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와 사, 안주가 아니라 미래를 준비하자
노와 사, 안주가 아니라 미래를 준비하자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5.10.05 13:53
  • 수정 2018.07.25 14: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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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는 하이닉스, 미래 담보는 글쎄

아픈 과거 반복 막기 위해 노조도 바뀌어야

[사람] 허정우 SK하이닉스 이천노조 위원장

반도체 산업은 한국을 대표하는 산업 중 하나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생산량, 시장점유율을 자랑하고 있다. 삼성이 주도하고 있는 반도체 시장을, SK그룹 산하로 편입된 하이닉스가 다시 추격의 고삐를 죄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이천에 세계 최대 규모의 생산 공장인  ‘M14’를 준공하며 공격적인 투자를 계속할 것을 선보였다.

허정우 SK하이닉스 이천노조 위원장을 만나 과거와 현재 하이닉스의 모습과 노동조합 활동의 고민에 대해 들었다.

 

지난해 실적이 좋았다.  하이닉스는 현재 어떤가?

“단일 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의 공장을 신설하기도 했고, 지난해 수익이 좋았다. 일단 많이는 벌고 있다. 5조 원을 벌고 있으니까. 그런데 한 해만 두고 봐서는 안 된다.

일단 올해 반도체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자연히 영업이익률도 좀 떨어지고 있고. 삼성과 비교를 해보자면, 과거에는 6개월 정도 차이가 난다고 말했는데 지금은 1년 6개월 정도 차이라고 본다. 지금 현재 D-RAM 기준으로 30나노급을 주로 생산하고 있는데, 삼성은 20나노급을 개발했다. 예를 들어 웨이퍼 한 장에서 기존에는 2천 개를 만들어냈다면, 똑같은 재료를 쓰고 일하는데 3천 개를 만들어버리는 거다.

그만큼 기술을 선점한다는 게 중요하다. 반도체 산업은 엄청난 장치산업이다. 예를 들어 생산기계 한 대 가격이 전투기 가격이다. 농담처럼 우리 공장에는 전투기가 16대가 있다는 얘기도 한다. 지금까지는 공간적인 부분에서 장비를 들여 놓을 장소가 적절하지 않았는데, 이 부분은 좀 해소가 됐다. 투자비 확보도 돼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미 늦은 출발에서 따라잡는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과거에 반도체 산업이 치킨게임으로 갈 때는 정말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처럼 조건에서부터 격차가 벌어지니까. 채권단에서 투자를 안 하고 있는 상황에서 계속 따라가려니까 가랑이가 찢어졌던 거다.”

노동조합이 보기에  조합원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부분은 뭔가?

“근속이나 연령대로 봤을 때 구조가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1994년, 1995년 즈음에 입사한 이들과, 2004년 이후 들어온 이들이다. 두 시기에 채용 규모가 확 늘었던 여파다. 이들이 생각하고 느끼는 게 다르다.

어느 조직이나 세대 간 문화나 생각의 차이는 존재한다.

노동조합이 갖는 고민은 이처럼 정서가 다른 조합원 계층을 어떻게 조화시켜나갈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다.”

그런 부분에 대해 노동조합이 준비하는 게 있다면?

“과거에 조합원 규모는 3,500명 수준이었다. 지금은 7,200명이다. 점점 더 예전을 기억하는 조합원보다, 현재에 충실하려고 하는 이들이 주를 이뤄갈 것이다. 그래서 노조는 항상 현장과 함께하는 게 중요한 거 같다.

그래서 이번 집행부가 출범하면서 실장 세 명과 부위원장 한 명을 현장으로 배치했다. 오전에는 현업에서 일하고, 오후에 노조 일을 보고 있다. 이들은 노동조합의 활동을 현장 조합원에게 알리는 역할과 함께, 현장 조합원들의 정서를 노조에 반영시키는 데 중요한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사실 쉽지는 않다. 과거에는 ‘노조가 한다니까 함께 모여’라는 식으로 단합이 잘 되었는데, 지금은 아무리 생산직들이라고 해도 자기 시간을 할애해 함께 하는 거에 대해 부정적이다.

조합원을 상대로 한 소통과 함께 회사를 상대로 한 소통도 중요한 한 축이라고 생각한다. 노동조합이 대면하는 경영지원실 등의 인력이 SK그룹 출신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나락으로 떨어졌던 시기에 대한 경험이 없다. 영업이익이 3조, 5조씩 되다가, 마이너스 2조, 3조까지 추락했던 경험 말이다. 정말 미치는 거다.

다시 그런 상황이 벌어지면 안 되겠지만, 노조 입장에선 준비를 하고 싶다. 회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 왔던 그때의 경험을 공유하고 싶다. 회사가 정보를 숨기면 숨길수록 내용은 더 어려워진다. 어려운 때는 물론이고, 평상시에도 자주 내용을 오픈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