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붕괴, 인건비가 문제일까
자영업자 붕괴, 인건비가 문제일까
  • 장원석 기자
  • 승인 2015.10.05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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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료, 상권파괴가 자영업 위협
실효적·근본적 대책 동시에 필요
[사건]영세자영업자 위기의 원인

우리나라의 자영업자 수는 그리스, 터키, 멕시코에 이어 OECD 4위다. 기획재정부가 새누리당 김광림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서 2013 우리나라 자영업자 비율은 27.4%로 나타났다. 2010년 OECD 평균인 15.8%의 두 배에 육박하는 수치다. 우리나라가 자영업을 하기에 좋은 나라라 비율이 높았으면 좋겠지만, 현실은 정 반대다. 은퇴 후에 먹고 살 길이 없어서, 취업하기가 어려워서 자영업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지난 10년간 자영업의 생존율은 16.4%에 불과하다고 한다. 열에 둘이 살아남기 어려운 구조다. 최저임금이라도 올라가면 망한다고 곡소리가 난다. 하지만 인건비만 자영업자의 목을 죄고 있을까. 영세자영업자가 어려운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 장원석 기자
가장 문제는 임대료

A씨는 10년 가까이 족발집을 운영하고 있다. 허허벌판에서 장사를 시작해 족발의 맛을 높이고 알리기 위해 적자를 감수하고 몇 년을 밤낮으로 고생하며 일했다. 결국 지역 주민들이 A씨의 족발 맛과 서비스를 인정하기 시작했고 타 지역에서 소문을 듣고 찾아올 만큼 유명한 지역 맛집이 되었다. 힘든 날이 지나고 이제는 즐거움이 계속되리라 생각했던 A씨에게 다른 문제가 찾아왔다.

“원래 처음 장사를 시작한 곳은 여기가 아니라 300미터쯤 떨어진 곳이었다. 그곳에서 세를 얻어 장사를 시작했다. 시작했을 당시에는 상가 시세가 주변과 비슷했다. 그런데 몇 년이 지나고 우리 족발이 인정받아 장사가 되기 시작하자 임대료가 오르기 시작했다. 진짜 한 반년마다 50만원, 100만원씩 올리는데 감당이 안 됐다. 결국 옮길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A씨의 설명이다.

A씨가 나가자 임대인은 그 자리에 족발집을 냈다. 내부 인테리어는 고치지도 않고 간판까지 비슷하게 따라했다.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방법이 없었다. 임대인은 A씨가 이전 공고를 붙이는 것까지 트집잡았다고 한다. A씨는 “정말 억울하고 화가 나서 방법을 찾아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자문을 구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오래 걸리고 이기기 쉽지 않다’는 말이었다. 결국 포기하고 다시 시작하는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주민들이 잊지 않고 계속 찾아주는 덕분에 A씨의 가게는 빠르게 예전의 모습을 되찾고 있지만 A씨는 여전히 불안하기만 하다. 지금 옮긴 건물도 임대료를 올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옮긴지 2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A씨는 만일을 대비해 시간이 날 때마다 가게를 옮길 장소를 물색하고 있다.

A씨는 “자영업자들에게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임대료다. 임대료 문제만 해결해도 자영업자들이 겪는 고통의 절반 이상은 해결할 수 있다. 다른 곳에서 인건비가 문제라고 이야기 하는데 솔직히 말해서 자영업자들이 인건비에 목매는 이유는 여러 비용 중 인건비만 업자들이 컨트롤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임대료, 상품 가격, 프렌차이즈라면 업체 가맹비 같은 부분은 자영업자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건비 문제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자영업자들의 고민을 이야기했다.

반쯤 노예가 아닌가 싶었습니다

B씨는 3년 전, 40대 중반이라는 나이에 회사에서 명예퇴직을 하게 되었다. 20여 년을 일하던 직장에서 나오자 B씨는 막막해졌다. 자신이 회사에서 했던 업무 외에는 할 줄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B씨는 저축해 놓았던 돈과 퇴직금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보았다. 그러던 와중, 친구에게 ‘요즘 커피전문점이 잘되니 한번 알아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커피전문점이 잘 되니 늘어나겠지 싶어서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평생 회사에서 키보드나 만지던 사람이 커피를 알 리가 없었다. 그런데 프랜차이즈 업체에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을 해준다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커피 프랜차이즈를 통한 창업을 생각했다”는 것이 당시 B씨 상황이었다.

