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택시, 운전대 잡는 두 손에 생기 불어넣을까?
노란 택시, 운전대 잡는 두 손에 생기 불어넣을까?
  • 성상영 기자
  • 승인 2015.11.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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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택시협동조합 ‘쿱(Coop) 택시’ 출범 석 달
임금·근로조건 기존 법인택시보다 낫지만 냉정한 평가 필요
[사건]한국택시협동조합 출범 3개월

시내의 가까운 거리를 보다 빠르고 편하게 가고 싶을 때 사람들은 택시를 이용한다. 밤늦게까지 친구들 혹은 회사 동료들과 술을 마신 뒤 버스나 지하철이 끊겼을 때에도 마찬가지다. 택시는 이처럼 고마운 교통수단이지만, 정작 택시의 교통 불편 민원이 가장 많다. 그러나 이것이 택시기사들의 성격이 유난히 나쁘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택시기사들은 늘 낮은 임금과 장시간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택시기사라는 직업을 양질의 일자리로 만들겠다며 올해 7월 한국택시협동조합 ‘쿱(Coop) 택시’(이사장 박계동)가 출범했다. 생명력과 생기를 상징하는 노란색의 쿱 택시가 택시기사들의 근로조건을 개선해 주리라 많은 사람들이 기대했다. 쿱 택시 출범 석 달이 지난 시점에서 중간평가를 해본다.

법인택시 운전기사 김 씨의 하루

서울의 한 택시회사에서 일하는 김혁신 씨(49)는 서울과 인근 도시의 지리와 교통상황을 훤히 꿰뚫어보는 베테랑 운전기사다. 그는 이 회사에서만 23년을 일했다. 생의 절반을 택시와 함께 보낸 것이다. 그런 그가 라디오에서 협동조합 택시가 생긴다는 소식을 접하고 회사를 그만둬야할지 고민이 생겼다. 뉴스에서는 협동조합 택시에 대해 회사 소속 택시기사들이 매일 내는 ‘사납금’(납입기준금)이 없는 택시라고 했다. 회사에 고용되는 게 아니라 출자금을 낸 조합원이기 때문에 매달 50~60만 원 정도의 배당금도 받는다고 했다. 개인택시 면허를 얻을 수 있는 자격이 생겼지만, 택시 총량 제한으로 개인택시 면허에 고가의 ‘프리미엄’이 형성돼 오래 전에 포기했다. 그는 마음이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김 씨는 새벽 3시에 일어나 집 근처의 회사로 향한다. 10월이 되니 새벽 공기가 차갑다. 회사에 도착하면 오늘 운행할 차량을 지정받는다. 그래도 이 회사에서 오래 일했기 때문에 비교적 새 차를 탄다. 택시기사들에게 차량의 낡은 정도는 매우 중요하다. 오래된 차량일수록 크고 작은 문제가 많아 내 몸처럼 움직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이는 노동 강도를 결정한다.

이전 근무자에게 밤 시간 벌이가 어땠냐고 물으니 한숨만 내쉰다. 장거리 손님을 얼마 못 태운 모양이다. 동료와 짧게 몇 마디 대화를 나눈 후에 간단히 차량 점검을 하고 회사를 나선다.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참 다양한 손님들을 태우게 된다. 빨리 가달라고 재촉하는 사람, 정치적 신념을 한참 떠들어대는 사람, 말없이 휴대전화만 보는 사람 등 여러 부류의 사람들이 타고 내린다. 각기 다른 성격을 가진 손님들을 상대하는 것은 당연하게도 운전대를 잡은 김 씨의 몫이다. 그래도 내릴 때 “감사하다”는 따뜻한 말을 전하는 손님을 데려다 주면 한 동안 기분이 좋아진다.

그는 사납금을 채우느라 끼니를 거르며 밥값까지도 아껴봤지만, 지금은 어지간하면 식사는 건너뛰지 않기 위해 애쓰고 있다. 물론 쉽지는 않다. 하루 220km가 넘는 거리를 달리지만 그중 3분의 1인 80km 정도는 ‘빈차등’을 켜고 달린다. 이렇게 11시간 안팎을 달리고 나면 오후 3시쯤 회사로 돌아간다. 오늘 타코미터에 찍힌 액수는 14만 7,600원. 사납금 10만 9,000원과 회사에서 준 하루치 유류 외에 추가로 사용한 유류비 1만 원을 빼니 2만 8,600원이 남았다. 보통 2만 6,000원 정도를 가져가니 오늘은 2,000원 정도 더 번 셈이다.

이렇게 한 달 26일 만근을 하고 김 씨가 번 돈은 회사에서 주는 월급 120만 원에 추가로 번 돈 67만 원 정도를 더해 187만 원이다. 이 돈으로는 네 식구가 살기 빠듯하다. 다른 일을 하고 싶어도 쉰 살이 가까워 할 수 있는 일이 택시운전 말고는 없다. 결국 그의 부인이 집 앞 지하철역에서 미화원으로 일해 부족한 생활비를 보탠다.

