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불황 속 성장을 거듭한 일본기업
장기불황 속 성장을 거듭한 일본기업
  • 홍민아 기자
  • 승인 2015.09.13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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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 재고 및 철저한 코스트 관리
유니클로, 히트텍 개발에 만 번 넘게 수정 요구

▲ '위기의 한국경제, 일본의 경험에서 배우자' 세미나 모습 ⓒ 홍민아 기자 mahong@laborplus.co.kr

11일 63빌딩에서 개최된 '위기의 한국경제, 일본의 경험에서 배우자' 세미나에 강연자로 참석한 정 혁 KOTRA 일본지역본부장은 20년의 장기불황 속에서 성장을 거듭해 온 일본기업들을 소개했다.

GDP 및 매출액 제자리 반면 영업이익 증가

정 혁 본부장은 "일본의 과거 25년간 GDP 규모나 상장기업 매출액은 거의 제자리 수준을 기록한 반면 영업이익률을 꾸준히 증가했는데, 일본기업들이 장기불황 속에서 수익률 창출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 온 결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1989년부터 2014년 사이의 일본 GDP 성장은 3조170억달러에서 4조6,160억달러로 1.5배 증가, 25년간 거의 제자리를 기록했다. 반면에 같은 기간 미국은 3배(5조6,570억달러-17조 4,180억달러) 한국은 6배(2,430억달러-1조4,160억달러) 중국은 22배(4,590억달러-10조3,800억달러)가 증가했다.

동일 기간내 일본 상장기업 매출액은 3~40%가 증가했는데 이는 해당 기간 내 상장된 기업 자체가 30% 정도 증가했기 때문으로 매출액 증가는 현상 수준을 유지하는 정도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유통과 생활소비재 등의 내수시장 매출액은 2010년과 비교하며 오히려 감소하기까지 했다.

이렇게 GDP과 매출액 증가는 제자리 걸음을 보이는 반면, 기업의 영업이익률은 1989년에는 3.9%, 2010년에는 5.5%, 2014년에는 5.6%로 꾸준히 증가했다. 정 본부장은 장기불황 속에서 생존 전략을 찾은 일본기업들의 특징을 살피고 시사점을 찾아야 한다고 전했다.

철저한 비용절감, 끈질긴 기술개발이 강점

도요타의 성공요인으로는 철저한 재고관리 및 제안제도를 통한 낭비 제거, 부품 가격 삭감, 환율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글로벌 생산체제구축, 친환경차 개발 등을 꼽았다. 세계대전 이후 매출 급감, 정리해고 실시, 금융구제를 받게 되는 등 경영환경이 악화된 도요타는 주문 후 부품조달을 시작하는 방식으로 재고량 관리에 나섰고, 7만여 명의 종업원들을 대상으로 제안제도를 실시하여 낭비 요인들을 줄여나갔다. 부품 협력업체들의 단가 관리에도 관여하여 3년간 30%의 부품 단가 절감을 실시했다.
정 본부장은 "2000년도 이후 자동차산업이 어려워져 완성차의 협력업체들이 어려움을 겪었지만, 도요타의 협력업체들은 온전히 유지되어 왔는데 이는 도요타가 협력업체와 함께 성장해 왔기 때문이라고 본다"며 동반 성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전세계 정밀모터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Nidec의 성장 전략으로 총 42번의 M&A를 통한 신기술 확보 및 신시장 개척과 철저한 가격인하 정책을 꼽았다. Nidec은 시장에서 요구하는 하드디스크 용량이 증가하자 해당 기술을 가진 기업의 인수합병을 통해 변하는 기술 변화에 대응하고 글로벌 시장에 진출해 나갔다. 그리고 철저한 기업 경비 절감 및 가격교섭으로 비용 절감을 추구해 나갔다

센서 제조업체인 KEYENCE은 개별 고객의 수요 파악 후 제품의 범용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본사 공장에서 해당 제품의 가장 효율적인 생산방식을 개발한 후, 총 생산의 10%만 본사 공장에서 생산하고 나머지는 위탁생산을 하는 방식으로 유명하다. 총 4,000여 명의 직원들 중 1,000여 명이 영업직 직원으로 이들이 고객의 수요를 수시로 확인한다. 이곳의 유명한 마케팅 전략으로는 제품 판매 시 가격 할인을 하지 않고 접대비 지출을 하지 않는 것을 꼽았다. 철저한 고객수요 파악과 경비 절감으로 KEYENCE는 일본 기업 중 연봉 랭킹 1위로 손꼽히는 기업이 되었다.

전기절연용 도료를 생산하는 Nitto은 기존 기술을 활용하여 신제품을 개발하고, 신시장에 개척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생산하고 있는 총 13,500여 품목 중 20여개의 품목이 GNT(Global Niche Top)에 해당될 정도로 생산기술 경쟁력이 있는 곳이라고 평가했다.

SPA 브랜드로 유명한 유니클로는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전세계 의류시장에 등장했지만, 꾸준한 기술개발을 통해 소재경쟁력을 통해 전세계 의류업체 4위에 올라선다. 유니클로의 히트 상품인 '히트텍'은 일본 내 합성섬유 기업인 TORAY와의 소재 공동 개발을 통해 만들어진 제품이다. 정 본부장은 "히트텍 소재 개발에 있어 TORAY사는 유니클로 전용 생산라인까지 만들었고 개발 과정에서 유니클로는 만 번이 넘는 수정을 요구했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만큼 소재개발에 열성적으로 몰두했기 때문에 히트텍이 팔리는 제품이 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한국 경제가 일본 경제와 같은 장기불황의 길을 걸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아직은 명확한 답변을 내리기 힘든 시점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인구 고령화 증가 속도가 일본과 비슷한 추세를 보이고 있고 이로 인한 노동생산성 저하로 인해 잠재성장률 하락이 예상되고 있다. 그리고 이미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시점에서 한국이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치열한 연구개발과 각종 비용 절감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할 때임은 확실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