(EMS)도 해외배송업체들 사이에서 1위다. 국민들은 우체국을 이용하면서 신속하고 정확하게 배송될 것이라고 신뢰한다. 가격도 저렴하다.

외국을 상대로 사업을 벌이는 능력 있는 중소기업이 많아지고, 보편적인 서비스를 더욱 저렴하게 제공하기 위해 우체국은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그러한 노력은 국제우편물류센터에서 밤낮없이 일하는 공무원들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국제우편물류센터의 공무원들이 지금보다 나아진 근무여건 속에서 큰 만족과 보람을 느끼며 일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