한국택시협동조합 ‘쿱 택시’ 시동 걸다

위 내용은 2013년 서울시가 ‘서울시 택시정보시스템’을 통해 법인택시 운행실태를 분석하여 발표한 내용을 토대로 가상의 상황을 구성한 것이다. 앞에서 나오는 수치들은 2012년 기준이기 때문에 올해와 차이가 있지만, 법인택시기사들이 처한 현실은 당시와 변함이 없다. 법인 소속 택시기사들은 낮은 임금과 장시간노동에 항상 시달려왔다. 그러다 보니 택시기사는 마땅한 생계수단을 갖지 못한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직업이 돼버렸다.

이에 택시운전을 양질의 일자리로 만들겠다며 한국택시협동조합이 출범했다. 지난 7월 14일 서울 시청광장에서 열린 출범식에는 박원순 서울시장도 참석했다. 언론에서도 ‘사납금 없는 택시’로 연일 기사를 내보냈다. 무엇보다 택시회사에서 일하는 기사들의 관심이 높았다. 이는 택시협동조합 출범 석 달이 지금도 여전하다. 10월 현재 404명이 조합 가입을 신청한 상태다.

서울 마포구 중동에 있는 택시협동조합 자리에는 원래 (주)서기운수가 있었다. 서기운수는 지난해 11월 경영난이 심각해지자 M&A(인수합병) 매물로 나왔다. 14·17대 국회의원과 국회 사무총장을 지낸 박계동 전 의원이 이사장으로 있는 한국협동조합연대가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조합원 출자를 받았지만, 40억 원에 달하는 돈을 마련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박계동 이사장이 빚을 내는 등 서기운수를 인수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따랐다. 3월에 인수 잔금을 어렵사리 내고 6월 인수를 완료하기까지는 반년의 시간이 걸렸다.

인수 후 협동조합으로 전환하기까지의 과정에는 서울시가 힘을 보탰다. 시는 10억 원의 ‘사회적 투자기금’을 통해 2,500만 원에 달하는 출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대출을 지원했다. 또한 심의를 거쳐 종래의 꽃담황토색 대신 생명력과 생기를 상징하는 노란색으로 차량 도색을 바꿀 수 있도록 도왔다. 이 외에도 2011년 발효된 ‘협동조합기본법’도 법인택시가 협동조합으로 전환되는 데 한몫했다.

월 60만 원 ‘배당’, ‘사납금’ 없지는 않아

처음 서기운수를 인수할 당시 직원은 84명이었는데 실제 운행을 하는 기사는 78명이었다. 서기운수가 가졌던 전체 차량이 71대였고, 따라서 차량 한 대를 기사 한 명이 맡았다. 택시의 이익은 전체 차량 대비 가동률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데, 서기운수의 택시 가동률은 40% 선이었다. 30대 정도의 차량을 78명이 주·야간 교대로 운행하고 나머지는 운행을 멈춘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익을 내기 어려웠고, 자연스레 기사들의 월급도 낮았다. 그러나 택시 가동률은 협동조합 전환 후 두 달 만에 80%를 넘어 10월 현재 95%에 근접했다. 김수혁 택시협동조합 사업본부장은 이러한 성과를 놓고 ‘기적’이라고 표현했다.

현재 택시협동조합이 서기운수로부터 사들인 71대의 차량 중 운행을 쉬는 차량은 2~3대에 불과하다. 그리고 근무 중인 조합원이 169명이다. 택시 한 대를 약 2.4명의 기사가 번갈아 운행하는 셈이다. 이처럼 가동률이 높아지자 이익은 늘 수밖에 없었다. 이익이 늘자 조합원들은 월 132만 원의 기본급 외에 월 60만 원의 배당금을 추가로 받았다. 여기에 다른 택시회사와 마찬가지로 기사들이 각자 운행해 벌어들인 수입에 따라 초과수익을 받는다. 실제로 한 택시기사는 기본급 132만 원과 초과수익 100만 원에 배당금을 더해 300만 원 가까운 월급을 받았다.

기존 법인택시 소속 기사들이 한 달 평균 180만 원에서 200만 원 가량의 소득을 올리는 것에 비하면 분명히 택시협동조합에서 받는 월급이 더 높았다. 그러나 ‘사납금’이라고 부르는 납입기준금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확인 결과, 택시협동조합의 경우 일일 기준으로 주간 12만 6,000원, 야간 14만 6,000원의 납입기준금이 있었다. 이는 하루 평균 13만 6,000원으로, 서울시 평균 13만 6,000원(2014년)과 같았다. 그러나 서울시 택시 노사가 체결한 2015임금협정서에서 기준으로 정한 1일 평균 납입기준금 12만 5,500원보다는 1만 원 가량 높았다. 다만 납입기준금을 채우지 못한다고 해서 사비로 채우는 일은 없었다.