B씨는 커피 프랜차이즈 본부를 찾아 상담을 받았다. 직원은 B씨에게 “장사가 호황이라 여러 지점을 내는 사장님들도 있다. 일단 투자만 결정하면 어려운 일들은 본사에서 다 알아서 하니 걱정하지 마시라”고 말했다. 투자를 결정하자 그 다음은 일사천리였다. 장소와 인테리어, 관련 설비, 교육까지 모두 순식간에 이루어졌다. B씨는 편하고 여유롭게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문제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모두 다 알아서 해준다는 이야기는 반대로 B씨에게 선택권이 많지 않다는 이야기기도 했다. 본사에서 행사를 한다든가 새로운 메뉴가 나온다면 모든 점주들은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B씨는 “새 상품이 들어오면 무조건 들여놔야 한다. 할인 행사를 해도 모든 점포에서 다 해야 하니 참가해야 한다. 본사에서 내려오는 모든 내용들은 점주들이 돈을 들여가며 하는 것이다. 또 로열티로 매달 돈이 나가게 되는 것도 부담이 되었다. 하라는 대로 하면서 손해는 손해대로 나니 반쯤 노예가 된 것 아닌가 싶었다”고 심정을 이야기했다.

수입 부분도 처음에 본사에서 말한 것과 거리가 있었다. 잘 된다는 지점에 반도 되지 않았다. B씨는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본사는 우리 점주가 고객이라는 생각을 했다. 우리도 커피 팔면서 손님한테 다 맛있다고 하지 않나. 본사도 우리한테 다 잘되고 돈 잘 번다고 이야기 한다. 처음에 아무것도 모르는데 유명 프랜차이즈에서 다 알아서 해준다고 그러면 맡기게 된다. 본사에서 이야기하는 것과 실제는 많은 차이점이 있다”
실제로 가게를 운영하다보니 본사와 점주 사이의 문제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본사에서 알아서 해주는 부분은 창업과 유지 일부에 불과했고, 임대료나 관리비, 재고 정리와 같은 부분 전반을 다 신경써야 하니 오히려 일반 자영업보다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했다.

또 주변 업주들과 경쟁을 벌여야 하는 것도 문제였다. 일반 자영업자들은 프랜차이즈 자영업자들과 같은 지역에서 경쟁하는 것에 많은 불만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B씨와 같은 지역에서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는 C씨는 “본사에서 홍보 크게 해주면서 이미 포화인 상태인 지역에 밀고 들어오면 우리 입장에서 어떻게 좋을 수 있냐”고 반문하며 “상가회나 동종업계 자영업자들 수준에서 집단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B씨는 “올 해가 지나면 본사와의 계약이 끝난다. 기간이 지나면 바로 그만 두고 개인 커피전문점을 열 계획이다. 이제 겪을 만큼 겪었고 시달릴 만큼 시달렸다”며 “자영업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절대 안이하게 생각하지 말고 면밀하게 계획을 세우고 알아봐야 한다”고 충고했다.

사면초가 자영업, 안 아픈 곳이 없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8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서는 지난달 개인사업자의 은행 대출 잔액이 작년 같은 달에 비해 27조 7,000억 원(13.7%) 늘어난 229조 7,000억 원으로 나타났다. 7.1%인 작년에 비해 두 배 가까운 수치다. 이에 반해 통계청이 9일 발표한 ‘8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자영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18만 3,000명 감소했다. 2011년 1월 19만 2,000명 줄어든 이후 4년7개월 만에 가장 큰 규모다. 자영업자의 수가 크게 감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영업자 대출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자영업 붕괴 속도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일시적인 현상이라기보다 구조적인 폐해라는 면이 강하다. 통계청 2012 전국사업체조사 보고서에서 나타난 국내 자영업의 업종 분포를 보면 도소매(27.7%), 음식·숙박업(22.3%)와 같은 저부가가치를 가진 업종이 전체의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 국세청이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서도 10년간 창업·폐업 비중이 음식업 19.7%·22.0%, 서비스업 19.6%·19.8%, 소매업 19.2%·20.5%로 나타났다. 결국 특정 업종에서 과다한 경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자영업자의 수익은 나날이 감소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서 나타난 바로는 2004년 근로소득 176만 1,700원, 사업소득은 69만 5,400원으로 106만 6,300원의 격차를 보였다. 이것이 2014년에는 근로소득 287만 1,700원, 사업소득 86만 2,200원으로 약 200만원의 차이를 보였다. 자영업자의 1인당 소득은 43만 원으로 2015년 최저임금 5,580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액수다.

자영업자의 소득불균등도 문제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자영자 가구의 소득불균등 추이와 시사점’ 보고서에는 2003년부터 2014년 사이, 지니계수를 통해 확인한 자영업자 소득불균등도는 2010년 0.266 이후 꾸준히 높아져 0.271까지 증가했다. 반면 임금근로자는 0.281에서 0.272로 감소했다.