출자금·고용승계에 관한 갈등

하지만 일각에서 우려하는 지점은 출자금 대출의 상환 문제다. 현재 조합원들 중 대부분이 기존의 택시회사에서 이직한 사람들이다. 이전 회사에서 저임금에 시달렸던 이들에게 2,500만 원이라는 출자금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비록 전반적인 소득 수준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대출 원금에 더해 연 4.8%에서 8%대에 달하는 이자로 인해 높아진 소득이 상쇄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세간에 알려지진 않았지만, 택시협동조합 출범 과정에서 벌어졌던 옛 서기운수 노동조합과의 갈등이 이번에 드러났다. 서기운수가 경영난으로 M&A 매물로 나왔지만, 이를 한국협동조합연대가 인수하면서 고용승계에 관한 우려는 그리 크지 않았다. 그러나 택시협동조합의 조합원이 되기 위한 2,500만 원의 출자금은 옛 서기운수 소속 택시기사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들 중 상당수가 출자금에 부담을 느낀 나머지 회사를 떠나야만 했다. 그러면서 조합원이 줄어들었고, 자연스레 노동조합은 와해되었다.

이를 두고 택시협동조합의 입장과 노동조합의 입장은 엇갈린다. 택시협동조합측은 “우리가 서기운수를 인수하면서 고용승계의 의무를 졌다”며, “본인 희망에 따라 출자금 대출과 같은 100% 고용승계를 위한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택시협동조합측은 옛 서기운수 소속 노동자들 중 상당수의 고용이 승계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옛 서기운수 소속 택시기사들 중 일부가) 출자금을 내지 않은 채 근무를 하다 보니 배당을 받지 못했고, 결국 수입이 줄어 자발적으로 나갔다”고 주장했다. 이에 노조 관계자는 “(근로시간 및 기본급 등) 근로조건이 같은데도 2,500만 원을 내고 일을 하겠느냐”며, “신규 조합원을 받으려고 출자금을 내지 않은 기존 노동자들을 밀어냈다”고 항변했다.

노동조건과 고용승계, 노동조합 와해 등 몇 가지 문제에 대한 양측의 입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택시협동조합 출범 과정에서 발생한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작지만 큰 변화, 장시간노동은 지켜봐야

법인택시와 협동조합택시는 서로 다른 점이 많지 않다. 대부분의 법인택시와 비슷한 수준의 납입기준금이 있었고, 택시기사가 하루 동안 번 운송수입 전액을 회사에 납부하여 정산하는 방식도 비슷했다. 그러나 사용자에 고용된 노동자가 아닌 조합원들 각자가 한 주씩 평등하게 가진 주주라는 차이는 무시할 수 없었다. 이는 작지만 큰 변화의 요소였다.

이로 인해 기사들이 납입한 기준금에서 인건비, 유류비, 시설운영비, 차량 할부금 등 각종 비용을 제외하고 남은 금액, 즉 이윤을 누가 가져가는지가 달라진다. 법인택시의 경우 일반적으로 회사 대표가 이윤을 차지한다. 그러나 협동조합택시의 경우 출자금을 낸 조합원들에게 균등하게 배분된다. 특이한 점은 모든 조합원들이 노란 명함을 갖고 있었다. 택시기사들에게 지급되는 명함의 직책 부분에는 ‘우리사주’라고 쓰여 있었다. 협동조합택시의 기사들은 이 점에 대해 큰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기사들의 만족도가 높아지자 고객들이 제기하는 교통 불편 민원도 줄었다. 9월에는 단 4건의 민원이 접수되었는데, 이중 3건은 소명되어 한 건에 대해서만 과징금이 부과됐다.

하지만 좀 더 시간을 갖고 지켜봐야 할 부분도 있다. 서기운수가 한국택시협동조합으로 전환된 이후에도 하루 12시간의 노동시간은 변함이 없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대부분의 법인택시는 주간과 야간으로 근무시간을 나누어 한 대의 차량을 두 사람이 맡아서 운행하고 있다. 협동조합택시도 마찬가지로 2교대제를 실시하고 있었다. 대신 차이가 있다면 한 달 만근 기준이 26일 근무가 아닌 25일 근무라는 점이다. 김 본부장은 한 달 만근 기준을 25일로 줄여 휴일을 확보하면서도 가동률을 유지하기 위해 “택시 한 대당 2.4명의 기사를 배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택시업계의 고질적인 문제인 장시간노동을 해소하면서도, 택시기사들이 생활하는 데 필요한 만큼의 소득을 보장받는 방안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차는 더 많이 굴리더라도 사람은 더 쉬게 하자”는 게 택시협동조합을 주도하고 있는 박 이사장과 김 본부장의 생각이다. 그런 만큼 협동조합택시가 저임금·장시간노동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지 여부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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