임대료, 상권파괴가 문제

지난 2015년 최저임금 논의에서 보았듯 자영업자들은 인건비 인상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앞에서 A씨가 밝혔듯 인건비야말로 소모되는 비용 중에서 자영업자가 어느 정도 조절이 가능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건비는 자영업 운영에 있어 핵심적인 부분이 아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조사한 자영업자 현황에서 종업원 수는 1명이 37.4%, 0명이 28.9%, 2명이 18.9%로 나타났으며 재창업 시 0명이 40.5%, 1명이 31.6%, 2명이 21%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영세자영업자들이 인건비를 이미 충분히 절약하고 있는 상태인 것이다.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임대료다. 업종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총 비용에서 임대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2~30%에 달한다. 대부분의 자영업자들은 사업이 궤도에 오르기 전에 비싼 임대료를 견디지 못하는가 하면 A씨의 사례와 같이 몇 년 이상 한 곳에서 영업해 온 사업장도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이 과정에서 자영업자들은 임대차보호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권리금마저 날리기 일쑤다.

내수시장의 저하로 인해 전반적인 매출액 자체가 줄어든 상황에서 이전에 상승했던 상가 임대료는 대부분 줄어들지 않고 있다. 업주들 사이에서는 큰 매출증가효과 없이 임대료만 올라가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우려하며 지역에 문화·생활 시설이 들어오는 것을 반대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과도한 자영업자 상권 경쟁도 문제다. B씨는 “몇 년 전, 근방에 닭발로 유명한 가게가 있었다. 이 집이 TV에서 취재를 올 만큼 유명세를 타자 그 집을 기준으로 100m 안에 닭발집이 3개 생겼다. 매일 상인들끼리 싸움이 계속 되었고 노골적인 상호 비방과 음해가 이어졌다. 마지막에는 원조집 사장이 다른 사장을 흉기로 살해하고 자신은 분신자살을 해버렸다”며 상인들 간에 지킬 것은 지키며 상생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대기업 프랜차이즈의 골목상권 파괴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동안 롯데, 신세계, 홈플러스, 코스트코 등의 대형 유통업체들은 중·소형 체인까지 오픈하며 골목 상권 깊숙이 들어왔다. 근래에는 외식업체와 빵짐, 분식 등 다양한 부분에서 대기업 프랜차이즈의 상권침탈이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응급처치, 예방책이 동시에 필요

전문가들은 현재 가속화하고 있는 자영업 붕괴를 막기 위해서는 자영업을 지원해주는 실효성 있는 대책과 동시에 과포화상태에 이른 자영업으로 퇴직자, 구직자들이 몰리는 것을 막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즉각적으로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줄여주는 방안으로는 카드 수수료율 인하가 있다. 백주선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금융팀장은 “2012년 2월 신용카드 가맹정 수수료율 체계가 도입된 후, 연 매출 2억 이하 중소가맹점 신용카드 수수료는 1.5%가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그 외의 경우, 높은 수수료율이 적용되어 평균가맹점 수수료율은 2.14%에 이른다. 이는 소액결제가 많은 소상공인에게 많은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준 의원이 발의한 여신전문금융법 개정안(▲우대수수료 적용기준 현행 2~3억 원에서 3~5억 원으로 확대 ▲우대수수료율 현행 1.5%~2%에서 1%~1.5%로 인하 ▲대형신용카드가맹점 제외한 가맹점에 대해 110%를 초과하는 수수료율을 정할 수 없음)에 대해 “카드사는 수수료를 인하할 충분한 여력이 있다. 공정한 수수료율과 자영업 활성을 위해 필요한 법안”이라고 밝혔다.

또 한 가지는 임대차보호법의 개정이다. 올해 5월 13일,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되었지만 자영업자들의 권리보호는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참여연대 이슈페이퍼에서는 이번 개정안에 대해 “▲권리금의 법적 보호 ▲5년간 영업보장▲임대 사실 확정일자 부여 등의 의미가 있지만 ▲환산보증금 적용범위 확대 ▲재건축 시 퇴거료 보상 ▲10년 영업기간 보장 등에는 문제가 있다”며 “저번 개정에서 담지 못했던 부분들을 담고 더불어 단속·처벌의 강화로 자영업자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영업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이미 한참 포화된 자영업 시장에 들어올 수밖에 없는 4~50대 퇴직자, 2~30대 구직자들에게 창업이 아니라 구직 교육을 진행하고 금전적으로 지원함으로서 자영업이 아니라 구직 시장으로 이끄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